도서명: 빌 게이츠의 미래로 가는 길 저자: 빌 게이츠(이규행 감역) 출판사: 삼성 차례 혁명이 시작된다 정보시대의 개막 컴퓨터 산업의 최후의 패자 손가락 하나로 모든 정보를 꿈의 통신망, 정보고속도로 멀티미디어 문서혁명 기업이 달라진다 이상적인 시장 미래의 학교 집은 우주의 중심 황금을 찾아서 황홀한 여행 용어 해설 저자 소개 빌 게이츠/William Henry Gates III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회장이자 최고 경영자다. 1955년 미국 시애틀에서 태어나 13세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하기 시작했다. 1973년 하버드 대학에 입학했으나 장차 개인용 컴퓨터가 모든 사무실과 가정에 중요한 도구로 자리잡게 될 것을 예견, 1975년 학교를 그만두고 폴 앨런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설립했다. 빌 게이츠는 탁월한 비전과 끊임 없는 연구로 보다 많은 사람이 보다 쉽고 재미있게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컴퓨터 산업을 눈부신 발전과 진보의 길로 이끌었다.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개발한 주요 소프트웨어로는 MS-DOS, EXCEL, WINDOWS 등이 있다. 제1장 혁명이 시작된다 A REVOLUTION BEGINS 나는 열세 살 때 처음으로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삼목(tic-tac-toe: 3개의 O또는 X를 연달아놓으면 이기는 서양식 오목-역주)놀이를 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사용하던 컴퓨터는 크기가 커서 부담스러웠으며 느리고 아주 일방적이었다. 나는 그때 레이크사이드에 있는 사립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육성회에서 어머니들이 아이들을위해 컴퓨터를 한 대 들여놓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어머니들은 자선 바자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단말기 한 대를 구입하고 학생들의 컴퓨터 사용료를 내주기로 결정했다. 1960년대 말 시애틀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컴퓨터에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나는 늘 그 점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 이 컴퓨터 단말기에는 모니터가 없었다. 놀이를 할 때, 우리는 순서대로 타자기처럼 생긴 키보드의 자판을 누른 다음 얌전히 앉아서 프린터가 치리릭치리릭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결과를 종이에 찍어 보여줄 때까지 기다렸다. 결과가 나오면 우리는 냅따 그리로 뛰어가서 누가 이겼는지를 확인하거나 아니면 자판을 눌러 다음 칸을 메꾸었다. 연필과 종이로 30초면 너끈히 해치울 수 있는 삼목놀이로 점심시간을 몽땅 허비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그저 컴퓨터가 신기하기만 했던 것이다. 아이들이 거기에 흠뻑 빠져들었던 것은 거대하고 값비싼 번듯한 기계를 우리 같을 어린애가 조작할 수 있다는 데서 오는 희열 때문이었음을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차를 운전하는 따위의 어른들이 하는 재미있어 보이는 활동을 하기에 우리는 너무 어렸다. 그런 우리가 거대한 기계한테 명령을 내리고, 그러면 또 기계는 꼬박꼬박 지시에 따른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컴퓨터가 대단한 것은 작업을 하면서 나의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도록 즉각즉각 결과를 내놓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제공하는 피드백 경험은 다른 데서는 좀처럼 맛보기 어렵다. 내가 처음 소프트웨어에 매료된 것은 그 무렵이었다. 간단한 프로그램에서 피드백은 더더둑 명료하다. 지금도 나는 프로그램만 제대로 되어 있으면 컴퓨터가 언제나 완벽하게 작동하며 내가 지시하는 명령을 어김없이 수행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마다 감동한다. 점점 자신이 붙은 우리는 속도를 빠르게 한다든지 게임을 더 어렵게 만든다든지 하면서 컴퓨터를 갖고 놀기 시작했다. 한 친구는 모노폴리(Monopoly: 판 위에서 말을 움직이며 하는 부동산 취득 게임-역주)를 모방한 프로그램을 베이식어로 개발했다. 베이식(BASIC-Beginner's All-purpose Symbolic Instruction Code: 초보자를 위한 다복적 상징 명령부호)은 이름 그대로 비교적 배우기 쉬운 프로그램 언어였으므로 우리는 베이식으로 점점 복잡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 친구는 컴퓨터가 수백가지의 게임을 정말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우리는 다양한 게임 방법을 테스트하기 위해 컴퓨터에 명령어를 쳐넣었다. 우리가 알고 싶었던 것은 가장 승률이 좋은 게임 전략이었다. 컴퓨터는 치리릭치리릭 하면서 우리에게 답을 알려주었다. 아이들이 다 그렇듯이 우리는 장난감을 그냥 갖고 노는 것이 아니라 장난감을 변화시켜놓았다. 판지에 그려진 만화에다가 아이가 크레용으로 멋진 계기반까지 달린 우주선을 그려넣거나 또는 빨간 차는 다른 모든 차를 건널 수 있다 는 규칙을 자기가 임의로 정해놓고 중얼거리며 노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장난감에다 좀더 많은 기능을 덧붙이려는 충동은 아이들을 창조적으로 놀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것은 창의력의 본질이기도 하다. 물론 당시 우리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빈둥거렸다. 적어도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갖고 놀던 장난감은 예사 장난감이 아니었다. 레이크사이드 국민학교에는 컴퓨터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르는 나 같은 아이들이 몇 있었다. 학교 선생님이나 아이들은 우리를 보면 대번에 컴퓨터를 떠올릴 정도였다. 나는 선생님으로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도 있다. 그것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내가 학교에서 공연될 연극 블랙 코미디 의 주연을 맡게 되자 어떤 아이들은 이렇게 수근거렸다. 컴퓨터쟁이를 왜 뽑았지? 아직도 사람들은 종종 나를 그런 식으로 바라본다. 어려서 좋아하던 장난감을 어른이 되어서도 끌고 다닌 것이 우리 세대였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일종의 혁명-대체로 평화적인-을 일으켰다. 이제 컴퓨터는 사무실과 가정에서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컴퓨터의 크기는 작아졌지만 성능은 향상되었고 가격은 엄청나게 떨어졌다. 이 모든 것이 아주 빠르게 일어났다. 내가 한때 예상했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히 빨랐다. 저렴한 컴퓨터 칩은 이제 엔진, 시계, 브레이크 잠김 방지장치(ABS), 팩시밀리, 엘리베이터, 급유장치, 카메라, 자동 온도조절장치, 자동판매기, 경보장치, 심지어는 멜로디 카드에까지 쓰이고 있다. 요즘 국민학생들은 공책만한 크기의 노트북 컴퓨터를 가지고 30년 전에 최대 용량을 가진 컴퓨터가 하지 못했던 일도 척척 해낸다. 놀라우리 만큼 저렴해진 컴퓨터가 생활 구석구석으로 파고든 지금, 또 하나의 혁명이 막 시작되려고 한다. 다가올 혁명은 통신비용을 엄청나게 떨어뜨릴 것이다. 모든 컴퓨터가 연결되어 다양한 통신망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범세계적으로 상호 연결된 네트워크를, 이름하여 정보고속도로라고 부른다. 정보고속도로의 바로 전 단계가 이즈음의 인터넷으로, 이는 현행 기술을 바탕으로 연결된 컴퓨터 집단이 정보를 다각적으로 주고받는 것이다. 이 새로운 네트워크의 범위와 효용성, 그것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알아보는 것이 이 책의 주제다. 앞으로 전개될 모든 사태를 생각하면 그저 가슴이 떨릴 뿐이다. 나는 열아홉 살의 나이에 나름대로 앞날의 세계를 점치고 내가 옳다고 여긴 방향에 나의 미래를 걸었다. 결과적으로 나의 판단은 옳았다. 그러나 열아홉 살의 빌 게이츠와 지금의 내가 처한 입장은 판이하게 다르다. 당시의 나는 겁없이 뛰어드는 십대 특유의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게다가 나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사람이 전혀 없었으므로 설령 실패한다 하더라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지금의 나는 70년대를 풍미한 혜성 같은 컴퓨터 업계의 거인들이 처했던 입장에 더 가깝다. 그들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고 싶은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한때 나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려는 생각도 가졌다. 결국 마음을 돌리고 말았지만, 어찌 보면 컴퓨터 산업에 종사하면서 내가 했던 모든 경험이 경제학 수업의 연속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나는 상승나선(positive spiral)효과와 경직된 경영 모델의 폐해를 내 눈으로 목격했다. 업계의 수준이 발전되는 과정도 지켜보았다. 호환성, 피드백, 끊임없는 혁신의 중요성에도 눈떴다. 나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이 주도하는 이상적인 시장이 머지않아 현실화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단지 미래에 관한 이론을 구축하기 위해 과거의 교훈을 되새기는 것은 아니다. 나는 미래에 승부를 걸고 있다. 십대 때 나는 저렴한 컴퓨터가 가져올 미래상을 꿈꾼 적이 있다. 그것은 책상마다, 집집마다 한 대씩 놓인 컴퓨터 였다. 그 꿈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업이념이 되었다. 우리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껏 노력해오고 있다. 이제 그 컴퓨터들은 서로 연결되고 있으며, 우리는 개개인이 이 연결되 통신망을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그 통신망이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를 정확히 예상하기란 불가능하다. 우리는 다양한 기구를 써서 통신망을 이용할 것이다. 그중 어떤 것은 TV처럼 보일 것이고 어떤 것은 오늘날의 PC처럼 보일 것이다. 전화기처럼 생긴 것, 모양이나 크기가 지갑과 비슷한 것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기구의 심장부에는 강력한 컴퓨터가 있다. 이 컴퓨터는 다른 수백 수천만의 컴퓨터와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는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서 사업을 하고, 공부를 하고, 세계 각국의 문화를 탐구하고, 신나는 공연을 즐기고, 친구를 사귀고, 가까운 시장에 장을 보러 가고, 멀리 떨어진 친지에게 사진을 보여줄 수 있게 될 것이다. 통신망과의 접속이 반드시 사무실이나 교실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법은 없다. 컴퓨터는 우리가 구입해서 들고 다니는 물건 이상의 기능을 갖고 있다. 컴퓨터는 놀라운 간접경험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통행증이 될 것이다. 직접적인 경험이나 괘락은 어떤 매개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몸소 하는 것이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진보한다 하더라도 해변에 누워 있거나 숲속을 거닐거나 마음에 드는 코미디 클럽에 앉아 있거나 벼룩시장에서 쇼핑을 할 때 느끼는 즐거움을 우리에게서 빼앗아 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경험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가령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도 직접경험이지만, 우리는 줄 서는 것을 피할 수 있는 묘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인류가 진보의 길을 걸어온 것은 누군가가 더 우수하고 강력한 도구를 발명한 데 힘입은 바가 크다. 물리적인 도구는 작업속도를 향상시키고 힘겨운 노동으로부터 사람을 해방시켰다. 쟁기와 바퀴, 불도저와 크레인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의 육체적 능력에 보탬이 되었다. 정보도구는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의 근육보다는 지혜에 보탬이 되는 매개물이다. 당신은 이 책을 읽으면서 간접경험을 하고 있다. 우리는 같은 방에 있지 않다. 그런데도 당신은 내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오늘날 많은 작업이 의사결정과 지식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자연히 정보도구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발명가들의 관심을 점점 더 끌게 될 것이다. 문자의 배열로 어떤 글이든 표현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로 이 정보도구는 어떤 형태의 정보든 컴퓨터가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전기적 부호, 곧 디지털 형태로 표현되는 길을 터준다. 오늘날 정보처리를 주임무로 하는 컴퓨터의 수는 전세계적으로 1억 대가 넘는다. 컴퓨터는 디지털 형태로 되어 있는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방법을 훨씬 간편화하여 우리를 돕고 있다. 머지않아 컴퓨터는 이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우리에게 열어줄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 컴퓨터망의 구축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착수한 대형 국책사업이었던 주간 고속도로망 건설사업에 비유한다. 새로운 네트워크를 정보고속도로 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정보고속도로라는 용어의 보급에 앞장선 사람이 앨 고어 부통령이다. 고어 부통령의 아버지는 1956년 연방지원 고속도로 건설법 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하지만 고속도로라는 비유는 어딘가 만족스럽지 않다. 이런 표현은 풍경과 지형, 점과 점 사이의 거리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새로운 통신술의 가장 감동적인 측면이 바로 거리를 없앤다는 점에 있는데도 말이다. 내가 접속하는 상대가 옆방에 있건 바다 건너 대륙에 있건 상관없다. 새로운 통신술은 거리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라는 말은 또한 모든 사람이 같은 길에서 운전하고 있는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새로운 통신망은 느긋하게 창밖 경치를 내다볼 수도 있고 마음 내키면 아무 때나 샛길로 빠질 수 있는 시골길과 비슷하다. 고속도로는 또 정부가 주도적으로 건설하는 공사라는 뉘앙스를 풍기는데, 나는 이것이 대부분의 국가가 처한 현실과 맞지 않는 크게 잘못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비유가 노력의 결실인 응용물보다는 하부구조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우리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는 네트워크 자체보다는 거기서 누리는 혜택에 초점을 맞춘 손가락 하나로 모든 정보를(Infomation At Your Fingers)'이란 표현은 즐겨 쓴다. 앞으로 전개될 다양한 활동을 실감나게 묘사하는 비유로 또 하나 들 수 있는 것이 최고의 시장(ultimate market)'이란 말이다. 증권거래소에서 상가에 이르기까지 각종 시장은 인간사회에 필수적인 것이다. 나는 새로운 통신망이 전세계의 중심 백화점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곳은 사회적 동물인 우리 인간이 물건을 팔고 거래하고 투자하고 깎고 고르고 따지고 새 사람을 만나고 서성거리는 장소가 될 것이다. 앞으로 정보고속도로 란 말을 듣거든 도로를 떠올리지 말고 시장이나 증권거래소를 연상하라. 뉴욕 증권거래소나 농산물시장, 또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나 정보를 찾는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서점의 활기와 소란을 연상하라. 수십억 달러 규모의 거래에서 청춘남녀의 풋사랑에 이르기까지 온갖 유형의 인간활동이 그 안에서 펼쳐진다. 대부분의 거래는 현찰의 수수가 아니라 디지털화된 형태로 이루어질 것이다. 비단 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온갖 종류의 디지털 정보가 이 시장의 새로운 교환수단이 될 것이다. 어마어마하게 큰 세계 정보시장은 인간의 물자, 서비스, 사고가 교환되는 방식을 다양하게 결합시킬 것이다. 실용적인 차원에서 이 시장은 당신에게 물건을 선택할 수 있는 좀더 폭넓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언제 수익을 기대하고 언제 투자해야 할지, 무엇을 얼마에 살 것인지, 당신의 친구가 누구고 그 친구와 어느 정도 어울려 지내야 할지, 어떤 동네로 가야 당신의 가족이 안전하게 살 수 있을지를 그 시장에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일터에 대한 관념이나 교육받는다 는 것에 대한 관념은 당신이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송두리째 바뀔 것이다. 내가 누구고 어디에 속해 있는가 하는 자아관념도 아주 개방적으로 변할 것이다. 쉽게 말해서 모든 것이 달라진다. 나는 그날이 어서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으며 그날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 내 말이 잘 믿어지지 않는가? 아니면 믿고 싶지가 않은가? 어쩌면 당신은 끼어들기를 거부할지도 모른다. 새로운 기술이 자신에게 익숙하고 편한 것을 일거에 바꾸어놓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낄 때, 사람들은 흔히 그런 반응을 보인다. 처음에 자전거는 바보스러운 물건이었다. 자동차는 시끄러운 불청객이었다. 휴대용 전자계산기는 수학을 위협하는 암적 존재였다. 라디오는 문자매체의 종말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사태는 다르게 전개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기계들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자리를 잡아갔다. 우리의 수고를 덜어주는 편리함 때문만이 아니라 그 기계들이 우리에게 새로운 창조의 영감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새로운 기계는 우리의 다른 도구들 옆에서 굳건하게 자신의 위치를 확보한다. 기계와 함께 자란 새로운 세대는 그 기계를 바꾸고 인간화한다. 기계를 가지고 논다. 전화는 쌍방향 통산에 중대한 발전을 가져왔다. 하지만 처음에는 성가신 물건으로 취급되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사람들은 가정에 침투한 이 기계가 거북살스러웠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자신들이 단순히 새로운 기계를 얻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종류의 통신을 배우고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화상으로 이루어지는 대화는 얼굴을 맞대고 하는 대화처럼 격식을 갖출 필요도 길게 끌 필요도 없었다.처음에는 많은 이들이 바로 그 점 때문에 당혹스러워했지만 점차 그것이 편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화가 등장하기 전에는 한 번 오붓한 대화를 나누려면 직접 상대방을 찾아가서 때로는 식사까지 곁들여야 했다. 그러다 보면 한나절이 금세 지나갔다. 대부분의 기업이나 가정에 전화기가 놓이게 되면서 사람들은 이 통신수단의 독특한 개성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냈다. 전화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전화상의 특수한 표현, 관습, 예절, 문화가 싹텄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비서가 연결해주는 전화만을 받는다 는 사장족의 시시한 허세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새로운 형태의 통신-전자우편(e-mail)-은 자신의 규율과 관습을 정하면서 그와 비슷한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 기계는 조금씩 인간의 일부로 편입될 것이다. 이는 프랑스의 비행사이며 작가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1939년에 나온 자신의 회상록 바람, 모래,별 에서 쓴 말이다. 그는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에 대해 나타내는 반응에 대해서 쓰면서 19세기 말에 등장한 철도가 서서히 수용되는 과정을 예로 들었다. 연기를 토하며 굉음을 지르는 기관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이것을 철괴물이라며 손가락질했다. 그러나 철로는 꾸준히 깔렸고 도시마다 기차역을 지어갔다. 물자와 서비스가 그곳으로 넘나들었다. 멋진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새로운 운송수단을 중심으로 하나의 문화가 발전하면서 경멸은 수용으로, 심지어는 찬성으로 바뀌었다. 한때는 철괴물로 불리던 것이 가장 중요한 물자를 실어나르는 강력한 운송수단이 되었다. 인식의 변화는 우리가 쓰던 말에 어김없이 반영되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철마 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매일 저녁 6시면 찾아와 공손히 기적을 울리는 친구가 없다면 마을 사람들은 무슨 낙으로 살겠는가? 생텍쥐페리는 이렇게 묻는다. 1450년 통신의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사건이 일어났다. 독일 마인츠의 금 세공사였던 요하네스 쿠텐베르크가 위치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활자를 고안하여 유럽에서는 최초로 인쇄기를 만들었다(중국과 한국에는 이미 인쇄기가 있었다). 구텐베르크는 성서를 인쇄하기 위한 활판을 뜨는 데 꼬박 2년이 걸렸지만 일단 그것이 완성되자 성서를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었다. 구텐베르크 이전에는 모든 책을 손으로 베꼈다. 필사작업은 주로 수도사들이 했는데 한 권을 베끼는 데 보통 1년이 넘게 걸렸다.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는 요즘 식으로 말하면 고속 레이저 프린터였던 셈이다. 인쇄기는 책을 더 빠르게 만드는 방법만 서양에 알려준 것이 아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세대가 바뀌어도 지역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들이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들은 것만을 알았다. 고향마을을 벗어나 본 적이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믿을만한 지도가 없어 한번 고향을 뜨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도 사람들의 발을 고향에 묶어두었던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제임스 버크도 이런 말을 했다. 이런 세계에서 모든 경험은 직접적인 것이었다. 지평선은 작았고 공동체의 시선은 안으로 향했다. 바깥 세상이 존재하는 것은 그저 풍문으로만 알았다. 인쇄된 언어가 그 모든 것을 바꾸었다. 그것은 최초의 대중매체였다. 사상 처음으로 지식과 의견, 경험이 휴대할 수 있고 보관이 가능하며 통용될 수 있는 형태로 전파되었다. 인쇄된 언어는 주민들의 관심영역을 마을 바깥으로 넓혀주었다.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상업도시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인쇄소들은 정보교환의 중심지가 되었다. 사람들이 읽고 쓸 줄 알게 되면서 교육에 혁명이 일어났고 사회구조가 바뀌었다. 구텐베르크 이전에 유럽 대륙에 있던 책은 약 3만 권에 지나지 않았고 그나마 대부분은 성경과 성경 주해서였다. 그러던 것이 1500년에는 온갖 종류의 주제를 다룬 책이 무려 900만 권에 이르렀다. 전단을 비곳한 각종 인쇄물은 정치, 종교, 과학, 문학에 영향을 미쳤다. 사상 처음으로 성직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글로 적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보고속도로는 구텐베르크의 인쇄기가 중세를 뒤흔들었듯이 우리 문화를 드라마틱하게 변혁시킬 것이다. PC는 이미 우리의 작업환경을 바꾸어놓았지만 아직도 우리 생활을 대대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으로 강력한 정보처리장치가 고속도로에 연결되면 사람, 기계, 오락, 정보 서비스에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당신과 접촉하기를 원하는 그 누구와도 접촉할 수 있을 것이며, 수천 개의 도서관을 밤이건 낮이건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분실했거나 도난당한 당신의 카메라는 자신이 있는 곳을 알리는 메시지를 당신에게 보낼 것이다. 설령 당신이 다른 도시에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집에 걸려온 전화를 사무실에서 받을 수 있으며 사무실로 온 연락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구하기 힘든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버스가 제시간에 오는가? 사무실로 출근할 때 이용하는 도로에 무슨 사고가 나지 않았는가? 목요일 극장표를 내가 갖고 있는 수요일 극장표와 바꾸려는 사람은 없는가? 아이의 학교 출석률은 어떤가? 가자미를 맛있게 요리하는 법은? 맥박을 잴 수 있는 손목시계를 내일 아침까지 가장 싼 가격으로 배달해줄 수 있는 상점은? 나의 낡은 무스탕 컨버터블 차는 누가 얼마에 사려고 할까? 바늘구멍은 어떻게 만드나? 세탁소에 맡긴 셔츠를 지금 가면 찾을 수 있을까? 월스트리트 저널 지를 가장 싸게 구독하는 방법은? 심장마비의 증세는 어떤가? 오늘 지방법원에서 혹시 재미난 증언이라도 있었나? 물고기는 색을 분간하나? 지금 샹젤리제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목요일 밤 9시 2분에 나는 어디에 있었나? 처음 가려는 레스토랑의 메뉴, 와인 종류, 그날의 스페셜 요리를 알아보고 싶다고 하자.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식도락 평론가가 그 식당에 대해서 어떻게 평했는지가 우선 궁금할 것이다. 당신은 또 보건당국으로부터 그 식당이 위생점수를 몇 점이나 받았는지도 알고 싶어할 수 있다. 식당 주변이 왠지 꺼림칙하다면 경찰 기록을 근거로 안전도를 확인할 수도 있다. 그래도 가고 싶은가? 그럼 당신은 예약을 하고 싶고, 약도를 얻고 싶고, 현재의 교통상황에서 어느 길로 가야 막히지 않을지를 알고 싶을 것이다. 당신이 운전을 하는 동안 목적지까지 가장 신속하게 갈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최신 정보가 종이에 찍혀서 또는 음성 메시지로 전달될 것이다. 이러한 모든 정보를 개개인이 아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당신이 흥미를 느끼는 정보를 당신이 편리한 방식으로 원하는 시간만큼 이용할 수 있다. 방송사가 정한 시간이 아니라 당신에게 편리한 시간에 마음대로 프로를 시청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당신은 쇼핑을 하고, 음식을 주문하고, 동호인들과 접촉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언제든지 마음대로 알릴 수 있다. 밤 뉴스는 당신이 지정한 시간에 시작될 것이며, 당신이 원하는 만큼 지속될 것이다. 그 뉴스는 당신의 관심사를 잘 아는 서비스 업체나 당신 스스로가 고른 주제만을 다룰 것이다. 도쿄나 보스턴, 시애틀 특파원이 전해주는 좀더 자세한 보도를 요구할 수도 있다. 특정 뉴스를 자세히 파고들 수도 있다. 당신이 좋아하는 칼럼니스트가 어떤 사건에 대해 어떻게 말했는지를 알아볼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그 뉴스를 인쇄물로 받아볼 수도 있다. 이런 정도의 변화에도 사람들은 불안에 떤다. 세계 각지에서 매일매일 사람들은 정보고속도로에 함축된 의미에 대해서 두려움을 갖고 묻곤 한다. 우리 일자리는 어떻게 되는 건가? 사람들이 현실세계로부터 물러나 컴퓨터 뒤에서 대리 인생을 살게 되지나 않을까?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지는 않을까? 컴퓨터가 대도시 슬럼가의 빈민과 에티오피아의 굶주리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새로운 통신망이 몰고 올 변화 중에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중요한 문제도 있다. 제12장에서 나는 내가 자주 듣는, 전혀 근거가 없지만은 않은 우려와 불안에 대해서 나 자신의 생각을 상세히 밝히겠다. 나도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결국 미래를 낙관하고 잘 되리라 믿는다. 그것은 원래 낙천적인 나의 천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컴퓨터와 함께 자라온 우리 세대의 무한한 잠재력을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람들이 새로운 길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유용한 도구를 제공할 것이다. 나는 역사는 진보하게 마련이며 우리는 그 진보를 최대한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나는 지금도 내가 미래를 곁눈질하면서 어렴풋이 드러나는 혁명적 변혁의 징후를 간파하고 있다고 느낄 때마다 전율에 휩싸인다. 막 시작되고 있는 제2의 획기적인 변혁에 참여할 기회를 얻은 것을 나는 크나큰 행운이라고 여긴다. 내가 이 남다른 희열을 처음으로 맛본 것은 값싼 고성능 컴퓨터가 등장하리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던 십대 시절이었다. 1968년 우리가 삼목놀이를 했던 컴퓨터를 비롯한 당시의 컴퓨터는 주로 온도조절장치가 부착된 커다란 고치 안에 들어앉은 변덕스러운 괴물이었다. 육성회에서 제공한 돈을 모두 써버린 뒤, 나는 나중에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차리게 된 학교친구 폴 앨런과 돈벌이에 나서야 했다. 돈이 있어야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컴퓨터의 성능은 오늘날의 기준으로는 별볼일없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한 대에 몇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복잡하고 거대한 컴퓨터가 우리 눈에는 경이롭게만 보였다. 그때는 사람들이 여러 곳에서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덜그럭거리는 타자기 모양의 단말기들을 전화선을 통해 컴퓨터에 연결해 썼다. 따라서 우리는 컴퓨터의 실물을 접한 적이 거의 없다. 컴퓨터 사용료는 엄청나게 비쌌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컴퓨터 공동 사용료는 시간당 40달러였다. 40달러가 있어야 도도한 컴퓨터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끌 수 있었다. PC를 한 대 이상 가진 사람이 적지 않고 그것도 하루종일 놀려두기 일쑤인 요즘과 비교하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다. 물론 그 시절에도 컴퓨터를 살 수는 있었다. 18,000달러를 주면 디지털 이퀴프먼트사(DEC)에서 만든 PDP-8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 컴퓨터는 중형 컴퓨터 로 불렸지만 요즘 기준으로 보면 대형이었다. PDP-8은 가로 세로 각각 60센티미터에 높이는 180센티미터였으며 무게는 120킬로그램 정도였다. 우리 고등학교에도 한때 그 컴퓨터를 들여놓은 적이 있었는데, 나는 컴퓨터 앞에 붙어 살았다. PDP-8은 우리가 전화선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대형 컴퓨터에 비하면 용량이 무척 작았다. 계산능력은 아마 오늘날의 손목시계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값비싼 대형 컴퓨터처럼 프로그램을 처리할 수 있었으므로 어쨌든 컴퓨터는 컴퓨터였다. 즉 소프트웨어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는 말이다. 비록 성능은 보잘것 없었지만 PDP-8은 누구나 개인 컴퓨터를 가지게 될 날이 언젠가는 오리라는 희망을 우리에게 심어주었다. 내가 PC 개발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것도 나 자신이 컴퓨터를 그만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다. 그 무렵에는 컴퓨터 하드웨어처럼 소프트웨어도 값이 비쌌다. 컴퓨터 기종마다 소프트웨어를 따로따로 만들어야 했다. 컴퓨터 하드웨어가 바뀔 때마다(그런 일이 자주 생겼다) 소프트웨어 구축을 위한 표준적인 블록(예를 들면 수학공식표)을 기계와 함께 제공했지만 기업체 고유의 특수한 문제를 처리하려면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 일부 공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있었고 몇몇 회사에서는 범용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기도 했지만, 시판되는 소프트웨어는 극소수였다. 학비와 용돈은 부모님이 대주셨지만 컴퓨터 사용료는 내 혼자 힘으로 마련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소프트웨어 산업의 상업성에 눈뜬 것도 그런 계기를 통해서였다. 폴 앨런과 나는 초보 수준의 프로그래밍 일자리를 얻었다. 여름 한철을 일하고 5천 달러를 받았으니 고등학생에게는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일부는 현금으로 받았고 나머지는 그 액수만큼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으로 받았다. 우리는 또 소프트웨어의 오류를 알려주는 대신 해당 기업의 컴퓨터를 공짜로 쓰기도 했다. 나는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을 배정하는 프로그램도 작성했다. 몇 가지 명령어를 몰래 덧붙여서 여학생반에 혼자 들어가는 희열을 맛보기도 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나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컴퓨터의 세계에서 손을 떼기란 쉽지 않았다. 나는 중독되어 있었다. 폴은 컴퓨터 하드웨어에 대해서 나보다 더 많이 알았다. 내가 열여섯 살이고 폴이 열아홉 살이던 1972년 어느 여름날, 폴은 나에게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지 143쪽 한귀퉁이에 실린 열 줄짜리 기사를 보여주었다. 인텔이라는 신생기업에서 8008이라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을 내놓았다는 내용이었다. 마이크프로세서는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부분을 송두리째 담고 있는 간단한 칩이다. 폴과 나는 이 최초의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가진 성능이 보잘것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폴은 이 칩의 성능이 빠르게 향상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컴퓨터도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컴퓨터 업계에서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핵심으로 컴퓨터를 만든다는 발상은 못하고 있었다. 일렉트로닉스 지의 기사를 봐도 8008을 계산, 제어 시스템, 또는 고성능 단말기 같은 의사결정 시스템 에 적합한 물건으로 소개했다. 그들은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범용 컴퓨터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느렸고,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에 한계가 있었다. 8008은 프로그래머에게 익숙한 언어들을 하나도 처리하지 못했다. 따라서 8008용으로 복잡한 프로그램을 작성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8008 칩이 이해할 수 있는 몇십 가지의 간단한 명령어로 모든 응용 프로그램을 작성해야 했다. 8008은 복잡하지 않은 단순 반복작업을 묵묵히 수행하는 데 적격이었다. 그래서 계산기와 엘리베이터에 많이 쓰였다. 달리 표현하자면, 엘리베이터 조작반 같은 데 내장된 간단한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비숙련자가 연주하는 북이나 뿔피리 같은 단순한 악기라고 할 수 있다. 그것으로는 기본적인 리듬이나 복잡하지 않은 가락을 연주할 수 있을 뿐이다. 반면에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진 강력한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뛰어난 오케스트라와도 같다.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나 악보만 있으면 어떤 곡이든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다. 폴과 나는 8008이 어떤 프로그램을 처리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폴은 인텔에 전화를 걸어 매뉴얼을 요청했다. 인텔은 곧바로 매뉴얼을 보내왔다. 그것을 보고 우리는 약간 놀랐다. 우리는 매뉴얼을 파고들었다. 나는 용량이 작은 DEC사의 PDP-8용으로 베이식 버전을 작성한 적이 있었으므로 인텔의 작은 칩을 위해 똑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8008 매뉴얼을 읽어보고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8008은 정교하지 못했다. 트랜지스터의 수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우리는 시내도로의 차량소통 감지기가 집계한 수치를 분석하는 기계에 이 작은 칩을 활용하는 방안을 떠올렸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주요 도로에 고무 호스를 깔아 차량의 흐름을 측정하고 있었다. 호스 위를 통과하는 차량은 호스 끝에 연결된 금속함 속의 종이 테이프에 자동 확인되었다. 우리는 이 테이프를 8008로 처리하여 각종 그래프와 통계자료를 내놓을 수 있을 거라고 보았다. 우리는 회사이름을 트래프-오-데이터(Traff-O-Data: 교통자료 포착) 로 지었다. 이것이 당시 우리에게는 시적인 멋진 이름으로 여겨졌다. 나는 트래프-오-데이터 장치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폴이 다니는 대학이 있는 워싱턴주 풀먼과 시애틀을 왕복하는 장거리 버스 속에서 주로 작성했다. 우리가 만든 시제품의 성능은 뛰어났다. 우리는 새로운 장비를 미국 전역에 보급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몇몇 고객이 가져온 교통자료 테이프를 이것으로 처리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우리 기계를 사려는 사람은 나타나기 않았다. 우리가 어려서 미덥지 않은 모양이었다. 실망스러웠지만, 우리는 우리의 미래가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1973년 내가 하버드 대학에 입학했을 때 폴은 보스턴의 허니웰사에 취직했다. 중형 컴퓨터의 프로그램을 짜는 일이었다. 그는 회사에 들어간 뒤에도 하버드 대학까지 차를 몰고 와서 미래의 계획을 놓고 나와 장시간 토론을 벌였다. 1974년 봄 일렉트로닉스 지에 인텔의 새로운 8080 칩 기사가 실렸다. 그것은 트래프-오-테이터 장치에 들어간 8008보다 용량이 10배나 컸다. 8080은 크기가 8008과 비슷했지만 트랜지스터를 2,700개나 더 많이 갖고 있었다. 우리는 진짜 컴퓨터의 핵심을 보고 있었다. 가격도 200달러 미만이었다. 우리는 매뉴얼을 공략했다. DEC는 이제 더 이상 PDP-8을 팔 수 없을 것 이라고 그때 내가 폴에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비록 크기는 작지만 만만찮은 용량을 가진 칩이 등장함으로써, 대형 컴퓨터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확신한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 업체들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위협적인 상대로 보지 않았다. 보잘것없는 칩이 진짜 컴퓨터 노릇을 할 수 있다는 데까지 그들의 상상력이 미치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는 인텔의 전문가들조차도 8080이 갖고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8080은 성능이 향상된 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단기적으로 보면 컴퓨터 업계의 판단이 옳았다. 8080은 또 하나의 미미한 진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폴과 나는 이 새로운 칩을 통해 응용이 자유롭고 성능이 완벽한 컴퓨터가 탄생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모든 사람이 저렴한 가격에 컴퓨터를 구입할 수 있게 되 거라고 생각했다. 컴퓨터의 구입가격이 떨어지면 컴퓨터 사용료도 따라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컴퓨터 값이 싸지면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작업을 무궁무진하게 개발할 수 있게 될 거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되면 이 만능 기계의 엄청난 잠재성을 살려주는 소프트웨어가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폴과 나는 하드웨어는 대부분 일본 기업들과 IBM이 생산하리라 예상했다. 우리는 새롭고 혁신적인 소프트웨어에 승부를 걸 필요가 있었다. 기죽을 이유가 없었다.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컴퓨터 업계의 구조개편을 몰고 올 것이었다. 우리는 그 안에서 활동영역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었다. 대학생들은 온갖 새로운 경험을 하며 한껏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으니까. 우리는 젊었고, 이 세상이 우리 손 안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나는 하버드 대학을 1년 더 다녔지만 정신은 온통 어떻게 하면 소프트웨어를 더 잘 굴러가게 할 수 있을까에 있었다. 계획은 아주 간단했다. 우리는 기숙사 내 방에서 새로운 인텔 칩에 맞는 베이식 프로그램을 작성해주겠다는 제안서를 세계 굴지의 컴퓨터 회사들에게 보냈다. 그러나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다. 12월이 되어도 답장은 오지 않았고 우리의 실망감은 컸다. 연휴가 다가오기 사작했다. 폴은 보스턴에 남아 있겠다고 했지만 나는 시애틀의 집에 가서 연휴를 보내기로 했다. 출발을 며칠 앞두고 메사추세스의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던 어느 날 아침 폴과 나는 하버드 스퀘어의 신문가판대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때 폴이 포퓰러 일렉트로닉스 지 1월호를 집어들었다. 그때의 일은 내가 머리말 초두에서 묘사한 바 있다. 그 일 덕분에 우리의 꿈은 미래의 현실이 되었다. 잡지 표지에는 토스터 크기만한 작은 컴퓨터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그 컴퓨터의 이름은 트래프-오-테이터만큼이나 엉뚱한 알테어 8800이었다.( 알테어 는 스타 트랙 에 나오는 행선지 이름이다). 가격은 사용자가 조립해서 쓰는 조건으로 한 세트에 397달러였다. 다 조립해도 거기에는 키보드나 화면이 없었다. 대신에 명령을 내리기 위한 16개의 번지(address) 스위치와 16개의 미등이 있었다. 앞 조작판의 미등을 깜박거리게 할 수는 있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문제는 알테어 8800을 위한 소프트웨어가 없다는 거였다. 알테어 8800은 프로그래밍을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참신한 발명품이긴 해도 유용한 도구라고는 볼 수 없었다. 알테어의 진가는 인텔 8080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두뇌로 장착했다는 데 있었다. 우리는 다급해졌다. 이럴 수가! 우리 없이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8080을 위한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도 곧 나올 거야. 발전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 것 같았다. 나는 처음부터 그 일에 관여하고 싶었다. PC 혁명의 초기 단계에 참여한다는 것은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로 보였고, 나는 그 기회를 붙들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주변의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내가 갖는 느낌은 그 때와 비슷하다. 당시 나는 남들이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봐 불안했다. 지금 나는 수천 명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1차 혁명은 전세계적으로 매년 5천만 대의 PC 판매고를 유산으로 남겼고, 그 유산이 지금 둘도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그동안 승자도 많았고 패자도 많았다. 이제 새롭게 무한한 기회를 창출하는 변화의 한복판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남에게 뒤질세라 너도나도 몰려오고 있다.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면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다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낙오된 대기업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앞으로 20년 뒤에 우리가 과거를 되돌아보더라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통신혁명에 대한 자신의 통찰력이 옳다는 확신을 가지고 사업에 뛰어들 젊은이가 어디엔가 있을 것이다. 새로운 변화를 활용하기 위해 수많은 혁신적인 기업이 세위질 것이다. 1975년 폴과 나는, 헛간에서 뮤지컬 연습을 하면서 스타의 꿈을 키우는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젊은 패기 하나만으로 회사를 차렸다. 우리에게는 꾸물거릴 시간이 없었다. 작은 컴퓨터를 위한 베이식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첫 사업이었다. 우리는 컴퓨터의 작은 기억장치에 많은 능력을 우겨넣어야 했다. 알테어는 보통 4,000개의 문자를 기억할 수 있었다. 요즘 나오는 PC는 대부분 4배만(4메가) 또는 8백만(8메가) 개의 문자를 기억할 수 있다. 알테어가 없었으므로 우리의 작업은 더욱 힘들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알테어의 실물조차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걱정하지 않았다. 우리가 정말로 관심을 가졌던 것은 인텔 8080마이크로프로세서였지만, 그것도 우리 눈으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폴은 기죽지 않고 8080 매뉴얼을 연구하여 하버드에 있는 대형 컴퓨터가 작은 알테어 흉내를 낼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오케스트라한테 간단한 2중주를 들려달라고 부탁하는 격이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은 완벽하게 돌아갔다.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려면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알테어를 위한 베이식을 짜는 동안 내 몸은 파김치가 되었다. 생각에 집중할 때 나는 방 안을 왔다갔다 하는 버릇이 있다. 그렇게 하면 잡념 없이 하나의 문제를 파고드는 데 도움이 된다. 1975년 겨울 나는 기숙사 방 안을 수없이 맴돌았다. 폴과 나는 늘 수면부족에 시달렸다. 우리는 밤낮을 잊고 살았다. 책상에 앉아 있거나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그대로 잠이 들이 일쑤였다. 어떨 때는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온종일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베이식은 5주 만에 완성되었다. 드디어 세계 최초의 중형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가 탄생했다. 이번에는 회사이름을 마이크로소프트 로 지었다. 회사를 세우려면 많은 걸 희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뛰어들지 않으면 장래의 소형 컴퓨터를 위한 소프트웨어 세계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영원히 놓치게 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었다. 1975년 폴은 프로그래머 일을 그만두었고 나는 대학에 휴학원을 제출했다. 나는 부모님과 상의했다. 두 분은 원래 사업감각이 있었다. 소프트웨어 회사를 차리겠다는 나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를 깨달은 부모님은 내 뜻을 흔쾌히 받아들이셨다. 나의 계획은 잠시 공부를 그만두고 회사를 차렸다가 나중에 돌아와 학업을 마친다는 것이었다. 대학 졸업을 포기한다는 결정을 내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엄밀하게 말해서 나는 아직도 장기휴학 상태에 있는 셈이다. 대학이 싫어서 떠나는 학생들도 있지만 나는 대학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내 또래의 똑똑한 친구들과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회사를 차릴 수 있는 기회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아홉 살의 나이로 그렇게 나는 사업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처음부터 폴과 나는 스스로의 힘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각자 모아둔 돈이 조금씩 있었다. 폴은 허니웰에서 봉급을 두둑히 받았었고, 나 역시 기숙사에서 벌어지는 심야 포커판에서 짭짤한 부수입을 올리고 있던 터였다. 다행히 우리가 차린 회사에는 많은 돈이 들어가지 않았다. 사람들은 곧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성공비결을 알려달라고 나에게 청한다. 두 사람이 구멍가게처럼 벌인 사업이 어떻게 16,000여 명의 종업원에 연간 매상이 60억 달러가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물론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이다. 행운도 따랐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처음에 가진 비전이었다. 우리는 인텔의 8080 칩에 잠재된 가능성을 통찰하고 그 가능성을 실현시키기로 했다. 컴퓨터 처리비용이 공짜나 다름없어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우리의 화두는 그것이었다. 컴퓨터 처리비용이 내려가면 그 점을 십분 활용한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출현하게 되므로 컴퓨터가 널리 보급될 것이라고 우리는 확신했다. 우리는 컴퓨터가 일반화되리라는 믿음 하나로 회사를 차렸고 남들이 한눈을 파는 동안 그런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처음에 가진 통찰력은 그 다음 일을 수월하게 해주었다. 우리는 적기에 급소를 공략했다. 우리는 남보다 한발 앞섰고, 초반의 성공은 유능한 인재들을 많이 쓸 수 있는 여력을 우리에게 주었다. 우리는 전세계에서 벌어들인 돈을 신제품개발에 투자했다. 처음부터 방향을 제대로 잡고 달려온 셈이었다. 이제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다. 통신비용이 공짜나 다름없어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지금 우리의 화두는 이것이다. 모든 가정과 사무실을 고속 통신망으로 연결한다는 아이디어는 우주개발계획 이후 처음으로 미국인의 상상력에 불을 당기고 있다. 아니 미국인만이 아니라 전세계인의 상상력에 불을 붙였다. 수천 개의 기업이 똑같은 미래상을 그리며 뛰어들고 있지만,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가, 중간단계들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어느 만큼의 추진력이 있는가에 따라 승패가 판가름날 것이다. 나는 사업구상에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 편이다. 그만큼 내가 하는 일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정보고속도로에 관한 생각을 주로 한다. 20년 전 마이크로칩 PC의 앞날에 대해서 생각할 때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나도 자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택한 길을 고수했으며, 안개가 걷히면 그것이 우리가 원하던 바로 그 일이었음이 드러날 것이라고 믿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불확실한 요인이 많지만, 내 느낌은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피를 말리는 긴장의 순간도 있지만 그만큼 즐겁기도 하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개인들과 기업들이 정보고속도로의 구축에 필요한 요소들을 만드는 데 자신의 사활을 걸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지금 우리가 있는 곳에서 새로운 기술발전의 잠재성을 충분히 발현할 수 있는 지점까지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를 모색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쨌는 지금은 흥미로운 시기다. 여기에 참여한 기업의 입장에서도 그렇지만, 새로운 혁명의 장점을 깨닫고 있는 모든 개인의 입장에서도 그렇다. 제2장 정보시대의 개막 THE BEGINNING OF THE INFORMATION AGE 처음 정보시대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철기시대와 청동기시대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이 새로은 물질로 도구와 무기를 만들어 쓰던 시대를 가리키는 특수한 역사 용어였다. 그러다가 나는 천연자원이 아니라 정보의 장악을 두고 국가간의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언하는 학자들의 글을 읽었다. 참으로 신기한 소리였다. 도대체 그들이 말한 정보가 무엇을 뜻했을까? 정보가 미래를 규정한다는 주장을 들으면 나는 1967년에 만들어진 영화 졸업(The Graduate)'에 나오는 유명한 파티 장면이 떠오른다. 더스틴 호프먼이 분한 대학 졸업생 벤저민을 한 기업인이 붙들고 늘어진다. 그리고 청하지도 않았는데 장래 진로를 위한 조언을 한 마디 한다. 성형외과에 가보게. 만일 그 파티 장면이 몇십 년 뒤에 씌어졌더라면 아마 그 기업인의 말은 이렇게 달라졌으리라. 한 마디 충고하지, 벤저민. 정보 를 잡게. 나는 미래의 사무실에서 오갈 시시껄렁한 잡담도 상상해보았다. 자네, 정보는 얼마나 갖고 있나? 스위스는 정보가 많아서 대국이래! 정보 주가가 올라간다는구만! 말도 안되는 소리로 들릴 것이다. 정보는 청동이나 철처럼 만질 수도 없고 측정하기도 곤란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는 우리에게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정보혁명은 이제 시작되었다. 통신비는 과거에 컴퓨터 가격이 그랬던 것처럼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다. 통신비가 대폭 내려가고 다른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과 맞물리면 정보고속도로 는 열성적인 기업인이나 들뜬 정치인이 부르짖는 한낱 구호로 그치지는 않게 될 것이다. 그것은 전기 처럼 세상 구석구석에 깔릴 것이다. 정보가 왜 그토록 중요한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기술의 발달로 우리가 정보를 다루는 방식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알아보기로 하자. 이 장에서는 그 점을 중점적으로 설명하겠다.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은 컴퓨터의 원리와 역사에 대한 지식이 없는 독자를 위해 씌어졌다. 그런 배경 지식이 있어야 이 책 전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그런 사람이 적지 않겠지만, 디지털 컴퓨터의 원리를 아는 사람은 이 장을 건너뛰어서 3장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미래의 정보에서 우리가 확인하게 될 근본적인 차이점은 거의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적잖은 인쇄물이 이미 전자 데이터로 디스크나 CD롬에 저장되고 있다. 신문, 잡지도 일단 컴퓨터로 편집되고 보관된다. 전자정보는 원한다면 컴퓨터 데이터베이스에 영원히 저장할 수 있다. 언론사의 거대한 정보은행을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사진, 필름, 비디오가 모두 디지털 정보로 변환되고 있다. 정보를 수량화하여 원자처럼 미세한 수많은 정보영역에 저장되도록 하는 방법이 해마다 크게 발전하고 있다. 일단 디지털 정보만 저장되어 있으면, 사용권과 PC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그것을 검색하고 비교하고 활용할 수 있다. 정보를 조작하고 변환하는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정보처리속도도 눈부시게 빨라진다는 것이 이 시대의 특징이다. 디지털 정보를 싸고 빠르게 처리하고 전달해주는 컴퓨터의 능력은 가정과 사무실에서 기존의 통신장비를 바꾸어놓을 것이다. 도구를 써서 수를 계산한다는 발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서양에서는 1642년 프랑스의 과학자 블레즈 파스칼이 19살의 나이로 기계식 계산기를 발명했지만, 동양에서는 이미 5,000년 전부터 주판이 쓰이고 있었다. 그로부터 30년 뒤 독일의 수학자 곳프리트 폰 라이프니츠는 파스칼의 계산기를 개량하여 단계적 계산기(Stepped Reckoner)'를 만들었다. 그것은 곱셈 나눗셈은 물론 제곱근까지 계산할 수 있었다. 단계적 계산기의 개량품으로 나온, 다이얼과 기어로 움직이는 기계식 계산기는 정확해서 전자 계산기가 나올 때까지 상업분야에서 폭넓게 쓰였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금전등록기는 돈 넣는 서랍에 기계식 계산기를 단 것이었다. 150년 전 통찰력 있는 영국의 한 수학자가 컴퓨터의 가능성에 눈을 떴다. 그런 통찰력 덕분에 그는 생전에 벌써 이름을 날렸다. 케임브리지 대학 수학교수였던 찰스 배비지는 일련의 계산을 처리할 수 있는 기계장치를 구상했다. 1830년대에 벌써 그는 정보를 일단 수로 바꾸어야 그 정보를 기계로 처리할 수 있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배비지가 구상한 증기작동기계는 새로운 산업시대의 상징물이었던 톱니바퀴, 실린더, 고정쇠 같은 기계부품을 사용할 예정이었다. 배비지는 이 해석기관(Analytical Engine)'이 정확성을 보장하면서 계산의 고역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킬 것이라고 믿었다. 오늘날의 컴퓨터를 구성하는 부품에 대해서 배비지가 알 리 만무했다 그는 자기 기계의 핵심부, 곧 중앙처리장치를 공작소 라고 불렀다. 기억장치는 창고 라고 이름지었다. 배비지는 창고에서 꺼낸 면화로 새로운 직물을 만드는 공정으로 정보처리과정을 상상한 듯싶다. 비록 해석기관은 기계식이었지만, 배비지는 그럿이 여러 종류의 명령어군을 처리하여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따지고 보면 그것이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는 특정한 과제를 처리하는 방법을 기계에게 제시하는 포괄적인 규칙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배비지는 이 명령어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혀 새로운 종류의 언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수, 문자, 화살표 같은 부호로 그런 언어를 고안했다. 그는 변화된 상황에 맞추어 작동방식을 수정할 수 있게 해주는 조건명령어를 길게 조합하여 해석기관을 프로그램 할 수 있었다. 배비지는 하나의 기계가 수많은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데 착안한 최초의 사람이었다. 다음 세기의 수학자들은 베비지가 터놓은 물꼬를 부지런히 넓혔다. 드디어 1940년대 중반 배비지의 해석기관 원리에 바탕을 둔 전자 컴퓨터가 만들어졌다. 최초의 전자 컴퓨터를 누가 개발했는가를 정확히 가려내기란 어렵다. 2차대전 기간중 극도의 보안 속에 미국과 영국에서 컴퓨터를 연구개발하려는 노력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앨런 튜링, 클로드 섀넌, 존 폰 노이만이 그중에서도 특히 많은 기여를 했다. 배비지처럼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의 일급 수학자였던 앨런 튜링은 1930년대에 오늘날 튜링 머신이라고 알려진 기계를 고안했다. 튜링 머신은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거의 모든 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개발한 범용 계산기계였다. 클로드 섀넌은 아직 학생이던 1930년대 말 논리 명령을 수행하는 기계가 정보를 처리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학위논문의 주제이기도 했던 이 발견의 내용은 참이면 닫히고 거짓이면 열리는 컴퓨터 회로가, 참 을 1로 거짓 을 0으로 나타내서 논리연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2진법이다. 2진수는 부호이며 전자 컴퓨터의 알파벳이다. 2진수는 컴퓨터가 모든 정보를 번역하고 저장하고 활용하는 데 쓰는 기본 언어다. 당신의 방을 250와트짜리 전구로 밝힌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당신은 조명을 0와트에서 250와트까지 자유롭게 조절하고 싶다. 먼저 회전식 조명 스위치를 250와트 전구에 연결하는 방법이 있다. 완전히 어둡게 하려면 스위치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끝까지 돌리면 된다. 최대한으로 밝게 하려면 시계 방향으로 끝까지 돌린다. 중간 정도의 밝기를 원한다면 양 극단 사이의 적당한 지점까지 스위치를 돌린다. 이 시스템은 사용하기는 쉽지만 한계가 있다. 스위치가 중간 위치에 있으면 -가령 조명이 중간 정도의 밝기라면-당신은 밝기를 눈대중으로밖에는 알 수 없다. 사용되는 전력의 양이 얼마이며 스위치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 당신의 지식은 어디까지나 근사치에 머물기 때문에 그것을 저장하거나 재생하기가 곤란하다. 다음주에 똑같은 밝기로 전등을 켜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느 만큼 돌려야 할지를 알기 위해 스위치 판에다 표시를 해놓을 수도 있지만, 정확하지가 않다. 다른 밝기로 전등을 켜고 싶다고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만일 친구가 당신과 똑같은 밝기의 조명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치자. 스위치를 시계방향으로 5분의 1쯤 돌리라 든가 화살표가 2사 방향에 올 때까지 스위치를 돌리라 고 친구에게 말해줄 수 있으리라. 하지만 친구의 조명은 어디까지나 근사치에 머문다. 만일 당신의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그 정보를 전하고, 그 친구는 또 다른 친구에게 그것을 전한다고 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보가 한 다리를 건널 때마다 정확도는 점점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이 아날로그 형태로 저장되는 정보의 단점이다. 조명들의 스위치는 전구의 밝기에 대한 아날로지, 곧 비슷한 꼴을 제공한다. 스위치가 절반 가량 돌아가면 당신은 사용 가능한 전력의 약 절반을 쓰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스위치를 어느 만큼 돌렸는지 측정하거나 남에게 설명할 때, 실은 밝기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밝기의 비슷한 꼴에 대한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아날로그 정보도 취합하고 저장하고 재생할 수는 있지만 부정확하다. 매번 전달될 때마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제 방의 밝기를 기술하는 전혀 다른 방식을 알아보기로 하자. 정보를 저장하고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똑같지만 이것은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방식이다. 모든 정보는 오직 0과 1만을 써서 수로 변환할 수 있다. 0과 1로만 표현되는 수를 2진수라 한다. 0과 1은 각각 비트라고 부른다. 일단 수로 변환된 정보는 컴퓨터 안에 기다란 비트의 나열로 입력 저장될 수 있다. 이런 수들을 디지털 정보 라 일컫는다. 당신이 250와트짜리 전구 하나가 아닌, 밝기가 1에서 128까지 2배씩 높아지는 여덟 개의 전구를 갖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 전구들 하나하나는 별도의 스위치에 연결되어 있고 가장 와트수가 낮은 전구가 오른쪽에 놓인다. 그런 배열을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스위치들을 켜고 끔으로써 당신은 조명을 0와트(모든 스위치를 끈다)에서 255와트(모든 스위치를 켠다)까지 1와트 단위로 키울 수 있다. 즉 당신에게 256가지의 가능성이 주어진 것이다. 1와트 밝기로 하고 싶으면 1와트 전구에 연결된 가장 오른쪽의 스위치를 켜면 된다. 2와트로 하고 싶으면 2와트 전구만 켜면 된다. 3와트로 하고 싶으면 1와트 전구와 2와트 전구를 켠다. 1과 2를 더하면 3이 되기 때문이다. 4와트로 하고 싶으면 4와트 전구를 켠다. 5와트로 하고 싶으면 4와트 전구와 1와트 전구를 켠다. 250와트로 하고 싶으면 4와트 전구와 1와트 전구를 제외한 모든 전구를 켠다. 저녁식사를 하기에 가장 알맞은 실내조명이 137와트라면 128와트 전구, 8와트 전구, 1와트 전구를 켜면 된다. 이 시스템은 현재의 밝기를 기록했다가 나중에 다시 쓰거나, 똑같은 밝기의 조명을 원하는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할 때 정확성을 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2진 정보를 기록하는 방식은 만국 공통이므로-오른쪽이 가장 작은 수이며 왼쪽으로 2배씩 커진다-어떤 와트수의 전구인지를 일일이 확인할 필요가 없다. 켜짐 꺼짐 꺼짐 꺼짐 켜짐 꺼짐 꺼짐 켜짐 식으로 스위치의 상태만 기록하면 된다. 그 정보만 있으면 친구는 당신의 방과 같은 137와트의 밝기를 충실히 재현할 수 있다. 중간에 실수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이런 정보는 백만 단계를 거친다 하더라도 최종값은 똑같이 137와트로 나올 것이다. 기호를 좀더 간단히 만들면 꺼짐 은 0으로 켜짐 은 1로 바꿀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첫째, 다섯째, 여덟째를 켜고 나머지는 끄라는 지시를 내리고 싶을 경우, 켜짐 꺼짐 꺼짐 꺼짐 켜짐 꺼짐 꺼짐 켜짐 대신 1,0,0,0,1,0,0,1 또는 10001001이라고만 적으면 된다. 이것이 2진수다. 여기서 2진수 10001001은 137을 가리킨다. 당신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알린다. 완벽한 밝기를 알아냈어! 10001001이야. 해보라구. 당신의 친구는 필요한 스위치만 껐다 켰다 하여 같은 밝기를 정확히 얻을 수 있으리라. 광원의 밝기를 묘사하는 방법치고는 다소 복잡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것은 현대의 모든 컴퓨터가 기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2진 표현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든 하나의 예다. 2진 표현은 전자회로를 활용하여 컴퓨터를 만들 수 있게 해주었다. 이 방법이 처음으로 도입된 것은 2차대전 때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무어 전자공학 대학원에서 프레스퍼 에커트와 존 모클리가 이끄는 일군의 수학자들이 전자식 수리 적분 계산기 곧 에니악(ENIAC)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에니악은 탄도표를 작성하기 위한 계산을 빠르게 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에니악은 컴퓨터라기보다는 계산기에 가까웠지만, 기계식 계산기처럼 바퀴를 통한 점멸 위치에 의해서가 아니라 진공관 스위치 를 이용하여 2진수를 나타냈다. 이 거대한 기계를 조작하는 부대에 배속된 군인들은 삐걱거리는 부식 운반용 손수레에다 진공관을 가득 싣고 동분서주했다. 진공관이 하나라도 나가면 에니악은 작동이 중지되었고, 그렇게 되면 탈이 난 진공관을 찾아내 재빨리 새 것으로 바꿔야 했다.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일설에 따르면 진공관을 자주 갈아야 했던 것은 진공관에서 나오는 열과 빛이 나방을 불러들였고 이 나방이 거대한 기계 안으로 날아들어와서 회로를 차단시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컴퓨터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종종 나타나는 사소한 고장을 뜻하는 버그(bug) 라는 말의 어원도 새롭게 조명되어야 하겠다. 모든 진공관에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엔지니어들이 6,000개의 전선을 일일이 손으로 연결해놓아야 에니악은 비로소 문제풀이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다른 종류의 함수를 계산하게 하려면 엔지니어들은 전선을 매번 다시 깔아야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미국의 과학자 존 폰 노이만이다. 노이만은 모든 디지털 컴퓨터가 지금도 채택하고 있는 기본틀을 마련했다. 요즘도 노이만 아키텍처 라 불리는 이것은 노이만이 1945년에 제시한 이론에 바탕을 두로 있다. 그 이론에서 노이만은 컴퓨터 기억장치 안의 저장명령만 바꾸면 회로접속을 바꾸는 번거로운 작업을 피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앴다. 이 착상이 실현된 순간 오늘날의 컴퓨터가 태어났다. 요즘 컴퓨터에 쓰이는 두뇌는 1970년대에 폴과 내가 충격을 받았던 마이크로프로세서의 후예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PC의 성능은 거기에 장착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한 번에 몇 비트의 정보(앞서 예로 든 전구에서는 스위치의 개수)를 처리할 수 있는가, 다시 말해서 기억용량이 몇 바이트(8비트의 묶음)인가에 따라 평가한다. 에니악의 무게는 30톤이었고 방 하나를 다 차지했다. 그 안에서 계산을 위한 전기신호는 1,500개의 전기기계식 중계장치와 17,000개의 진공관을 통과했다. 한 번 전원을 넣으면 15만 와트의 전기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그러나 에니악이 저장할 수 있는 문자정보의 양은 고작 80개였다. 1960년대에 이르자 가전제품에서 트랜지스터가 진공관을 대신하게 되었다. 벨 연구소에서 얇은 실리콘 박편이 진공관과 동일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지 10여 년 뒤의 일이었다. 트랜지스터는 진공관처럼 전기 스위치 작용을 하지만 전기 소모량이 훨씬 적었다. 따라서 발생되는 열도 적었고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았다. 여러 개의 트랜지스터 회로를 하나의 칩에서 결합하여 집적회로를 만들 수 있었다. 우리가 요즘 쓰는 컴퓨터 칩은 손톱만한 실리콘 안에 수백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쌓아올린 집적회로다. 1977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지에 실린 논문에서 인텔을 설립한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인 바브 노이스는 인텔이 개발한 300달러짜리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컴퓨터 시대의 태동기에 나방에 시달리던 공룡 에니악과 비교하며 이렇게 말했다. 꼬마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속도가 스무 배는 빠르고 기억용량도 크며 몇천 배나 더 믿음직스럽다. 소모하는 전기량도 기관차급이 아니라 전구급이며 덩치는 3만분의 1, 가격은 1만분의 1이다. 우편주문으로도 구입할 수 있고 근처 상점에서도 살 수 있다. 물론 1977년의 마이크로프로세서도 지금 보면 장난감 같다. 실제로 소형 컴퓨터 혁명을 일으켰던 1970년대의 칩보다 더 강력한 성능을 가지 컴퓨터 칩을 장착하고도 비싸지도 않은 장난감이 요즘에는 길가에 널려 있다. 그러나 크기나 용량과는 상관없이 오늘날의 모든 컴퓨터는 2진수로 저장된 정보를 처리한다. 2진수는 PC에 글을 저장하고 콤팩트 디스크에 음악을 저장하고 은행의 현금 자동입출금기에 돈을 저장하는 데도 사용된다. 정보를 컴퓨터 안으로 집어넣으려면 먼저 2진수로 바꾸어야 한다. 디지털 장치는 그렇게 변환된 정보를 다시 원래의 유용한 형태로 바꾼다. 각각의 장치가 스위치를 넣거나 끊으며 전자의 흐름을 조절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대개 실리콘으로 된 이 스위치들은 아주 작기 때문에 전기 변화를 번개처럼 짧게 주어도 컴퓨터 화면에 글을 띄우고 CD플레이어를 통해 음악을 내보내며 현금 자동입출금기에 돈을 결제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전등 스위치의 예를 통해 우리는 어떤 수든 2진수로 표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럼 글은 어떻게 2진수로 표시될까? 약속에 따라 A는 65, 곧 01000001이 된다. B는 66, 그러니까 01000010이다. 띄어쓰기는 32, 곧 00100000이다. 따라서 Socrates is a man"(소크라테스는 남자다)이라는 문장은 다음처럼 136자리의 1과 0으로 표현될 수 있다. 01010011 01101111 01100011 01110010 01100001 01110100 01100101 01110011 00100000 01101001 01110011 00100000 01100001 00100000 01101101 01100001 01101110 문장 한 줄을 2진수로 나타내기는 비교적 쉽다. 다른 종류의 정보가 어떻게 디지털화 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먼저 그런 종류의 아날로그 정보의 예를 들어보겠다. 레코드는 소리의 진동을 아날로그로 표현한 것이다. 레코드는 음향정보를 미세한 흘림선으로 기록한다. 레코드의 기다란 나선형 홈이 이 자국이다. 어떤 악절의 소리가 커지면 흘림선이 더 깊은 홈을 파며, 음정이 높아지면 흘림선이 더 촘촘해진다. 홈의 흘림선은 최초의 진동음, 다시 말해서 마이크가 포착한 음파의 아날로그다. 턴테이블의 바늘이 홈을 따라 이동하면 바늘은 미세한 흔적에 맞추어 진동한다. 여전히 처음 소리의 아날로그 형태인 이 진동이 증폭되어 스티커를 통해 음악으로 흘러나오는 것이다. 정보를 아날로그 형태로 저장하는 모든 장치가 가진 결함을 레코드도 고스란히 갖고 있다. 레코드 표면에 묻은 먼지, 지문, 또는 긁힌 자국이 바늘의 진동을 흐트러뜨리면 소리가 튀거나 잡음이 생긴다. 레코드가 정상속도로 돌아가지 않으면 소리의 고저도 부정확해진다. 레코드를 틀 때마다 바늘은 레코드 표면의 미세한 흘림선을 약간씩 닳게 만들고, 따라서 소리의 재생력은 갈수록 떨어진다. 레코드에 수록된 노래를 테이프에다 녹음하면 레코드의 결함이 테이프에 그대로 전이될 뿐 아니라 새로운 결함이 추가된다. 카세트 테이프 역시 대개 아날로그식이기 때문이다. 재녹음이 거듭될수록 정보의 질은 떨어진다. CD에서 음악은 일련의 2진수로 저장된다. 음악을 구성하는 정보의 한 비트는 CD 표면에 있는 미세한 구멍(또는 스위치)으로 표현된다. 요즘의 CD는 50억 개 이상의 구멍을 갖고 있다. CD 플레이어 안의 레이저 반사광이 구멍 하나하나를 읽어 0의 위치인지 1의 위치인지를 판독한 다음 그 정보를 재조합하여 특수한 전기신호를 보내면 스피커가 이것을 음파로 바꾸어 원래의 음악을 내보낸다. 디스크를 아무리 여러 번 틀어도 음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모든 것을 디지털 정보로 바꾸는 것은 분명히 편리한 방법이지만 비트의 양이 너무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자연히, 처리되어야 할 정보의 양이 컴퓨터의 기억용량을 초과하거나 컴퓨터 전송시간이 길어진다. 디지털 데이터를 압축시켜서 저장하거나 전송한 다음 그것을 원래의 형태로 확장시키는 컴퓨터 기술이 그래서 날로 각광을 받고 있다. 컴퓨터가 어떻게 그런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는지를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 1930년대에 정보를 2진수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아낸 수학자 클로드 섀넌이 여기서도 큰 기여를 했다. 섀넌은 정보를 불확실성의 감소로 정의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가령 당신이 토요일임을 알고 있을 때 누군가가 당신에게 토요일임을 알려주면 당신이 얻은 정보는 하나도 없다. 반대로, 당신이 요일을 모르는데 누군가가 토요일임을 알려주면 당신에게는 정보가 주어진 셈이다. 불확실성이 감소되었기 때문이다. 섀넌의 정보이론은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었다. 그중의 하나가 컴퓨터와 통신에 모두 중요한 효율적인 데이터 압축법이다. 섀넌의 주장은 명쾌했다. 독특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데이터는 중복되는 내용이므로 제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문편집자가 제목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단어를 빼버리고, 사람들이 전보를 치거나 신문광고를 낼 때 가급적 단어를 줄이는 것도 같은 원리다. 섀넌은 일례로 영어에서 q다음에 항상 뒤따라나오는 u를 든다. q다음에 u가 나온다는 것은 누구나 알기 때문에 u는 전보문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 섀넌의 이론은 소리와 그림을 압축하는 데 두루 활용되었다. 1초 길이의 비디오를 이루는 30장의 개별 필름 안에는 중복되는 정보가 많다. 원래의 정보가 2,700만 비트라면 그것을 100만 비트로 줄여 전송할 수 있다. 그렇게 줄여도 보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그러나 압축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앞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저곳으로 보내야 할 비트의 양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트는 동선이나 공중파를 통해, 또는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전달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보고속도로의 중추신경이 바로 광섬유다. 광섬유는 유리나 플라스틱으로 된 아주 부드럽고 투명한 물질이다. 어느 정도로 투명한가 하면, 100킬로미터 두께의 광섬유 맞은편에서 타고 있는 촛불을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다. 광선으로 변조된 2진 신호는 이 광섬유를 통해 멀리 전달된다. 광섬유를 흐르는 신호는 동선을 이용하는 신호와 빠르기가 같다. 모두 광속으로 움직인다. 광섬유의 큰 장점은 대역폭이 넓다는 데 있다. 대역폭은 1초 동안 회로를 통해 전달될 수 있는 정보의 양을 말한다. 도로를 예로 들면, 먼지가 폴폴 날리는 좁은 시골길보다는 8차선 고속도로가 더 많은 차량을 오가게 할 수 있다. 대역폭이 커질수록 더 많은 차선을 통해서 더 많은 차량이 달릴 수 있다. 1초 동안에 각 회로를 통과하는 정보의 양도 당연히 늘어난다. 문자나 음성을 전송하는 데 쓰이는 제한된 대역폭을 가진 케이블을 협대역 회로(narrow-band circuit) 라고 부른다. 영상이나 제한적인 동화상을 전달하는 좀더 용량이 큰 케이블은 중간대역(mid-band) 능력 을 가졌다고 말한다. 멀티미디어를 전송하는 더 넓은 대역폭을 가진 케이블은 광대역 능역을 가졌다고 말한다. 정보고속도로는 압축기술을 활용하겠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큰 대역폭이 요구된다. 우리가 쓸모있는 정보고속도로를 아직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현재의 통신망은 새로운 종류의 모든 통신을 충분히 수용할 만큼 대역폭이 넓지 못하기 때문이다. 광섬유 케이블이 구석구석까지 깔려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광섬유 케이블은, 배비지는 물론 심지어 에커트나 모클리조차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기술발달의 대표적인 예다. 광섬유와 마찬가지로 칩의 용량과 처리속도도 빠르게 발전했다. 뒤에 바브 노이스와 함께 인텔을 창립하는 고든 무어는 1965년 컴퓨터 칩의 용량이 매년 두 배씩 커지리라고 예상했다. 무어는 과거 3년 동안 컴퓨터 칩의 가격과 성능을 비교 조사하여 얻은 수치를 바탕으로 미래의 추세를 점쳤던 것이다. 사실 무어는 그런 향상 속도가 오래 유지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10년이 지났을 때 무어의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그는 다시 컴퓨터 칩의 용량이 2년에 두 배씩 커지리라고 전망했다. 오늘날까지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18개월에 2배씩 늘어나는 이 향상률을 전문가들은 무어의 법칙 이라 부른다. 수가 2배씩 자꾸자꾸 커진다는 것-이것을 전문용어로는 지수함수적으로 늘어난다고 한다-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인지를 일상생활에서는 잘 실감하지 못한다. 우화를 통해 이를 이해해보자. 인도의 시람왕은 한 신하가 체스 놀이를 발명한 것을 가상히 여겨 그에게 소원 하나를 들어주마고 했다. 그러자 신하가 입을 열었다. 폐하, 체스판의 첫째 칸은 밀 한 톨, 둘째 칸은 밀 두 톨, 셋째 칸은 밀 네 톨, 이런 식으로 두 배씩 쳐서 예순네 개의 칸에 해당하는 밀을 저에게 주십시오. 왕은 신하의 욕심 없는 마음에 감복하여 밀 한 자루를 가져오라고 일렀다. 왕은 약속한 낟알을 헤아려 체스판 위에 놓으라고 지시했다. 첫째 칸에는 곡식 한 톨이 놓였다. 둘째 칸에는 곡식 두 톨이 놓였다. 셋째 칸에는 네 톨, 다시 여덟, 열여섯, 서른둘, 예순넷, 백스물여덟 톨이 각각 놓였다. 첫째줄의 여덟째 칸에 이르러 시람왕의 시종은 모두 256톨의 밀을 헤아렸다. 그래도 왕은 걱정하지 않았다. 예상보다 많은 밀이 체스판 위에 놓인다고는 생각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밀 한 톨을 세는 데 1초가 걸린다고 가정할 때 지금까지 곡식을 헤아리는 데 걸린 시간은 모두 4분이었다. 한줄을 4분 안에 끝낸다면 예순네 칸에 들어갈 밀알을 모두 헤아리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네 시간? 나흘? 사 년? 두 줄이 끝나갈 무렵 시종은 65,530여 개의 낟알을 헤아리고 있었다. 약 18시간이 경과했다. 셋째 줄의 마지막인 스물넷째 칸의 1,680만 개의 낟알을 헤아리는 데 194일이 걸렸다. 아직도 채워야 할 칸은 마흔 개가 더 남아 있었다. 왕은 신하와의 약속을 깨뜨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 칸에는 18,446,744,073,709,551,616개의 낟알을 놓아야 하는데 그걸 모두 세려면 5,840억 년이 걸린다. 현재 지구의 나이는 45억 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시람왕은 어는 순간에 가서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신하의 목을 벴다고 한다. 이처럼 지수함수적 성장은 실로 무섭다. 무어의 법칙은 앞으로 20년은 더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은 하루가 꼬박 걸리는 계산도 속도가 1만 배나 빨라지는 20년 뒤에는 10초도 채 안 걸릴 것이다. 일선 연구소에서는 이미 펨토세컨드 단위로 점멸하는 탄도 트랜지스터를 운영하고 있다. 펨토세컨드는 1/1,000,000,000,000,000초, 말하자면 지금의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장착된 트랜지스터 점멸시간보다 천만배나 짧은 시간이다. 전류가 흐르는 회로의 크기를 축소함으로써 이동하는 전자들이 서로 충돌하는 현상을 막은 것이 이런 빠르기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이것이 발전하면 단일 전자 트랜지스터 가 등장할 것이다. 이 트랜지스터에서는 전자 1개가 정보 1비트를 나타낸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법칙에 따르면 더 이상의 효율적인 트린지스터는 불가능하다. 분자 수준으로 크기를 줄이면 속도도 엄청나게 빨라질 것이므로 컴퓨터도 깨알처럼 작아질 것이다. 우리는 이 초고속 컴퓨터의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론적으로는 이미 알고 있다. 기술적인 난점민 해결된다면 이런 컴퓨터가 속속 등장할 것이다. 충분한 속도만 확보된다면 정보의 저장은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이다. 1983년 봄 IBM은 하드 디스크가 달린 IBM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 XT를 선보였다. 저장장치로 내장된 하드 디스크는 10메가(바이트)의 정보를 담을 수 있었다. 이미 컴퓨터가 있는 사람은 기존 컴퓨터에다 10메가짜리 하드 디스크를 추가로 장착할 수 있었다. IBM은 별도의 전원이 마련된 이 하드 디스크를 3,000달러에 판매했다. 1메가당 300달러였다. 무어의 법칙에 따른 지수함수적 발전 덕분에 개인용 컴퓨터는 1.2기가바이트-12억 개의 문자정보-급의 하드 디스크를 250달러에 장착할 수 있게 되었다. 1메가당 21센트에 불과하다! 앞으로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테라바이트(조) 단위의 정보를 호두알만한 크기에 저장할 수 있는 홀로그래픽 메모리도 출현할 것이다. 사람 주먹만한 크기의 홀로그래픽 메모리면 미국 의회도서관의 모든 장서를 수록할 수 있다. 지수함수적 발전 덕분에 지금의 2,000달러짜리 PC가 20년 전에 천만달러를 호가하던 IBM 대형 컴퓨터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갖게 된 것처럼, 디지털화가 이루어질수록 통신기술도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집안의 모든 디지털 데이터를 처리해주는 통신선이 각 가정마다 깔릴 것이다. 그 통신선은 지금의 장거리통화에 쓰이는 광케이블일 수도 있고 케이블 텔레비전에 쓰이는 동축 케이블일 수도 있다. 음성으로 판명되면 디지털 신호는 전화벨을 울릴 것이다. 비디오 영상으로 판명된 신호는 텔레비전에 나타날 것이다. 온라인 뉴스 서비스는 인쇄된 종이나 컴퓨터 화면에 화상으로 전달될 것이다. 통신망을 연결하는 그 개별 통신선은 전화, 영화, 뉴스만을 전하는 게 아닐 것이다. 그러나 투박한 칼을 썼던 석기시대의 인간이 기베르티(이탈리아 르네상스 초기의 뛰어난 조각가-역주)가 만든 피렌체의 세례당 청동문을 상상할 수 없었듯이, 우리도 앞으로 25년 뒤에 정보고속도로를 타고 어떤 것이 오갈지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다. 고속도로가 완성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되리라.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의 디지털 혁명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는 미래에 전개될 몇가지 중요한 원리와 가능성을 이해하게 되었다. 제3장 컴퓨터 산업계 최후의 패자 LESSONS FROM THE COMPUTER INDUSTRY 성공은 별로 좋은 스승이라 할 수 없다. 성공은 똑똑한 사람에게 나는 실패하지 않는다는 착각을 심어준다. 성공에 자만하는 사람의 미래는 위험하다. 8트랙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 진공관 TV, 대형 컴퓨터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은 최신 기술, 완벽한 사업계획처럼 보이는 것이 하루아침에 구닥다리로 전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나는 두 눈으로 그것을 목격했다. 오랜 기간을 두고 이루어진 수많은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세심하게 관찰하면 미래의 전략을 수립하는 데 지침이 될 만한 원칙을 발견할 수 있다. 정보고속도로에 투자하는 기업들은 지난 20년 동안 컴퓨터 산업에서 발견된 크고 작은 오류를 가급적 피하고 싶을 것이다. 대다수의 오류는 몇가지 중요한 요소를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상승나선효과와 하강나선효과, 흐름을 뒤쫓지 않고 선도할 수 있는 안목, 하드웨어에 대한 소프트웨어의 비중, 호환성과 그것이 낳은 상승작용 등이 그런 요소에 포함될 것이다. 이제까지의 상식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어제의 상식은 어제의 시장에서만 통용된다. 지난 30년 동안 컴퓨터 하드웨어 맟 소프트웨어 시장은 확실히 기존의 시장과는 판이한 발전양상을 보여주었다. 한때 천문학적인 매상을 올리고 수많은 고객을 거느리던 굴지의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자취를 감추었다. 애플, 컴팩, 로터스, 오러클, 선, 마이크로소프트처럼 무일푼에서 출발한 신생기업들이 눈깜박할 사이에 수십억 달러의 매출액을 올리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나는 이 젊은 기업들의 성공이 부분적으로는 내가 상승나선곡선 이라고 부르는 요소에 의해 촉진되었다고 본다. 투자자들은 좋은 제품을 가진 기업에 관심을 두고 그 기업에 돈을 대려고 한다. 여기저기서 인재들이 모여든다. 장래성 있는 유망한 기업에서 일하고 싶기 때문이다. 인재 하나가 문을 두드리면 또 다른 인재가 찾아온다. 유능한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여서 일하고 싶어한다. 절로 신바람이 난다. 협력업체와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며 상승나선곡선이 이어진다. 다음번에도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와는 반대로 기업이 휘말릴 수 있는 하강나선곡선이라는 것도 있다. 상승나선곡선을 타는 기업은 지향점을 갖고 있는 반면, 하강나선곡선을 긋는 기업에는 몰락의 기운이 감돈다. 어떤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거나 새로 나온 제품이 신통치 않으면 세간의 평가가 달라진다. 왜 그런 회사를 다니지? 다른 회사에 투자하지 그래? 그 회사 물건은 안 사는 게 좋다니까. 언론과 투자분석가는 냄새를 맡고 누가 싸웠다느니 누구의 경영 잘못 때문이라느니 따위의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한다. 소비자는 그 회사의 제품을 앞으로도 계속 사야 할 것인지 고민에 빠진다. 병든 기업은 모든 것을 의심받는다. 아무리 잘해도 빛이 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전략을 수립해도 사람들은 고루한 방식을 고수할 뿐 이라며 색안경을 끼고 대한다. 회사는 점점 수렁에 빠져든다. 그래서 하강나선곡선을 반전시킨 리 아이아코카 같은 사람이 위대한 인믈로 대접받는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한창 잘 나가던 회사는 DEC, 곧 디지털 이퀴프먼트사였다. 20년을 이어온 그 기업의 상승나선곡선은 도저히 멈춰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DEC를 창업한 전설적인 인믈 켄 올슨은 나에게는 영웅이며 신과 같은 존재였다. 1960년 그는 최초의 소형 컴퓨터를 내놓아 소형 컴퓨터 산업에 초석을 마련했다. 제일 먼저 나온 것이 내가 고등학교 때 써본 PDP-8의 원조격인 PDP-1이다. 사람들은 수백만 달러를 주고 IBM의 공룡 을 사느니 차라리 12만 달러를 주고 PDP-1을 구입했다. PDP-1은 대형 컴퓨터의 성능에는 못 미쳤지만 그래도 다양한 쓰임새를 갖고 있었다. DEC는 다종다양한 컴퓨터를 속속 내놓아 8년 만에 연 매출이 67억 달러에 이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나자 DEC는 휘청거렸다. 올슨은 소형 탁상용 컴퓨터가 주도하는 미래를 예견하지 못했고 결국 DEC에서 물러나야 했다. 올슨은 개인용 컴퓨터를 한때의 유행이라고 줄기차게, 그것도 공개적으로 강변한 인물로 적잖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나는 올슨을 떠올릴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든다. 그는 제품을 혁신하는 데 남다른 안목을 가지고 오랫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차 하는 순간 그만 나락으로 떨어졌던 것이다. 왕 안도 남다른 비전을 갖고 있다가 중도탈락한 인물이다. 중국계 이민인 그는 왕 연구소를 차려 1960년대에 전자계산기 공급시장을 주도했다. 1970년대에 들어 왕 안은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전자계산기 시장에서 과감히 손을 뗐다. 만일 계산기 시장을 계속 고수했더라면 곧바로 불어닥친 가격경쟁 바람에 휘말려 아마 도산하고 말았으리라. 결과적으로 그는 현명한 판단을 한 셈이었다. 기업조직을 개편한 왕 안은 워드프로세서 시장에 뛰어들어 다시 정상에 올라섰다. 세계 전역의 사무실에서 타자기가 왕 워드프로세서에게 자리를 내주기 시작했다. 왕 워드프로세서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장착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개인용 컴퓨터라고 볼 수는 없었다. 오직 문서편집기능만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왕은 앞서가는 엔지니어였다. 계산기 시장을 포기했던 통찰력이라면 1980년대의 PC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도 충분히 성공을 거둘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그는 두 번째 시장변화를 예견하는 데는 실패했다. 왕은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지만 그 소프트웨어는 그의 워드프로세서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워드스타, 워드퍼펙트, 멀티메이트(왕 소프트웨어의 모방작) 같은 문서편집용 소프트웨어를 처리할 수 있는 범용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한 순간부터 그의 소프트웨어는 무력해졌다. 만일 왕이 호환성을 갖춘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에 눈떴더라면 아마 오늘날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없었을 것이고 나는 그저 이름없는 수학자나 변호사로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겁없이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 뛰어들었던 젋은 시절은 그저 아련한 추억으로만 간직하고 있었으리라. PC 혁명과 함께 도래한 기술적인 변화를 간과한 또 하나의 대기업으로 IBM을 들 수 있다. IBM을 키운 주역은 금전등록기 세일즈맨 출신의 무서운 기업인 토머스 J. 왓슨이었다. 엄밀히 말해서 왓슨은 IBM을 창업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공격적인 경영에 힘입어 1930년대 초부터 IBM은 계산기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IBM은 1950년대부터 컴퓨터 사업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당시 수많은 기업들이 컴퓨터 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1964년까지만 하더라도 각각의 컴퓨터 모델은, 워낙 독자성이 강해서 심지어 같은 회사에서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별도의 운영체계와 응용 소프트웨어를 준비해야 했다. 운영체계(disk-operating system, 또는 줄여서 그냥 DOS라고도 부른다)는 컴퓨터 시스템의 구성요소들을 조정하고 통제하여 작업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총괄하는 기초 소프트웨어다. 운영체계가 없는 컴퓨터는 무용지물이다. 운영체계는 회계, 급료명세, 문서편집, 전자우편 같은 모든 웅용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토대라 할 수 있다. 컴퓨터의 가격이 다르면 내부설계도 달라졌다. 과학연구용 컴퓨터와 상업용 컴퓨터가 달랐다. 다양한 종류의 개인용 컴퓨터를 위한 베이식 프로그램을 작성하면서 나는 한 기종에서 다른 기종으로 소프트웨어를 옮길 때마다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코볼(COBOL)이나 포트란(FORTRAN) 같은 표준 프로그램 언어로 소프트웨어를 작성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IBM의 후계자로 지목되던 왓슨의 아들 톰의 지휘 아래 IBM은 구조기준화 사업에 착수, 자그마치 50억 달러를 투자했다. 구조기준화는 시스템/360 컴퓨터 시리즈에 포함된 모든 컴퓨터는 크기나 기종에 상관없이 동일한 명령어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야심만만한 구상이었다. 저속 컴퓨터에서 초고속 컴퓨터까지, 일반 사무실에 놓이는 소형 컴퓨터에서 벽면이 유리로 되고 냉방이 잘되는 방 안에 자리잡은 대형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구조적으로 차이가 나는 기종들이 같은 운영체계에 따라 움직였다. 소비자는 응용 프로그램과 디스크, 테이프 드라이브, 프린터 같은 주변장치를 이 모델에서 저 모델로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었다. 구조기준화는 컴퓨터 업계의 판도를 한껏 뒤흔들어놓았다. 시스템/360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IBM은 그후 30년 동안 대형 컴퓨터 시장을 장악했다. 소비자들은 360에 많은 투자를 했다. 소프트웨어와 그것을 운용하기 위한 훈련에 공을 들여도 헛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 큰 컴퓨터가 필요한 사람은 같은 시스템을 운용하며 구조적으로 동일한 IBM기종을 구입하면 그만이었다. 1977년 DEC도 VAX라는 독자적인 구조기준화 시리즈를 선보였다. VAX 계열의 컴퓨터는 탁상용 컴퓨터에서 대형 컴퓨터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했으며 시스템/360이 IBM을 성장시켰듯이 DEC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DEC는 소형 컴퓨터 분야의 선두주자로 급부상했다. 구조기준화에 성공한 IBM의 시스템/360과 그 후속작인 시스템/370은 경쟁사들을 따돌렸다. IBM의 위세에 눌려 다른 기업들은 감히 컴퓨터 시장에 뛰어들 엄두를 못 냈다. 그러나 1970년 IBM의 선임 엔지니어였던 유진 앰덜이 새로운 경쟁사를 설립했다. 앰덜에게는 참신한 사업계획이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따서 앰덜 이라고 이름붙인 그의 기업은 IBM 360 소프트웨어와 완벽한 호환성을 갖는 컴퓨터를 만든다는 구상하에 세워졌다. 앰덜이 만든 컴퓨터는 IBM 제품과 동일한 운영체계를 갖고 응용 프로그램을 너끈히 돌렸을 뿐 아니라 가격 대비 성능도 IBM 컴퓨터를 능가했다. 얼마 안 가서 컨트롤 데이터, 히타치, 아이텔에서도 IBM 제품과 플러그 호환성 (plug-compatible) 을 갖는 대형 컴퓨터를 새발했다. 1970년대 중반에 이르자 360과의 호환성은 더욱 중요해졌다. IBM의 운영체계를 사용하는 대형 컴퓨터를 만들어내는 기업만이 뒤처지지 않았다. 360이 등장하기 전만 하더라도 컴퓨터 회사는 일부러 타사 제품과 호환이 되지 않도록 컴퓨터를 만들었다. 막대한 돈을 들여 자기 회사의 컴퓨터를 설치한 소비자가 쉽게 다른 회사의 컴퓨터를 구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일단 컴퓨터를 구입한 소비자는 싫든 좋든 그 컴퓨터를 만든 회사에 발이 묶일 수밖에 없었다. 소프트웨어를 고치는 방법도 있었지만 여간 까다롭지가 않았다. 앰덜은 그 관행에 종지부를 찍었다. 시장에서 호환성이 각광받았다는 것은 미래의 PC 산업에도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다. 정보고속도로의 구축에 뛰어든 기업들도 이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는 자신에게 하드웨어의 선택권을 주고 가장 폭넓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몰리게 마련이다. 컴퓨터 업계의 판도가 그렇게 돌아가는 동안 나는 학교공부 하랴 컴퓨터와 씨름하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1973년 가을 나는 하버드 대학에 들어갔다. 대학생에게는 치기라는 것이 있다. 내가 다니던 하버드 대학에서는 여유만만하게 지내는 사람이 똑똑한 사람으로 취급받았다. 그래서 나도 1학년 때는 수업을 거의 듣지 않고 학기말에 가서 벼락치기 공부를 했다. 주위에는 공부를 그렇게 몰아서 하는 친구들이 드물지 않게 있었다. 마치 누가 가장 적은 시간을 투자해서 가장 높은 학점을 따는가를 겨루는 시합에 나선 듯한 분위기였다. 여유가 있을 때는 주로 포커로 시간을 보냈다. 나는 포커에 빠져들었다. 포커를 치는 사람은 자질구레한 각종 정보, 즉 누가 과감한 베팅을 하는가, 어떤 카드가 나왔는가, 이 친구의 베팅술과 연막술은 어떤가 등등을 모두 모은 다음 그 정보들을 종합해서 자신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런 정보를 처리하는 데 나는 자신이 있었다. 포커에서 딴 돈과 거기서 얻은 전략수립 경험은 사업을 꾸려나가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공부를 미루는 버릇은 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걸 몰랐다. 오히려 나와 함께 늑장을 부리는 친구가 있어 더욱 기고만장했다. 1학년 때 같은 기숙사에서 만난 수학 전공의 스티브 볼머라는 친구였다. 스티브와 나는 생활습관은 달랐지만 학점을 얻기 위해 들이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기를 쓴다는 점에서는 똑같았다. 스티브는 활달한 친구였다. 별로 힘들이지 않고 사람도 잘 사귀었다. 그는 당연히 이런 저런 활동에 시간을 많이 뺏길 수밖에 없었다. 2학년 때는 미식축구 팀의 간사를 맡았고 학교신문 하버드 크림슨(Harvard Crimson)'의 광고부장으로 일했으며 한 문예지의 대표로도 활동했다. 그는 또 하버드 내의 사교모임에도 가입했다. 우리 두 사람은 강의와는 담을 쌓고 지냈고 시험을 코앞에 두고서야 중요한 책을을 미친 듯이 읽어댔다. 한번은 경제학 2010이라는 대학원 수준의 딱딱한 강의를 듣게 되었다. 교수는 원하는 사람에게는 기말시험 성적만으로 학점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스티브와 나는 학기 내내 다른 일에만 열중하다가 기말시험을 1주일 남겨두고 처음으로 경제학 책을 집어들었다. 우리는 미친 듯이 공부했고 둘 다 A를 받았다. 폴과 나는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차린 후 그런 식으로 늑장부리는 것이 기업경영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처음 거래한 고객 중에는 일본 기업도 있었다. 일본 기업은 철저했다. 약속한 기일을 우리가 지키지 못하면 제꺽 우리를 도울 사람을 보냈다. 그 사람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리라는 것은 아마 일본 기업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직원은 하루 열여덟 시간을 우리 사무실에서 죽치고 지냈다. 부담스러워서라도 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인들은 진지했다. 그들은 이렇게 묻곤 했다. 왜 작업이 늦어진 겁니까? 우리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작업이 늦어진 원인을 규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식은땀이 흐른다. 우리는 작업방식을 차츰 고쳐나갔다. 요즘도 원래의 예정보다 지연되는 사업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무서운 시어머니 등쌀에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975년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문을 열었다. 그곳에 MITS가 있었기 때문이다. MITS는 포퓰러 일렉트로닉스 표지에 실렸던 알테어 8800을 만든 조그만 회사였다. 우리가 MITS와 손을 잡은 이유는 MITS가 값싼 개인용 컴퓨터를 대중에게 보급한 최초의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1977년에 이르러 애플, 카머도, 라디오 섀크도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초기에 나온 개인용 컴퓨터의 베이식 프로그램은 대부분 우리가 만들었다. 당시에는 베이식이 중요한 소프트웨어 언어였다. 시판되는 응용 소프트웨어가 거의 없어서 사용자가 베이식으로 직접 프로그램을 짜야 했기 때문이다. 베이식을 파는 것도 처음에 내가 했던 일 가운데 하나였다. 처음 3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들은 오직 연구에만 몰두했다. 나는 틈틈이 프로그램을 짜면서 영업, 경리, 마케팅 업무를 주로 혼자서 처리했다. 아직 스무 살도 안된 젊은이에게 영업은 고역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은 라디오 섀크 같은 컴퓨터 회사로 하여금 개인용 컴퓨터(가령 라디오 섀크의 TRS-80)와 우리의 소프트웨어를 일괄 판매하게 만들어 로열티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런 전략을 세운 건 해적판 소프트웨어가 범람했기 때문이다. 알테어 베이식이 처음 나왔을 무렵이었다. 그 프로그램은 당장에 호평을 받아 널리 보급되었다. 그러나 매상은 형편없이 낮았다. 나는 컴퓨터 애호가들에게 드리는 공개서한 을 각계각층에 보내, 더 많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자본을 축적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해적행위를 중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열 명의 프로그래머를 고용하여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시장에 내놓는 것보다 보람찬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말을 쓴 기억이 난다. 그러나 나의 주장은 컴퓨터 애호가들에게 먹혀들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 프로그램을 즐겨 사용했지만 돈 주고 구입하는 것보다는 빌려 쓰기를 원했다. 다행히 요즘은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내렸다. 아직도 일부 국가에서는 저작권법을 만들지 않았거나 시행에 옮기지 않아 무역분쟁을 낳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미국은 다른 나라 정부에 서적, 영화, CD, 소프트웨어에 대한 저작권법을 좀더 강력히 시행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정보고속도로가 해적들의 천국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햐 한다. 미국 컴퓨터 회사들한테도 많은 매상을 올렸지만, 1979년까지 우리 회사 매상의 거의 절반은 일본이 차지했다. 그것은 니시 가즈히코라는 뛰어난 젊은이 덕분이었다. 니시는 1978년 나에게 전화를 걸어 영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기사를 읽고 나와 손잡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우연히도 니시와 나는 공통점이 많았다. 나이도 같았고, 니시도 개인용 컴퓨터에 미쳐서 나처럼 대학을 휴학한 상태였다. 우리는 몇달 뒤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한 전시회장에서 만났다. 앨버커키로 함께 돌아온 우리 두 사람은 한 페이지 반 분량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베이식의 동아시아 독점 배급권을 니시에게 준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의기투합했으므로 변호사를 개입시킬 필요가 없었다. 그 계약에 따라 우리는 1억 5천만 달러 이상의 거래를 했다. 당초 예상의 10배가 넘는 규모였다. 니시는 일본과 미국의 기업문화를 매끄럽게 중재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그의 자신만만한 태도는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일본 기업들이 자신만만한 니시의 모습을 보고 우리가 무서운 실력을 갖춘 젊은이들이라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본으로 출장을 가면 나는 니시와 함께 호텔에 묵었다. 그럼 밤새도록 전화통에 불이 났다. 몇백만 달러 규모의 거래가 척척 이루어졌다. 신바람이 절로 났다. 한번은 새벽 3시부터 전화가 한 통도 걸려오지 않다가 5시가 되어서야 전화벨이 울렸다. 니시는 수화기로 선을 뻗으면서 농담을 던졌다. 오늘밤은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는군. 우리는 탄탄대로를 달렸다. 그 다음 8년 동안 니시는 굴러들어오는 기회를 절대로 놓치는 법이 없었다. 1981년인가는 시애틀에서 도교로 비행기를 타고 오다가 일본 교세라사의 이나모리 가즈오 사장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일본에서 아스키사를 경영하던 니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협조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 아래 이나모리 사장에게 새로운 사업안을 설명했다. 간단한 소프트웨어가 내장된 랩톱 컴퓨터를 개발하자는 발상이었다. 제품설계는 나와 니시가 맡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직 규모가 작았으므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도 한 사람 몫을 맡아 참여할 수 있었다. 그 신제품은 1983년 미국에서 라디오 섀크사에 의해 모델 100이라는 이름으로 799달러에 시판되었다. 일본에서는 NEC PC-8200으로, 유럽에서는 올리베티 M-10으로 팔렸다. 니시의 열정이 탄생시킨 이 컴퓨터는 최초의 랩톱 컴퓨터로서 수년간 기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다시 몇 년이 흐른 1986년, 니시는 내가 마이크로소프트를 끌고 가려는 길과는 다른 방향으로 아스키사를 끌고 가고 싶어했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본에 자회사를 차렷다. 니시의 회사는 지금 일본 굴지의 소프트웨어 업체로 성장했다. 지금도 친구처럼 지내는 니시는 여전히 자신만만한 자세로 PC를 좀더 보편화된 도구로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정보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데에는 범세계적인 PC 시장이 꼭 필요하다. 개인용 컴퓨터 분야에서의 미국, 유럽, 아시아 기업들간 협력은 과거보다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자신의 활동을 세계화하는 데 실패하는 국가나 기업은 미래를 주도할 수 없다. 1979년 1월 마이크로소프느는 앨버커키에서 시애틀 교외로 이전했다. 폴과 나는 십여 명의 직원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개인용 컴퓨터 산업이 부상하면서 등장한 새로운 컴퓨터들이 널리 보급, 확산될 수 있도록 공들여 프로그램을 작성했다. 사람들은 엄청난 수익성을 가진 흥미있는 프로젝트를 가지고 우리를 찾아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을 요청하는 소리가 우리가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 쇄도했다. 나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다. 그리고 하버드에서 경제학 2010을 함께 들었던 스티브 볼머를 떠올렸다. 스티브는 대학 졸업 후 신시내티의 프록터 앤드 갬블사에서 상품관리부 차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뉴저지 일원의 소규모 소매점들을 관리하는 것도 그의 업무 가운데 하나였다. 직장생활을 몇년 한 뒤 스티브는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 들어갔다. 내가 전화를 걸었을 때 스티브는 일 년을 마친 상태였고 대학원 과정을 마저 이수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내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지분을 주겠다고 하자 그 역시 나처럼 무기휴학에 들어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대다수 종업원에게 주식을 제공하면서 추진한 공동소유제도는 예기치 못한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그들은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종업원지주제를 폭넓게 수용하면서 미국은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 제도를 받아들인 덕분에 창업한 지 얼마 안되어 성공을 거둔 기업이 상당수 있다. 스티브가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류한 지 3주일 만에 우리는 처음 언쟁을 벌였다. 물론 그후 우리가 견해차이를 보인 적은 거의 없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은 서른 명이었는데 스티브는 당장 오십 명은 더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절대로 안돼. 나는 반대했다. 우리와 처음 거래를 한 회사들 가운데 도산한 기업이 한두 개가 아니었으므로 나는 가급적 회사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 장사가 잘 된다고 무리하게 사업을 키우다가는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나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소수정예로 꾸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스티브는 완강했다. 결국 내가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당장 유능한 인재들을 끌어들여. 나는 스티브에게 말했다. 단 우리 힘에 부친다고 생각될 때는 자네한테 말하겠네. 그러나 나는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의 사업은 스티브가 인재를 발굴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확대되었다. 처음에 나를 가장 불안하게 했던 것은 다른 회사가 달려들어 시장을 빼앗아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마이크로프로세서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작은 기업이 한두 곳이 아니었으므로 그런 걱정을 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다행해 우리가 하는 방식으로 소프트웨어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또 한 가지 걱정은 대기업이 자기 회사에서 만든 대형 컴퓨터용 소프트웨어를 마이크로프로세서에 토대를 둔 소형 컴퓨터용으로 수정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IBM과 DEC는 뛰어난 소프트웨어를 많이 갖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다행스럽게도 대기업은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수정하여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공략하는 데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가장 위급했던 순간은 1979년 DEC가 소형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를 채택한 PDP-11 개인용 컴퓨터를 내놓았을 때였다. 그러나 DEC는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 별 매력을 못 느꼈는지 그 제품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목표는 컴퓨터 하드웨어를 만들거나 파는 데 직접 참여하지 않고 대부분의 개인용 컴퓨터에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를 아주 싼 값에 팔았다. 박리다매가 우리의 신조였다. 우리는 베이식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각각의 컴퓨터에 맞게 수정했다. 그러면서 하드웨어 업체의 요구를 발빠르게 수용했다. 우리는 한 명의 고객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을 산 사람이 후회하지 않도로 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의 전략은 먹혀들었다. 실질적으로 개인용 컴퓨터를 제작하는 모든 업체가 우리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하고 로열티를 지불했다. 비록 두 회사의 컴퓨터 하드웨어가 다르더라도 둘 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베이식을 쓰면 어느 정도 서로 호환이 되었다. 호환성은 컴퓨터를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점점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하드웨어 업체들은 자사 제품을 광고하면서 베이식을 비롯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곤 했다. 이렇게 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베이식은 업계의 표준 소프트웨어로 자리잡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느냐로 값어치를 판가름할 수 없는 물건도 있다. 눌어붙지 않는 프라이팬이 좋은 예다. 그것을 구입한 사람이 당신 혼자라 하더라도 프라이팬의 값어치는 줄어들지 않는다. 그러나 통신기기처럼 서로 손발이 맞아야 하는 물건의 값어치는 그것이 얼마나 널리 보급되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단 한 종류의 규격봉투만 집어넣을 수 있는 구멍을 가진 멋진 수제 우편함과 누구든지 당신에게 전할 편지와 메모를 떨굴 수 있는 낡은 골판지 상자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아마 당신은 사용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골판지 상자를 선택할 것이다. 당신은 호환성이 높은 쪽을 선호할 것이다. 때로는 정부나 무슨무슨 위원회에서 호환성을 높이기 위해 표준을 정한다. 법률상의(de jure) 표준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그러나 성공을 거둔 표준의 대부분은 사실상의(de facto)' 표준, 즉 시장이 발견한 표준이다. 대부분의 아날로그 시계는 시계 방향으로 돌아간다. 영미권의 타자기와 컴퓨터 키보드의 자판 배열은 예외없이 같다. 법이 그렇게 만들라고 명령한 것도 아닌데 다들 그렇게 만들고, 소비자도 새로운 배열의 키보드에 아주 두드러진 장점이 없는 한 굳이 바꾸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상의 표준은 법적 강제력이 아닌 시장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그것이 채택된 데에는 합당한 근거가 있다. 또 정말로 뛰어난 것이 나타나면 그것에 의해 대치된다. 콤팩트 디스크(CD)가 레코드를 몰아낸 과정도 그랬다. 사실상의 표준은 성공한 기업에서 나타나는 상승나선효과와 비슷한 경제원리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수가 많다. 성공이 또 다른 성공을 낳는 것이다. 긍정적 피드백이라 불리는 이 개념은 사람들이 호환성을 추구할 때 사실상의 표준이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한다. 긍정적 피드백은 시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이 그와 경합하는 다른 방식들에 비해 약간의 우위를 점할 때 시직된다. 긍정적 피드백은 가격을 거의 올리지 않고 대량생산할 수 있으며 호환성에서 약간이라도 유리한 첨단제품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 가정용 게임기가 좋은 예다. 게임기는 게임용 소프트웨어를 운영할 수 있는 특수 운영체계를 탑재한 특수 컴퓨터다. 여기서 호환성이 중요한 것은 더 많응 응용 소프트웨어-여기서는 게임-를 제공할수록 그 게임기가 소비자에게 주는 매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게임기를 구입하는 소비자자 늘어나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서는 그 게임기에 맞는 게임을 더욱 많이 만들어낸다. 어떤 제품의 지명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긍정적 피드백이 시작되어 매상이 늘어난다. 긍정적 피드백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유명한 예가 70년대 말과 80년대 초에 벌어진 비디오 표준형식을 둘러싼 싸움이었다.VHS 방식과 베타 방식 중에서 베타 방식이 기술적으로는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VHS가 승리를 거둔 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긍정적 피드백 덕분만은 물론 아니었다. 베타 테이프는 1시간을 녹화할 수 있었던 데 비해 VHS는 3시간을 녹화할 수 있었다. 1시간이면 영화 한 편이나 축구 한 경기를 녹화하기에도 모자랐다. 소비자는 전문 엔지니어가 작성한 제품설명서보다는 테이프의 녹화시간에 더 큰 관심을 갖는다. VHS방식은 소니의 베타맥스 비디오 플레이어에서 사용한 베타 방식에 비해 근소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VHS 표준을 개발한 JVC는 다를 비디오 제조업체들이 아주 낮은 사용료만 내고도 VHS 표준방식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VHS와 호환성을 갖는 비디오가 늘어나면서 대여점에서도 베타보다는 VHS 테이프를 더 많이 갖다놓기 시작했다. 따라서 VHS 비디오를 가진 사람은 베타 비디오를 가진 사람보다 대여점에서 더 많은 영화를 빌려볼 수 있게 되었다. VHS의 장점이 널리 알려지면서 더 많은 사람이 VHS 비디오를 구입했다. 대여점은 대여점대로 더 많은 VHS 테이프를 갖다놓았다. VHS가 표준방식으로 더 오래 살아남으리라는 믿음이 확산되면서 베타는 급속히 경쟁력을 잃어갔다. VHS는 긍정적 피드백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성공이 성공을 낳은 것이다. 물론 그만큼 질적인 뒷받침이 따랐다. 베타와 VHS 방식의 결투가 벌어지는 동안 대여점으로 나가는 비디오 테이프의 판매량은 거의 제자리 걸음이었다. 1년에 몇백만 개 팔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1983년을 고비로 VHS가 표준방식으로 부상하자 소비자의 호응도도 일정한 문턱을 넘어서 테이프 판매량이 갑자기 치솟았다. 그해 판매된 테이프는 950만 개가 넘었다. 전년 대비 50퍼센트 증가한 양이었다. 1984년에는 2,200만 개가 팔렸다. 1985년에는 5,200만 개, 1986년에 8,400만 개, 1987년에는 1억 1천만 개가 팔려 이제 비디오 감상은 가장 대중화된 오락형식이 되었고 집집마다 비디오 플레이어를 구비하게 되었다. 이것은 새로운 기술이 얼마만큼 수용되느냐에 따라 그 기술의 질이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또 다른 예로 텔레비전을 들 수 있다. 1946년 미국에서 팔린 텔레비전은 모두 10,000대였고, 이듬해에는 겨우 16,000대였다. 그러던 것이 1948년에는 19만 대로 불었다. 성장세에 들어선 것이다. 그 다음해에 100만 대, 또 그 다음해에는 400만 대, 1,000만 대로 꾸준히 늘어나 1955년에는 무려 3,200만 대가 팔렸다. 텔레비전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프로그램 제작비도 증액되었고 그것이 다시 사람들의 텔레비전 구매욕을 자극했다. CD가 처음 출현했을 때 CD와 CD 플레이어의 판매량은 신통치 않았다. 레코드점에 비치된 CD의 종류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꾸준히 팔리고 CD의 종수도 불어나자 호응도가 일정한 문턱을 넘어섰다. 사용하기 쉽고 음질도 뛰어난 CD를 음악 애호가들이 선호하면서 CD는 사실상의 표준이 되어 LP를 레코드점에서 몰아냈다. 컴퓨터 산업에서 얻은 가장 소중한 교훈은 소비자는 우수하고 다양한 응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컴퓨터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는 것이다. 같은 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어떤 사람은 불운 속에서, 어떤 사람은 행운 속에서 그 교훈을 터득했다. 1980년 여름 IBM은 개발가능성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던 개인용 컴퓨터 문제를 논의 하기 위해 두 명의 밀사를 마이크로소프트에 보냈다. 당시 하드웨어 시장에서 IBM의 아성은 굳건했다. 대형 컴퓨터 시장의 80퍼센트를 IBM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형 컴퓨터 시장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IBM은 고가의 대형 컴퓨터를 큰 기업체에 판매하는데 익숙해 있었다. IBM 경영진은 값싼 소형 컴퓨터를 기업이나 개인에게 팔기 위해 굳이 외부의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보았다. IBM에는 34만 명이나 되는 직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IBM은 1년 안에 개인용 컴퓨터를 시판할 작정이었다. 따라서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자체적으로 개발하던 이제까지의 정책을 포기해야 했다. IBM은 특별 주문품이 아닌 일반 부품을 주로 써서 자체 PC를 만들기로 방침을 정했다. 기본적으로 개방하는 입장을 취한 것이었다. 자연히 모방하기도 쉬울 수밖에 없었다. IBM은 자기 회사 제품에 들어갈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보통 직접 만들었지만 새로운 PC의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인텔에서 구입하기로 했다. 특히 IBM은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않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계를 쓰기로 결정하여 우리를 흥분시켰다. IBM 설계팀과 일하면서 우리는 16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인 8088을 쓰는 것이 좋겠다는 안을 IBM 측에 제시했다. 개인용 컴퓨터가 8비트급에서 16비트급으로 바뀐다는 것은 장난감에서 고성능의 업무용 도구로 바뀐다는 것을 뜻했다. 16비트급 컴퓨터는 최대 1메가바이트의 메모리를 지원할 수 있었다. 8비트 컴퓨터의 256배였다. 이것은 처음에는 이론적인 수치에 지나지 않았다. IBM은 당초 전체 메모리 용량의 64분의 1인 16K(16,000)바이트의 메모리만을 제공할 의도였던 것이다. 원가절감을 위해 IBM이 내부적으로는 16비트급이지만 컴퓨터의 나머지 부분과의 접속은 8비트로 이루어지는 칩을 사용하기로 결정함으로써 16비트 컴퓨터로서의 장점은 더욱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그 컴퓨터는 계산속도에 비해 주변부속과의 통신기능이 떨어졌다. 그러나 16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쓰기로 한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 IBM PC가 오늘날까지 PC의 표준으로 군림할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미 확고한 명성을 쌓아놓은 IBM은, 자사 PC의 구조를 공개하여 다른 기업들이 유사제품을 속속 내놓게 함으로써, 개인용 컴퓨터에 폭넓게 쓰이는 새로운 표준을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우리도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운영체계에서 모험을 시도했다. 우리는 시애틀의 한 회사에서 초기 개발단계에 있던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고 그 회사의 선임 엔지니어였던 팀 패터슨을 영입했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끝에 그 프로그램은 마이크로소프트 디스크 오퍼레이팅 시스템, 곧 MS-DOS로 탈바꿈했다. MS-DOS의 실질적인 아버지는 팀 패터슨이었다. 우리의 운영체계를 받아들인 IBM은 그것을 PC-DOS라고 불렀다. 1981년 8월 IBM 개인용 컴퓨터가 시장을 강타했다. 신제품은 대성공이었다. IBM은 'PC'라는 용어를 널리 보급시켰다. 그 사업은 빌 로가 처음 기획했고 돈 에스트티지에 의해 완성되었다. IBM이 착상한 지 1년만에 개인용 컴퓨터를 시판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IBM의 인적 자원이 우수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지만, 처음에 IBM PC는 우리가 만든 3종의 운영체계, 즉 PC-DOS, CP/M-86, UCSD 파스칼 P-시스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셋 중 하나만이 살아남아 표준으로 자리잡으리라는 것은 누가 보아도 뻔했다. 우리는 VHS 테이프를 모든 대여점으로 밀어넣었던 바로 그 힘이 MS-DOS를 정상에 올려주기를 바랐다. MS-DOS를 부각시키는 방법은 세 가지였다. 첫째, MS-DOS의 품질로 승부한다. 둘째, 다른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MS-DOS를 기본으로 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도록 돕는다. 셋째, MS-DOS의 가격을 싸게 책정한다. 우리는 IBM 측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아주 낮은 사용료를 한번만 지불하면 향후 IBM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계를 자사 제품에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던 것이다. 덕분에 IBM은 MS-DOS를 싼 값에 판매할 수 있었다. 우리의 전략은 적중했다. IBM은 UCSD 파스칼 P-시스템을 450달러에, CP/M-86을 175달러에, MS-DOS를 60달러에 팔았다. 우리의 목표는 IBM으로부터 직접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 아니었다. IBM PC와 크든 작든 호환성을 갖는 컴퓨터를 만들고자 하는 업체로부터 MS-DOS사용료를 받는다는 복안이 우리에게는 있었다. IBM은 우리 소프트웨어를 공짜로 쓸 수 있었지만 성능이 향상된 새로운 버전에 대해서는 아무런 독점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개인용 컴퓨터 산업의 밑바탕이 되는 소프트웨어로 돈을 벌어들였다. IBM은 결국 UCSD 파스칼 P-시스템과 CP/M-86을 포기했다. 소비자는 안심하고 IBM PC를 샀다. 1982년부터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IBM PC를 위한 응용 프로그램을 내놓기 시작했다. 새로운 소비자가 한 명 늘고 새로운 응용 프로그램이 하나 추가될 때마다 IBM PC가 사실상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로터스 1-2-3처럼 새로 나온 뛰어난 소프트웨어의 대부분이 IBM용으로 작성되었다. 미치 카포와 조나단 색스가 만든 로터스 1-2-3은 스프레드시트(spreadsheet)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최초의 전자 스프레드시트인 비지캘크를 발명한 댄 브리클린과 바브 프랭크스턴의 공적도 높이 사줄만하지만, 로터스 1-2-3은 비지캘크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뛰어난 소프트웨어 설계자 중에는 미치처럼 디스크자키에서 초월적 명상수련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경험을 하며 다양한 경력을 쌓은 사람이 많다. 긍정적 피드백이 PC 시장을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피드백이 돌아가자 수천 가지의 응용 소프트웨어가 새로 등장했고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업들이 PC의 하드웨어 용량을 확장시키는 액세서리 카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덩달아 PC도 IBM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팔려나갔다. 긍정적 피드백은 IBM에 수십억 달러의 수입을 안겨주었다. 기업에서 쓰는 개인용 컴퓨터의 절반 이상은 IBM 제품이 몇 년간 독식했으며 나머지 컴퓨터들도 IBM 제품과 호환성을 갖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IBM은 모든 사람이 모방하는 표준이 되었다. 타이밍도 적절했고 16비트 프로세서를 썼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신제품을 널리 보급하는 데는 타이밍과 마케팅이 모두 중요하다. IBM PC가 우수한 컴퓨터임은 분명했지만, 다른 회사에서도 충분한 양의 컴퓨터를 팔고 많은 응용 소프트웨어를 확보할 수 있었다면 얼마든지 IBM을 젖히고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수 있었으리라. PC를 조기에 개발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내려진 IBM의 결정은 결과적으로 다른 업체들이 호환-컴퓨터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부품은 시중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다.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칩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계도 구할 수 있었다. IBM의 개방정책은 조립업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게 호환기종과 호환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강력히 유인하는 결과를 낳았다. 3년이 못 가서 IBM을 제외한 나머지 표준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유일한 예외는 애플사의 애플 II 와 매킨토시였다. 휴렛팩커드, DEC,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제록스는 기술력과 인지도, 소비자 신용도에서 모두 뛰어난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초반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고배를 들었다. IBM 제품과의 호환성이 없었고, 그렇다고 IBM보다 아주 뛰어난 제품을 내놓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글, 노스스타 같은 신생기업처럼 IBM 컴퓨터보다 조금 우수하고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은 기업들은 소비자 반응이 괜찮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호환기종을 만들지 않은 업체들은 모두 망했다. IBM PC는 하드웨어의 표준이 되었다. 80년대 중반에 이르자 IBM 호환 PC가 수십 종으로 불어났다. PC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머릿에 반드시 IBM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단단히 자리잡은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그들은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를 돌릴 수 있는 하드웨어를 원했고 주변 사람들이 알고 또 많이 쓰는 컴퓨터를 원했다. IBM이 인텔,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PC를 개발한 것은 실수였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전문가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IBM이 PC 아키텍처를 독점 보유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IBM을 이용해 먹었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IBM이 PC 산업의 정상에 올라선 것은 기업의 역량과 에너지를 총동원하여 자사의 개방적인 아키텍처를 선전하는 데 활용했기 때문이다. IBM 표준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대형 컴퓨터 시장에서 IBM은 정상을 정복한 왕이었다. 경쟁사들은 판매력이나 연구개발비에서 IBM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경쟁사가 올라오려고 시도할 때마다 IBM은 막강한 자산을 이용, 등정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변하는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IBM의 위치는 마라톤의 선두주자와 비슷했다. 다른 주자들과 같은 속도로 달리거나 더 빠르게 달리는 한 그는 선두자리를 유지할 수 있지만,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면 눈깜박할 사이에 낙오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주자들의 발목을 묶을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는 것이다. 1983년 나는 그래픽 운영체계를 우리의 다음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자에 기반을 둔 MS-DOS만을 고집하는 한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정상의 위치를 고수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었다. 사용자는 알 듯 모를 듯한 명령어를 쳐넣어야 했다. 그러면 화면에 그 문장이 나타났다. MS-DOS는 사용자가 응용 프로그램을 쉽게 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그래픽 기능을 제공하지 않았다. 컴퓨터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방식을 인터페이스(interface)라고 한다. 미래는 그래픽의 시대이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MS-DOS의 한계를 뛰어넘어 그림과 활자 모두를 자유롭게 인터페이스할 수 있는 새로운 표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나는 믿었다. 기존의 소비자를 만족시킬 뿐 아니라, 복잡한 인터페이스의 사용법을 배울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사용이 간편한 PC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우리의 꿈도 실현시킬 수 있었다. 문자를 바탕으로 한 컴퓨터 프로그램과 그래픽 프로그램이 갖는 중요한 차이점은 컴퓨터로 두는 체스나 바둑을 상상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문자에 토대를 둔 시스템에서는 문자를 써서 말을 움직이라고 지시한다. 당신은 예컨대 11번 칸의 말을 19번 칸으로 옮긴다 러나 아니면 'QB3으로 따위의 수수께끼 같은 문장을 쳐넣어야 한다. 그러나 그래픽 컴퓨터 시스템에서는 체스판이 화면에 나타난다. 당신은 말을 집어서 실제로 새로운 위치로 끌고 간다. 지금은 유명해진 캘리포니아의 제록스 팰로앨토 연구소 연구원들은 사람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탐구했다. 그들은 대상을 화면 위에서 그림으로 볼 수 있으면 컴퓨터에게 명령을 내리기 쉽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책상 위에서 굴려서 화면의 커서를 움직일 수 있는 마우스 라는 장치를 고안했다. 제록스는 이 혁신적인 장비를 상업적으로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제록스 컴퓨터는 값이 비싼 데다 표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미있는 연구를 팔리는 상품으로 만드는 건 아직도 많은 기업에게 버겁기만 하다. 1983년 마이크로소프트는 IBM PC에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뒷받침해줄 방침임을 천명했다. 바로 윈도즈였다. 우리의 목표는 MS-DOS를 확장하여 사람들이 마우스를 써서 화면 위의 그래픽 이미지를 자유롭게 쓰고, 각각 다른 프로그램을 처리하는 여러 개의 윈도(창문)를 한 화면에 동시에 띄울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 시판하던 개인용 컴퓨터 중에서 그래픽 기능을 가진 것은 제록스 스타와 애플 리자뿐이었다. 그것들은 둘 다 비싸고 용량이 작았으며 독자적인 하드웨어 아키텍처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다른 하드웨어 업체들이 운영체계를 빌려 호환기종을 만들 수 있는 길도 없었고, 그렇다고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앞장서서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어준 것도 아니어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방적인 표준을 원했으며 MS-DOS를 쓰는 모든 컴퓨터에 그래픽 기능을 부여해주려고 했다. 1984년 최초로 대중적인 인기를 모은 그래픽 기능을 가진 컴퓨터가 시판되었다. 애플이 내놓은 매킨토시였다. 매킨토시의 독자적인 운영체계는 모두 그래픽이었으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처음 애플이 시판한 하드웨어와 운영체계는 그 성능이 제한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픽 인터페이스의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발전하면서 그 잠재력은 현실화되었다. 우리는 매킨토시의 개발과정에서 애플과 내내 긴밀한 협력을 맺었다. 스티브 자브스가 매킨토시 연구진을 이끌었다. 나는 스티브와 함께 일하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 스티브는 공학과 디자인에 놀라운 직관력을 갖고 있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탁월한 통솔력을 갖고 있었다. 그래픽 컴퓨터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했다. 모양은 어떻게 만들까? 어떻게 작동시킬까? 우리는 제록스의 선구적인 작업에서 일부 도움을 받기도 했고 독창적으로 창안하기도 했다. 처음에 우리는 너무 많은 가능성을 한꺼번에 추구했다. 쓸 수 있는 모든 서체와 상징기호를 썼다. 그러다가 그것이 보는 사람들 어지럽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고 좀더 단순한 메뉴로 바꾸었다. 우리는 매킨토시를 위해 워드프로세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를, 스프레드시트는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을 만들었다. 이것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최초의 그래픽 상품이었다. 매킨토시는 뛰어난 운영체계를 갖고 있었지만 다른 업체에서 그 운영체계를 사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것은 하드웨어 업체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이었다. 소프트웨어가 탐나면 애플 컴퓨터를 사라는 소리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매킨토시가 많이 팔려 널리 보급되기를 원했다.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우리가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대중이 그래픽 기능을 수용해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이처럼 운영체계 소프트웨어를 자사에서 만든 하드웨어에 제한시켜 판매하는 애플의 오류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성이 높다. 일부 전화회사와 케이블 회사에서는 자신들이 관장하는 소프트웨어만으로 통신하는 문제를 벌써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벌이는 지혜를 가진 성숙한 기업이 점점 유리해지는 시대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분리는 IBM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손잡고 OS/2를 만들 때도 중요하게 부각된 문제였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분리는 아직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다. 표준화된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 업체들이 활동할 수 있는 매끄러운 터전을 마련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자기 시스템을 차별화하기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계시킨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별개의 사업부문으로 생각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기업이 있다. 이 서로 다른 접근법은 다시 한번 정보고속도로에서 그 우열이 판가름날 것이다. 1980년대의 IBM은 역대 자본주의 기업의 기록을 연일 깨뜨린 가공할 기업이었다. 1984년 IBM은 1년 순익을 자그마치 66억 달러나 올렸다. 지금까지 어느 기업도 그렇게 엄청난 돈을 그렇게 짧은 시간에 벌어들이지 못했다. 그 기념비적인 해에 IBM은 차세대 개인용 컴퓨터를 시판했다. PC AT라고 불렸던 그 고성능 컴퓨터는 인텔의 80286 마이크로프로세서(속칭 286 )를 장착하고 있었다. AT는 최초의 IBM PC보다 3배나 속도가 빨랐다. AT는 눈부신 성과를 올려 판매한 지 1년이 채 못되어 전체 PC 판매량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처음 PC를 내놓을 당시만 하더라도 IBM은 비록 PC의 주고객층이 IBM의 기존 대형 컴퓨터를 쓰던 기업이기는 했지만, PC가 자사의 대형 컴퓨터 판매에 위협을 가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IBM 경영진은 소형 컴퓨터가 시장에서 점유할 수 있는 몫이 극히 제한되어 있으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PC의 성능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IBM은 PC가 대형 컴퓨터 시장을 잠식하지 못하도록 PC 개발을 자제했다. 대형 컴퓨터 부문에서 IBM은 언제든지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능력이 있었다. 이를테면 새로운 하드웨어 계열의 가격 대비 성능 비율을 일정한 한도 안에 묶어 신제품이 기존의 고가품 시장을 잠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식이었다. 새로운 운영체계를 시판하면서 그 운영체계를 써야 가동되는 하드웨어를 묶어서 팔았다. 혹은 순서가 거꾸로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식의 전략은 대형 컴퓨터에서는 먹들어갔을지 모르지만 빠르게 변모하는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는 자살행위였다. IBM은 엇비슷한 성능의 제품이라도 당시는 약간 비싸게 팔 수 있었지만 오래지 않아 세상사람들은 수많은 기업이 IBM 호환기종을 쏟아내고 있음을 알았다. 사람들은 적정가가 아니면 IBM 제품을 사려들지 않았다. IBM이 개인용 컴퓨터 사업에 진출해서 거둔 성공을 보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읽은 엔지니어 3명이 텍사스 인스트루먼츠를 떠나 컴팩 컴퓨터라는 새 회사를 차렸다. 그들은 IBM PC와 동일한 액세서리 카드를 사용하는 하드웨어를 만들고 자신들의 컴퓨터가 IBM PC와 같은 응용 프로그램을 쓸 수 있도록 MS-DOS의 사용권을 빌렸다. 컴팩은 IBM PC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면서도 이동이 더욱 용이한 컴퓨터를 생산했다. 컴팩은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1억 달러어치 이상을 팔아 가장 눈부신 기업 성공사례의 하나로 손꼽혔다. IBM은 특허자산을 운용해서 생기는 로열티를 챙길 수 있었으나, 호환 시스템이 속속 등장하면서 IBM의 시장점유율은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IBM의 하드웨어는 경쟁력을 상실했다. 그러자 IBM은 인텔이 286의 후속으로 개발한 고성능 386 칩을 장착한 PC의 출시를 미루었다. 386 PC에 비해 성능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졌다고 볼 수 없는 중형 컴퓨터 시장을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IBM이 머뭇거리는 사이에 컴팩은 1986년 발빠르게 최초의 386급 컴퓨터를 내놓았다. IBM의 전유물이었던 시장주도권은 이때를 고비로 컴팩에게 넘어갔다. IBM은 시장을 재장악하기 위해 좌우 연타를 날렸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한 양면 협공이었다. IBM은 배타적으로 운용되는 새로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만들 작정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경쟁사들을 도태시키거나 비싼 사용료를 물리겠다는 계산이었다. 그것은 모든 IBM 호환기종을 고사시킨다는 전략이기도 했다. IBM의 전략에는 뛰어난 발상도 들어 있었다. 예를 들면 PC의 구조를 단순화하여 전에는 선택사양이었던 많은 웅용 프로그램을 하드웨어에 내장시켰다. 그렇게 하면 원가도 절감되고 최종 상품에서 IBM의 부품 비중이 올라가는 장점이 있었다. 이 계획은 하드웨어 아키텍처의 획기적인 수정을 요구했다. 액세서리 카드, 키보드, 마우스, 심지어는 디스플레이를 위한 새로운 커넥터(connector)와 표준이 마련되어야 했다. IBM은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제품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이들 커넥터의 세부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 IBM은 호환성의 표준을 새롭게 정하려 했다. 다른 PC 업체와 주변장치 제조업체는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고 IBM은 다시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보였다. 1984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 것은 IBM 호환기종을 생산하는 PC 생산업체들에게 MS-DOS를 제공하는 일이었다. 우리는 MS-DOS의 후속타로 나중에 OS/2로 불리게 된 운영체계를 IBM과 손잡고 개발하기 시작했다. 계약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IBM이 자사 컴퓨터에 장착하는 운영체계를 다른 기업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또 두 회사는 함께 개발하는 수준을 넘어 기존 운영체계의 내용을 확장시킬 수 있는 권리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MS-DOS를 공동개발했을 때와 사정이 달라졌다. 자사의 PC 및 대형 컴퓨터를 염두에 두고 있던 IBM은 표준을 주도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권한을 조금도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IBM은 OS/2의 설계와 구현에 직접 관여했다. OS/2는 IBM의 소프트웨어 전략에서 핵심을 차지하고 있었다. OS/2는 IBM 최초의 시스템 응용구조(System Application Architecture)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동일한 개발환경을 지향하는 시스템 응용구조가 마련되면 대형에서 중형, PC에 이르는 전 기종의 컴퓨터에서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었다. IBM 경영진은 자사의 대형 컴퓨터 기술을 PC에 접속시키면, 대형 컴퓨터에서 중형 컴퓨터로, 다시 소형 컴퓨터로 점점 많은 정보를 이동시킬 필요성에 직면한 대다수의 기업들을 IBM의 고객으로 묶어둘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IBM은 또 대형 컴퓨터와의 접속이 불가능한 PC를 생산하는 다른 경쟁업체들에 비해 IBM이 이런 방식을 통해 결정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IBM의 독자적인 OS/2 운영체계-확장판(Extended Edition)이라고 불렸다-는 통신 맟 데이터베이스 기능까지 제공했다. IBM은 또 OS/2를 바탕으로 돌아가는 사무용 일괄 응용 소프트웨어들-오피스비전(Office Vision)이라고 불렸다-을 만들 계획이었다.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IBM은 워드프로세서를 포함한 PC 응용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로터스, 워드퍼펙트 등과 자웅을 겨룰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OS/2는 단순한 운영체계가 아니라 IBMDL 패권탈환을 노리고 야심만만하게 추진한 작품이었다. 상충되는 댜양한 요구들을 수용하면서 IBM이 설정한 생산일정에 맞추려다 보니 개발작업이 이만저만 고되지 않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꿋꿋하게 OS/2를 개발해나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OS/2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갔다. 당초 우리는 IBM이 윈도즈처럼 소프트웨어 업체가 약간의 수정만 가하면 윈도즈와 OS/2에서 동시에 운용되는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리라 믿고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모든 응용 프로그램이 대형 및 중형 시스템에서도 호환성을 가져야 한다는 IBM의 강력한 주문에 따라 우리는 PC 운영체계가 아니라 투박한 대형 컴퓨터용 운영체계를 손에 쥐게 되었을 뿐이었다. 우리에게 IBM과의 제휴는 중요했다. 그해, 그러니까 1986년 마이크로소프트는 회사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직원들에게 유동자산을 주기 위해 기업을 공개했다. 그 무렵 스티브 볼머와 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을 최고 30퍼센트까지 싼 값에 제공할 의사가 있다고 제안했다. 흥하든 망하든 함께 승부를 걸어보자는 발상이었다. 우리 딴에는 그렇게 해야 기업들이 우호적이면서도 생산적으로 공동작업을 해나갈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IBM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우리는 IBM과 공동으로 개발하는 우리의 운영체계가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이 사업이 성공하면 두 회사 모두에게 미래가 활짝 열릴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사이에는 앙금만 쌓이게 되었다. 새로운 운영체계의 개발은 거대한 작업이다. 우리 연구진은 시애틀 외곽에서 작업했다. IBM은 플로리다주 보카 레이턴, 영국의 허슬리 파크, 그리고 나중에는 텍사스주의 오스틴에 있는 연구진까지 가동했다. 그러나 지리적인 문제는 대형 컴퓨터에 젖은 IBM 경영진의 의식에서 파생된 문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때까지 IBM이 PC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읽는 데 번번이 실패한 것은 대형 컴퓨터 소비자를 상대해온 타성에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어떤 OS/2 버전의 경우 부팅 (전원이 들어온 다음 사용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기까지의 과정)에 3분이 걸렸다. 하지만 IBM 사람들에게는 그 정도는 양반이었다. 대형 컴퓨터 중에는 부팅에만 15분이 걸리는 것도 있었던 것이다. 회사내의 폭넓은 합의를 중시하는 관행 역시 IBM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IBM의 직원은 자그마치 30만 명이 넘었다. IBM 경영진은 모든 부서에 설계변경 요망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PC용 소프트웨어의 내용을 대형 컴퓨터에 맞게 수정해달라는 주문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런 요망서를 1만 통 이상이나 받았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유능한 인재들이 그런 요망서를 앞에 놓고 앉아서 며칠씩 토론을 벌여야 했다. 나는 지금도 221번 요망서를 기억한다. 제품에서 폰트를 제거하기 바람. 이유: 제품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IBM의 한 직원이 다양한 문자를 제공하는 PC 운영체계를 못마땅하게 여긴 것은 특정한 IBM의 대형 컴퓨터가 그것을 처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동개발은 점점 난항을 겪었다. 우리는 IBM 측에다 새로운 운영체계를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사용권을 IBM에 싸게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우리는 같은 아이템을 다른 컴퓨터 회사들에게 팔아서 이익을 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IBM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자사의 프로그래머가 관여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고 운영체계가 바로 그런 전략적 소프트웨어였다. IBM은 어마어마한 대기업이었다. 그런 대기업이 왜 PC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곤욕을 치러야 했을까? IBM이 유능한 프로그래머를 모두 경영진으로 끌어올리는 바람에 개발인력의 질적 수준이 하락했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요인은 IBM이 영광스러웠던 과거의 기억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IBM의 개발방식은 PC 소프트웨어의 빠른 발전속도와 급변하는 시장의 요구에 맞지 않았다. 1987년 4월 IBM은 자사의 아류들에게 일격을 가할 목적으로 극비리에 개발한 통합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공개했다. 아류를 처단할 이 하드웨어의 이름은 PS/2였고 OS/2라는 새로운 운영체계를 채택했다. PS/2에는 여러 가지 혁신적인 기능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액세서리 카드를 시스템에 연결할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마이크로채널 버스(microchannel bus) 다. 마이크로채널 버스는 개인용 컴퓨터 하드웨어를 소리나 대형 컴퓨터와의 통신 등 소비자의 특정한 요구에 맞추어 확장시킬 수 있게 해주었다. 모든 IBM 기종에는 이런 액세서리 카드를 PC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하드웨어 접속 버스 가 있었다. PS/2의 마이크로채널은 AT급에 있던 접속 버스를 고급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PS/2의 마이크로채널이 해결해주었다고 주장하는 문제는 사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느끼지도 못했던 문제다. 물론 PS/2의 마이크로채널이 갖는 잠재적인 속도는 AT급 버스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빨랐다. 그러나 실제로 버스의 속도 때문에 불편을 느꼈던 사람은 이전에 거의 없었으므로 사용자들은 이 새로운 고속 버스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더 중요한 것은 IBM AT나 호환 PC에서 작동되는 수많은 액세서리 카드를 마이크로채널에서는 쓸 수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IBM은 로열티를 받고 마이크로채널의 사용권을 액세서리 카드 및 PC 제조업체에게 주기로 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제조업체들이 힘을 합쳐 마이크로채널의 많은 기능을 가지면서 아울러 AT 버스와의 호환성도 갖는 새로운 버스를 개발했다고 발표한 다음이었다. 소비자는 마이크로채널을 거부하고 낡은 AT의 버스를 선호했다. PS/2에 쓸 수 있는 액세서리 카드의 종류는 AT 호환기종에 쓸 수 있는 액세서리 카드의 종류에 미치지 못했다. IBM은 부득이 낡은 버스를 지원하는 컴퓨터를 계속 생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가장 큰 타격은 IBM이 개인용 컴퓨터 아키텍처의 주도권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그들은 다시는 혼자만의 힘으로 새로운 설계를 시도할 수 없는 자리로 밀려났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대대적인 선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OS/2가 너무 덩치가 크고 복잡하다고 여겼다. OS/2의 단점이 부각될수록 윈도즈의 장점이 돋보였다. 윈도즈와 OS/2의 호환성을 구현할 기회와 OS/2를 일반 PC용으로 만들 기회를 놓친 이상, 후속 윈도즈를 계속 개발하는 것도 아직은 승산이 있다고 우리는 판단했다. 윈도즈는 훨씬 작은 크기였다. 다시 말해서 하드디스크 공간을 적게 차지했으며 기억용량이 작은 컴퓨터에서도 충분히 쓸 수 있었다. OS/2를 쓰지 못라는 컴퓨터로도 윈도즈는 얼마든지 돌릴 수 있었다는 말이다. 우리는 이것을 가족화(family) 전략이라고 불렀다. 쉽게 말해서 고성능 시스템은 OS/2에게 내주더라도 소형 컴퓨터는 윈도즈를 통해 우리 가족으로 만든다는 전략이었다. 우리의 가족화 전략이 못마땅했겠지만 IBM도 나름대로의 복안은 있엇다. 1988년 봄 IBM은 유닉스(UNIX)를 개발하기 위해 다른 컴퓨터 회사들과 힘을 합쳐 개방 소프트웨어 재단(Open Software Foundation)을 설립했다. 유닉스는 원래 AT AND T(미국전신전화사)의 벨 연구소가 1969년에 개발한 운영체계로 세월이 흐르면서 다양한 버전으로 분화되었다. 그중에는 운영체계 이론의 실습용으로 대학에서 개발한 것도 있었고 컴퓨터 업체가 개발한 것도 있었다. 각 업체는 자신의 컴퓨터에 맞게 유닉스를 향상시켰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개의 운영체계간에 호환성이 없어졌다. 결과적으로 유닉스는 단일한 개방 시스템이 아니라 서로 경합을 벌이는 여러 운영체계의 묶음으로 변질되었다. 그러한 차이점은 소프트웨어의 호환성을 더 어렵게 만들었고 유닉스를 위한 제3의 강력한 시장의 등장을 억제했다. 십여 종의 서로 다른 유닉스를 위한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험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소프트웨어 업체는 몇군데에 지나지 않았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판매점도 다종다양한 유닉스 버전을 모두 진열할만한 공간이 없었다. 개방 소프트웨어 재단의 설립은, 유닉스를 통합 하여 다양한 업체에서 생산한 하드웨어에 두루 쓸 수 있는 공통의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만들고자 했던 그간의 여러 시도 중에서 가장 실현가능성이 높은 것이었다. 이론적으로는 통합 유닉스가 긍정적 피드백을 충분히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러나 자금력이 충분히 뒷받침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개방 소프트웨어 재단은 서로 한 대라도 더 팔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업체들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재단설립에 참여한 IBM, DEC 같은 기업들은 각각 자기네 유닉스 버전의 장점을 선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유닉스 개발업체들은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는 장점이 있다며 은근히 자기네 유닉스를 내세웠다. 그러나 한 업체로부터 유닉스 운영체계를 사면 그것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다른 운영체계에서는 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결국 소비자는 그 회사에 발목을 잡히게 된다. 소비자가 얼마든지 하드웨어를 선택할 수 있는 PC세계와는 대조적이었다. 개방 소프트웨어 재단과 그와 유사한 몇차례의 시도가 어려움에 봉착한 걸 보면, 빠르게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고 표준작업에 참여한 모든 기업이 경쟁업체인 현실에서 표준을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알 수 있다. 컴퓨터나 가전제품의 시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표준을 채택한다. 표준은 상호운용 가능성을 보장하고 조작법 습득에 필요한 시간을 최소화하며 소프트웨어 산업을 최대한으로 발전시킨다. 표준을 만들어내려는 기업은 제품의 가격을 싸게 책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표준으로 자리잡기 어렵다. 시장은 합리적인 가격이 매겨진 표준을 호율적으로 선택하며, 그것이 무용지물이 되었거나 너무 비싸졌을 때는 다시 새로운 표준으로 대체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계는 오늘날 900여 개의 업체가 제공하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의 선택폭이 넓다는 뜻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호환성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하드웨어 업체들이 우리의 소프트웨어에 호환성을 해치는 수정을 가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만 개에 이르는 소프트웨어 업체도 자신들이 만든 소프트웨어가 어떤 PC에서는 작동이 안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개방 이라는 말은 다양한 맥락에서 쓰이는 말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개방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주는 것이다. 가전제품도 민간기업들이 주도하여 만든 표준의 덕을 보았다. 여러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가전업체들은 경쟁사가 자신들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을 봉쇄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연재 대부분의 주요 가전업체들은 자신들의 특허와 일급 기밀을 사용료를 받고 대폭 공개하는 추세다. 제품에 대한 로열티는 보통 정가의 5퍼센트를 넘지 않는다. 오디오카세트, VHS 테이프, 콤팩트 디스크, 텔레비전, 휴대폰은 모두 민간기업의 기술력으로 개발된 제품인데, 그 기업들은 로열티를 받고 누구나 그 물건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해왔다. 돌비 연구소의 알고리즘 또한 그런 과정을 거쳐서 잡음을 제거하기 위한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윈도즈 3.0의 출시가 몇주 앞으로 다가왔던 1990년 5월 우리는 로열티를 받고 윈도즈를 IBM 개인용 컴퓨터에 깔기 위한 합의를 IBM과 맺으려고 노력했다. 우리는 IBM 측에다 시간이 흐르면 OS/2가 살아나겠지만 당분간은 윈도즈가 성공을 거두고 OS/2는 서서히 시장을 늘려갈 거라고 말했다. 1992년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는 OS/2의 공동개발을 중지했다. IBM은 혼자서 OS/2를 계속 개발해나갔다. 오피스비전의 야심찬 계획은 결국 폐기되었다. 전문가들은 IBM이 OS/2 오피스비전, 그밖의 유관 사업에 2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은 것으로 평가한다. 만일 IBM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작업을 할 수 있었다면 연인원 수천 명의 아까운 인력-그것도 두 회사에서 최고의 인재로만 구성된-을 낭비하지 않아도 좋았으리라. OS/2와 윈도즈가 서로 호환성을 가졌더라면 그래픽 중심의 컴퓨터 시대가 몇 년 더 앞당겨졌을 것이다. 그래픽 인터페이스의 도입이 늦어진 또 하나의 이유는 주요 소프트웨어 업체가 그 분야에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매킨토시를 무시했고 윈도즈는 무시하거나 장난으로 생각했다. 스프레드시트와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이끌어가던 쌍두마차 로터스와 워드퍼펙트만이 그나마 OS/2에 관한 연구를 조금 했을 뿐이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불찰이었다. 결국 그들은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수많은 군소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응용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마침내 윈도즈는 긍정적 피드백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대기업들이 뒤처진 이유는 윈도즈를 빨리 따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윈도즈도 PC처럼 계속 발전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버전을 출시할 때마다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통보하거나 허락받지 않고도 누구든지 윈도즈용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오늘날 윈도즈용으로 개발되어 시판되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수는 수만 개에 이르며 이것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응용 소프트웨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계의 유일한 공급원은 당연히 마이크로소프트사뿐이므로 가격을 올리거나 개량속도를 늦추거나 아예 개량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하는 소비자가 간혹 있다. 그러나 그렇게 했다간 우리 물건을 못 팔게 될 것이다. 기존 사용자가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히 우리의 매출은 떨어지고 수많은 경쟁사들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올 것이다. 긍정적 피드백 효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전유믈이 아닌 것이다. 오늘의 승리에 도취해 있을 수는 없다. 경쟁자가 늘 뒤에서 바짝 쫓아오기 때문이다. 혁신을 거듭하지 않는 상품은 결코 정상의 자리를 고수하지 못한다. 더 나은 표준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등장하면 VHS 표준도 안 바뀔 재간이 없다. 실제로 VHS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지금의 음악 CD처럼 디스크에 영화를 수록하는 새로운 디지털 테이프 포맷, 디지털 영화 디스크가 주역으로 떠오르고, 정보고속도로가 주문형 비디오(video-on-demand)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면 VHS는 설 땅을 잃을 것이다. MS-DOS는 이제 밀려나고 있다. 개인용 컴퓨터를 위한 운영체계의 선두주자로서 놀라운 성능을 과시해온 MS-DOS가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갖춘 시스템으로 대체되는 것이다. 매킨토시 소프트웨어가 MS-DOS의 왕위를 계승할지도 모른다. OS/2나 유닉스가 정상을 차지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윈도즈가 우위를 점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첨단기술의 세계는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을 만큼 판도가 빠르게 변한다. 소프트웨어의 혁신은 하드웨어의 발전에 보조를 맞추어 이루어져야 한다. 많이 쓰이는 운영체계일수록 후속판이 나왔을 때 성공할 가능성 또한 높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가격과 기능면에서 사람들이 바꾸고 싶어할 만큼 매력적인 새로운 버전을 내놓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개발업자의 입장에서나 소비자의 입장에서나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데는 만만찮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후속판은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한다. 그러나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혁신이 이루어진 후속판에는 소비자도 반응을 보인다. 앞으로 윈도즈는 이삼 년에 한 번씩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세계 각지의 연구소나 차고를 개조한 허름한 연구실에서는 새로이 경쟁을 유발하는 요인들이 끊임없이 떠오르고 있다. 예를 들면 인터넷은 너무나 중요해져서,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제공할 수 있어야만 윈도즈가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 운영체계를 만드는 모든 업체들이 인터넷 지원기능에서 조금이라도 앞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달리고 있다. 음성인식기술이 믿을만한 수준으로 올라서면 이것 또한 운영체계를 크게 바꾸어놓을 것이다. 컴퓨터 산업은 변화무쌍한 세계라 뒤를 돌아볼 겨를이 별로 없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저지른 실수를 하나하나 되짚어보고 미래의 기회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문제해결에 실패했다고 해서 벌을 줘서는 안된다. 한 번의 실수는 병가상사가 아닌가. IBM은 최근 루 거스트너가 최고경영자에 오른 후 훨씬 효율화되어 수익이 늘었을 뿐 아니라 미래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대형 컴퓨터 시장의 지속적인 축소가 여전히 IBM의 문젯거리로 남아 있지만 IBM은 비즈니스와 정보고속도로를 위한 상품을 제공하는 중요한 기업으로서 자리를 확보할 것이다. 얼마 전부터 마이크로소프트는 실패한 기업에 몸담은 경력이 있는 간부들을 의도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실패할 때는 창조성이 자극되게 마련이다. 밤낮 없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을 주위에 두고 싶다. 앞으로 마이크로소프트도 반드시 실패를 겪을 것이다. 난국을 타개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빛을 발할 것이다.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기업도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 긍정적 피드백의 효과가 소진될 무렵이면 개혁의 몸짓도 이미 소용없고, 기업은 총체적인 하강곡선으로 내닫는다. 사업이 아주 잘될 때는 기업이 위기에 있음을 깨닫고 거기에 대처하기가 어렵다. 그것이 정보고속도로 건설에 뛰어든 기업들이 봉착하는 딜레마의 하나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나는 바짝 긴장한다. 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렇게 급성장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새로운 시대가 개막되는 지금 나는 어느새 자칫 안주하기 쉬운 기성세대가 되어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본다. 나의 목표는 성공한 기업도 자기 혁신을 할 수 있고 계속 정상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제4장 손가락 하나로 모든 정보를 -응용프로그램과 정보가전품 APPLICATIONS AND APPLIANCES 어렸을 때 에드 설리번 쇼 가 일요일 밤 8시에 방송되었다. 텔레비전을 가진 대부분의 미국인은 이 프로를 보기 위해 그 시간에는 가급적이면 집에 있으려고 했다. 비틀즈, 엘비스 프레슬리, 템프테이션즈가 노래하는 모습과 개 열 마리의 코 위로 한꺼번에 열 개의 접시를 돌리는 사람의 묘기를 그때가 아니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할아버지 댁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 있거나 보이스카우트 캠핑을 마치고 터덜터덜 집을 향해 걸어오는 중이었다거나 하면 정말이지 속이 상했다. 일요일 밤 8시에 집에 없었던 사람은 월요일 아침 전날 밤의 TV 프로를 화제로 하는 대화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기존의 TV에서는 무엇을 볼지는 결정할 수 있어도 그것을 언제 볼지는 우리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 이런 종류의 방송을 전문용어로는 동기적(synchronous)'이라고 한다. 시청자는 만인을 대상으로 하는 고정된 방송시간에 원하는 프로를 볼 수밖에 없다. 30년 전에 나는 에드 설리번 쇼 를 그런 식으로 봤고 지금도 저녁 뉴스를 대개 그런 식으로 본다. 1980년대 초에 비디오는 우리에게 좀더 많은 융통성을 주었다. 녹화를 하기 위해 버튼을 누르고 테이프를 넣기가 좀 번거로워서 그렇지 조금 신경쓰면 원하는 프로를 나중에 얼마든지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방송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시간에 맞추어 보고 싶었던 프로를 보는 여유를 누리게 되었다. 전화통화 역시 동기적이다. 두 사람이 동시에 전화기를 들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TV 프로를 녹화하거나 자동응답장치로 전화를 받는 일이 가능해지면서 우리는 동기적 통신을 좀더 편리한 비동기적 통신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사람들은 동기적 통신을 비동기적 통신으로 바꾸는 방법을 찾았다. 지금으로부터 5,000년 전 문자가 발명되기 전의 유일한 통신수단은 육성이었다. 말하는 사람의 육성을 그 자리에서 듣지 못한 사람은 메시지를 알 길이 없었다. 메시지를 문자화할 수 있게 되자 그것을 저장했다가 나중에 누구나 편리하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1995년 초 집에서 이 책을 쓰고 있지만 독자가 내 책을 언제 어디서 읽게 될지 전혀 알 수 없다.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의 하나는 시간의 제약에서 좀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장점은 그것말고도 얼마든지 있다. 비동기적 통신이 가능해지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진다. TV 프로그램을 거의 녹화하지 않는 시청자도 비디오는 꾸준히 빌려 본다. 천 원 정도만 내면 동네 비디오 대여점에서 수천 가지의 영화를 마음대로 골라 볼 수 있는 것이다. TV가 등장한 지 60년이 채 못되지만 TV는 개명된 세계에 살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의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떻게 보면 TV는 자신이 출현하기 전 20년 동안 가정에 즐거움을 안겨주었던 라디오의 뒤를 이은 데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정보고속도로는 단순히 TV와 자리를 바꾸는 선에서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말로만 들으면 마술처럼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우리의 생활을 쾌적하고 편리하게 해주는 기술의 엄청난 힘을 보여줄 것이다. 영화를 이해하고 또 영화감상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투자하는 영화 애호가가 많으므로 주문형 비디오가 정보고속도로의 중요한 활용분야로 부각될 것이다. 게임이나 전자우편, 홈뱅킹 같은 일은 너끈히 처리해도 아직은 대다수의 컴퓨터가 뛰어난 화질의 영상을 제공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정보고속도로에 연결되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다. 고선명 영화를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전송할 수 있게 되면 비디오 기기라는 매개장치는 필요없어진다.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나열한 긴 목록 중에서 원하는 것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제한적인 주문형 비디오 시스템이 이미 고급 호텔의 객실에 설치되어 비싼 유료 영화 채널을 몰아내거나 보완하고 있다. 호텔 객실, 공항, 여객기는 나중에 가정에 등장할 정보고속도로의 각종 서비스를 시험운영할 수 있는 좋은 장소다. 이런 곳들은 잘 관리된 환경을 제공하며 실험의 신뢰성을 높여주는 충분한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TV 프로는 동기적으로 시청되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여전히 방송될 것이다. 일단 방송된 프로는-각종 영화와 비디오는 물론-당신이 보고 싶은 시간에 언제든지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주각극 사인펠드 를 목요일 밤 9시에, 또는 9시 13분에, 또는 9시 45분에 볼 수도 있고, 아니면 토요일 오전 11시에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주인공의 유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대신 볼 수 있는 프로가 얼마든지 널려 있다. 당신이 다른 TV 프로나 영화를 요청하면 그것이 제꺽 전달되어 네트워크를 통해 전해올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당신과 당신이 관심을 갖는 대상 사이에 있는 모든 매개장치가 제거된 듯한 느낌을 줄 것이다. 당신은 원하는 것을 가리키기만 하면 즉시 그것을 얻을 수 있다. 영화, TV 프로를 비롯하여 각종 디지털 정보는 모두 서버(server)'에 저장될 것이다. 서버는 엄청난 기억용량을 가진 컴퓨터다. 서버는 네트워크에 있는 어떤 정보든 족집게처럼 뽑아올 것이다. 특정한 영화를 보고 싶다. 어떤 사실을 확인하고 싶다. 전자우편을 꺼내고 싶다고 요청하면 당신의 요청은 그런 정보를 저장한 서버, 또는 서버들에게 전해진다. 당신은 집에 도착한 자료가 옆동네의 서버에서 온 것인지 바다 건너의 서버데서 온 것인지 모를 것이며 사실 그런 건 중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당신이 요청한 디지털 정보는 서버에서 나와 교환기에 의해 당신의 정보용 가전품, 곧 TV, 개인용 컴퓨터 또는 전화기로 전달될 것이다. 이 디지털 장치들은 예전의 아날로그 장치들과 마찬가지로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다는 이유로 각광받을 것이다. 이들 정보가전품은 정보고속도로에 연결된,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범용 컴퓨터일 것이다. 설사 생방송 프로라 하더라도 당신은 적외선 리모콘을 써서 언제든지 프로를 시작하게 하거나 멈추거나 앞부분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다. 방문객이 찾아오면 원하는 시간 동안 프로를 중단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당신은 프로를 자유자재로 시청할 수 있다. 물론 생방송 프로를 미리 앞질러서 볼 수는 없지만 말이다. 영화나 TV 프로를 전송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간단하다. 대다수 시청자들은 주문형 비디오에 대해 이해하고 나면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해진 것을 환영할 것이다. 주문형 비디오는 컴퓨터 업계에서 말하는 이른바 킬러 애프(killer application)'로 정보고속도로를 빛내줄 가능성이 높다. 킬러 애프는 발명자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을 끌어들여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발명이 필요불가결한 것으로 만드는 기술을 사용한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스킨 소 소프트(Skin-So-Soft)라는 로션은, 사람들이 그것에 벌레의 접근을 막아주는 특성이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되기 전까지는 한정된 시장을 놓고 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평범한 제품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도 피부를 부드럽게 한다는 원래의 용도로도 물론 팔리고 있지만, 그러나 이 제품의 매출이 급증한 것 벌레의 접근을 막아준다는 킬러 애프 덕분이다. 킬러 애프란 표현은 최근에야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 개념은 전부터 있었다. 토머스 에디슨은 위대한 발명가였을 뿐 아니라 탁월한 기업인이기도 했다. 1878년 에디슨 제너럴 일렉트릭사를 설립한 뒤 그는 전기를 팔려면 먼저 스위치만 한번 누르면 밤이고 낮이고 집안을 밝혀주는 전기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음을 절감했다. 에디슨은 부자들만 양초를 살 수 있을 정도로 전기료가 싸질 거라고 장담하여 소비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햇다. 그는 전기기술의 놀라운 응용세계를 만끽하기 위해 사람들이 자기 집으로 전력을 끌어들이리라는 걸 정확히 내다본 것이다. 전기는 조명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대부분의 가정에 뿌리내렸지만, 얼마 안 가서 수많은 응용물이 쏟아지기 시작햇다. 후버사는 초기의 전기청소기를 개량해서 내놓았다. 전기 조리기구도 대중화되었다. 전기 히터, 토스터, 냉장고, 식기세척기, 다리미, 전기 공구, 헤어드라이어, 그밖에 사람들의 수고를 덜어주는 각종 가전품이 발명되었다. 전기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되었다. 킬러 애프는 호기심의 차원에서 시작된 기술적인 진보를 돈을 벌어주는 사업으로 변모시킨다. 킬러 애프를 동반하지 못하는 발명은 주목을 끌지 못한다. 입체영화, 4채널 음향이 소비자의 반응을 얻지 못하고 실패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3장에서 나는 1970년대에 워드프로세서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기업체 사무실에 보급시켰다고 언급했다. 처음에는 문서편집을 전문으로하는 왕 워드프로세서가 그 시장을 석권햇다. 문서편집 전문 워드프로세서 시장은 빠른 속도로 불어나 나중에는 모두 50여 개 업체가 참여하는 가운데 연매출 10억 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몇년 뒤에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했다. 개인용 컴퓨터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놀랐다. PC 사용자는 워드스타(다년간 가장 인기있는 문서편집 프로그램으로 각광을 받아왔음)를 쓰다가 곧바로 비지캘크 같은 스프레드시트용 프로그램, 디베이스 같은 데이터베이스 관리용 프로그램을 쓸 수 있었다. 워드스타, 비지캘크, 디베이스를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개인용 컴퓨터를 사게 하는 구매동기가 되고도 남았다. 그 프로그램들이 바로 킬러 애프였다. 처음 나온 IBM PC의 킬러 애프는 로터스 1-2-3이었다. 로터스 1-2-3은 IBM 컴퓨터의 강점을 살린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이었다. 애플 매킨토시의 킬러 애프는 인쇄될 문서를 디자인하기 위한 앨더스 페이지메이커, 문서처리용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스프레드시트용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이었다. 처음 몇년 동안 기업체와 가정에 판매된 매킨토시의 3분의 1이상이 전자출판에 이용되었다. 정보고속도로는 통신과 컴퓨터 양 분야에서 이루어진 기술적 진보가 합류되는 지점에서 출현할 것이다. 한 분야의 진보만으로는 정보고속도로의 발전에 필요한 킬러 애프를 만들어낼 수 없다. 그러나 함께라면 가능하다. 정보, 교육 서비스, 오락, 쇼핑, 일대일 통신을 종합적으로 제공해주므로 정보고속도로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그러나 필요한 요소들이 언제 모두 갖춰질 것인지는 아직 확실이 알 수 없다. 조작이 간편한 정보가전품은 정보고속도로의 이용에 없어서는 안될 기본요소다. 앞으로 몇년 안에 다양한 모양과 다양한 통신속도를 지닌 디지털 장치가 속속 등장할 것이다. 이 문제는 나중에 자세히 논의하겠다. 우선은 PC 모양의 다양한 가전품이 정보고속도로에서 우리를 타인이나 혹은 정보와 연결시켜주리라는 것만 알아두기로 하자. 그 과정에서 TV와 전화기를 비롯하여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아날로그 장치가 디지털 장치로 바뀔 것이다. 꼭 필요한 것만이 살아남으리라는 건 확실하다. 어떤 형태가 보편화될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어쨌든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고 정보고속도로에 접속할 수 있는 범용 컴퓨터일거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많은 가정에는 이미 두 개의 전용 통신선이 들어와 있다. 하나는 전화선, 하나는 케이블 TV선이다. 이 독자적인 통신선들이 단일한 디지털 정보 시스템으로 통합되는 날이 정보고속도로가 실현되는 날이다. 미래의 TV 수상기는 컴퓨터와 다르게 생기고 키보드도 달려 있지 않겠지만, 내부에 장착되어 있거나 외부에 부착된 별도의 전자장치 때문에 구조적으로는 컴퓨터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TV 수상기는 요즘 대부분의 케이블 TV 업체에서 제공하는 셋톱박스(변환장치)와 유사한 셋톱박스를 통해 정보고속도로에 연결될 것이다. 이 새로운 셋톱박스 안에는 아주 강력한 컴퓨터가 들어 있다. 셋톱박스는 TV의 안이나 뒤, 또는 위에 놓일 수 있으며, 심지어는 지하실이나 집 밖에도 설치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셋톱박스는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네트워크 안의 각종 스위치나 서버와 대화 를 나누어 정보와 프로그램을 꺼내고 중계한다. 셋톱박스가 아무리 PC를 닮아간다 하더라도 PC와 TV의 사용방식 사이에는 여전히 중대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보는 거리다. 오늘날 미국 가구의 3분의 1이상이 PC를 갖고 있다(게임기는 포함시키지 않고라도). 이런 추세로 가면 집집마다 정보고속도로에 연결된 PC를 적어도 한 대씩은 갖게 될 것이다. PC는 상세한 내용을 보거나 글을 쓰고 싶을 때 사용한다. PC의 고선명 모니터는 바로 당신의 코앞에 놓이므로 당신은 글과 그밖의 작은 형상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거실에 놓이는 대형 TV는 한꺼번에 여러 사람이 보기에는 적합하지만 키보드도 없고 프라이버시를 보장해주지도 못한다. 셋톱박스와 PC 인터페이스 장비를 갖추면 구형 TV나 현재 쓰이는 평범한 PC로도 정보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도 화질이 뛰어난 새로운 TV와 PC는 계속 나올 것이다. 현재의 TV 화면에 나타나는 상은 극장이나 잡지에서 볼 수 있는 상에 비하면 조악하다. 미국 방송신호는 그림정보를 486개의 주사선으로 나타낼 수 있지만 대부분의 TV에서는 그것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 일반 가정용 비디오는 주사선이 겨우 280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영화 끝에 나오는 작은 글씨는 TV 화면에서 읽기 어렵다. 일반 TV 화면은 극장화면과 모양도 다르다. 우리가 보는 TV의 영상비, 곧 화면의 가로 세로 비율은 4대 3이다. 가로가 세로보다 3분의 1이 더 넓은 것이다. 반면에 극장용 필름은 대략 2대 1의 영상비로 만들어진다. 가로가 세로의 2배다. 최근 시판된 고선명 텔레비전(HDTV)은 주사선이 1,000개, 영상비가 16대 9에 색상도 뛰어나 확실히 보기가 좋다. 그러나 고선명 텔레비전은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방송장비와 수신장비의 가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광고주들이 고선명 텔레비전이라고 해서 웃돈을 얹어줄 리는 만무하다. 특별히 광고효과가 뛰어나리란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고속도로가 깔리면 고선명 텔레비전은 각광받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다양한 주사선과 영상비로 비디오를 수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용 컴퓨터 사용자들은 주사선을 자유롭게 선택한다는 개념에 익숙하다. 480선(VGA)이 기본이지만, 모니터와 비디오 카드만 뒷받침되면 600, 768, 1,024, 1,200 등으로 얼마든지 더 나은 화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TV 스크린과 PC 스크린은 계속 향상될 것이다. 크기는 작아지고 질은 좋아질 것이다. 대개는 흰색 칠판 같은 납작한 평면 형태를 취할 것이다. 두께가 2센티 남짓밖에 안되는 커다란 벽걸이식 스크린이 지금 차트가 걸려 있는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거기서 사진, 영화, 그밖의 시각자료는 물론 글과 상세한 자료까지 얼마든지 보게 될 것이다. 그 위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목록을 작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화면에 내장된 컴퓨터는 글씨를 판독하여 일정한 활자체로 변환할 것이다. 이런 장치는 먼저 회의실에서 쓰이다가 나중에는 개인 사무실과 가정에까지 보급될 것이다. 오늘날의 전화는 PC나 TV와 같은 네트워크에 연결될 것이다. 미래의 전화는 대부분 작고 납작한 화면과 소형 카메라가 부착될 것이다. 그 점을 제외하면 지금의 전화기와 형태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주방 벽에는 여전히 전화기가 걸려 있을 것이다. 공간활용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당신은 전화기 앞에 바짝 다가앉아서 당신과 통화하는 상대방의 얼굴이나 상대방이 보내주는 사진을 바라볼 것이다. 주방 벽에 걸린 전화기나 거실에 놓인 TV 셋톱박스, 서재에 놓인 PC는 기술면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포장만 다르게 해놓았을 뿐 모든 정보가전품은 거의 똑같은 컴퓨터 구조를 갖고 있을 것이다. 겉모양이 다른 것은 서로 다른 기능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이동을 자주 해야 하는 사회에서는 이동중에도 효율적으로 일할 필요가 있다. 200년 전의 여행자들은 얄팍한 마호가니 상자에 펜과 잉크를 넣는 서랍과 필기판이 달린 휴대형 책상 을 들고 다녔다. 접으면 들고 다니는 데 불편함이 없을 만큼 부피가 작아지고 펼치면 널찍한 필기판이 생겼다. 제퍼슨이 휴대형 책상을 펼쳐놓고 독립선언문을 쓴 곳은 고향 버지니아가 아니라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필라델피아였다. 오늘날에는 나처럼 사무실과 집 어디에서나 일하는 사람은 랩톱(또는 그보다 더 작은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한다. 이 소형 컴퓨터들은 사무실에 있는 회사 네트워크와 대형 모니터에 연결될 수 있다. 노트북 컴퓨터는 계속 얇아져 책두께만해질 것이다. 지금은 컴퓨터 중에서 노트북이 가장 들고 다니기 편리하지만 머지않아 PC 지갑이 등장할 것이다. 사진 한 장 크기의 컬러 스크린이 달려 있고 주머니에 들어가는 크기의 PC 지갑을 오늘날의 지갑처럼 누구나 갖고 다니게 될 것이다. 당신이 주머니에서 컴퓨터를 꺼내도 아무도 신기해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당신의 소지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최소한 열쇠, 신분증, 돈, 손목시계는 있을 것이다. 그밖에 크레디트 카드, 가계수표, 여행자 수표, 주소록, 수첩, 메모지, 읽을 거리, 카메라, 소형 카세트, 휴대폰, 무선호출기, 연극표, 지도, 나침반, 계산기, 전자출입증, 사진, 그리고 긴급상황에서 도움을 청하기 위한 호루라기도 있을지 모른다. PC 지갑이라고 불리는 정보가전품에다 당신은 이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집어넣을 수 있다. PC 지갑은 메시지와 스케줄을 알려주고 길안내를 하며 전자우편이나 팩스를 보내고 날씨와 주식에 관한 정보를 주고 복잡한 게임까지 즐기게 해줄 것이다. 회의석상에서 당신은 여기에 메모를 할 수도 있고 약속을 확인할 수도 있으며 심심하면 이것저것 정보를 훑어볼 수도 있고 수천 장의 아이 사진 중에서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띄워볼 수도 있을 것이다. PC 지갑에는 현금이 담겨 있지는 않지만 결코 분실되는 법이 없는 디지털 화폐가 들어 있을 것이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1달러짜리 지폐, 수표, 상품권, 그밖의 유통가능한 수단을 건넬 때, 이런 종이를 전달하는 것은 곧 화폐를 전달하는 행위다. 그러나 돈이 반드시 종이의 형태로 표현되라는 법은 없다. 크레디트 카드 지불과 외환시장거래는 디지털 정보로 표시된 돈을 주고받는 행위다. 미래의 PC 지갑은 누구든지 디지털 자금을 편리하게 지불하고 받을 수 있게 해줄 것이다. PC 지갑을 계산대의 컴퓨터와 연결하면 번거롭게 돈을 주고받을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디지털 화폐는 개인과 개인의 거래에도 널리 이용될 것이다. 아들에게 용돈을 주고 싶으면 당신의 PC 지갑에서 아들의 PC 지갑으로 5달러를 보내주면 그만이다. 누구나 PC 지갑을 갖고 다니면 공항 터미널이나 극장, 그밖에 사람들이 신분을 증명하거나 표를 내야 하는 곳에서 더 이상 길게 줄을 설 필요가 없어진다. 공항의 탑승구를 통과하면서 PC 지갑을 그으면 공항의 컴퓨터가 당신이 비행기표를 구입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잠긴 문으로 들어갈 때도 열쇠나 자기 카드 따위는 필요없게 된다. PC 지갑이 자물쇠를 관장하는 컴퓨터에 당신의 신원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현금과 크레디트 카드가 사라지기 시작하면 PC 지갑이 범죄자들의 좋은 표적이 될 터이므로 PC 지갑이 도난당한 크레디트 카드처럼 악용당하는 일을 방지하는 안전장치가 마련될 것이다. PC 지갑은 당신의 신원증명에 사용되는 열쇠 를 보관할 것이다. 그 열쇠는 당신이 얼마든지 쉽게 무효화시킬 수 있으며 정기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거래일 경우에는 PC 지갑 안에 열쇠를 넣어두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한 가지 해결법은 거래를 하는 시점에 암호를 집어넣는 것이다. 현금자동지급기가 당신에게 아주 짧은 암호를 요구하듯이 말이다. 암호를 외우는 번거로움을 줄이려면 사람의 생체기록을 이용할 수도 있다. 생체기록은 더욱 안전하므로 언젠가는 PC 지갑에 포함될 것이 확실시된다. 생체기록 안전 시스템은 성문이나 지문 같은 신체적인 특성을 기록한다. 가령 당신의 PC 지갑은 당신이 거액의 거래를 하려고 할 때마다 스크린에 임의의 단어를 제시하고는 큰 소리로 읽어보라고 요구하거나 지갑 옆면에 엄지손가락을 대보라고 요구할 것이다. PC 지갑은 자신의 들은 것이나 본 것을 당신 목소리나 엄지의 디지털 기록과 대조할 것이다. 적절한 장비를 단 PC 지갑은 당신이 지구상의 어디에 가 있든지 정확한 현재위치를 알려줄 것이다. 지구궤도를 선회하는 전역 위치파악 시스템(GPS: 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성은 제트기, 해상 선박, 순항 미사일, 휴대형 GPS 수신기를 든 하이킹족에게 신호를 보내 그들이 있는 위치를 오차 범위 몇십 미터 이내로 정확하게 알려준다. 그런 장비는 지금도 몇백 달러만 주면 구입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 PC 지갑에 많이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 PC 지갑은 당신이 실제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정보고속도로와 접속하여 당신의 현재위치를 알려줄 것이다. PC 지갑에 내장된 스피커는 인터체인지에 접근했다거나 다음 구간은 교통사고 빈발지역이라는 등의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PC 지갑은 디지털 교통정보를 모니터하여 공항으로 일찍 출발하는 게 좋겠다고 사전통보하거나 우회로를 제시할 것이다. PC 지갑의 컬러 지도는 도로상황, 날씨, 집회, 관광지, 심지어는 패스트푸드점에 이르기까지 당신이 원하는 모든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줄 것이다. 아직까지 문은 닫지 않은 중국집이 이 근처에 있는가? 라고 당신이 물으면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요구한 정보가 지갑으로 전송되어올 것이다. 당신이 도로가 아닌 숲길을 걷고 있다고 해도 PC 지갑은 당신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고, 등산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스위스 군용칼처럼 여러모로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실제로 나는 PC 지갑을 새로운 스위스 군용칼로 생각한다. 어릴 때 나도 그런 칼을 하나 갖고 있었다. 내 스위스 군용칼은 칼날 두 개만 달랑 붙은 가장 단순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해서 연장으로 쓸 수 있을 만큼 거창하지도 않았다. 반짝거리는 빨간 손잡이에 하얀 십자가가 새겨져 있으며 드라이버, 작은 가위, 심지어는 코르크따개(당시에는 어디에 쓰는지를 잘 몰랐지만)까지 켜켜이 접혀 있던,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군용칼이었다. 어떤 PC 지갑은 조촐하고 단순해서 작은 스크린, 마이크, 디지털 화폐를 안전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방법 따위의 꼭 필요한 기능만을 제공할 것이다. 반면에 카메라, 인쇄되거나 손으로 쓴 글을 모두 읽을 수 있는 스캐너, 전역 위치파악 수신기 등 각종 장비를 탑재한 PC 지갑도 등장할 것이다. 대부분의 PC 지갑에는 위기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비상 버튼이 달려 있을 것이다. 온도계, 기압계, 고도계, 맥박계를 탑재한 모델도 등장할 것이다. 따라서 가격도 천차만별이겠지만 대략 지금의 카메라와 비슷한 가격체계를 가질 것이다. 디지털 화폐로 쓰이는 간단한 일회용 스마트 카드 는 지금의 일회용 카메라와 비슷한 값에 팔리겠지만 아주 정교한 PC 지갑은 백만 원 정도 주어야 살 것이다. 그러나 그 성능은 10년 전의 가장 뛰어난 컴퓨터를 능가할 것이다. PC 지갑의 가장 기본적 형태인 스마트 카드는 크레디트 카드와 비슷하게 생겼으며 지금 유럽에선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스마트 카드는 안에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장착되어 있다. 미래의 스마크 카드는 주인을 식별해내고 디지털 화폐, 공연 티켓, 개인 의료정보를 저장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스크린이나 음향 기능을 비롯하여 좀더 값비싼 PC 지갑에서 제공하는 각종 기능은 없을 것이다. 여행용이나 예비용으로도 유용하겠지만 그 자체로도 다양한 쓰임새를 가질 것이다. 당신은 PC 지갑을 갖고 있지 않아도 키오스크를 이용해 정보고속도로에 접근할 수 있다. 지금의 신문 가판대와 비슷하게 생긴 키오스크는 음료수대나 휴게실, 공중전화처럼 업무용 빌딩이나 쇼핑물, 공항에 설치될 것이며 공중전화는 물론 은행의 현금자동지급기 역할도 하게 된다. 이것에는 무료 서비스도 있고, 유료 서비스도 있다. 이것은 다른 정보가전품과 마찬가지로 정보를 주고받는 것에서부터 지도의 전달, 티켓 구입까지 다 해낼 수 있다. 당신이 처음으로 키오스크를 사용한다면, 오늘날 공항에서 호텔이나 렌트카 업체로 곧바로 연결해주는 전화처럼 키오스크는 특정한 서비스를 해주는 업체의 광고를 보여줄 것이다. 지금의 현금자동지급기처럼 키오스크도 투박하게 생겼지만 내부에는 PC가 들어 있다. PC가 어떤 형태를 취하건 사용자는 응용 소프트웨어들의 숲에서 방향을 잃지 않는 요령을 배워야 한다. 오늘날 당신은 TV에서 보고 싶은 프로가 있으면 리모콘으로 선택한다. 미래의 시스템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선택지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 무수히 많은 선택지를 하나하나 보면서 골라야 한다면 이만저만 불편한 노릇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프로가 어떤 채널에서 하는지 일일이 기억할 필요는 없다. 그래픽 메뉴가 나오면 기호를 가리켜 원하는 프로를 고르면 된다. 굳이 손으로 가리킬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나중에 가서는 TV나 개인용 컴퓨터, 그밖의 정보가전품에다 구두로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제한된 어휘밖에 쓰지 못하겠지만 언젠가는 대화를 나누듯이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려면 강력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사람이 힘들이지 않고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의 말을 한다는 것이 컴퓨터에게는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 동생을 불러라 같은 미리 규정되 간단한 명령들에 대해서는 이미 음성 인식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임의의 문장을 해독하는 것은 이보다 훨씬 어렵지만 앞으로 10년만 지나면 이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말을 하거나 키보드를 누르지 않고 손으로 글씨를 써서 컴퓨터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 더 편하다고 느낄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서 많은 기업들이 몇년 전부터 손으로 쓴 글씨를 읽을 수 있는 이른바 필기해독 컴퓨터(pen-based computer) 를 연구하고 있다. 나는 필체가 각기 다른 사람들이 쓴 글씨를 척척 알아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빠른 시일 안에 개발되리라고 낙관해왔다. 그런데 알고 보니 대단히 까다로운 난점이 도사리고 있었다. 우리가 시험을 할 때는 멀쩡하게 잘 돌아가던 시스템이 다른 사용자만 나타나면 번번이 말썽을 부렸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보통 때보다 글씨를 또박또박 더 알아보기 쉽게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컴퓨터가 우리에게 적응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컴퓨터에게 적응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번은 쓸만한 프로그램을 완성했다고 생각한 연구팀이 그 성능을 보여주기 위해 나한테로 왔다. 결과는 실패였다. 연구팀에 속했던 사람들이 모두 오른손잡이였으므로 오른손잡이의 글씨체에만 길들여진 컴퓨터가 나같은 왼손잡이의 글씨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글씨를 알아보는 컴퓨터를 만드는 것은 말을 알아듣는 컴퓨터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절감했다. 그러나 컴퓨터의 성능이 나날이 향상되고 있으므로 나는 언젠가 그런 능력을 갖춘 컴퓨터가 등장하리라고 지금도 낙관한다. 명령을 말로 하건 글씨로 쓰건 아니면 손으로 가리키건, 당신이 하게될 선택은 단순히 어떤 영화를 보고 싶다는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는 훨씬 복잡한 내용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가급적 그 선택이 쉽게 이루어지기를 희망할 것이다. 사용자들은 헷갈리거나 난관에 부딪치거나 시간이 허비되는 상황을 못 견뎌 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의 소프트웨어 구조는 설령 사용자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모를지라도 정보를 거의 백발백중 찾아낼 수 있게끔 짜여져야 한다. 정보고속도로에는 수많은 정보가 있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수백 군데의 도서관과 온갖 유형의 상품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고속도로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것 중의 하나가 정보의 과적(information overload)'이다. 정보고속도로의 광섬유 케이블이 막대한 양의 정보를 토해내는 거대한 파이프 같을 거라고 상상하는 것인데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정보과적은 정보고속도로에만 국한된 문제도 아니고 사실 문제라고 할 것도 없다. 우리는 이미 도서목록, 영화평, 전화번호부에서 친구의 권유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에 접하고 있다. 정보과적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에게 나는 우리가 읽고 싶은 책을 어떻게 찾는지 한번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모든 책을 검토하지는 않는다. 모든 책을 읽지 않아도 우리가 원하는 인쇄물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도우미 가 그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도우미는 서점 한구석의 자료검색장치일 수도 있고 도서관의 십진분류체계일 수도 있고 일간지에 실린 서평일 수도 있다. 정보고속도로에서는 기술과 편집 서비스가 결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정보탐색을 돕는다. 이상적인 검색 시스템은 정보를 거의 무제한적으로 제공하는 강력한 성능을 가졌으면서도 사용이 아주 간편해야 할 것이다. 그런 시스템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는 질문, 필터, 공간탐색, 하이퍼링크, 에이전트 기능을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선택방식을 파악하기 위해 그것을 비유적으로 설명해보겠다. 특정한 정보-사실들의 모음, 깜짝 놀랄 뉴스, 영화목록-가 모두 가상의 창고 안에 있다고 하자. 질문은 창고 안의 물품이 당신이 설정한 기준에 맞는지를 하나하나 점검하는 것이다. 필터는 창고 안으로 새 물품이 들어올 때마다 그것이 그 기준에 합치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공간탐색은 창고 안을 걸어다니면서 재고의 위치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가장 복잡한 구조를 가졌으면서도 우리가 가장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마도 정보고속도로에서 우리를 대변할 개별 에이전트일 것이다. 에이전트는 실은 소프트웨어지만 당신은 마치 사람을 대하듯 이런저런 형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비서를 보내서 재고를 살피는 것과도 같다. 다른 예를 들어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질문은 말 그대로 질문이다. 당신은 다양한 주제의 질문을 던져서 완벽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제목은 떠오르지 않지만 스펜서 트레이시와 캐서린 헵번이 주연으로 나왔고 어느 추운 날 스펜서 트레이시가 질문은 연방 퍼부으니까 캐서린 헵번이 벌벌 떠는 장면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면, 당신은 캐서린 헵번 스펜서 트레이시 추운 질문 의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영화의 제목을 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에 대한 답변으로 정보고속도로의 서버는 1957년에 나온 로맨틱 코미디 데스크 셋 을 제시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 스펜서 트레이시는 한겨울에 옥상에서 캐서린 헵번을 몰아세운다. 당신은 그 장면을 볼 수 있고 영화 전체를 볼 수도 있으며 영화대본을 읽을 수도 있고 영화평을 검토할 수도 있으며 스펜서 트레이시나 케서린 헵번이 그 장면에 대해서 뭐든 공식적으로 했던 말이 있었으면 그것도 읽어볼 수 있다. 해외시장에 팔려나가 더빙이 되었거나 자막처리가 된 필름이 있으면 그것도 볼 수 있다. 외국의 서버에 저장된 영화들도 얼마든지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최초의 시험관 아기를 다룬 전세계의 모든 기사를 보여달라 거나 두 종류 이상의 개먹이를 비치하고 있으며 60분 이내에 우리 집까지 개먹이 한 통을 배달해줄 수 있는 가게의 명단을 알려달라 거나 최근 들어 석 달이 넘도록 내가 한 번도 연락하지 못한 친척이 누구누구인지 알려달라 같은 단도직입적인 질문도 너끈히 처리할 것이다. 이보다 훨씬 복잡한 질문에 대해서도 답을 줄 것이다. 이를테면 당신은 록비디오를 보고 국제무역에 관한 글을 꾸준히 읽는 사람의 비율이 가장 높은 대도시는 어디인가? 같은 황당무계한 질문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응답이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질문은 전에 누군가가 제기한 적이 있어 이미 그 답이 계산되어 저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신은 또한 필터 들을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필터는 사실상 상시가동되는 질문이라고 하겠다. 필터는 24시간 작동하면서 새로운 정보 중에서 당신의 관심사와 맞아떨어지는 것만을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솎아낼 것이다. 당신은 가령 스포츠 팀이라든가 특정한 과학적 발견에 관한 소식 등, 자기가 관심을 갖는 분야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여과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 날씨가 가장 중요하다면 당신의 필터는 날씨를 당신의 전용 신문 머릿기사로 실을 것이다. 당신의 성장과정이나 관심영역을 바탕으로 컴퓨터에 의해 자동적으로 만들어지는 필터도 있다. 그런 필터는 자신이 과거에 접했던 사람이나 사건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환기시킬 것이다. 이를테면 나에게는 레이크사이드 국민학교에 떨어졌던 운석 같은 것 말이다. 당신은 또 공개적인 필터를 만들 수도 있다. 그것은 가령 구함: 1990년산 니산 맥시마 부품 또는 지난번 월드컵에 관한 각종 기록을 판매하는 분을 찾습니다 또는 비가 오건 눈이 오건 일요일 오후에 함께 자전거를 타실 분 없습니까? 처럼 구체적인 대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물음이다. 그런 필터는 당신이 취소명령을 내리기 전까지는 탐색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만일 필터가 일요일 오후에 함께 자전거를 탈만한 사람을 발견하면 그 필터는 그 사람이 네트워크 안에서 기왕에 공개한 정보를 빠짐없이 점검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할 것이다. 당신이 새로운 친구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알고 싶어하는 내용일 테니까 말이다. 공간탐색은 지금 우리가 정보를 알아내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알고 싶을 때 우리는 도서관이나 서점의 해당분야를 찾아간다. 신문을 보아도 스포츠란, 부동산란, 경제란이 각각 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특정한 정보를 찾는다. 대부분의 신문에서 일기예보는 매일매일 같은 자리에 실린다. 일부 소프트웨어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는 공간탐색은 현실세계나 가상세계의 비주얼한 모델과 대화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정보를 찾아갈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런 모델은 내용을 3차원적으로 표현한 그림지도와도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공간탐색은 TV나 기존의 키보드를 갖지 않는 휴대용 소형 PC와의 대화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은행업무를 보려고 할 때 당신은 시내지도가 실린 곳으로 가서 마우스나 리모콘, 아니면 손가락을 써서 해당 은행을 가리킬 수 있다. 법원을 가리키면 그 법원에서 어떤 판사가 어떤 사건을 다루는지, 또 앞으로 다룰 사건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당신은 지도 안으로 뛰어들어 거리나 건물의 구석구석을 탐색할 수 있을 것이다. 원근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 이곳저곳을 아주 쉽게 넘나들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잔디 깎는 기계를 사고 싶다고 하자. 화면이 집의 내부를 보여주면 당신은 뒷문을 열고 차고를 비롯한 각종 구조물을 볼 수 있다. 차고에 대고 커서를 누르면 당신은 차고 안에서 잔디 깎는 기계를 비롯한 각종 공구를 볼 수 있다. 잔디 깎는 기계에 대고 커서를 누르면 광고, 평가, 사용자를 위한 매뉴얼, 매장이 가상공간 안에서 펼쳐진다. 당신은 원하는 정보를 얼마든지 얻으면서 재빨리 상품을 비교할 수도 있다. 화면에 나타난 대상을 가리켜 그 대상에 관한 정보를 검출하는 것은 일종의 하이퍼링크(hyperlink)'라 하겠다. 하이퍼링크는 공상과학소설에서 우주선이 초공간 을 통해 지리적 공간에서 저 지리적 공간으로 넘나들듯이 사용자가 한 정보공간에서 다른 정보공간으로 순식간에 넘어갈 수 있게 한다. 정보고속도로에서의 하이퍼링크는 당신이 제기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순간적으로 마련할 것이다. 당신이 뉴스를 보다가 화면에 나오는 영국 총리와 같이 걸어가는 여자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고 하자. 당신은 그 여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 TV 리모콘을 사용해서 그 여자를 가리키면 그 여자의 이력사항이 나오고 최근 그 여자가 등장한 주요 기사의 목록이 소개될 것이다. 그 목록에서 특정한 기사를 선택하여 얼마든지 읽고 시청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에서 저 기사로 몇번이고 왔다갔다 하면서 전세계로부터 시각, 청각, 문자 정보를 모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공간탐색을 관광에도 요긴하게 쓰인다. 어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이 보고 싶으면 당신은 마치 그곳에 와 있는 것처럼 작품들 사이를 누비며 시각적으로 재현해놓은 공간을 거닐 수 있을 것이다. 그림이나 조각에 관한 세부사항이 알고 싶으면 하이퍼링크를 이용하면 된다. 복작거리는 인파도 줄서기도 피할 수 있다. 아무리 무식해 보이는 질문이라도 거리낌없이 물어볼 수 있다. 진짜 미술관에 온 것처럼 흥미진진한 그림들과 맞닥뜨릴 것이다. 가상 미술관은 탐색하는 것이 진짜 화랑을 거니는 것과 똑같지야 않겠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마치 직접 극장이나 경기장에 가서 발레나 야구를 보지 않아도 집에서 TV로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다른 사람들도 같은 미술관 을 방문하고 있다면 당신은 원한다면 그들을 볼 수 있고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미술관에서 꼭 혼자 다닐 필요는 없으니까.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사교를 위해 일정 지역이 할당될 것이다. 다른 곳에서는 남을 볼 수가 없을 것이다. 당신에게 어느 정도 모습을 드러내라고 요구하는 공간도 있겠지만 나머지 공간에서는 그런 요구가 없을 것이다. 당신이 다른 사용자들을 보는 것은 당신의 선택 여하와 특정한 공간의 규칙에 따라 달라진다. 당신이 공간탐색을 하고 있다면 당신이 돌아 다니는 장소가 반드시 실재할 필요는 없다. 당신은 가상의 장소를 정하여 원할 때는 언제든지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당신의 개인 미술관을 만들어 벽을 이동시키고 가상의 전시실을 추가하여 작품을 다시 배열할 수 있다. 정물화를 몽땅 쓸어모아 전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대 로마 미술관에 걸려 있는 폼페이의 프레스코 벽화와 현대미술관에 걸려 있는 피카소의 입체파 작품이 나란히 걸릴 수도 있다. 당신이 직접 큐레이터가 되어 마음에 드는 그림을 세계 전역에서 거두어다가 당신의 미술관에 걸어둘 수도 있을 것이다. 졸고 있는 남자에게 사자가 코를 대고 킁킁거리는 그림을 어렴풋이 기억한다고 가정하자. 당신은 그 그림을 전시하고 싶은데 작가도 모르고 어디서 보았는지도 모른다. 정보고속도로가 깔려 있으면 당신은 그걸 알아내느라 애먹을 필요가 없다. 알고 싶은 내용을 담아 질문만 던지면 된다. 질문이 들어가면 당신의 컴퓨터나 그밖의 정보가전품이 작동하면서 정보의 저장고를 뒤져 당신의 요구에 합치되는 내용을 찾아낼 것이다. 당신은 또 친구들에게 당신의 미술관을 구경시켜줄 수도 있을 것이다. 친구가 당신 옆에 앉아 있건 지구 맞은편에 있건 상관없다. 저기, 라파엘로 그림과 모딜리아니 그림 사이에 내가 세 살 때 손가락으로 그린 그림이 보이지? 이를테면 이런 식의 설명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탐색지원의 마지막 유형은 에이전트로, 여러모로 가장 쓰임새가 클 것으로 보인다. 에이전트는 마치 인격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필터다. 에이전트의 임무는 당신을 돕는 것이다. 당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게끔 도와준다는 뜻이다. 에이전트가 다양한 업무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를 이해하려면 먼저 오늘날의 PC 인터페이스가 에이전트에 의해 얼마나 개선될 수 있는가를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지금의 최신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애플의 매킨토시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즈처럼 정보와의 관계를 단순히 문자로 표현하지 않고 화면상에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그래픽 인터페이스다. 그래픽 인터페이스는 또 사용자가 대상-그림까지 포함하여-을 화면 위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미래의 시스템으로 채택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 화면 위에 너무 많은 옵션을 깔다 보니 잘 쓰지도 않는 프로그램이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소프트웨어를 잘 아는 사람이야 그것을 얼마든지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겠지만 일반사용자도 그것을 마음대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컴퓨터가 도움을 제공하지는 못하고 있다. 에이전트는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에이전트는 당신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과거활동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에이전트는 당신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활용 패턴을 찾아낼 것이다. 정보고속도로에 연결된 정보가전품은 소프트웨어의 마법을 통해 당신의 취향을 알아내고 이런저런 제안을 할 것이다. 나는 이것을 더 싹싹한 소프트웨어, 이름하여 소프터 소프트웨어(softer software)'라고 부른다.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가 수많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하지만 아무리 사용해도 처음 작성된 프로그램의 수준이 향상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소프터 소프트웨어는 사용할수록 총명해질 것이다. 그것은 마치 비서처럼 당신의 요구사항을 이해하고, 당신과 당신이 하는 일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될 수록 당신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준다. 새 비서가 출근한 첫날 그에게 당신이 몇주 전에 쓴 것과 똑같은 문서를 작성하라고 시킬 수는 없다. 이것에 대해서 알아야 할 모든 사람에게 사본을 보내라 는 식으로 말할 수도 없다. 그러나 몇달이 지나고 몇년이 흐르면서 비서는 무엇이 통상적인 업무고 당신이 어떤 식의 일처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점점 당신과 호홉이 맞는다. 오늘날의 컴퓨터는 첫 출근한 비서와도 같다. 모든 명령을 마치 첫 출근한 비서한테 말하듯 구체적으로 내려야 한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첫 출근한 비서처럼 행동한다. 그것은 당신이 시키는 일을 수없이 하고도 털끝만한 깨달음도 얻지 못한다. 경험으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비서 -이 경우는 소프트웨어-를 봐줄 사람은 없다. 우리가 소프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에이전트가 있으면 나는 그것에게 특정한 역할을 나 대신 맡아달라고 할 수 있다. 가령 그 에이전트는 모든 사업의 추진상황을 점검하여 변화를 확인하고 내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과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을 구별해줄 것이다. 에이전트는 사업의 규모, 다른 사업들에 미치는 영향, 지연된다면 그 사유와 시일 등등 내가 중시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배운다. 두 주일 가량 늦어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그것이 중요한 이유에서 연유된 문제라면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조사할 것을 권해야 한다는 것도 배운다. 이 정도를 이루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다. 주제넘게 나서지 않으면서 필요할 때 알아서 척척 도움을 주는 똑똑한 비서가 하루 아침에 키워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는 컴퓨터가 주제넘게 나서는 건 원하지 않는다. 컴퓨터를 자기 뜻대로 사용하는 데 익숙해진 사용자라면, 시키지도 않았고 바라지도 않는 기능을 지레짐작으로 자신있게 수행하는 지나치게 똑똑한 에이전트 앞에서 얼마나 당혹스럽겠는가. 에이전트를 사용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람처럼 행동하는 프로그램과 대화를 나누는 셈이다. 그런 소프트웨어는 당신을 도와주면서 유명인이나 만화주인공의 행동을 흉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인격을 갖는 에이전트는 소셜 인터페이스 를 제공한다.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많은 기업이 소셜 인터페이스 능력을 갖춘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있다. 에이전트는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완전히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적절히 보완하여 당신을 도와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당신이 아주 잘 아는 분야로 들어가면 에이전트는 모습을 감출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머뭇거리거나 도움을 청하면 에이전트는 다시 나타나 도움을 줄 것이다. 말하자면 에이전트는 소프트웨어에 내장된 협력자인 셈이다. 그는 당신이 어떤 분야에 정통하며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를 기억하며, 문제를 예견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노력한다. 에이전트는 조금이라도 이상한 것이 나타나면 당신이 관심을 갖기를 요구한다. 당신이 몇분 동안 작업을 하다가 수정한 내용을 지우기로 결정했다면 에이전트는 작업내용을 버려도 좋겠느냐고 물어올 것이다. 요즘도 일부 소프트웨어는 그런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당신이 두 시간 동안 작업한 뒤에 작업내용을 지우라고 명령하면 에이전트는 이것을 아주 특이한 경우로 받아들이고 당신이 중대한 실수를 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여길 것이다. 에이전트는 당신의 확인을 받으려 할 것이다. 당신은 두 시간 동안 이 일을 했습니다. 정말, 정말, 이것을 지워도 좋겠습니까? 이렇게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소프터 소프트웨어, 소셜 인터페이스 같은 이야기를 듣고 인간화된 컴퓨터라는 생각에 소름이 끼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단 에이전트를 써보면 그들도 좋아하게 될 것이다. 우리 인간은 대상을 인격화하는 버릇이 있다. 만화영화는 인간의 그런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라이온 킹 은 현실이 아니며, 또 현실을 그리려고도 하지 않는다. 차가 고장나거나 컴퓨터가 망가지면 우리는 거기에 대고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퍼붓고 왜 이렇게 애를 먹이느냐고 하소연한다.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알면서도 자꾸만 생명이 없는 대상을 마치 의지를 가진 살아있는 존재처럼 여기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업체와 대학의 연구자들은 어떻게 하면 이런 사람의 특성을 잘 이용하여 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좀더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모색하고 있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바브라는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생명이 없는 에이전트를 퍽이나 존중할 것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사용자들의 반응은 또 에이전트의 목소리가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서도 많이 달라졌다. 최근에 우리는 사용자가 컴퓨터를 써보고 그에 대해 어떤 식으로 평가를 내리는지를 조사했다. 사용자가 쓴 컴퓨터로 하여금 그 컴퓨터의 수행능력에 대한 평가를 사용자에게 묻게 했을 때는 반응이 대체로 긍정적으로 나왔다. 그러나 동일한 사용자에게 다른 컴퓨터로 하여금 먼젓번 컴퓨터의 성능을 평가해달라고 요청하게 했을 때는 상당히 비판적인 반응이 나왔다. 사람들이 면전에서 컴퓨터를 비판하기를 꺼려했다는 것은 그들이 컴퓨터의 감정을 고려했음을 암시한다. 컴퓨터는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소셜 인터페이스는 모든 사용자가 모든 상황에서 사용하기에 알맞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앞으로 그것이 많이 쓰이리라고 본다. 소셜 인터페이스는 컴퓨터를 인간화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보고속도로에서 어떤 방식으로 탐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개념이 명확하게 잡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탐색할 것인지는 아직 추측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보고속도로에서 이용할 수 있는 많은 응용 소프트웨어는 흥미를 목적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가령 이 도시 저 도시에 뿔뿔히 흩어져 있는 친구들과 포커를 치는 것 같은 간단한 프로그램이 있을 수 있다.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스포츠 중계를 보면 카메라의 각도, 화면 되돌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최대의 대형 레코드점인 정보고속도로를 통해서 언제 어디서나 무슨 노래든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당신이 작곡한 노랫가락을 마이크로 녹음한 뒤 다시 틀면 오케스트라 반주 또는 록그룹의 반주에 맞추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에도 비비언 리, 클라크 게이블 대신 당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집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몸에 딱 맞는, 혹은 당신의 취향에 맞는 파리의 최신 의상을 입고 패션쇼 무대를 거니는 당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호기심이 왕성한 사용자들은 풍요한 정보의 세계에서 감격스러워할 것이다. 태엽시계의 작동원리를 알고 싶은가? 어떤 각도에서든 시계의 내부를 엿볼 수 있고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것이 발전하면 나중에는 가상현실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시계 안을 기어다닐 수도 있을 것이다. 심장외과의가 되어볼 수도 있고 관중이 운집한 록 공연장에서 드럼을 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다 집집마다 놓인 컴퓨터에 풍부한 시뮬레이션 기능을 제공하는 정보고속도로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그중의 일부는 지금의 소프트웨어를 크게 발전시킨 프로그램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화질과 동영상도 지금보다 훨씬 향상될 것이다. 반면에 철저하게 실용적인 프로그램도 있을 것이다. 가령 휴가를 떠나면 집안 관리 프로그램이 알아서 난방온도를 조절하고 우체국에다 우편물을 보관해달라고 통고하고 신문보급소에다 신문배달을 중지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외부인이 빈집임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실내 등을 주기적으로 켰다 껐다 할 것이며 각종 공과금도 자동 지불해줄 것이다. 우리의 건강에 직결되는 중요한 프로그램도 나올 것이다. 하루는 아버지가 손가락이 심하게 부러져 가까운 병원의 응급실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 병원은 시애틀의 소아전문 병원이었다. 병원측은 환자의 나이가 너무 많다며 치료를 거부했다. 만일 당시에 정보고속도로가 있었더라면 아버지는 쓸데없이 그 병원을 찾아가 헛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에서 운용되는 의료 소프트웨어가 그 시간에 아버지에게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가까운 응급실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었을 테니 말이다. 앞으로 몇년 뒤에 만일 아버지의 손가락이 다시 부러진다면 아버지는 정보고속도로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적절한 병원을 찾아낼 수 있음은 물론이고 병원을 향해 차를 몰고 가면서 미리 접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번거롭게 진료신청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병원 컴퓨터는 아버지의 부상에 맞는 의사를 짝지워줄 것이고, 그 의사는 정보고속도로 안의 서버로부터 아버지의 의료기록을 받아볼 것이다. 그 병원의 의사는 물론 세계 전역의 권위있는 의사나 전문의는 서버에 디지털 형태로 기록된 환자의 의무기록-가령 X선 사진-을 즉석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X선 사진을 보면서 전문의들이 말이나 글로 밝히는 소견은 모조리 아버지의 의무기록에 접속될 것이다. 나중에 아버지는 집에서 X선 사진을 보면서 전문의들의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보면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저 골절 부의를 보렴! 의사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봐! 피자 메뉴를 선택하거나 의무기록을 공유하는 등의 소프트웨어는 이미 조금식 현실화되고 있다. 대화형 정보를 공유하는 일은 빠른 속도로 우리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아직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제5장 꿈의 통신망, 정보고속도로 PATHS TO THE HIGHWAY 앞 장에서 설명한 응용 소프트웨어와 가전품의 진수를 맛볼 수 있으려면 우선 정보고속도로가 깔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보고속도로는 아직 없다. 정보 초고속도로 라고 해서 장거리전화망을 통한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세상인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정보고속도로가 집집마다 들어오려면 아직 적어도 10년은 기다려야 한다. 개인용 컴퓨터, 멀티미디어 CD롬 소프트웨어, 고성능 케이블 TV 네트워크, 유무선 전화망, 인터넷은 모두 정보고속도로의 중요한 사전단계라 할 수 있다. 이들 하나하나에서 미래의 모습을 부분적으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정보고속도로의 모습은 이중 어느 것도 아니다. 정보고속도로의 건설은 거대한 사업이다. 광케이블, 고속교환기, 서버 같은 물적 기반을 구축해야 할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3장에서 나는 PC의 출현을 낳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발전을 언급했다. 4장에서 내가 말한 정보고속도로용 응용 소프트웨어들도 일단은 플랫폼 위에 얹혀야 돌아갈 수 있다. 그 플랫폼은 PC와 인터넷으로부터 발전할 것이다. 1980년대 PC 산업에서 그랬던 것처럼 정보고속도로의 플랫폼을 이루는 소프트웨어 구성물들을 둘러싸고 불꽃튀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보고속도로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는 넓은 탐색범위와 안전성, 전자우편과 전자게시판 기능,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소프트웨어 구성물과의 접속, 청구 및 결제 서비스 기능 등등 다방면에서 모자람이 없어야 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를 위한 구성물의 제공자는 응용 소프트웨어, 셋업 형식, 정보관리 데이터베이스를 시스템 내에서 좀더 간편하게 운영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tool)와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표준을 마련할 것이다. 응용 소프트웨어들이 서로 매끄럽게 잘 돌아가려면 플랫폼이 사용자 프로필을 위한 표준을 정의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사용자가 선호하는 내용에 관한 정보가 한 응용 소프트웨어에서 다른 응용 소프트웨어로 전달될 수 있다. 이렇게 정보가 공유되어야 응용 소프트웨어들도 사용자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것이 수익성 높은 사업이 되리라는 확신 아래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하여 많은 기업들이 플랫폼의 구성믈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 구성물은 정보고속도로용 소프트웨어들의 토대가 될 것이다. 성공하는 구성물은 하나만은 아닐 것이며 그것들은 서로 연결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의 플랫폼은 또한 서버와 각종 정보가전품을 포함한 다종다양한 컴퓨터를 지원해야만 한다. 이 플랫폼 소프트웨어의 주요고객은 개인이 아니라 케이블 TV사, 전화회사, 그밖의 네트워크 제공사가 되겠지만, 플랫폼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소비자일 것이다. 네트워크 제공사는 소비자에게 최고의 응용 소프트웨어와 최대의 정보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에 자연히 관심을 가질 것이다. 따라서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들은 일차적으로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나 네트워크 제공사의 구마에 맞추려고 노력할 것이다. 가치창출은 대부분 그들이 하기 때문이다. 개발된 응용 소프트웨어를 보고 투자가는 정보고속도로라는 것이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숙고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의 건설에 필요한 자금규모를 생각할 때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과정이다. 현재의 계산으로는 TV나 PC 같은 정보가전품을 정보고속도로에 연결하는 비용은, 제품별로 다소의 편차는 있겠지만 가구당 약 1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광케이블 부설비와 서버, 교환기, 가전품 구입비를 모두 포함한 가격이다. 미국에 대략 1억 가구가 있다고 할 때 총 투자비는 미국에서만 무려 100조 원에 이른다. 정보고속도로가 정말로 원활히 돌아가고 소비자가 새로운 응용 소프트웨어를 일부러 구입할 만큼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서기 전에는 아무도 이런 데 돈을 투자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주문형 비디오를 포함하여 소비자가 TV 시청료로 내는 돈은 정보고속도로를 건설하기에는 턱없이 적다. 건설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서비스가 현재의 케이블 TV 사업만큼 이윤이 남는다는 확신을 투자가들에게 심어주어야 한다. 정보고속도로의 수익전망이 불분명하면 투자가가 나설 리 없고 그렇게 되면 정보고속도로의 건설이 지연될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투자가는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다. 초라한 잿밥을 올려놓고 투자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열심히 염불을 외는 것처럼 우스꽝스러운 노릇도 없지 않겠는가. 혁신적인 시도가 하나둘 구체화되고 투자가들이 새로운 응용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차차 이해하게 되면 정보고속도로가 수지맞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뿌리내릴 것이다. 일단 정보고속도로의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로 재미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되면 자본을 끌어모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실 우리는 다른 사회기간시설 구축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그것을 당연시한다. 도로망, 상하수도망, 송전망을 구축하는 데도 각각 정보고속도로의 건설비용만큼 든다. 나는 정보고속도로의 미래가 밝다고 본다. 지난 몇년 동안 급성장한 인터넷의 경우만 보더라도 앞으로 정보고속도로의 각종 응용 소프트웨어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리라고 본다. 인터넷 은 표준화된 프로토콜(protocol) 곧 정보를 교환하는 공통의 규약 아래 서로 연결된 컴퓨터 집단을 가리키는 말이다. 정보고속도로가 되기에는 아직 까마득하지만 인터넷은 현재로서는 가장 거기에 근접한 형태를 보여주며, 장기적으로 정보고속도로로 꾸준히 발전할 것이다. 인터넷의 보급은 1981년 IBM PC가 소개된 이후 컴퓨터 업계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발전이다. 인터넷의 확산을 IBM PC와 비교해보면 여러모로 재미있다. IBM PC는 완벽하지 않았다. 독단적이고 열등한 측면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BM PC는 모든 응용 소프트웨어의 표준으로 자리잡을 만큼 널리 보급되렀다. IBM의 표준에 대항하려는 회사들도 많았고, 또 그들의 시도는 충분한 공감을 얻을 수 있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많은 기업들이 IBM PC를 개선해나가는 쪽을 택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인터넷은 온라인 정보 서비스를 포함하여 상용, 비상용 컴퓨터 네트워크가 느슨하게 연결된 집단이다. 서버는 전세계에 산재되어 있으며 고속, 저속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다. 대부분의 가입자는 낮은 대역폭을 가진 전화선에다 개인용 컴퓨터를 연결한다. 모뎀 은 PC를 전화선에 연결하는 장치다. 모뎀은 0과 1을 변조하여 컴퓨터가 전화선에 접속될 수 있게 한다. 초창기의 IBM PC에서 모뎀은 보통 1초에 300에서 1,200비트의 비율로 데이터를 전송했다(비트율, 곧 비트/초를 보(baud)라고도 부르므로 이 경우에는 300보에서 1,200보가 된다). 이런 속도 로 전화선을 통해 전송되는 데이터는 대부분 문자정보였다. 비트율이 그렇게 낮은 모뎀은 화상을 전송하면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뎀은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오늘날 전화선을 통해 컴퓨터와 컴퓨터를 이어주는 모뎀은 1초에 14,400비트 또는 28,800비트의 정보를 주고받는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정도는 다양한 종류의 정보를 전송하기에는 충분한 대역폭이라 할 수 없다. 문자정보 한 페이지를 보내는 데는 1초면 족하지만 아무리 압축을 한다 해도 PC 화면 크기의 사진을 이 정도 모뎀으로 보내려면 10초는 걸린다. 슬라이드화할 수 있을 정도의 고해상 컬러 사진을 보내려면 몇분이 걸린다. 동화상을 보내는 데도 비슷한 시간이 걸리므로 아직은 실용성이 높다고 할 수 없다. 이미 인터넷에서는 비즈니스, 교육, 또는 재미를 목적으로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상대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전세계의 학생들이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바깥 출입을 못하는 사람도 친구들과 생생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얼굴을 마주 대하면 서로 불편해하는 특파원들이 인터넷을 통하여 결속을 다지고 있다. 정보고속도로에는 비디오 서비스가 추가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불행하게도 문자정보만 주고받던 시절에는 무시할 수 있었던 신분, 인종, 성의 편견이 되살아날 것이다. 인터넷을 비롯하여 전화망을 통해 이루어지는 각종 정보 서비스는 정보고속도로가 어떻게 운용될 것인지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내가 당신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 컴퓨터에서 나온 나의 메시지는 전화선을 통해 나의 사서함 을 갖고 있는 서버로 보내진다. 거기서 다시 당신의 사서함을 보관하고 있는 다른 서버로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보내진다. 전화망이나 사내 컴퓨터망을 통해 서버에 접속할 경우 당신은 나의 메시지를 포함하여 당신의 사서함에 있는 내용물을 가져올 수 있다. 즉 다운로드(download) 할 수 있다. 그것이 전자우편의 원리다. 당신은 하나의 메시지를 동시에 여러 사람에게 보낼 수도 있고, 나아가서는 게시판 에 공개할 수도 있다.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자게시판은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메시지가 공개되는 곳이다. 사람들이 그 메시지에 속속 반응을 보이면 공개 토론이 벌어진다. 이 토론은 대개 비동기적으로 이루어진다. 전자게시판은 대개 주제를 갖고 있으며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특정 집단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전자게시판을 이용하면 자기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을 효율적으로 찾아갈 수 있다. 상용 서비스는 비행조종사, 언론인, 교사, 혹은 더 세분화한 단위의 직업군을 위한 게시판을 제공한다. 인터넷에는 유즈넷 뉴스그룹(usenet newsgroup)'이라고 해서 여과되지 않은 격론이 오가는 게시판이 있다. 이곳에서는 카페인, 로널드 레이건, 넥타이 같은 아주 협소한 주제를 놓고 열띤 논란이 벌어진다. 당신은 특정 주제와 관련된 모든 메시지, 또는 최근의 메시지, 또는 특정한 사람으로부터 오는 모든 메시지, 아니면 특정한 메시지에 대한 반응으로 오는 메시지, 주제에 특정한 단어가 포함되어 있는 메시지 등등을 얼마든지 검색할 수 있다. 전자우편이나 파일 교환말고도 인터넷은 요즘 들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웨브 브라우징(Web browsing)'도 지원한다. 월드 와이드 웨브 (줄여서 웨브, 또는 WWW)는 그래픽 정보 페이지를 제공하는 인터넷에 연결된 서버들을 말한다. 그런 서버의 하나에 접속하면 많은 하이퍼링크를 가진 정보화면이 나타난다. 마우스를 가지고 그중의 한 하이퍼링크에 접속하면 추가정보와 또 다른 하이퍼링크들을 담은 새로운 화면이 나타난다. 그 페이지는 인터넷 위의 같은 서버에 저장된 것일 수도 있고 다른 서버에 저장된 것일 수도 있다. 한 기업이나 개인에 관한 정보를 담은 중심 페이지를 홈 페이지라고 부른다. 당신이 홈페이지를 만들어 전자주소를 등록하면 인터넷 사용자들은 그 주소를 두드려 당신의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다. 요즘의 광고에서 우리는 광고주가 문의처에다 자신의 홈페이지 주소를 넣은 것을 자주 본다. 웨브 서버를 구축하는 소프트웨어는 대단히 저렴하며 거의 모든 종류의 컴퓨터에다 이용할 수 있다. 웨브를 섭렵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 또한 어떤 컴퓨터에서든 이용할 수 있고 또 대개는 무료다. 앞으로의 운영체계는 인터넷 접속기능을 가질 것이다. 기업과 개인이 인터넷에서 정보를 용이하게 발표할 수 있게 되면서 출판 의 의미도 많이 바뀌었다. 인터넷은 내용물을 출판하는 공간으로 당당히 자리잡았다. 인터넷에는 긍정적 피드백의 이득을 보기에 충분할 만큼 많은 사용자들이 가입해 있다.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인터넷에 오르는 내용물은 더욱 풍부해질 것이며, 내용이 풍부하면 풍부할수록 사용자도 늘어날 것이다. 인터넷이 빠른 시일 안에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인터넷의 전송 표준인 TCP/IP 프로토콜은 분산처리(distributed computing)를 지원하며 믿을 수 없을 만큼 간편하다. 웨브 브라우징을 정의하는 프로토콜도 무척 간단하며 서버들이 방대한 양의 정보를 비교적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게 해준다. 대화형 책들과 하이퍼링크에 관한 많은 예측들-몇십 년 전 테드 넬슨 같은 선구자가 했던-은 웨브에서 바야흐로 실현되고 있다. 오늘날의 인터넷은 내가 상상하는 정보고속도로는 아니다. 물론 당신은 그것을 정보고속도로의 초기 형태로 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오리건 산길(Oregon Trail) 이 좋은 비유가 되겠다. 1841년에서 1860년대 초까지 모두 30만 명 이상의 고단한 영혼들이 마차를 타고 미주리주의 인디펜던스를 출발하여 2,000마일의 험난한 장정 끝에 오리건 테러토리(어느 주에도 속하지 않는 지역-역주)나 캘리포니아 금광에 도착했다. 그중 약 2만 명이 약탈, 콜레라, 기아로 희생되었다. 그들이 이동한 길을 오리건 산길이라고 부른다. 오리건 산길은 말하자면 오늘날의 고속도로의 효시였던 셈이다. 오리건 산길은 많은 주의 경계선을 통과했다. 여행자들은 마차를 타고 그 길을 쌍방향으로 오갈 수 있었다. 오늘날의 84번 주간 도로와 그밖의 여러 고속도로는 많은 부분이 오리건 산길을 따라 건설되어 있다. 그러나 오리건 산길에서 얻은 결론을 미래의 정보고속도로에 섣불리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콜레라와 기근은 84번 고속도로에서는 문제가 안된다. 불법주차나 음주운전도 마차 여행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는 아니었다. 인터넷이 개척하는 길은 정보고속도로의 많은 요소를 규정할 것이다. 인터넷은 놀랍고 획기적인 발전이며 정보고속도로의 최종적인 모습을 많은 부분 예견케 하지만 앞으로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보안이 불철저하고 요금체계가 불완전한 측면이 보완될 것이다. 미래의 정보고속도로 사용자들은 인터넷 문화의 상당 부분을 마치 오늘날 우리가 오리건 산길 시대의 마차와 서부개척자들에게서 생경함을 느끼듯이 기이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실제로 지금의 인터넷은 얼마 전의 인터넷과는 또 다르다. 인터넷의 발전속도는 너무나 빨라서 1년 전이나 6개월 전의 인터넷에 관한 설명도 이미 사람들은 아득한 옛날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이처럼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영역의 최전선에 서 있기란 몹시 힘겹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은 인터넷을 확장하고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표준화 작업에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터넷은 원래 통신수단이 아니라 컴퓨터 과학 연구사업으로 출범했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의 컴퓨터 시스템을 깨부수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해커들이 자연히 인터넷에 꼬일 수밖에 없었다. 1988년 11월 2일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들의 처리속도가 갑자기 늦어지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그중 상당수의 컴퓨터가 잠시 기능이 정지되었다. 파괴된 데이터는 없었지만 컴퓨터 관리자들이 시스템 복원을 위해 진땀을 흘리는 동안 엄청난 액수의 컴퓨터 시간비용이 날아가버렸다. 이 사건이 보도되었을 당시 인터넷에 대해서 들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네트워크를 통해 자기복제를 하면서 이 컴퓨터에서 저 컴퓨터로 번져간 웜(worm)' 곧 벌레라는 해로운 프로그램으로 밝혀졌다.(바이러스라고 하지 않고 벌레라고 한 이유는 프로그램을 감염시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웜은 시스템 소프트웨어에서 소홀히 다루는 뒷문(backdoor) 을 통해 자신이 공격하고자 하는 컴퓨터의 메모리로 곧바로 침투했다. 그리고 거기서 몸을 숨긴 채 어슬렁거리다가 거짓 정보를 흘려 문제점의 확인과 대웅책 마련을 한층 어렵게 만들었다. 며칠 뒤 뉴욕타임즈 지는 문제의 해커가 코넬대 대학원에 재학중인 23세의 로버트 모리스 2세라고 보도햇다. 모리스는 나중에 자신은 그저 재미난 프로그램을 만들어 그것이 얼마나 많은 컴퓨터에 전달되는지 알아볼 요량이었는데, 프로그래밍 과정의 실수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복제속도가 훨씬 빨라졌다고 진술했다. 모리스는 1986년에 제정된 연방 컴퓨터 사기범죄법을 위반한 혐의로 집행유예 3년에 벌금 1만 달러, 400시간의 사회봉사활동 형에 처해졌다. 때때로 고장이 있었고 가끔은 보안사고가 터졌지만 대수로운 것이 아니어서 인터넷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비교적 신뢰할만한 통신수단을 제공해왔다. 인터넷은 전자우편, 게시판에 올릴 내용, 그밖의 데이터를 서버들이 효율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게끔 전세계적인 접속망을 제공한다. 그들이 주고받은 내용은 몇줄의 짧은 메시지에서 수백만 바이트를 잡아먹는 사진자료, 소프트웨어, 그밖의 각종 데이터 등이 있다. 1마일 떨어진 서버에서 자료를 받는 것과 수천 마일 떨어진 서버에서 자료를 받는 데 드는 비용은 똑같다. 벌써 인터넷의 가격체계는, 통신비용이 시간과 거리에 따라 매겨져야 한다는 관념을 변화시키고 있다. 전산비용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 컴퓨터를 살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을 경우 이제까지는 시간당 사용료를 지불하고 대형 컴퓨터를 써야 했다. PC는 그것을 바꾸어놓았다. 인터넷의 사용료가 워낙 싸다 보니 사람들은 이것이 정부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걸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1960년대에 미국 정부가 추진했던 사업이 인터넷으로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당시 아르파텟(ARPANET)이라고 불렸던 이 사업은 컴퓨터 과학용과 공학용으로 출범하였다. 이것은 멀리 떨어진 연구자들 사이의 효율적인 통신수단으로 활용되었지만 외부인들은 이런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거의 몰랐다. 1989년 미국 정부는 아르파넷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했다. 곧이어 그것을 대신할 인터넷 이라는 이름의 상용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위한 계획이 마련되었다. 인터넷이라는 이름은 그 밑에 깔린 통신 프로토콜의 명칭에서 유래했다. 상용 서비스로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의 주된 이용자는 대학에서 연구하는 과학자나 컴퓨터 업체였다. 그들은 인터넷을 써서 전자우편을 주고받았다. 인터넷의 이용료를 그토록 저렴하게 만드는 가격체계는 대단히 흥미로운 측면을 갖고 있다. 전화를 사용하면 당연히 거리와 시간에 따라 비용이 청구된다. 장거리전화를 자주 쓰는 기업들은 전용회선을 확보함으로써 과다한 비용부담을 덜려고 한다. 전용회선은 서로 떨어진 두 곳 사이에서만 쓸 수 있는 특수 전화선이다. 전용회선을 쓰면 통화량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 통화를 얼마나 많이 하든 매달 일정액의 사용료가 청구될 뿐이다. 인터넷의 토대를 이루는 것은 바로 데이터를 수송하는 교환 시스템으로 연결되는 이런 전용회선들의 뭉치로 이루어진다. 인터넷을 이용한 장거리접속 서비스는 미국의 5개 회사가 제공하고 있는데 이들 업체는 통신위성 운영사로부터 회선을 빌린다. 미국의 전화사업을 독점해온 AT&T가 분할된 후 회선임대료는 많이 떨어졌다. 인터넷에서 오가는 통화량이 엄청나므로 이들은 최저한의 사용료를 받고도 수지를 맞출 수 있다. 그들이 확보해놓은 대역폭은 어마어마하다. 대역폭 이란 말을 좀더 상세히 짚고 넘어가자. 앞서도 말했지만 대역폭은 통신선이 그와 접속된 정보처리장치에 정보를 실어나르는 속도를 의미한다. 대역폭은 부분적으로는 정보를 송신하고 수신하는 기술에 좌우된다. 전화망은 낮은 대역폭을 가진 쌍방향 개인통신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전화기는 전류의 파동-음성의 아날로그-을 매개로 전화회사의 기계와 통신하는 아날로그 장치다. 아날로그 신호가 장거리 전화회사에 의해 디지털화되면 거기서 얻어지는 디지털 신호에는 초당 64,000비트의 정보가 담긴다. 케이블 TV 방송에 쓰이는 동축 케이블은 보통의 전화선보다 훨씬 높은 대역폭을 갖고 있다. 고주파 비디오 신호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케이블 TV 시스템은 비트를 수송하지 않는다. 그들은 30-75개의 비디오 채널을 아날로그 기술로 전송한다. 동축 케이블은 이론적으로 초당 수억에서 수십억 비트의 정보를 너끈히 실어나를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디지털 정보수송을 지원하는 새로운 교환기가 부착되어야 한다. 한 중계소에서 다른 중계소로 초당 17억 비트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장거리 광케이블은 한꺼번에 25,000회의 통화를 충분히 지원하는 대역폭을 갖고 있다.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사이의 공백처럼 중복되는 정보를 제거하는 압축방식으로 통화를 전송하면 가능한 통화의 수가 훨씬 늘어난다. 훨씬 적은 비트로 각각의 통화를 전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특수전화선을 확보하고 있다. 이것을 T-1이라고 하는데 초당 150만 비트를 전달할 수 있어 비교적 높은 대역폭을 가지고 있다. T-1을 임대한 기업은 지역 전화회사에 매달 사용료를 내고(T-1은 데이터를 가장 가까운 인터넷 접속점까지 실어나른다.) 그들을 인터넷에 접속시켜주는 회사에는 대면 약 2만 달러의 고정액을 지불한다. 접속용량, 곧 램프(ramp) 를 기준으로 정해지는 그 연간사용료는 그 회사가 인터넷을 일년 내내 사용하든 전혀 사용하지 않든, 인터넷 통화가 몇마일 거리에서 이루어지든 대양을 가로질러 이루어지든 일정액으로 고정되어 있다. 그 돈이 모여 인터넷이 굴러간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어디까지나 사용량이 아니라 용량을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격체계도 단순해질 수밖에 없다. 통신위성 회사들이 시간과 거리를 일일이 추적해야 한다면 엄청난 기술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장사가 되는데 무엇 때문에 그런 번거로운 일을 하겠는가? 따라서 인터넷 접속선을 확보한 사람은 별도의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마음껏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니 가급적 많이 사용하는 편이 유리하다. 물론 개인이 T-1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개인은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지역 서비스 제공사를 이용한다. 지역 서비스 제공사는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T-1이나 그밖의 고속 통신회선을 매년 2만 달러씩 내고 임대한 회사다. 개인이 일반 전화선을 써서 지역 서비스 제공사에게 전화를 걸면 서비스 회사는 그것을 인터넷에 연결해준다. 프라임타임대의 인터넷 사용료는 월 20시간을 기준으로 약 20달러다. 인터넷에 접속하는 데 드는 돈은 앞으로 몇년 안에 더욱 떨어질 것이다. 전세계의 대형 전화회사들이 너도나도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어서 가격인하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컴퓨서브, 아메리카 온라인 같은 서비스 회사들은 인터넷 접속도 자신의 서비스에 포함시킬 것이다. 앞으로 몇년 동안 인터넷은 개선을 거듭하여 지금보다 접속하기 쉽고 수록정보가 많아지고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짜임새 있어지고 탐색이 용이해지고 다른 상용 온라인 서비스와의 통합성이 높아질 것이다. 인터넷이 당면한 기술적인 과제의 하나는 어떻게 실시간(real-time) 내용-특히 오디오(음성을 포함한)와 비디오-을 처리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인터넷의 하부구조를 이루는 기술로는 데이터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일정한 속도로 이동되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네트워크상의 혼잡도에 따라 패킷이 얼마나 빨리 전달될까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시도 끝에 양질의 쌍방향 오디오 비디오 전달이 가능해졌지만 오디오 비디오 지원을 충분히 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의 대폭적인 변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당분간은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변화가 일어나면 인터넷은 전화회사의 음성 네트워크와 직접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상이한 가격체계를 생각할 때 이들 사이의 경쟁은 볼만할 것이다. 인터넷은 통신비를 지불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정보사용료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터넷은 정보를 거의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사(NASA)의 사진에서부터 사용자들이 공개한 전자게시판의 정보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보는 여전히 무료로 제공되겠지만 할리우드 영화나 백과사전의 데이터베이스는 앞으로도 영리를 목적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특별한 종류의 정보다. 지금 인터넷에는 공짜 소프트웨어가 많이 있으며 그들 가운데 제법 유용한 것들도 상당수 있다. 그것은 대개 학생들이 만들었거나 정부지원으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처럼 중요한 도구에 대한 품질, 지원, 포괄성 측면에서 개선을 바라는 요구가 늘어나면서 상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도 어차피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대학에서 공개 소프트웨어를 만든 많은 학생과 교수들이 자신들의 소프트웨어에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하여 상용판을 내기 위한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다. 판매를 목적으로 하건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쉽게 소프트웨어를 보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미래의 정보고속도로를 위해서는 좋은 징조다. 그러나 정보고속도로가 현실화되기 전까지 수많은 과도적인 기술들이 새로운 응용물을 만들어내는 데 사용될 것이다. 일단 완벽한 대역폭을 가진 고속도로가 깔리면 결쟁상대가 못되겠지만 그 기술들은 일단 지금보다 진일보한 세계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이 발전된 기술들은 이미 사용되고 있고 수요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응용물이라는 점에서 비용면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과도적인 기술 중의 일부는 전화망을 근간으로 할 것이다. 1997년까지는 대부분의 고속 모뎀이 기존의 전화선을 이용하여 음성과 데이터를 동시에 전송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계획을 짤 때 당신과 여행사가 모두 PC를 갖고 있다면 여행사는 당신이 고려할만한 다양한 호텔을 직접 사진으로 보여주고 가격표까지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반죽을 어떻게 그렇게 부풀릴 수 있었는지를 친구에게 묻고 싶을 때, 친구와 당신이 전화선에 연결된 PC를 갖고 있다면 그 친구는 당신과 대화를 나누면서 생생한 그림과 함께 그 비결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기술을 DSVD, 곧 디지털 동시음성 데이터 (digital simultaneous voice data)라고 한다. DSVD는 다른 어느 것보다도 전화망을 이용한 정보공유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앞으로 3년 안에 나는 DSVD가 광범위하게 채택되리라고 본다. DSVD는 기존의 전화선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으므로 비용도 저렴할 것이다. 전화회사는 교환기를 개조할 필요가 없으므로 전화료도 인상하지 않는다. 대화를 나누는 쌍방이 모두 적절한 모뎀과 PC 소프트웨어만 갖추고 있다면 DSVD는 순조롭게 가동된다. 전화망을 이용하는 또 하나의 과도적인 기술은 특수전화선과 특수교환기를 요구한다. 이 기술의 명칭은 ISDN(종합 정보통신망)이다. ISDN은 음성과 데이터를 초당 64,000비트 또는 128,000비트부터 보내기 시작한다. DSVD가 하는 모든 기능을 5배에서 10배의 빠르기로 할 수 있다는 말이다. ISDN는 중간 대역폭의 응용 소프트웨어에 알맞다. 문자정보와 정지화상정보를 빠른 속도로 받아볼 수 있다 동화상도 전송하지만 화질은 그저 그렇다. 영화를 보기에는 화질이 떨어지지만 화상회의를 열기에는 충분하다. 제대로 된 정보고속도로는 고품질의 비디오를 요구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많은 직원들은 매일 ISDN을 써서 집에 있는 컴퓨터를 회사 네트워크에 연결시킨다. ISDN는 10여 년 전에 발명되었지만 PC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에는 이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없었다. 전화회사들은 어떻게 활용해야겟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ISDN을 처리할 교환기 개발에 배짱 좋게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다행히 PC의 보급으로 ISDN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PC에서 ISDN을 지원하는 카드의 가격은 1995년 현재 40만 원이지만 앞으로 몇년 안에 20만 원 미만으로 뚝 떨어질 것이다. ISDN 회선의 사용료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에서는 월편균 4만 원이다. 이것 역시 앞으로 2만 원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다. 일반 전화요금에 비해 약간 비싼 정도다. 우리는 다른 업체들과 함께 좀더 많은 PC 사용자들이 ISDN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용료를 인하하라고 전세계의 전화회사들을 설득하고 있다. 케이블 TV 회사들도 나름대로 과도적인 기술과 전략을 갖고 있다. 그들은 기존의 동축 케이블망을 활용하여 지역전화 서비스를 함으로써 전화회사들과 경쟁을 벌일 것이다. 이미 특수 케이블 모뎀이 개인용 컴퓨터와 케이블망을 연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이렇게 되면 케이블 업체들은 ISDN보다 높은 대역폭을 제공할 것이다. 케이블 회사들이 이용할 수 있는 또다른 과도적인 기술은 현재의 방송 채널 수를 5배에서 10배까지 늘리는 것이다. 더 많은 채널을 기존의 케이블에 우겨넣는 디지털 압축기술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흔히 말하는 500채널 방식-사실은 150채널 정도를 제공할 것이다.-으로, 이것은 주문형 비디오에 거의 근접한 형태를 띨 것이다. 물론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영화의 수는 어느 정도 제한되어 있겠지만 말이다. 당신은 번호가 매겨진 채널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화면 위의 목록에서 고르게 될 것이다. 인기있는 영화는 스무 개 가량의 채널에서 약 5분 간격으로 방영될 것이므로 당신은 5분 단위로 언제들지 편리한 시간에 영화를 볼 수 있다. 당신이 영화나 TV 프로를 보고 싶은 시간을 선택하면 셋톱박스가 해당 채널을 연결시켜줄 것이다. 30분짜리 CNN 헤드라인 뉴스는 지금처럼 한 채널에서 정각 6시에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에 여섯 개의 채널로 방영될 수 있을 것이다. 6시 5분, 6시 10분, 6시 15분, 6시 20분, 6시 25분에 시작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30분 간격으로 새로운 뉴스가 나올 것이다. 500개의 채널은 이런 식으로 빠르게 실용화될 것이다. 케이블 회사들은 경쟁이 격화되면서 채널을 늘려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휴즈 일렉트로닉스사의 DIRECTV는 이미 수백 개의 채널을 가정으로 전송하고 있다. 케이블 업체들은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하여 채널을 빨리 늘리고 싶어한다. 물론 제한된 수의 영화를 제공할 때에는 500개의 채널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500채널 시스템은 대부분 여전히 동기적이므로 당신의 선택 범위는 제한될 것이고 기껏해야 낮은 대역폭의 백 채널(back channel) 밖에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백 채널은 케이블을 통해 사용자의 정보가전품으로부터 네트워크로 명령이나 기타 정보를 실어나를 수 있는 정보의 통로를 말한다. 500채널 시스템의 백 채널은 당신이 TV 셋톱박스를 이용하여 상품이나 프로그램을 주문하고, 여론조사나 퀴즈 프로의 질문에 답하고, 여러 명이 하는 게임에 참가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낮은 대역폭의 백 채널은 가장 흥미로운 가전품이 갖춰야 할 융통성과 쌍방향성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 할아버지한테 손자를 찍은 비디오도 보내지 못할 것이고 진정한 대화형 게임도 하지 못할 것이다. 전세계의 케이블 회사와 전화회사는 네 가지의 발전경로를 나란히 밟을 것이다. 첫째, 그들은 서로 상대의 사업을 잠식할 것이다. 케이블 회사는 전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고 전화회사는 TV를 포함한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둘째, 둘 다 PC를 ISDN이나 케이블 모뎀과 연결할 수 있는 더 효과적인 방식을 제공할 것이다. 셋째, 둘 다 더 많은 TV 채널과 양질의 신호를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로 바꿔나갈 것이다. 넷째, 둘 다 텔레비전 세트와 PC에 연결되는 광대역 시스템을 다각도로 시험할 것이다. 이 네 개의 전략 하나하나가 모두 디지털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를 부채질할 것이다. 전화회사와 케이블 회사는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견쟁을 벌일 것이다. 결국 인터넷과 그밖의 과도적인 기술은 진정한 정보고속도로에게 자리를 양보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전화망과 케이블망의 장점을 두루 겸비할 것이다. 전화망처럼 사적인 접속을 제공하여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사람이 자신의 시간에 맞춰 관심사를 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케이블망처럼 풍부한 대역폭을 제공하여 다중 TV와 개인용 컴퓨터로 다양한 비디오 프로그램 및 정보원과 접속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세계 전역의 서버와 서버를 연결하는 선은 아주 투명한 광케이블로 이루어질 것이다. 광케이블은 정보고속도로의 아스팔트 다. 현재 미국에서 지역과 지역의 통화를 연결하는 주요 중계선은 광케이블로 되어 있으나, 이 데이터 도로와 가정을 연결하는 전화선은 아직 구리선을 쓰고 있다. 전화회사는 자기 네트워크 안의 구리선과 극초단파, 그리고 위성 접속을 고화질 비디오를 전송하기에 충분한 대역폭을 가진 광케이블로 대체할 것이다. 케이블 회사는 현재의 케이블 용량을 대폭 늘릴 것이다. 광케이블이 일반화되면서 전화회사와 케이블 회사는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디지털 비디오 신호나 그밖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네트워크 안에 새로운 교환기를 설치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의 준비 단계로 기존 네트워크를 개선하는 데 드는 비용은 새로운 통신선을 집집마다 까는 비용의 4분의 1밖에 들지 않을 것이다. 광케이블 중계선은 말하자면 물을 거리마다 실어나르는 약 30센티 굵기의 급수본관인 셈이다. 중계선이 당신의 집으로 곧바로 오지는 않고 도로변의 작은 파이프가 중계선과 당신의 집을 이어준다. 처음에 광케이블은 지역 배분점까지만 올 것이다. 지역 배분점까지 온 신호는 케이블 TV를 전송하는 동축 케이블이나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비꼬인 한 쌍의 구리선을 타고 가정마다 전달될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대량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게 되면서 광케이블이 당신의 집까지 들어올 것이다. 교환기는 열차 조차장의 차량처럼 일련의 데이터를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옮기는 복잡한 컴퓨터다. 대규모 네트워크에서는 수백만 개의 통신이 한꺼번에 처리되며, 중간의 접속점이 몇 개 있는가와는 상관없이 온갖 종류의 정보가 정확하게 제시간에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정보고속도로에서 이루어지는 이 작업의 규모가 얼마나 방대한가를 이해하기 위해, 방대한 교환 시스템을 거쳐 수십억 개의 차량이 정확히 목적지에 도달해야 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차량이 잇달아 맞물려 있으므로, 열차기지는 기다랗게 꼬리를 늘어뜨린 열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차량들로 미어터지게 된다. 만일 차량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면서 교환기를 통과했다가 나중에 목적지에서 열차의 대열로 재결합될 수 있다면 정체현상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정보는 작은 패킷으로 쪼개질 것이고 각 패킷은 네트워크 안에서 마치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듯이 독립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당신이 영화를 주문하면 그 영화는 수백만 개의 작은 조각들로 쪼개져서 그 조각 하나하나가 네트워크를 통해 당신의 TV까지 오는 길을 발견할 것이다. 이런 패킷 처리는 비동기적 수송 모드, 곧 ATM(Asynchronous Transfer Mode)이라는 통신 프로토콜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질 것이다. ATM은 정보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자재의 하나가 될 것이다. 전세계의 전화회사는 이미 ATM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광케이블의 어마어마한 대역폭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ATM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정보를 틀림없이 정확한 시간에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ATM은 각각의 디지털 데이터를 균일한 패킷으로 쪼갠다. 하나의 패킷은 수송될 정보에 해당하는 48바이트와, 정보고속도로의 교환기가 패킷을 아주 빠른 속도로 목적지까지 보낼 수 있게 해주는 제어정보에 해당하는 5바이트로 구성되어 있다. 패킷들은 목적지에서 원래의 순서대로 재결합한다. ATM은 매우 빠른 속도로 정보를 전달한다. 처음에는 초당 1억 5,500만 비트로 시작했다가 중간에 초당 6억 2,200만 비트로 껑충 뛰어오르고 나중에는 초당 20억 비트로 처리한다. 이 정도의 기술이면 화상전화를 음성전화처럼 값싸고 손쉽게 전달할 수 있다. 반도체기술의 발전으로 컴퓨터 가격이 크게 떨어졌듯이, ATM은 어마어마한 양의 음성전화를 전달할 수 있으므로 장거리통화료를 큰 폭으로 떨어뜨릴 것이다. 광대역 케이블망이 대부분의 정보가전품에 연결되겠지만, 어떤 가전품은 무선으로 연결될 것이다. 이미 우리는 휴대폰, 무선호출기, 가전제품의 리모콘 등 많은 무선통신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이것들은 우리에게 무선신호를 보내 기동성을 주지만 대역폭은 제한되어 있다. 미래의 무선통신망은 지금보다 빨라지겠지만,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유선통신망이 훨씬 큰 대역폭을 제공할 것이다. 이동통신장비는 메시지를 주고받기에는 충분하지만 너무 값이 비쌀 뿐 아니라 개별적인 화상정보를 처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동하면서 통신할 수 있게 해주는 무선통신망은 지금의 휴대폰 시스템이나 새로운 무선통신 서비스로 각광을 받는 PCS에서 발전되어나올 것이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지 만일 집이나 회사의 컴퓨터에서 당신이 원하는 정보가 있으면 교환기가 정보고속도로의 무선 부분을 유선 부분에 연결할 것이다. 거기서 다시 집이나 회사의 컴퓨터 서버와 접속하여 필요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이나 인반 가정에서 이용할 수 있는 좀더 좁은 범위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무선통신망도 등장할 것이다. 일정한 범위 안에만 들어가면 당신은 과도한 비용부담 없이도 정보고속도로나 자신의 컴퓨터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 무선통신망은 광역 무선통신망과는 다른 기술로 운영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휴대하는 정보기기는 자동적으로 가장 값싼 통신망에 접속할 것이므로 사용자는 두 시스템 사이의 기술적인 차이를 몰라도 된다. 실내 무선통신망은 리모콘 대신 PC 지갑을 쓸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무선 서비스는 그러나 프라이버시와 보안상의 우려를 낳는다. 무선 신호는 쉽게 도청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선통신망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도청을 방지하려면 정보고속도로용 소프트웨어가 암호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각국 정부는 오래 전부터 경제적, 군사적 이유로 정보의 보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개인적, 상업적, 군사적, 외교적 메시지의 보안을 유지하는(또는 그 메시지를 해독하는) 작업에 오래 전부터 전세계의 뛰어난 두뇌들이 달려들었다. 1800년대 중반 암호해독 분야에서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한 찰스 배비지는 이런 글을 남겼다. 암호해독은 가장 매혹적인 분야의 하나이지만, 내가 너무 지나치게 그 문제에 집착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나는 그것이 매혹적이라는 사실을 어릴 때 이미 알았다. 친구들과 간단한 암호해돌놀이를 즐겼던 것이다. 우리는 알파벳의 한 문자를 다른 문자로 바꾸어 메시지를 암호화했다. 친구가 나에게 ULFW NZXX'로 시작되는 암호를 보냈을 때 그것이 DEAR BILL'을 뜻한다는 걸 알아내기란 어렵지 않았다. D 대신 U를 썼고 E 대신 L을 썼다는 등 등의 몇가지 원칙만 알아내면 되었다. 그런 식으로 바뀐 7개의 문자만 알면 암호를 금세 해독할 수 있엇다. 과거의 전쟁은, 그 나라가 오늘날 개인용 컴퓨터를 가진 고등학생 수준이면 풀 수 있는 암호를 해독할 능력이 있었는가 없었는가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 머지않아 컴퓨터로 국민학생이 만든 암호를 지구상의 어떤 나라 정부도 풀 수 없게 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컴퓨터의 환상적인 발전이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당신이 메시지를 보내면 그 메시지는 당신만이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서명으로 당신의 컴퓨터나 정보가전품에 의해 사인 될 것이다. 암호화된 그 메시지는 당신이 보내려고 했던 사람만이 해독할 수 있다. 당신이 보내는 정보는 음성이든 화상이든 디지털 화폐든, 어떤 정보라도 그런 식으로 보낼 수 있다. 수신인은 그 메시지가 당신이 보낸 것이고 약속된 시간에 정확히 왔으며 중간에 조금이라도 손산당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은 이 메시지를 해독할 수 없었음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것을 가능하게 하는 메커니즘은 이른바 일방함수(one-way function) 와 공개열쇠 암호화(public-key encryption) 라는 수학적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것들은 어려운 개념이므로 간단히 짚고 넘어가겠다. 그러나 시스템이 아무리 기술적으로 복잡해지더라도 당신이 쓰기에는 간편할 것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당신은 당신의 정보가전품에 지시만 내리면 된다. 그럼 정보가전품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일방함수란 하기는 쉬워도 되돌리기는 어려운 것을 말한다. 유리창을 깨는 것은 일방함수이긴 하지만 암호화에는 적합하지 않다. 암호만들기에 유용한 일방함수는 어떤 특별한 정보를 알고 있으면 되돌리기가 쉽지만 그 정보가 없으면 되돌리기가 아주 어려운 것이어야 한다. 수학에는 그런 종류의 일방함수가 많다. 예를 들면 소수가 그렇다. 우리가초등교육과정에서 배운 소수 말이다. 소수는 1과 자기 자신에 의해서만 나눠지는 수를 말한다. 2, 3, 5, 7, 11은 소수다. 4, 6, 8, 10은 소수가 아니다. 모두 2로 나눠지기 때문이다. 9도 소수가 아니다. 3으로 나누어지기 때문이다. 소수는 무한정 커질 수 있으며 소수와 소수 사이에는 그것들이 소수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공통된 패턴이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이 두 개의 소수를 곱하면 오직 원래의 두 소수에 의해서만 나누어지는 수가 나온다. 가령 35는 두 소수 5와 7을 곱한 값이다. 아렇게 어떤 수를 구성하는 소수를 알아내는 것을 소수분해 라고 한다. 소수 11,927과 20,903을 곱하여 249,310,081이라는 답을 내기는 쉽다. 그러나 249,310,081에서 원래의 두 소수를 역으로 알아내는 것을 엄청나게 어렵다. 뛰어난 암호의 밑바탕에는 바로 이런 일방함수, 까다로운 소수분해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런 원리를 활용한 암호가 가장 풀기 어렵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라 하더라도 어마어마하게 큰 수를 소수분해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런 방식의 암호체계는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암호열쇠를 사용한다. 하나는 메시지를 암호화하는 데 쓰고, 그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또 하나는 암호를 해독하는 데 사용한다. 암호화하는 열쇠만 있을 경우 메시지를 암호로 만드는 것은 쉽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 안에 그것을 해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해독을 하려면 그 메시지의 수신인, 아니 수신인의 컴퓨터만이 접근할 수 있는 별도의 열쇠가 있어야 한다. 암호화열쇠는 두 개의 큰 소수를 곱한 값에 토대를 두는 반면 해독열쇠는 소수들 그 자체에 토대를 두고 있다. 컴퓨터는 한 쌍의 새로운 열쇠를 순식간에 만들 수 있다. 커다란 소수 두 개를 뽑아 둘을 곱하는 것은 컴퓨터가 너끈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암호화열쇠는 공개하더라도 별다른 위험부담이 따르지 않는다. 다른 컴퓨터로 아무리 소수분해를 한더라도 해독열쇠를 얻기가 이만저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의 실제적인 응용이 정보고속도로 보안체계의 핵심을 이룰 것이다. 세계는 이 보안체계에 크게 의존할 것이며, 따라서 보안을 확실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정보고속도로를 우편망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우편망에서는 누구나 전용 사서함을 가지고 있으며 그 사서함은 당사자가 공개하지 않으면 절대로 열어볼 수 없다. 사서함에는 구멍이 뚫려 있어 그 안으로 누구나 정보를 밀어넣을 수 있다. 그러나 정보를 꺼내볼 수 있는 사람은 열쇠를 가진 주인뿐이다.(일부 국가의 정부는 각각의 사서함에 2차 출입구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열 수 있는 별도의 열쇠를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여기는 그런 정치적인 문제를 논할 자리가 아니기에 미래의 소프트웨어가 제공할 보안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기로 하겠다.) 각 사용자의 컴퓨터나 정보가전품은 소수를 써서 암호화열쇠를 만들 것이다. 암호화열쇠는 공개될 것이며 그와 짝을 이루는 해독열쇠는 사용자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 내가 당신에게 보낼 정보가 있다. 나의 정보가전 컴퓨터 시스템을 당신의 공개열쇠를 찾아서 그것으로 보내고자 하는 정보를 암호화한다. 당신의 열쇠가 공개되어 있지만 아무도 그 메시지를 읽지 못한다. 공개열쇠는 메시지를 해독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이 메시지를 받으면 당신의 컴퓨터는 당신의 공개열쇠와 짝을 이루는 비밀열쇠를 써서 메시지를 해독한다. 당신이 답신을 보내고 싶다 하자. 당신의 컴퓨터는 나의 공개열쇠를 찾아내서 그것으로 당신의 답신을 암호화한다. 아무도 그 메시지를 읽지 못한다 완전히 공개되어 있는 열쇠로 암호화했지만 말이다. 오직 나만이 메시지를 해독할 수 있다. 해독용 비밀열쇠는 나만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주 실용적이다. 메시지를 주고받으려는 두 당사자가 사전에 열쇠들을 서로 알려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암호체계에 쓰이는 소수의 크기는 얼마나 되며 그것은 어느 만큼의 안전성을 보장할까? 공개열쇠 암호화의 개념은 1977년 화이트필드 디피와 마틴 헬먼이 창안했다. 곧이어 컴퓨터 과학자인 론 리베스트, 아디 샤미르, 레너드 애들먼이 공개열쇠 암호화기술을 고안했는데, 이것을 이들 이름의 머리글자를 따서 RSA 시스템이라고 한다. 그것은 소수분해를 이용한 방법이었다. 그들은 두 개의 소수를 곱해서 나온 130자리의 수는 아무리 뛰어난 계산기를 사용하더라도 소수분해하는 데 몇백만 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점을 증명하기 위해 그들은 전세계를 상대로 다음과 같은 129자리의 수를 구성하는 두 개의 소수를 찾아내보라고 도전장을 던졌다. 그 수는 오늘날 그 분야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RSA 129로 불리고 있다. 114,381,625,757,888,867,699,235,799,976,146,612,010,218,296,721,242,362,562, 561,842,935,245,733,897,830,597,123,563,958,705,058,989,075,147,599,290,026, 879,543,541 그들은 자신들이 이 숫자를 공개열쇠로 암호화한 메시지는 절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그들은 제2장에 나왔던, 컴퓨터의 엄청난 발전속도를 나타내는 무어의 법칙의 위력을 간과했다. 개인용 컴퓨터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고 컴퓨터 사용자들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1993년에 전세계적으로 600명에 이르는 연구자와 컴퓨터 애호가들이 힘을 합쳐 이 129자리의 수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다양한 컴퓨터를 동원하여 인터넷을 통해 뭉쳤다. 1년이 채 못되어 그들은 문제의 수를 각각 64자리와 65자리의 두 소수로 분해하는 데 성공했다. 두 소수는 다음과 같았다. 3,490,529,510,847,650,949,147,849,619,903,898,133,417,764,638,493,387,843,990, 820,577 32,769,132,993,266,709,549,961,988,190,834,461,413,177,642,967,992,942,539,798 ,288,533 그들은 메시지도 풀었다. 메시지는 이렇게 씌여 있었다. 이 마법의 단어들은 까다로운 과 무수리 이다. 우리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교훈은 129자리의 공개열쇠도 진짜로 중요하고 민감한 정보를 암호화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교훈은 암호의 안전성에 대해서 아무도 확신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열쇠의 자리수를 몇개만 늘려도 해독은 엄청나게 더 어려워진다. 현재 수학자들은 두 개의 소수를 곱해서 얻은 250자리의 숫자 정도면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컴퓨터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몇백만 년이 걸려야 암호를 해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세상 일은 모르는 법. 그럴 가능성을 대단히 희박하지만 혹시 누군가 커다란 숫자를 소수분해하는 간단한 방법을 발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불확실성이 있으므로 정보고속도로를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암호체계를 쉽게 바꿀 수 있게끔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소수가 모자란다거나 두 컴퓨터가 우연히 같은 수를 열쇠로 사용하게 될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소수는 이 우주 안에 있는 모든 원자의 수보다도 훨씬 많으므로 우연히 소수가 겹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열쇠암호화는 단순히 프라이버시를 보장해주는 것 이상을 제공한다. 그것은 문서의 진실성도 보증할 수 있다. 비밀열쇠를 써서 메시지를 암호화하고 공개열쇠로 그것을 해독하는 방식을 이용한다면 말이다. 그 원리는 이렇다. 내가 당신에게 보내기 전에 사인을 하고 싶은 정보가 있다고 하자. 나의 컴퓨터는 나의 비밀열쇠를 써서 메시지를 암호화한다. 이제 그 메시지는 나의 공개열쇠-당신과 그밖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를 통해서만 해독될 수 있다. 그 메시지는 나로부터 온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런 식으로 암호화할 수 있는 비밀열쇠를 가진 사람은 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의 컴퓨터는 이렇게 암호화한 메시지를, 이번에는 당신의 공개열쇠를 써서 재암호화한다. 그런 다음 이 이중으로 암호화한 메시지를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당신에게 보낸다. 당신의 컴퓨터는 그 메시지를 받고 당신의 비밀열쇠를 써서 그것을 해독한다. 그렇게 하면 2단계의 암호는 제거되지만 나의 비밀열쇠로 한 1단계 암호는 그대로 남는다. 그런 다음 당신의 컴퓨터는 나의 공개열쇠를 써서 그 메시지를 다시 해독한다. 정말로 내가 보낸 것이므로 그 메시지는 정확하게 풀리고 당신은 그것이 진짜임을 알아차린다. 단 한 비트의 정보라도 바뀌면 메시지는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누가 조작했거나 통신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놀라운 보안성 덕분에 당신은 생면부지의 사람이나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과도 안심하고 거래를 맺을 수 있다. 디지털 돈과 서명, 서류가 모두 진짜인지의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한 메시지에 시간도장을 찍어놓으면 보안은 훨씬 강화된다. 문서가 작성되거나 전송된 시간을 누군가가 조작하려 한다면 그 조작은 여지없이 탐지될 것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조작이 간편하다는 이유로 숱한 공격을 받았던 사진과 비디오가 증거로서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개열쇠 암호화에 대한 나의 설명은 암호체계의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를 감안할 때 이것이 정보고속도로에서 쓰일 유일한 암호화방법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공개열쇠 암호화는 문서에 서명하고 진실성을 확인하고 다른 종류의 암호화에 쓰이는 열쇠를 안전하게 전달하는 유용한 방법이 될 것이다. PC 혁명이 준 가장 큰 혜택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었다는 것이다. 정보고속도로의 저렴한 통신수단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더욱 기본적인 힘을 줄 것이다. 그 수혜자는 반드시 기술을 잘 아는 사람들만은 아니다. 더 많은 컴퓨터가 광대역 네트워크에 연결되고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우수한 응용 소프트웨어들이 개발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하면서 모든 사람이 이 세상에 있는 대부분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제6장 멀티미디어 문서 혁명 THE CONTENT REVOLUTION 지난 500여 년 동안 엄청난 양의 지식과 정보가 종이문서로 저장되어 왔다. 당신이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책도 종이로 되어 있다(CD롬이나 나중에 나올 온라인 판으로 이것을 읽고 있지 않다면 말이다). 종이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남아 있겠지만, 정보를 찾고 보존하고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종이의 중요성은 이미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문서 하면 당신은 무언가가 인쇄되어 있는 종이들을 떠올리겠지만 그것은 협소한 정의다. 어떤 형태의 정보도 문서가 될 수 있다. 신문기사도 문서이며, 넓은 뜻에서는 TV 프로, 노래, 대화형 비디오게임도 문서의 범주에 들어간다. 모든 정보가 디지털 형태로 저장될 수 있으므로 정보고속도로 위에서 문서는 검색과 저장, 전송이 모두 용이해질 것이다. 종이가 감당할 수 있는 내용은 그림이나 사진을 곁들인 글이다. 그런 수준을 넘어서는 정보는 전할 수가 없다. 그러나 디지털로 저장될 미래의 문서는 화상, 음향, 대화를 위한 프로그래밍 명령, 애니메이션 등을 모두 담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에서 전자문서는 종이가 결코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낼 것이다. 정보고속도로의 강력한 데이터베이스 기술 덕분에 이런 문서들을 색인화하고 검색하는 작업이 한결 용이해질 것이다. 문서전달에 드는 노력과 비용도 엄청나게 줄어들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이 새로운 디지털 문서는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면서 수많은 종이문서를 밀어낸 것이다. 그러나 당장 그런 변화가 오지는 않을 것이다. 종이에 기반을 둔 책, 잡지, 신문은 디지털에 기반을 둔 것에 비해 여전히 여러모로 장점을 갖고 있다. 디지털 문서를 보려면 개인용 컴퓨터 같은 정보가전품이 있어야 한다. 책은 작고 가벼우며 해상도가 높고 컴퓨터에 비해 값이 매우 싸다. 앞으로 적어도 10년은 내용이 이어지는 긴 문서일 경우 컴퓨터 화면보다는 종이로 읽는 쪽이 편할 것이다. 앞으로 대중화될 디지털 문서는 기존의 매체 기능을 그대로 이으면서 새로운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인기를 얻을 것이다. TV는 책이나 잡지보다 덩치가 크로 값이 비싸며 거추장스럽고 해상도도 떨어진다. 그런데도 TV는 인기 만점이었다. TV가 몰고 온 눈요기가 어찌나 매력적이었는지 사람들은 너도나도 TV를 사들였다. 컴퓨터 기술과 화면 기술이 꾸준히 발전되면 언젠가 우리는 오늘날의 책처럼 가볍고 보편화된 전자책(e-book)을 갖게 될 것이다. 지금의 책과 엇비슷한 크기와 무게를 가질 전자책의 케이스 안에는 고해상의 글, 그림, 비디오를 보여주는 화면이 있을 것이다. 당신은 손가락이나 목소리로 명령을 내려 원하는 대목으로 얼마든지 건너뛸 수 있다. 심지어 전자책을 통해 네트워크 안에 있는 어떤 문서에도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전자문서를 하드웨어 장치에서 읽게 되리라는 것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변환하는 것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과정의 최종단계일 뿐이다. 디지털 문서에서 흥미로운 측면은 문서라는 개념 자체가 새롭게 정의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우리는 문서 라는 말의 뜻뿐만 아니라 저자 출판사 사무실 교실 교과서 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오늘날 두 기업이 계약을 맺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계약서 초안을 잡아 컴퓨터에 입력한 다음 그것을 프린터로 뽑는다. 그런 다음 팩시밀리로 초안을 상대방에게 보낸다. 그러면 상대 회사는 그것을 수정하고 편집해서 컴퓨터에 입력한 뒤 다시 프린터로 뽑아 팩시밀리로 보낸다. 변경사항이 받아들여지면 새로운 문서를 프린터로 뽑아 다시 팩시밀리로 보낸다. 이런 편집과정이 되풀이된다. 이것이 몇번 반복되다 보면 누가 무엇을 고쳤는지 불분명해진다. 모든 수정내용과 전송 절차를 조율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 전자문서는 누가 언제 어떻게 고쳤는지 계약서의 세부적인 변경사항을 정확히 수록함으로써 이 과정을 단순하게 만든다. 앞으로 몇년 안에 서명이 첨부된 디지털 문서가 계약서원본으로 남고 종이문서는 사본으로 남을 것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은 종이와 팩시밀리의 차원을 넘어,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는 문서를 컴퓨터를 통해 전자우편으로 주고받고 있다. 전자우편이 없었더라면 이 책을 쓰기도 어려웠으리라. 내가 조언을 구했던 사람들은 전자우편으로 답신을 보내주었다. 전자우편에는 누가 언제 어떤 내용을 어떻게 고쳤으면 좋겠다고 했는지가 일목요연하게 드러나 있어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 10년만 지나면 심지어는 사무실에서도 종이에 인쇄해야 할 문서의 양이 엄청나게 줄어들 것이다. 미래의 문서는 지금의 영화나 노래와 비슷할 것이다. 물론 종이에 인쇄하여 2차원 형태로 내용을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음악을 직접 듣지 않고 악보를 읽는 것과 같을 것이다. 어떤 문서는 디지털 형태가 너무 뛰어나서 종이에 담는다는 것이 거의 무용지물인 경우도 있다. 보잉사는 새로운 777 제트기를 그것과 관련된 공학정보가 모두 수록된 방대한 전자문서를 바탕으로 설계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보잉사는 항공기를 설계할 때 각 디자인 팀, 생산 부서, 외부 하청업계 사이의 작업을 조율하기 위하여 수천 장의 청사진을 준비하고 실물 크기의 값비싼 모형을 제작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각각 다른 엔지니어들이 만든 항공기의 부품들이 실제로 잘 들어맞는지를 확인하려면 실물모형이 반드시 필요했다. 777 모델을 개발하는 동안 보잉사는 청사진이나 실물모형 없이 처음부터 모든 부품의 3차원 형태를 수록한 전자문서를 써서 부품간의 조화를 확인하면서 작업했다. 엔지니어들은 컴퓨터 단말기 앞에 앉아서 설계도를 보면서, 그 내부구조를 다양한 각도에서 고찰할 수 있었다. 어떤 부문에서 어느 만큼 작업이 진척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흥미로운 시험결과를 참조할 수 있었으며 비용에 관한 보충자료를 덧붙일 수 있었고 설계도의 어떤 부분이든지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었다. 종이설계도였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동일한 데이터를 갖고 작업해도 자신의 작업과 관련있는 자료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었다. 모든 변경내용은 관계자 모두가 공유했으면 누가 언제 왜 설계내용을 바꿨는지를 누구나 알 수 있엇다. 보잉사는 전자문서를 이용한 덕분에 엄청난 양의 종이를 절약했음은 물론 인건비도 크게 줄일 수 있엇다. 전자문서는 또 종이문서보다 작업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정보를 즉각 보낼 수 있고 필요한 정보를 언제든지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문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정보의 검색이 얼마나 빠르게 이루어지는지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전자문서는 내용을 쉽게 재편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식당의 예약명부는 대개 날짜와 시간을 기준으로 작성되어 있다. 가령 저녁 9시의 예약은 저녁 8시의 예약 밑에 기재되어 있다. 토요일 저녁식사 예약은 점심 예약 다음에 나온다. 식당 주인이나 종업원은 어느 날 몇 시에 누가 예약했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약명부가 시간별로 작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어떤 사람이 그런 식의 간단한 시간별 분류로는 확인할 수 없는 전혀 색다른 정보를 요구했다고 하자. 제 이름은 게이츠입니다. 집사람이 다음달 며칠인가에 예약을 했습니다. 정확한 날짜를 알려주시겠습니까? 만일 내가 이런 식으로 묻는다면 식당주인은 얼마나 황당해하겠는가? 죄송합니다만 예약날짜를 모르십니까? 식당주인은 아마 그렇게 물어볼 것이다. 모르지요. 모르니까 묻는 것 아닙니까? 주말인가요? 주인은 다시 물을 것이다. 주인은 예약명부를 일일이 들춰보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확인범위를 줄이려고 애쓰고 있다. 식당은 그나마 총 예약건수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종이로 된 예약명부를 쓸 수 있다. 항공기의 예약 시스템을 책으로 엮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전세계를 무대로 한 항공편, 항공요금, 예약여부, 좌석배치, 지불내역 등에 관한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를 담을 데이터베이스다.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SABRE 예약 시스템은 4조 4,000억 바이트의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 SABRE에 수록된 정보를 종이로 된 예약명부로 만든다면 무려 20억 장의 종이가 필요하다. 종이문서가 주류를 이루던 시기에는 색인, 내용표, 갖가지 종류의 상호참조도를 이용하여 자료검색을 선형적으로 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무실에서 파일함은 고객, 주주, 혹은 부문별 사업을 알파벳순으로 정리하고 있다. 자료검색을 좀더 빨리 하기 위하여 똑같은 내용의 자료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경우도 있다. 색인은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별도의 길을 제공함으로써 책의 가치를 높여준다. 도서목록이 전산화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새로 들어온 책을 여러 장의 카드에 정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그래야 독자가 책명, 저자명, 또는 주제에 따라 쉽게 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용이 겹치기는 했어도 그것이 정보를 쉽게 찾는 데에는 유리했다. 어렸을 때 나는 집에 있던 월드북 인사이클로피디어를 애지중지했다. 그 두툼한 백과사전은 단지 글과 사진으로만 구성되어 있엇다. 그것은 에디슨의 축음기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려주었지만 그 축음기의 탁한 소리는 들려주지 않았다.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이 수록되어 있긴 했지만 변화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화면은 없었다. 내가 전에 읽었던 내용에 관해서 질문을 할 수도 없었고 늘 최신정보만을 수록한 것도 아니엇다. 물론 그 당시에 나는 그런 결점을 몰랐다. 여덟 살 때 나는 첫 권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그 백과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독파할 작정이었다. 만일 그것이 16세기에 관한 모든 항목이나 의학에 관한 모든 항목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했더라면 좀더 많은 정보를 흡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대신에 나는 누루하치 누룩 누룩뱀 처럼 서로 전혀 관계 없는 항목들을 읽어나가야 했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백과사전 읽기에 푹 빠졋고 5년 동안 P까지 읽는 데 성공했다. 그 다음에 발견한 것이 훨씬 정교하고 자세한 인사이클로피디어 브리태니커였다. 브리태니커를 독파할만한 인내심이 내게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무렵에는 컴퓨터에 푹 빠져 백과사전을 들출만한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다. 요즘 인쇄된 백과사전은 보통 스물너댓 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천 장의 사진과 수백만 개의 단어로 되어 있다. 값도 일이백만 원을 호가한다. 정보가 얼마나 빨리 변하는가를 생각하면 인쇄된 백과사전을 구입한다는 것은 참으로 무모한 투자다. 요즘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멀티미디어 백과사전 인카타는 CD롬 한 장으로 되어있다. 그 안에 26,000개의 항목과 800만 개의 단어, 8시간 분량의 음향과 7,000장의 사진 맟 삽화, 8000장의 지도, 250개의 대화형 도표, 100개의 애니메이션과 동화상이 수록되어 있다. 값도 80,000원이 채 못된다. 이집트의 우드(악기의 일종) 의 소리, 1936년 영국 에드워드 8세의 퇴위연설을 들을 수 있고, 기계의 작동원리를 설명하는 동화상을 볼 수 있다. 인쇄된 백과사전이 제공할 수 없는 각종 정보가 거기 있는 것이다. 인쇄된 백과사전에서 관련항목들을 찾아보려면 관련된 항목을 수록한 별도의 권을 보아야 한다. CD롬 백과사전에서는 단지 참고목록을 클릭하여 보기 원하는 관련항목을 선택하기만 하면 그 항목을 볼 수 있다. 정보고속도로가 깔리면 백과사전의 각 항목들은 그 백과사전에 없는 관련주제들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관심을 갖는 주제에 대해서 얼마든지 자세히 파고들어갈 수 있다. 사실 정보고속도로의 백과사전은 단순히 특수한 사전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도서관의 도서목록처럼 모든 지식으로 인도하는 관문의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의 인쇄된 정보는 어떤 내용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기가 어렵다. 특정한 주제에 관한 최고의 정보-책, 신문기사, 필름 자료를 포함하여-를 모두 모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당신이 찾을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는 데만도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가령 당신이 최근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들의 전기를 모두 읽고 싶다고 하자. 관련정보를 수집하는 데만 하루가 꼬박 걸릴 것이다. 그러나 전자문서는 당신의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한다. 특정한 정보를 요청하면 전자문서는 즉각 반응한다. 당신이 요구내용을 바꾸면 그에 따라 반응도 달라진다. 이런 식의 분류 시스템에 의해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 정보의 가치는 보다 높아질 것이다. 융통성은 탐구열을 자극하고 탐구열은 발견으로 보상받을 것이다. 당신은 게임 비슷한 방식으로 뉴스를 받아볼 수 있다. 뉴스의 길이를 마음대로 지정할 수도 있다. 필요한 뉴스를 개인적으로 얼마든지 뽑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NBC, BBC, CNN, 로스앤젤레스 타임즈 같은 유수의 언론사로부터 당신의 구미에 맞는 뉴스만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일기예보는 당신이 사는 지역에 정통한 기상전문가나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기상전문사로부터 받아볼 수 있다. 당신은 또 당신의 관심을 끄는 주제를 좀더 자세히 보도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뉴스를 보고 있다가 배경이나 세부사항에 대해 의문점이 생기면 다른 뉴스나 파일 정보원으로부터 관련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모든 종이문서 가운데 소설은 전자 시스템의 혜택을 가장 덜 받는 분야가 될 것이다. 거의 모든 참고서적에는 색인이 달려 있지만 소설은 그렇지 않다. 소설에는 무언가를 찾을 절실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소설은 선형적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대부분의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에 따라 본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예술의 문제다. 소설의 선형성은 이야기가 갖고 있는 숙명이다. 전자세계의 이점을 살린 새로운 형태의 대화형 소설이 등장하겠지만 선형적인 소설과 영화는 여전히 인기를 끌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그 어떤 형태건 디지털 문서를 값싸게 보급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수많은 개인과 기업이 문서를 만들어 그것을 네트워크에서 출판할 것이다. 어떤 문서는 판매하기 위해 만들어지겠지만 어떤 문서는 관심을 갖는 모든 사람에게 무료로 공개될 것이다. 디지털 저장에 드는 비용은 상상외로 싸다. 개인용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는 가격이 조만간 1메가바이트(백만 바이트)당 120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1메가바이트는 대략 700페이지의 글이 들어가므로 페이지당 가격은 0.17원이다. 이것은 종이의 200분의 1밖에 안되는 가격이다. 게다가 저장공간을 다른 용도로 다시 활용할 수도 있으므로 이것은 단위 시간당 저장비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바꿔 말하면 저장공간을 빌린다는 개념이다.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수명을 짧게 잡아서 3년으로 본다면 한 페이지당 연간 감가상각비는 0.06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장비는 갈수록 싸진다. 지금까지의 추세를 보면 하드디스크는 매년 50퍼센트씩 값이 떨어지고 있다. 글은 저장하기가 쉽다. 디지털 형태로 변환했을 때 공간을 보다 촘촘히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림 한 장이 천 마디 말과 맞먹는다는 옛말은 디지털 세계에서는 과장이 아니다. 고화질의 화상은 글보다 훨씬 많은 공간을 잡아먹으며 동화상(매초 30장의 새로운 화상이 연달아 나타난다고 보아도 좋다)은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종류의 데이터를 전달하는 데 드는 비용은 매우 쌀 것이다. 압축 디지털 방식을 채택했을 때 영화 한 편은 4기가바이트(4,000메가마이트)의 공간을 차지하는데, 이것을 현재의 하드디스크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120만 원이다. 한 편의 영화를 저장하는 데 드는 비용이 120만 원이라면 물론 적은 돈은 아니다. 그러나 보통 비디오 대여점에서 인기있는 영화 비디오를 개당 6만원식 주고 8개 정도 구입하는 현실을 생각해보자. 8개의 비디오로는 하루 8명 밖에 보지 못한다. 그러나 하드디스크와 그것을 관리하는 컴퓨터가 일단 정보고속도로에 연결되면 한 편의 영화를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볼 수 있을 것이다. 엄청난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경우에는 정체현상을 막기 위해 여러 편을 떠서 지역별 서버에 분산할 수 있다. 현재 비디오 대여점 한 곳에서 인기있는 영화를 구입하는 데 투자하는 정도의 비용으로, 한 서버가 수천 명의 고객에게 동시에 영화를 보여줄 수 있다. 각 사용자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은 그저 디스크 저장공간을 잠시 사용하는 비용과 통신료 정도다. 그나마 그 가격도 갈수록 싸지고 있다. 따라서 한 사용자가 추가로 부담하는 돈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진다. 물론 정보가 공짜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어쨌든 정보의 전달비용은 엄청나게 싸질 것이다. 당신이 책 한 권을 구입하면 당신이 지불한 돈 가운데 상당액은 작가의 몫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제작비와 유통비로 들어간다. 책은 나무를 베어 펄프를 만들고 그것을 다시 종이로 만든 다음에 인쇄를 하고 제본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출판사는 조금 팔릴 것 같다 싶은 책은 초판을 대량으로 찍는다. 그래야 인쇄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재고에 묶여 있는 돈은 출판사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게다가 출판사가 찍어낸 책이 다 팔린다는 보장은 없으며, 설사 다 팔린다 하더라도 자금이 회수되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린다. 그뿐인가, 출판사는 책을 창고에 보관해야 하고 도매상에 전달해야 한다. 도매상에서 다시 일반서점으로 한 다리를 더 건너야 한다. 이런 중간상들도 유통비 부담을 안으면서 거기서 다시 이익을 내려고 한다. 그리하여 소비자가 책을 구입하는 시점에서 작가에게 돌아가는 몫은 정보의 물질적인 측면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에 비해 매우 작아지게 된다. 나느 이것을 유통의 마찰 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것은 다양성을 저해하고 작가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엉뚱한 사람들에게 배분하기 때문이다. 8장에서 이 문제를 자세히 논의하겠지만 정보고속도로는 그런 식의 마찰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의 유통에서 마찰을 줄이는 것은 엄청나게 중요하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돈이 쓸데없이 유통비로 전용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작가에게 더 큰 힘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구텐베르크가 인쇄기를 발명하면서 최초의 진정한 정보유통혁신이 이루어졌다. 인쇄기 덕분에 어떤 주제의 정보든지 싸고 빠르게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쇄기는 마찰계수가 낮은 복제물을 대량생산함으로써 대중매체를 만들었다. 범람하는 책은 대중들로 하여금 글을 읽고 쓰도록 자극했다. 글을 아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무궁무진하게 널려 있었다. 기업들은 글로 재고를 정리하고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엇다. 연인들은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메모를 남기고 일기를 쑬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응용은 수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읽는 법을 배우고 싶도록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글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은 봇물처럼 쏟아진 책 때문이다. 그리고 책의 문턱을 낮춰준 것이 인쇄기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읽는 법을 가르쳐준 것은 인쇄기였다고까지 말할 수 있으리라. 인쇄기는 하나의 문서를 대량으로 복사할 수 있는 길을 터주었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을 위해 작성된 문서의 경우는 어땠을까? 소규모 출판을 위해서는 별도의 기술이 필요했다. 한두 편을 복사할 때는 복사용 카본지가 훨씬 유용했다. 등사기를 비롯하여 소규모 인쇄를 할 수 있는 인쇄기구가 달리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기구를 쓰려면 처음 원고를 작성할 때부터 용도에 맞게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뒤따랐다. 1930년대에 체스터 칼슨이라는 사람이 특허신청서를 준비하다가 하도 질린 나머지(엄청난 분량의 설계도와 설명서를 일일이 손으로 여러 벌 베껴내야 했다) 정보를 소량복제할 수 있는 참신한 방법을 개발하였다. 그가 발명한 기술이 바로 건식인쇄술 이었다. 칼슨은 이 기술로 1940년에 특허를 얻었다. 1959년 그가 관여하던 회사-뒤에 제록스가 된다-는 최초의 복사기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914 복사기는 소량의 문서를 손쉽고 값싸게 복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 소규모 집단에게 배포하는 정보의 종류와 양에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당초 시장조사는 제록스 복사기의 첫해 판매량을 대략 3,000대로 추정했다. 그러나 실제 판매량은 20만 대였다. 복사기가 등장한 지 1년 만에 매달 5,000만 장의 복사지가 소비되었다. 1986년에는 매달 생산되는 복사지가 2,000억 장이 넘었으며 그후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만일 복사기가 쓰기 어렵고 비쌌다면 그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복사기와 그 사촌격으로 나중에 등장한 레이저프린터-전자출판용 소프트웨어와 함께-는 소수의 독자들에게 소식지, 메모, 지도, 광고지, 전단 등을 쉽게 보낼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칼슨은 정보유통의 마찰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가 발명한 복사기의 폭발적인 성공은 유통마찰을 줄일 때 얼마나 놀라운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문서를 복사한다는 것과 읽을만한 책을 만든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한 해에 출판될 수 있는 책의 종수가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서점은 약 1만 종의 책을 비치하지만 새롭게 등장하는 대형서점은 10만 권까지도 진열한다. 미국에서는 출판되는 일반도서 가운데 10퍼센트만이 출판사의 수익을 올려준다. 그러나 어떤 책은 예기치 못한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비근한 예로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를 들 수 있다. 스티븐 호킹은 뛰어난 물리학자인데 점진적으로 근육마비가 진행되는 루게릭병이라는 무서운 병에 걸려 휠체어 신세를 지면서, 의사소통도 그만을 위해 만든 기계로 아주 힘겹게 한다. 이 세상에 출판사가 몇군데밖에 없고 그들이 한 해에 펴낼 수 있는 책이 몇권으로 제한되어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우주의 기원에 관한 호킹의 깊은 사색은 과연 책으로 묶여나올 수 있었을까? 어떤 편집자가 펴낼 수 있는 책이 단 한 권밖에 남지 않았고, 그가 호킹의 책과 마돈나의 책 섹스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당연히 마돈나의 책을 골랐을 것이다. 최소한 100만 부는 팔린다는 보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게 팔렸다. 그러나 호킹의 책은 550만 부가 팔렸고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때때로 이런 장기 베스트셀러가 등장하여 모든 세상사람을(작가만 빼놓고) 놀라게 한다. 내가 아주 재미있게 읽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는 전직 경제학 교수가 쓴 소설이다. 출판사는 당초 이 책에 별다른 기대를 걸지 않았고 이 책이 대중들의 취향에 맞으리라고도 보지 않았다. 중앙의 통제를 받는 계획경제가 시장경제를 못 당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전에는 전혀 주목받지 못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올라오는 책이 적어도 한두 권은 늘 있다. 다른 매체에 비해 책을 펴내는 비용은 상대적으로 낮으므로 출판사도 어느 정도는 도박을 시도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방송이나 영화는 제작단가가 훨신 높으며, 따라서 위험부담도 그만큼 크다. TV가 처음 나왔을 때는 방송국 수가 몇개 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프로는 가급적 넓은 범위의 시청자를 겨냥하여 만들어졌다. 케이블 TV는 프로그램의 선택폭을 넓혀주었지만 처음부터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케이블 TV는 1940년대 말 난시청 지역의 TV 수신 상태를 개선하는 시스템으로 등장했다. 높은 산 때문에 방송 시청이 어려웠던 시청자들은 공동 안테나를 세우고 그것을 지역 케이블로 연결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TV 수신에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는 지역의 시청자들이 굳이 돈을 내가면서 하루종일 음악이나 뉴스, 일기예보 따위밖에 방송하지 않는 채널을 보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방송국의 수가 서너 개에서 스물네 개, 또는 서른여섯 개로 늘어나면서 방송에 변화가 왔다. 만일 당신이 30번 채널을 운영한다고 가정하자. 당신은 1번에서 29번까지의 다른 채널을 모방만 해서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다. 케이블 채널이 전문화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잡지가 전문화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새로운 채널 역시 비록 소수지만 열성적인 시청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방송을 내보냄으로써 경쟁력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무언가를 전하려고 노력하는 일반 프로와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제작비와 제한된 채널로 인해 아직도 우리가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선택폭은 그리 넓지 못한 편이다. 책 한 권을 출판하는 데 드는 돈은 TV 프로를 한 편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에 비하면 훨씬 적지만, 전자출판에 들어가는 돈에 비하면 상당히 비싼 편이다. 책을 펴내기 위해서 출판사는 제작비, 발송비, 광고비를 모두 미리 지불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보고속도로는 우리가 지금까지 접한 그 어떤 매체보다도 가격이 낮은 새로운 매체를 제공할 것이다. 인터넷은 사상 최대의 자가출판 전시공간이다. 인터넷의 전자게시판은 누구든지 마찰이 낮은 유통에 접근하여 자기가 작성한 메시지나 이미지, 소프트웨어를 전시할 수 있게 되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가를 잘 보여준다. 전자게시판은 인터넷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인터넷에서 출판을 하려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여 그것을 어딘가로 부치기만 하면 된다. 물론 쓰레기 같은 글도 많겠지만 그중에는 비록 소수일지언정 주옥 같은 글도 있다. 메시지의 분량은 한 페이지나 두 페이지가 될 것이다. 전자게시판이나 우편목록에 송달된 메시지 하나를 수백만 명이 볼 수 있다. 혹은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하고 그저 서글피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후자의 가능성이 다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서슴지 않고 메시지를 띄울 수 있는 것은 유통마찰계수가 엄청나게 낮기 때문이다. 네트워크의 대역폭이 방대한 데다가 원가부담만 가중시키는 쓸데없는 요소들이 개입하지 않으므로 누구나 부담없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아무도 당신의 메시지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약간의 실망감을 느낄 뿐 당신이 구체적으로 크게 손해보는 것은 없다. 반면에 당신의 메시지가 인기를 얻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것을 전자우편으로 아는 사람들에게 보내거나 그 메시지에다 자기 나름의 생각을 덧붙일 것이다. 전자게시판을 이용한 통신은 놀랄 만큼 빠르고 저렴하다. 우편이나 전화를 써도 좋지만 그것은 일대일 통신에 알맞다. 이것으로 그룹 통신을 하려면 가격이 무척 비싸다. 그러나 편지 한 통을 써서 우편으로 발송하는 데는 약 800원이 들고 장거리전화료도 그 정도는 나온다. 게다가 전화를 걸려면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알아야 하고 상대가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시간에 맞춰 걸어야 한다. 따라서 어느 정도 규모의 집단에 전화연락을 취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자게시판에서는 일단 메시지만 올려놓으면,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에게는 누구든지 그 메시지가 간다. 인터넷의 전자게시판은 별의별 주제를 다 건드린다. 어떤 주제는 심각하다. 어떤 주제는 재미있다. 누군가 재미난 메시지를 전자게시판에 보내면 어김없이 반응이 쇄도한다. 1994년 말 마이크로소프트가 카톨릭교회를 인수하려 한다는 거짓 보도가 나갔을 때 바로 그와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던 걸 기억한다. 마이크로소프트 내의 전자우편 시스템을 통해 수천 건의 조회가 이루어졌다. 회사 안팎에서 나에게 그 기사를 보내준 친구나 동료는 수십 명이 넘었다. 이해관계나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을 엮어주는 좀더 진지한 인터넷의 이용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얼마 전의 러시아 사태에서 서로 대립하던 양측은 전자게시판을 통해 전세계의 주요인사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 인터넷은 당신이 만나보지 못했지만 공통의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게 해준다. 전자게시판에 실리는 정보는 주제별로 묶인다. 각각의 전자게시판이나 뉴스 그룹은 이름을 갖고 있으며 관심있는 사람은 그곳을 방문 할 수가 있다. 흥미로운 뉴스 그룹은 얼마든지 있다.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초자연현상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alt.paranomal 뉴스 그룹으로 들어가면 된다. 그런 종류의 주제를, 초자연적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과 토론하고 싶으면 sci.skeptic 뉴스 그룹으로 들어가면 된다. 네트워크 안에는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주제에 관한 토론의 장이 마련되어 있다. 우리는 인쇄기의 발명이 대량출판의 길을 열었고, 글을 아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개인과 개인 사이의 서신교환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사실을 앞에서 보았다. 전자통신의 발전방향은 그 반대다. 그것은 처음에 소규모 집단을 위한 통신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지금은 온갖 종류의 정보를 거리와 집단의 규모에 관계없이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수백만 명이 공유하는 시스템이 되었다. 인터넷은 아직도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을 비롯하여 프로디지, 컴퓨서브, 아메리카 온라인 등의 통신 온라인 서비스를 받고 있는 사람의 수는 전체 인구에 비하면 아주 적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PC를 소유한 사람의 50퍼센트가 모뎀을 갖고 있지만 PC 사용자의 10퍼센트만이 통신서비스에 가입했다고 한다. 게다가 탈퇴 비율이 아주 높다. 많은 가입자가 1년도 못 되어 가입을 취소한다. PC 사용자들을 흥분시킬 뛰어난 온라인 내용물을 개발하여 온라인 가입자 비율을 10퍼센트에서 50퍼센트, 아니 90퍼센트 수준-나는 그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으로 끌어올리려면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이런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의 하나는 작가나 출판사가 사용자나 광고주에게 요금을 청구할 수 있는 간편한 방법이 지금 개발중에 있기 때문이다. 상용 온라인 서비스도 영업을 하고 있지만 그들은 소비자가 내는 돈의 10퍼센트에서 30퍼센트만을 정보제공사에게 로열티로 지급한다. 정보제공사가 소비자의 취향과 시장을 더 잘 아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책정은 온라인 서비스 업체가 주도한다. 수익이 낮기 때문에 정보제공사들은 흥미진진한 새로운 온라인 정보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온라인 서비스가 발전해나가면 이런 문제들은 점차로 해결될 것이고 정보제공사들은 양질의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요금체계가 등장하여-월 단위로 일정액을 지불하는 방식, 사용 시간에 따는 지불방식, 항목별 지불방식, 광고비 등등-정보제공사들은 수익이 증대될 것이다. 일단 그렇게 되면 새로운 대중매체가 등장할 것이다. ISDN이나 케이블 모뎀 같은 새로운 네트워크 기술이 정착하려면 다소 시일은 걸리겠지만 어쨌든 그것을 실현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작가, 편집자, 감독 등 지적 자산을 창조하는 모든 사람에게 무궁무진한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 그 안에 담기는 최초의 내용물은 다른 매체로부터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자매체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자매체에 걸맞은 내용물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까지 온라인 내용물들은 다른 정보원으로부터 헐값에 가져온 것이 대부분이다. 잡지사나 신문사에서는 이미 종이로 인쇄된 내용에서 자신이나 도표, 그래픽을 빼버리고 글만을 온라인에다 올리고 있다. 전자게시판이나 전자우편에 실린 글은 흥미롭기는 하지만 밋밋하여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좀더 다양한 형태의 정보들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 온라인 내용물은 많은 그래픽, 사진을 담아야 하고 관련정보와 접속할 수 있는 통로를 갖고 있어야 한다. 통신이 빨라지고 상업성이 뚜렷이 부각될수록 더 많은 비디오, 오디오 요소들이 그 안에 담기게 될 것이다. CD롬-오디오 콤팩트 디스크의 멀티미디어 판-의 발전은 온라인 내용물의 개발에도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교훈을 가져다준다. CD롬에 기초를 둔 멀티미디어 제품은 글, 그래픽, 사진, 애니메이션, 음악, 비디오 같은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하나의 문서로 통합할 수 있다. 이 제품이 오늘날 가치를 갖는 것은 단순한 미디어 가 아니라 멀티미디어 이기 때문이다. CD롬 제품은 미래의 다중문서에 가장 근접한 형태를 보여준다. CD롬에 실린 음악과 음향은 맑기는 하지만 음악 CD의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CD롬에 CD 수준의 음질을 저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저장방식이 너무 많은 부피를 요구해서 만일 CD 수준의 음을 너무 많이 저장하면 데이터, 그래픽, 그밖의 요소를 위한 여유공간이 크게 줄어든다. CD롬에 실리는 동화상도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다. 오늘날 PC가 보여주는 화질을 몇년 전 PC가 우표만한 크기로 보여준 화상의 화질과 비교해보면 참으로 놀라운 발전이 이루어졌음을 절감할 수 있다. 과거의 컴퓨터 사용자들은 컴퓨터에서 영상을 처음 접했을 때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화질의 수준은 1950년대의 TV 수준을 아직 넘지 못하고 있다. 더 빠른 프로세서가 나오고 압축기술이 향상되면 컴퓨터 화면의 크기와 질은 지금의 TV 수준을 능가하게 될 것이다. CD롬 기술은 새로운 범주의 응용물들을 탄생시켰다. 쇼핑 카탈로그, 박물관 소장품 목록, 교과서 등이 새롭고 매력적인 형태로 간행되고 온갖 주제가 망라되고 있다. 경쟁과 기술은 CD롬의 질을 빠른 속도로 향상시킬 것이다. CD롬은 오늘날의 CD와 비슷하게 생긴 새로운 대용량 디스크로 바뀔 것이며 그 디스크는 지금보다 열 배나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추가된 용량 덕분에 두 시간 분량의 디지털 비디오를 단 한 장의 디스크에 수록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한 편을 디스크 한 장에 몽땅 담을 수 있다는 말이다. 화면과 소리의 질은 당신이 볼 수 있는 최고의 TV 수준을 능가할 것이며, 새로운 그래픽 칩의 도움으로 할리우드 영화에 버금가는 특수효과를 대화형식으로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제품이 쏟아져나올 것이다. 오늘날 멀티미디어 CD롬이 인기를 얻고 있다면 그것은 CD롬이 TV를 흉내냈기 때문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대화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대화형 구조가 갖는 상업적인 매력은 이미 브로더번드사의 미스트 , 버진 인터액티브 엔터테인먼트사의 제7의 방문객 같은 CD롬 게임이 입증한 바 있다. 이 게임들은 소설의 이야기 구조와 일련의 수수께끼를 혼합한 것으로 사용자는 모종의 단서들을 수집하여 의문을 해결해나간다. 이런 게임들이 성공을 거두는 것을 보고 작가들은 대화형 소설과 영화를 쓰기 시작했다. 대화형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인물과 줄거리의 대체적인 골격은 제시되지만, 독자나 운영자가 줄거리를 그때그때 바꿀 수 있다. 모든 영화와 책을 관람자나 독자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몇시간 동안 꼼짝않고 앉아서 이야기에 빠져든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경험인가. 나는 위대한 개츠비 나 달콤한 인생 의 결말을 다르게 만들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 스콧 피츠제럴드와 페데리코 펠리니가 나 대신 그 일을 해주었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위대한 소설의 구조는 무척 섬세한 것이라서 소설의 뼈대가 대화형 조작에 의해 지나치게 훼손되면 감동이 사라져버린다. 당신이 줄거리를 조정하면서 동시에 그 안에서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와 드라마가 서로 비슷하고 다른 것만큼이나 대화형 소설도 기존의 소설과는 비슷하고 또 다를 것이다. 네트워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화형 이야기와 게임 또한 출현할 것이다. 이것도 응용물은 CD롬과 내용이 비슷할 것인데, 네트워크 안에서 이용될 때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적어도 당분간은 소프트웨어를 조심스럽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CD롬에서 컴퓨터로 이동되는 디지털 정보의 대역폭, 곧 속도가 기존 전화 네트워크의 대역폭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네트워크들은 CD롬의 속도를 감당하고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더 기다려야 한다. CD롬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CD롬과 온라인 서비스의 바탕에 깔리는 기술은 놀라운 발전을 거듭했지만 멀티미디어 문서를만들어내는 컴퓨터 사용자는 아직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너무 많은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캠코더로 아이들을 찍거나 가족끼리 오붓하게 즐기는 모습을 찍는다. 그러나 비디오를 편집하려면 값비싼 장치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 이것도 바뀔 것이다. PC 워드프로세서와 전자출판용 소프트웨어의 발전은 이미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간단한 종이문서를 만들 수 있는 전문가 수준의 도구를 탄생시켰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하고 있다. 당신이 가까운 컴퓨터 판매점에서 구입하여 딸아이의 생일초대 카드를 만드는 데 쓰는 것과 똑같은 PC 및 소프트웨어가 수많은 잡지와 일간지의 제작에 활용되고 있다. 전자출판용 소프트웨어는 그 정도로 발전했다. 필름 편집 및 특수효과를 위한 PC 소프트웨어는 지금의 전자출판용 소프트웨어처럼 일반화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전문가와 아마추어는 그들이 갖고 있는 도구가 아니라 재능에서 차이가 날 것이다. 1899년 조르주 멜리에가 영화 마술사 에서 한 여인을 깃털로 변모시켜 최초의 특수효과기법을 시도한 이래 영화사들은 이 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최근 특수효과기술은 화상의 디지털 조작이 가능해진 덕분에 엄청나게 발전했다. 먼저 사진을 2진 정보로 바꾸면 이제까지 알아보았듯이 응용 소프트웨어가 다루기 쉬운 형태로 된다. 그 디지털 정보에 변조를 가한다. 변조된 디지털 정보는 다시 사진 형태로 복원되어 영화 필름의 한 토막이 된다. 정교한 변조는 거의 눈에 드러나지 않으며 그 결과는 엄청나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쥐라기 공원 의 공룡들에게, 노도처럼 달려가는 라이온 킹 의 영양 떼에게, 마스크 의 기상천외한 만화에 생명을 불어넣어주었다. 무어의 법칙에 따라 하드웨어의 속도가 빨라지고 소프트웨어도 차츰 정교해지면 우리가 하지 못할 일은 없다. 할리우드는 첨단기술을 꾸준히 받아들여 참신하고 기발한 특수효과를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낼 것이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마치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생생한 화면을 만들어낸 수도 있을 것이다. 포레스트 검프 를 보고 있는 관람객들은 케네디, 존슨, 닉슨 대통령이 나오는 장면이 조작된 것임을 안다. 톰 행크스가 그 자리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게리 시니즈의 멀쩡한 두 다리를 잘라 불구자처럼 보이게 만든 디지털 기술을 눈치채기란 쉽지 않다. 인물합성과 디지털 편집 덕분에 스턴트맨의 위험부담도 줄어들었다. 당신은 조만간 그런 효과를 내는 소프트웨어를 일반 PC로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을 것이다. PC와 사진편집 소프트웨어로 복잡한 화상을 자유롭게 요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문서나 사진의 귀신 같은 변조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비용도 갈수록 저렴해질 것이다. 공룡을 되살린 기술이라면 머지않아 엘비스 프레슬리도 살려낼 것이다. 멀티미디어 문서는 누구나 일상적으로 사용할 것이다. 어떤 이는 다음과 같은 전자우편 메시지를 타이프하거나 쓰거나 말함으로써 문서의 첫머리를 시작할지도 모른다. 공원에서 점심을 먹는 건 안 좋을지도 몰라. 일기예보를 보자. 문서를 좀더 내실있게 만들기 위해 그는 커서를 지역방송국의 일기예보를 나타내는 그림부호 위에 대고 그 그림부호를 움직여 자신의 문서 안으로 가져간다. 그 메시지를 친구들이 받으면 그들은 화면 위에서 바로 일기예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앨범이나 영화를 직접 만들어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친구들이나 가족에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시간이 나면 특별한 축하 카드나 초대 카드를 즐겨 만든다. 가령 나는 누이에게 보내는 생일축하 카드에 과거의 즐거운 사건을 떠올리게 만드는 사진들을 때때로 덧붙인다. 미래에는 내가 불과 몇분 동안에 작업하여 만든 영화 필름을 거기에 포함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사진, 비디오, 이야기의 대화형 앨범 은 만들기도 쉬울 것이다. 크고 작은 다양한 상거래가 멀티미디어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연인들은 감동 깊은 글귀, 옛날에 본 영화의 한 장면, 아끼는 노래를 하나로 엮어 서로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오디오 요소와 비디오 요소의 박진감이 커지면서 현실의 모든 국면을 그럴듯하게 흉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가상현실 은 그전 같으면 꿈도 못 꾸었을 곳으로 우리를 인도하여 생생한 행위를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항공기, 경주용자동차, 우주선 등의 운행 시뮬레이터는 이미 가상현실을 제공하고 있다. 디즈니랜드에서 가장 인기있는 놀이기구는 여행 시뮬레이터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비행 시뮬레이터 같은 운행 시뮬레이터 소프트웨어는 이제까지 PC용으로 만들어진 게임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끈 놀이에 속하지만, 여기서는 아직도 당신의 상상력을 많이 발휘해야 한다. 보잉사에 있는 수백만 달러짜리 비행 시뮬레이터는 훨씬 뛰어난 박진감을 제공한다. 밖에서 보면 그것은 장대에 얹힌 네모난 기계장치다. 영화 스타 워즈 에 나오는 기계와 비슷하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면 조종석의 비디오 화면이 정교한 주위환경을 제공한다. 비행계기가 각종 위기상황을 포함한, 다양한 비행환경을 모사한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는데, 그 정확성은 조종사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몇해 전에 친구와 나는 747 시뮬레이터를 몰아 본 적이 있다. 당신은 실제 비행기와 똑같은 조종석에 앉는다. 창 밖으로 컴퓨터에서 생성된 컬러 비디오 화면이 펼쳐진다. 당신이 시뮬레이터 안에서 이륙 하면 실제와 똑같은 비행장과 주변경관이 보인다. 보잉사 활주로의 모의 실험은 활주로 한쪽에 놓여 있는 연료 트럭과 저 멀리 레이니에산의 능선을 보여줄 것이다. 당신은 날개를 휘감는 바람소리를 들을 것이고 랜딩기어가 접히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시뮬레이터 밑에 있는 6개의 유압장치가 조종실을 흔들고 기울일 것이다. 정말로 그럴싸하다. 이런 시뮬레이터들의 목적은 조종사에게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려는 데 있다. 내가 시뮬레이터를 다루는 동안 친구들은 경비행기를 등장시켜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너무나도 실제와 흡사한 세스나 경비행기가 갑자기 내 눈앞에 나타났다. 위기 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나는 경비행기와 충돌 하고 말았다. 많은 기업들이 쇼핑센터나 도심지 곳곳에 소형 시뮬레이터를 설치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중이다. 기술개발로 이용비용이 떨어지면 오락용 시뮬레이터는 오늘날의 영화관처럼 어디서나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화성표면을 탐사하고 싶은가? 가상현실에서는 하나도 위험하지 않다. 사람이 절대로 가지 못하는 곳을 구경하고 싶지 않은가? 심장전문의는 기존의 어떤 장비로도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환자의 심장 안을 마음껏 누비고 다닐 수 있을 것이다. 외과의사는 위험한 수술을 여러번 예행연습할 수 있다. 돌발상황을 의도적으로 포함시켜서 말이다. 충분한 연습이 이루어졌다고 판단되면 그제서야 환자의 몸에 칼을 대는 것이다. 또 가상현실을 이용하여, 당신은 당신이 설계한 환상의 공간을 활보할 수 있을 것이다. 가상현실을 맛보려면 별도의 두 가지 기술군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하나는 장면을 생성하고 그 장면이 새로운 정보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만드는 소프트웨어이며, 또 하나는 컴퓨터가 그 정보를 우리의 감각에 전달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그 소프트웨어는 인공세계의 모습, 소리, 감촉을 아주 미세한 구석까지 기술할 수 있어야 한다. 무척 어렵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그것은 사실 쉬운 편에 속한다. 우리는 지금도 가상현실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 다만 그것을 그럴듯하게 만들려면 컴퓨터의 성능이 아주 뛰어나야 한다. 기술이 현재의 추세로 발전해나간다면 그런 고성능 컴퓨터는 머지않아 우리 손에 들어올 것이다. 가상현실에서 정말로 어려운 부분은 사용자의 감각을 설득하는 부분이다. 청각은 가장 속이기 쉽다. 머리에 헤드폰만 끼우면 된다. 실생활에서 당신의 두 귀는 각각 머리에 달려 있는 위치와 방향 때문에 한 곳에서 난 소리를 약간 다르게 듣는다. 당신은 무의식적으로 그 차이를 활용하여 그 소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아낸다. 소프트웨어도 각각의 귀가 들을법한 소리를 만들어 이런 감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은 놀라우리만큼 잘 먹혀들어간다. 컴퓨터에 연결된 헤드폰만 끼고 있으면 왼쪽에서 들리는 휘파람소리, 뒤에서 다가오는 발자국소리를 생생히 들을 수 있다. 눈은 귀보다 속이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시각에는 고지식한 면이 있어 제법 비슷하게 모방할 수 있다. 가상현실 장치에는 각각의 눈을 작은 컴퓨터 화면에 고정시키는 렌즈가 달린 특수안경이 예외없이 포함된다. 머리 추적 센서는 당신의 머리가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가를 컴퓨터가 알 수 있게 해준다. 컴퓨터는 그것을 바탕으로 당신이 볼법한 내용을 합성할 수 있다. 당신이 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안경에 보이는 장면도 더 오른쪽으로 치우친다. 고개를 들면 장면이 천장이나 하늘로 바뀐다. 오늘날의 가상현실 안경은 너무 무겁고 너무 비싸며 해상도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것을 운용하는 컴퓨터 시스템도 아직은 다소 느리다. 당신이 머리를 빠르게 돌리면 장면은 약간 뒤늦게 따라온다. 이것은 사람을 어지럽게 만들어 잠시 후에는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낙관하는 것은 무어의 법칙에 따라 기술이 발전하면 크기, 속도, 무게, 비용과 관련한 각종 문제점들이 해결될 것이라는 점이다. 후각, 촉각, 미각 등 다른 감각들은 이보다 훨씬 속이기가 어렵다. 컴퓨터를 당신의 코와 혀, 혹은 살갗에 연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촉각의 경우는, 온몸의 피부와 맞닿은 작은 센서와 압력 피드백 장치가 달린 전신복이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나는 이런 전신복이 일반화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일반 컴퓨터의 모니터에는 1인치당 72개에서 120개 사이의 화소-픽셀이라고 한다-가 있다. 한 모니터에 이것은 모두 30만 개에서 100만 개가 있는 셈이다. 전신복에는 작은 센서 접촉점-그 하나하나가 특정한 작은 부위를 찌르는-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촉소-탁텔-라 부르기로 하자. 전신복에 충분한 양의 촉소가 있고 그것들이 정교하게 조율되면 어떤 종류의 촉각이든지 모사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수의 촉소를 동일한 깊이로 찌르면 피부는 반질반질한 금속이 닿았을 때처럼 매끄러운 감촉을 느낄 것이다. 들쭉날쭉 불규칙적인 깊이로 찌르면 표면이 거칠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가상현실을 위한 전신복에는 한 촉소가 어느 만큼의 다양한 깊이를 전달하는가에 따라 100만 개에서 1,000만 개의 촉소가 필요할 것이다. 사람의 피부를 연구한 결과 전신복은 1인치당 약 100개의 촉소를 가져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손가락 끝이나 입술, 그밖의 민감한 신체부위에는 더 많은 촉소가 필요하다. 실제로 피부는 그리 민삼한 편이 못된다. 아무리 섬세한 감각이라도 1인치당 256개 정도의 촉소가 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컬러 모니터에 있는 화소의 수와 같다. 컴퓨터가 감각을 촉소로 전달하기 위해 계산해야 할 정보의 양은 현재 PC에 비디오 화상을 나타내는 데 필요한 정보량의 최대 열 배 가까이 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것은 생각만큼 어마어마한 규모는 아니다. 최초의 가상현실용 전신복을 앞으로 누가 만들든 그 당시의 PC 수준으로는 이것을 능히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공상과학소설 같은가? 가상현실을 가장 실감나게 묘사한 사람은 물론 윌리엄 기브슨 같은 사이버펑크 작가다. 시브슨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전신복 정도가 아니라 아예 컴퓨터 케이블을 자신의 중추신경에 곧바로 연결한다. 과학자들이 이런 방법을 현실화시키려면 앞으로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다. 적어도 정보고속도로가 건설된 한참 뒤의 일일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어떤 사람은 겁을 내고 어떤 사람은 재미있어 한다. 가상현실은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가장 먼저 활용될 것이다. 가상현실의 활용 예로 사이버 섹스보다 더 자주 거론된 분야도 없을 것이다. 외설스러운 성적 표현은 정보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인간의 그 뿌리깊은 욕망을 새로운 기술과 접속시키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점토판 위에 설형문자로 야한 시를 썼다. 인쇄기가 맨 먼저 찍어낸 것 중의 하나가 포르노그래피였다. 집집마다 VTR을 갖추게 되면서 X등급의 비디오 판매 및 대여가 크게 늘었고 요즘은 포르노 CD롬이 유행이다. 인터넷이나 프랑스의 미니텔 같은 온라인 게시판은 섹스에 관련된 서비스가 수두룩하다. 이제까지의 추세로 보아 발달된 가상현실 기술이 초기에 창출할 가장 큰 시장은 사이버 섹스가 될 것이다. 그러나 여러 종류의 시장이 커질수록 이런 외설적인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준다. 모든 새로운 응용물의 배후에는 상상력이 있다. 현실세계를 재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위대한 영화는 현실의 사건을 그래픽으로 필름에 담은 것 이상의 차원을 갖는다. 미국의 선구적인 영화감독 D.W.그리피스나 러시아의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감독이 뤼미에르 형제가 발명한 시네마토그라프(촬영기)를 보고 활동사진이 현실생활을 기록하는 것만이 아닌 더욱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10년이 채 안 걸렸다. 영화는 새로운 역동적인 예술형식이었고 연극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중에게 감동을 주었다. 선구자들은 바로 이 점에 착안하여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를 발명했던 것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멀티미디어 분야에서 그리피스나 에이젠슈테인 같은 천재가 출연할까? 지금 어디에선가 그 천재들은 이미 기존의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진지하게 모색하고 있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멀티미디어 실험은 10년 뒤에도, 그 다음 10년 뒤에도, 아니 무한정 계속될 것이다. 처음에 정보고속도로의 문서에 등장하는 멀티미디어 성분들은 현재의 매체를 합성한 수준일 것이다. 그것은 통신을 좀더 풍요롭게 만드는 지혜로운 방법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을 훨씬 넘어서는 새로운 형식이 등장할 것이다. 계산력의 지수함수적 확대는 새로운 도구, 새로운 가능성을 꾸준히 열어갈 것이다. 재능과 창조성은 늘 예기치 않았던 방식으로 발전의 모습을 만들어나간다. 스티븐 스필버그, 제인 오스틴, 앨버트 아인슈타인 정도의 재능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떤 분야에건 그런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어쩌면 분야별로 딱 한 명밖에는 없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야망과 가능성은 있지만 경제력과 도구의 부족 때문에 뜻을 펴지 못한 인재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기술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을 제공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이제까지 그 누구도 꿈꾸지 못했던 예술적, 과학적 기회를 자라나는 세대의 천재들에게 열어줄 것이다. 제7장 기업이 달라진다 IMPLICATIONS FOR BUSINESS 문서가 좀더 다루기 쉽고 멀티미디어 내용이 풍부해져서 종이의 한계로부터 벗어나게 될수록, 사람들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좀더 다양한 방식으로 협동하고 의사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 교육, 레저 등 우리들 활동영역 전부문이 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전산에 몰고 온 것 이상으로 통신에 더 큰 혁명을 몰고 올 것이다. 이것은 이미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가장 효율적인 기업이 다른 경쟁업체들에 비해 우위를 점하게 마련이므로 기업들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늘 관심을 갖는다. 전자문서와 네트워크는 정보관리, 서비스, 대내외적인 협력 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기업들에게 제공한다. 개인용 컴퓨터는 이미 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 안의 PC와 기업 밖의 PC가 밀접하게 연결되면 그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전세계의 기업환경은 급격히 변할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좀더 쓰기 쉬워지고, 기업들은 사원 한명 한명에서부터 나아가 전세계의 부품공급업체, 컨설턴트, 고객들에게까지 뻗어 있는 네트워크 위에 자기의 중추조직을 세울 것이다. 그 결과 기업들은 좀더 효율화되어 덩치가 작아지게 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정보고속도로는 사람들이 직접 각종 서비스에 접근할 필요성을 약화시켜 많은 기업들을 탈중앙화로 이끌고 그 활동을 점점 분산시킬 것이며, 도시도 회사처럼 규모가 작아질 것이다. 앞으로 5년만 지나도 도시에서 업무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통신대역폭은 100퍼센트 늘어날 것이다. 네트워크 제공사들이 네트워크 사용량이 많은 고객을 서로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고속 네트워크를 이용할 최초의 고객은 기업이 될 것이다. 예로부터 새로운 컴퓨터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을 기업이었다. 발달된 정보 시스템이 갖는 경제성을 누구보다도 일찍 간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기업의 간부들은 정보기술이 제공하는 능력에 압도당할지 모른다. 투자를 하기 전에 그들은 우선 컴퓨터가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컴퓨터는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만능의 요술단지가 아니다. 사업이 잘 안됩니다. 컴퓨터를 들여놓아야겠어요. 만일 어떤 기업인이 이런 말을 한다면 나는 그에게 컴퓨터에 투자하기 전에 당신의 전략을 재고해보라고 충고하겠다. 기술은 기껏해야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을 지연시킬 수 있을 뿐이다. 업무에 활용되는 모든 기술에서 우리가 확인하는 제1원리는 효율적인 업무에 적용된 자동화는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제2원리는 비효율적인 업무에 적용된 자동화는 비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최신설비를 모든 직원에게 사주기에 앞서, 기업의 규모에 관계없이 경영자들은 한걸음 물러서서 사업을 어떤 식으로 꾸려나갈지를 찬찬히 헤아려보아야 한다. 회사에서 본질적인 절차, 핵심적인 데치터베이스는 무엇인가? 정보의 가장 이상적인 흐름은 어떤 것인가? 가령 고객이 전화를 걸어왔을 때 고객에 관한 모든 정보-신용평가, 과거에 호소한 불만, 당신의 회사에서 그 고객과 상대한 적이 있는 사람의 기록-가 모니터에 즉각 나타나는가? 이런 식의 서비스는 그 효과가 아주 직접적이어서 고객들은 점차로 이런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하게 된다. 당신의 컴퓨터 시스템이 상품 인도 가능성에 대한 정보나 가격을 즉각 내놓지 못한다면 당신은 더 수준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업체에게 밀릴 가능성이 높다. 일부 자동차회사들은 서비스 정보를 중앙화하여 어떤 딜러라도 한 자동차의 서비스 기록을 쉽게 확인하여 반복되는 고장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기업이 또한 인사, 사업계획, 영업분석, 제품개발 등 회사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업무과정을 좀더 효율화하려면 어떤 네트워크에 어떤 전자정보도구를 도입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컴퓨터를 바라보는 우리의 개념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컴퓨터 하면 아주 크고 성능이 좋은 기계를 떠올렸다. 그런 기계는 은행 정도는 가야 있었다. 항공사에서도 수많은 예약을 관리하는 데 컴퓨터를 이용했다. 컴퓨터는 커다란 조직체를 위한 도구였으며 대기업과 연필이나 타자기로 업무를 보는 중소기업을 구분짓는 결정적인 요소였다. 그러나 오늘날 개인용 컴퓨터는 이름 그대로 개인을 위한 도구다. 심지어는 대기업에서도 그렇다. 우리는 개인용 컴퓨터를 개인 업무수행에 도움을 주는 도구라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쓴다. 혼자서 일하는 사람은 한 대의 개인용 컴퓨터를 가지고 글을 쓰고 소식지를 만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검토해볼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을 이렇게 물을지 모른다.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했다고 해서 처칠이 글을 더 잘 썼을까? 로마 원로원에서 키케로가 더 멋진 연설을 했을까? 그런 비판가들이 말하려는 것은 더 나은 도구가 인간의 잠재력을 끌어올린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개인용 컴퓨터가 예술가의 작업에 얼마나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지의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업무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여준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일반 기자들을 생각해보자. 역사상 위대한 언론인들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사실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기사를 보내기가 훨씬 수월해졌으며 마음만 먹으면 취재원, 편집자, 심지어 독자와도 언제나 연락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양질의 도표와 사진을 덧붙이기도 훨씬 쉬워졌다. 과학잡지를 예로 들어보면, 이삼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같은 수준 있는 전문잡지가 아니면 고급스러운 과학삽화를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웬만한 일간지에서도 과학기사를 아주 그럴듯하게 포장한다. 여기에는 빠른 시간 안에 정교한 도해와 삽화를 그릴 수 있게 해준 소프트웨어가 지대한 공헌을 했다. 크고 작은 업체가 모두 개인용 컴퓨터의 도움을 여러모로 받았다.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은 아마 소기업일 것이다. 저렴한 하드웨어와 스프트웨어의 덕분에 소기업들도 다국적 기업과 어깨를 맞대고 겨룰 수 있었던 것이다. 큰 조직체는 전문화되는 경향이 있다. 어떤 부서는 상품 카탈로그만 만들고 어떤 부서는 회계업무를 전담하며 어떤 부서는 고객 서비스만 맡는 식이다. 대기업에 전화를 걸 때 당신은 전문가와 신속히 연결되기를 기대한다. 소기업주들의 요구는 그와는 다르다. 그들은 전문가를 고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혼자서 조그만 가게를 꾸려나가는 사람을 보면 혼자서 상품안내서도 만들고 경리도 보고 손님들도 상대한다. 한 마디로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PC 한 대와 소프트웨어 몇가지만 들여놓으면 별별 도움을 다 받을 수 있다. 일손이 크게 준다. 그래서 소기업도 대기업과 효과적으로 겨룰 수 있게 된다. 대기업에서 개인용 컴퓨터가 제공하는 최대의 편의는 바로 정보의 공유다. PC는 각종 회의, 정책결정, 업무조율 과정 등에서 소모해야 했던 막대한 시간과 경비를 줄여주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남보다 한발 앞서 시도한 사내업무 개혁의 하나는 인쇄된 보고서를 없애는 것이었다. 많은 회사의 경우 아직도 중역실에 가보면 각종 경영수치를 월별로 정리한 인쇄물이 파일에 꽂혀 서가에 고이 모셔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그런 수치를 컴퓨터 화면으로만 볼 수 있다. 좀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는 사람은 시기별, 권역별 등으로 얼마든지 다양하게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경영보고서를 온라인화한 이후로 우리는 각종 수치를 새로운 각도에서 보기 시작했다. 가령 우리는 한 권역의 시장점유율이 다른 권역들의 시장점유율과 다른 이유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정보를 캐들어가던 중 우리는 오류를 발견했다. 데이터 처리를 맡은 부서에서 일어난 사고였다. 실수를 빚어 죄송합니다. 5년째 매달 이와 똑같은 보고서를 만들어 배포했지만 지금까지는 아무도 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데이터 처리 책임자의 변명이었다. 사람들은 오류를 발견할 수 있을 만큼 인쇄된 보고서를 꼼꼼히 파고들지 않았던 것이다. 정보를 전자화한 데서 얻어지는 유연성이 어떤 것인지를 일반인에게 소개하기란 쉽지 않다. 나는 종이로 된 보고서를 거의 보지 않는다. 컴퓨터로 보는 것이 훨씬 머리에 잘 들어오기 때문이다. 1978년에 처음 나온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은 종이와 연필 수준의 서류보다 몇단계 앞선 것이었다. 스프레드시트 덕분에 한 도표를 이루는 모든 항목을 공식화할 수 있었다. 즉 하나의 값을 변화시키면 그와 관계있는 모든 통계수치가 자동적으로 바뀔 수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가정법 에 근거하여 손쉽게 영업신장률, 경제성장률, 이자율 등의 전망을 다각도로 점검할 수 있었다. 요즘 나오는 일부 스프레드시트는 도표를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준다. 간단한 명령어 몇마디로 데이터를 거르고 간추릴 수 있다. 내가 아는 최고의 스프레드시트 소프트웨어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액셀은 중심표(pivot table)라는 기능을 갖고 있어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요약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의 수치처리능력은 어마어마하다. 요약하는 기준도 중심표상의 선택자를 마우스로 클릭하거나, 도표의 각 항목을 마우스로 드래그하여 행 제목 줄이나 열 제목줄 위로 이동시키면 그때마다 새로 선택된 방식에 따라 데이터가 요약된다. 또한 고도로 축약된 보고서를 임의의 데이터 범주에 대한 분석, 또는 세부항목에 대한 단계별 실험정보로 활용하는 것도 매우 간단하다. 증심표는 매달 마이크로소프트의 간부들에게 전달된다. 그 안에는 당해 회계연도와 전년도의 인사, 제품, 영업 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각 매니저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그때그때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업 매니저들은 자기 구역의 매출액을 전체 또는 전년도 매출액과 비교할 수 있다. 제품개발 매니저들은 국가별로 자기가 만든 제품의 매상을 볼 수 있다. 간단히 마우스를 작동하여 뽑을 수 있는 자료의 종류는 무한히 많다. 컴퓨터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PC는 고화질의 3차원 화면을 제공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2차원 화면보다 더 효과적으로 데이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음성인식분야가 발전하면 음성질문만으로 데이터베이스를 효과적으로 검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가령 어떤 제품이 가장 잘 팔리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혁신은 워드프로세서, 스프레드시트, 프리전테이션 패키지, 데이터베이스, 전자우편 등의 대용량 사무자동화 프로그램에서 가장 먼저 일어날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도구들이 이미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새로운 버전이 등장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5년 전이나 10년 전에도 당시의 소프트웨어에 대해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다. 앞으로 몇년 뒤에 음성인식 프로그램, 소셜 인터페이스, 정보고속도로와의 접속기능이 핵심 응용 소프트웨어 안으로 통합되면, 개인이나 기업은 이 개선된 소프트웨어가 가져다줄 생산성향상에 지대한 관심을 나타낼 것이다. 생산성의 눈부신 향상, 근무방식의 가장 큰 변화를 몰고 올 주역은 네트워킹이다. 처음 PC가 나왔을 때에는 여러 사람이 회람할 문서를 간편하게 작성하는 데 주로 PC를 썼다. 최초의 PC 네트워크는 사람들이 프린터를 공유하고 중앙 서버에 파일을 저장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초창기의 네트워크는 대개 스무 대 미만의 컴퓨터가 연결되어 있었다. 네트워크의 규모가 커지면서 급기야는 만인이 만인을 상대로 통신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지금의 통신은 대개가 짧은 문서 파일을 주고받는 데 국한되어 있지만 앞으로는 6장에서 소개한 다중문서를 통째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문서를 공유하는 혜택을 모든 직원에게 제공하기를 원하는 회사들은 비싼 값을 들여서라도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 그리스 지사는 매달 직원봉급보다 많은 비용을 전세계 네트워크와 접속하는 데 지출하고 있다. 현재 전자우편은 메시지를 주고받는 주요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전자우편의 암묵적인 약속도 그간 눈부시게 발전했다. 문장 끝에 웃음을 덧붙여 악의가 없었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으면 콜론, 대시, 괄호를 추가하면 된다. 이 복합기호,곧 :-) 는 바로 세워서 보면 웃는 얼굴이다. 가령 당신이 별로 좋은 생각 같지 않은데요 :-) 라고 쓰면, 웃는 얼굴은 당신의 말에 악의가 없다는 뜻을 나타낸다. 괄호를 반대방향으로 바꾸면 웃는 얼굴이 찡그린 얼굴로 변한다. :-( 는 실망감의 표현이다. 감탄사의 사촌격에 해당하는 이 감정부호(emoticon) 들은 전자우편이 음성과 화상까지 전달하는 매체로 바뀌게 되면 아마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다. 전통적으로 기업은 종이문서를 돌리거나 전화를 걸거나 회의실에 마주앉거나 하는 방법으로 정보를 내부적으로 공유해왔다. 이런 방식을 거쳐서 나름대로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하려면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엄청난 회의와 보고회를 가져야 했다. 거기에 소모되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이만저만 비효율적인 것이 아니었다. 이런 방식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좀더 적은 자원을 집중적으로 활용하고 결재단계를 줄여 결론에 빨리 도달하는 경쟁기업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사업분야가 그쪽인 덕분이겠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남보다 한발 앞서 업무의 효율화를 시도했다. 우리는 1980년대 초에 벌써 전자우편 시스템을 가동했다. 직원이 십여 명밖에 안되었지만 효과는 당장 나타났다. 전자우편은 재빨리 사내통신의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종이 메모, 회의, 출장보고서, 전화연락 등을 모두 전자우편이 대신했다. 우리의 작은 기업은 전자우편 덕분에 기민하게 돌아갔다. 수천 명의 직원을 거느린 지금도 전자우펀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핵심적인 통신수단이다. 전자우편은 사용이 간편하다. 전자 메시지를 작성하여 보내려면 메시지 작성(compose) 이라는 표지가 달린 커다란 버튼을 클릭한다. 그러면 화면에 간단한 양식이 나타난다. 먼저 나는 내가 메시지를 보내려는 사람의 이름을 두드리거나 전자주소록에서 고른다. 나는 한번에 한 그룹의 수신인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나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사업에 참여하는 핵심간부들에게 자주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어 나의 주소록에는 오피스 라는 주소가 있다. 내가 그것을 선택하면 메시지는 관련 당사자들에게 일제히 접속된다. 메시지가 연결되면 나의 이름은 발신 공간에 자동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런 다음 수신인들이 무슨 내용인 지 알아볼 수 있게끔 메시지의 간단한 제목을 쓴다. 그 다음에 메시지의 내용을 쓴다. 전자 메시지는 불필요한 수식어 없이 보통 한두 문장으로 끝난다. 가령 나는 서너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짤막한 메시지만 보낼 경우가 많다. 월요일 오전 11시 회의는 취소하고 그 시간에 각자 화요일의 보고회를 준비합시다. 이의 없습니까? 나의 메시지에 대한 응답도 네 처럼 간단할 것이다. 이런 식의 연락이 너무 무정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들이 하루에 평균 수십 통의 전자 메시지를 받는다는 사실을 유념하시라. 전자우편 메시지는 회의석상에서 오가는 한 마디 질문이나 대답과 비슷하다. 오랫동안 나누는 대화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자우편을 주로 업무용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이것은 전화기처럼 그밖의 중요한 쓰임새를 갖는다. 가령 마이크로소프트 산악회는 모든 회원에게 등산계획과 관련된 메시지를 한꺼번에 보낼 수 있다. 사내 교제를 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젊은 남녀직원들은 전자우편의 덕을 톡톡히 보았을 것이다. 나는 아내 멜린다와 처음 데이트를 할 때 전자우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전화를 걸거나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때보다 전자 메시지를 보낼 때 덜 수줍어하는 것 같다. 물론 상황에 따라 이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문제가 될 수도 있을 테지만 말이다. 나는 하루에 여러 시간을 직원, 고객, 그리고 전세계의 동업자들이 보내온 전자우편을 읽는 데 보낸다. 우리 회사직원은 누구든지 나에게 전자우편을 보낼 수 있다. 그것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므로 검열 따위를 검열 따위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의 전자우편 주소가 반공개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전자우편을 읽는 데 그 많은 시간을 쏟아붓지 않아도 좋았을지 모른다. 부호와 유명인의 전자우편 주소집 이라는 책이 실제로 있는데, 거기에는 라디오 토크쇼로 유명한 러시 림보는 물론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주소도 수록되어 있다. 뉴요커 지의 존 시브루크 기자는 나에 관한 기사를 쓸 때 주로 전자우편으로 인터뷰했다. 그것은 대단히 효율적인 대화였고, 나는 잡지에 실린 기사가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그 기사에 나의 전자우편 주소가 소개되었다. 덕분에 나에게는 숙제를 대신 해달라고 부탁하는 학생, 돈을 빌려달라는 사람, 고래에 관심이 있는 단체 등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전자우편이 쇄도했다. 나의 주소는 또한 낯선 사람들이 보내는 거칠거나 부드러운 메시지, 혹은 언론사의 기분나쁜 메시지( 내일 아침까지 응답을 하지 않으면 당신과 그 호스테스 아가씨에 대한 기사를 공표하겠소! )들의 목표가 되기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에는 입사지원, 소비자 반응, 그밖의 합법적인 의사소통을 전담하는 전자우편 주소가 있다. 그런데도 많은 전자우편이 나에게 오고 있으며 나는 그것을 처리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자우편에도 사람을 성가시게 만드는 세 가지 형태의 행운의 편지 가 있다. 한 편지는 그것을 다른 주소로 보내지 않으면 불행에 빠질 거라고 위협한다. 또 한 편지는 그 응징이 성적 불구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못 박는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편지는 벌써 6년 가까이 계속 돌고 도는 편지인데, 어떤 과자의 제조비법과 어떤 회사가 그 제조비법 때문에 한 여인에게 과다한 요금을 청구했다는 글이 적혀 있다. 그래서 나보고 그것을 무료로 배포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 그때 언급된 회사의 이름이 달랐다. 그것은 분명 무차별 복수를 감행하겠다는 의도다. 이처럼 전자우편에는 나에게 정말 와야 할 중요한 메시지와 그렇지 않은 것이 혼재되어 있다. 다행히 전자우편 소프트웨어가 꾸준히 발달하여 이제는 내가 지정한 발신자들로부터 온 메시지만을 우선적으로 추려주는 기능이 마련되어 있다. 출장을 다닐 때 나는 매일 밤 휴대용 컴퓨터를 마이크로소프트의 전자우편 시스템에 연결하여, 나에게 온 메시지를 받아보거나 낮시간 동안 회사사람들에게 보내기 위해 작성한 메시지를 보낸다. 대개의 수신인들은 내가 회사 밖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일단 회사의 네트워크에 연결만 하면 나는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영업실적과 사업진척도는 물론 그밖의 경영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할 수 있다. 낮과 밤이 뒤바뀌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이렇게 네트워크 접속이 이루어지면 나는 안심하게 된다. 불길한 소식은 그때 그때 전자우편으로 나에게 보고되므로, 나쁜 내용이 없으면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용도로 전자우편을 활용하고 있다. 가령 연례행사로 벌어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선행사가 있다고 하자. 이 기간 동안 우리 회사직원들은 자선금기부 캠페인에 동참하자는 메시지를 전자우편으로 받는다. 전자우편 메시지에는 전자서약 카드가 들어 있다. 메시지에 있는 아이콘을 누르면 서약 카드가 직원의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다. 그럼 직원은 현금기부를 서약하거나 월급 자동공제에 서명할 수 있다. 월급공제를 선택하면 그 정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봉급 데이터베이스로 자동적으로 들어간다. 전자우편을 통해 직원들은 자신의 기부금을 유니세프(국제연합아동기금) 지부로 보내든가 비영리 자선단체로 보낼 수 있다. 원한다면 유니세프가 지원하는 하나 이상의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도 있고 나아가 그 자선단체에 관한 정보나 지역사회의 자원봉사에 관한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서버에 접근할 수도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컴퓨터로 처리된다. 회사의 대표로서 나는 하루하루의 실적을 점검하여 우리가 많이 동참하고 있는지 아니면 우리가 벌이는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에 대해서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할 필요가 있겠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과 같은 기업내부용 전자우편말고도 MCI 메일이나 B.T.골드(브리티시 텔레콤 사가운영) 같은 상용 서비스도 있다. 뿐만 아니라 컴퓨서브, 프로디지, 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 같은 상용 온라인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다. 이들은 전보와 텔렉스가 담당했던 것과 똑같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 전자우편 시스템에 접속한 사용자는 정식 인터넷 주소를 가진 사람에게는 실질적으로 아무 제약 없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상용, 비상용을 막론하고 온라인 시스템에는 한 전자우편 시스템의 사용자가 다른 전자우편 시스템의 사용자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두 시스템 사이를 연결해주는 게이트웨이 가 있다. 따라서 당신은 PC와 모뎀을 가진 거의 모든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그러나 특정한 통신에서는 프라이버시가 문제시될 것이다. 가령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통신은 아직은 보안상태가 철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MCI 같은 일부 상용 서비스에서는 수신인이 전자사서함을 갖고 있지 않을 경우 메시지를 팩시밀리, 텔렉스, 또는 재래식 우편으로도 보낼 수 있다. 전자우편이 앞으로 더욱 발전하면 우리가 미처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던 많은 활동이 간소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대금청구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생각해보자. 보통 어떤 회사가 한 장의 종이에 해당 금액을 찍은 다음 그것을 봉투에 넣어 당신의 집으로 부친다. 당신은 봉투를 열고 청구서를 꺼내 금액과 세부사항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마감기일 전까지 은행에 가서 지불을 한다. 우리는 이 과정에 너무 익숙해 있어서 이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일인지 모른다. 당신이 청구서에 이의가 있다고 가정하자. 당신은 그 회사에 전화를 걸지만 즉시 담당자와 통화를 할 수가 없다. 하염없이 시간만 흘러간다. 한참 만에 어떤 사람이 나타나지만 그 사람을 담당자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또다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조만간 당신은 PC, PC 지갑, TV 등 당신이 원하는 어떤 정보가전품으로든 청구서 내역을 지체없이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청구서가 날아오면 정보가전품은 당신이 지금까지 사용한 내역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줄 것이다. 청구서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당신은 편한 시간에 전자우편으로 이런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왜 이리 많이 나왔습니까? 미국의 수많은 기업들은 이미 EDI, 이름하여 전자문서교환이라고 불리는 시스템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EDI는 계약을 맺고 있는 회사들이 특정한 종류의 업무를 자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업무는 상당히 구조화된 것이어서-물품의 재주문이나 선적상황 점검 등-통상적인 EDI는 임기응변이 요구되는 통신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EDI와 전자우편의 장점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종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자우편과 EDI의 비동기성은 그것들의 장점 가운데 하나지만 당신은 동기적 통신도 취할 수 있다. 때로는 메시지를 남기기보다는 그 즉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서 용건을 말하고 바로 대답을 듣고 싶을 때도 있는 것이다. 앞으로 몇 년만 지나면 동기적, 비동기적 통신을 결합한 혼성통신 시스템이 등장할 것이다. 이 시스템은 정보고속도로가 깔리기 훨씬 이전에라도 DSVD(뒤에는 ISDN) 전화망을 써서 음성과 데이터를 동시에 전송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기업들은 인터넷에 자기 회사의 제품에 관한 정보를 띄운다. 그 정보 중에는 고객이 영업사원과 동기적으로 연락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그 영업사원은 음성 데이터 접속을 통해 들어오는 질문에 즉시 답변할 것이다. 가령 당신이 에디 바우어사의 홈페이지(전자 카탈로그)에서 부츠를 고른다고 하자. 당신은 그 부츠가 플로리다의 습지대나 알래스카의 빙원에서 신기에 적당한지를 알고 싶다. 버튼을 클릭하면 영업사원이 전화선을 타고 나타나 당신과 이야기를 나눈다. 영업사원은 당신이 부츠를 고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당신이 공개해도 된다고 결정한 당신에 관한 그밖의 정보를 즉시 알게 될 것이다. 그 정보에는 당신의 옷색깔이나 발 크기, 체형, 좋아하는 색뿐 아니라 당신이 좋아하는 운동, 과거에 다른 회사의 어떤 물건을 샀는가 하는 내용, 심지어는 당신의 호주머니 사정까지도 포함될 것이다. 물론 자기에 관한 정보를 일체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에디 바우어의 컴퓨터는 당신을 지난번에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눈 사람과 연결해줄 수도 있을 것이고 당신의 화면에 나타난 부츠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직원과 연결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은 무슨 질문이든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을 수 있다. 가령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 부츠는 플로리다의 습지대에서 신어도 괜찮습니까? 영업사원이 반드시 이 회사 안에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영업사원이 PC를 이용할 수 있고 자신에 대한 접근을 허락한 경우라면 그는 어디에 있어도 무방하다. 영어나 한국어 등 당신과 같은 말을 할 줄 알고 제대로 된 지식만 갖고 있다면 그는 얼마든지 고객을 도울 수 있다. 또는 당신이 유언장을 고치고 싶다고 하자. 단신은 변호사에게 전화를 건다. 변호사가 말한다. 어디 봅시다. 변호사는 당신의 유언장을 PC에 불러낼 것이다. DSVD, ISDN, 또는 그와 비슷한 기술 덕분에 그 유언장은 당신의 컴퓨터에도 똑같이 나타날 것이다. 변호사가 유언장을 훑어보는 동안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당신은 변호사가 유언장을 수정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도 있다. 그러나 만일 변호사가 유언장을 고치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는 대신 당신도 수정작업에 관여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다. 당신들은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면 위에서 똑같은 영상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변호사와 당신이 똑같은 소프트웨어를 가져야 할 필요는 없다. 소프트웨어는 한쪽-이 경우는 변호사-의 컴퓨터에서만 돌아가고 있으면 된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적절한 모뎀과 DSVD 소프트웨어뿐이다. 음성/데이터 서비스의 또 한 가지 중요한 효용은 고객지원강화에거 찾을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객의 문의를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직원만 수천 명이 있다. 실제로 그 숫자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투입되는 인원과 맞먹는 규모다. 우리로서는 그만한 투자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소비자의 반응을 빠짐없이 흡수하여 제품개선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로 전자우편으로 문의를 받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고객은 전화를 걸어온다. 전화통화는 비효율적이다. 한 고객이 전화를 걸어 자기 컴퓨터에 에러 메시지가 나타난다고 호소한다. 고객지원담당자는 설명을 듣고 나서 이렇게 해보라 고 제안을 한다. 고객이 그 지시를 실행에 옮기는 동안 이삼 분이 금세 지나간다. 다시 대화가 이어진다. 평균 통화시간은 15분에 이르며 심지어는 한 시간까지도 걸린다. 그러나 모두가 DSVD를 쓸 경우 고객지원 담당자는 고객의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물론 고객의 동의를 얻어서)바로 고객의 컴퓨터를 점검할 수 있다. 고객의 입을 통해 설명을 듣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물론 이 경우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런 방식을 쓰면 평균 통화시간이 30-40퍼센트 줄어들 것이다. 시간과 경비가 모두 절감되는 것이다. 제품가격도 그만큼 내려갈 것이다. DSVD(또는 ISDN)를 통해 전송되는 것이 반드시 문서라야 한다는 법은 없다. 통신에 참여하는 양쪽 모두 자신의 정지 화상을 보낼 수 있다. 당신이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전화를 걸면 영업직원이 웃으며 나타날 것이다. 물론 당신은 목소리만 보낼 수도 있다. 당신이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필요에 따라 당신이 입은 옷을 얼마든지 바꾸어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외에 미소띤 얼굴, 웃는 얼굴, 생각에 잠긴 얼굴, 화내는 얼굴 등 여러 모습을 만들어두었다가 대화 도중에 적절한 얼굴을 선택하여 당신의 심정이나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강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자우편과 화면의 공유는 많은 회의를 불필요하게 만들 것이다. 회의참석자들이 주로 듣고 배워야 하는 프리전테이션 회의는 스프레드시트나 그밖의 자료 소프트웨어를 덧붙일 경우 전자우편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직접 만나서 회의를 할 때에도 참석자들이 서로 사전에 전자우편을 통해 배경정보를 충분히 교환한 경우에는 회의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약속시간을 정하는 것도 쉬워질 것이다. 소프트웨어가 알아서 해주기 때문이다. 가령 당신이 변호사와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가정하자. 당신의 스케줄 프로그램과 변호사의 스케줄 프로그램이 네트워크-전화선이라도 무방하다-를 통해 교신하여 두 사람이 모두 스케줄이 없는 날짜와 시간을 골라낼 것이다. 그 날짜와 시간은 각자의 전자달력에 자동적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또한 식당이나 극장 예약, 변호사 선임도 한결 편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식당이 파리만 날리고 있다거나 극장이 표가 수북이 쌓여 있다거나 변호사가 의뢰받은 사건이 한 건밖에 없다고 가정하자. 그런 경우에는 스케줄 프로그램에다 일정한 요건을 충족시키는 문의에만 응답하도록 지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신의 스케줄 프로그램은 변호사의 프로그램에 변호사의 비어 있는 시간을 모두 알려달라고 요청할 수 없다. 그러나 만일 구체적으로 날짜와 시간을 밝혀서 문의하면 응답이 있을 것이다. 예, 화요일 오전 11시는 가능합니다 라는 식으로 말이다. 고객은 전자우편으로 변호사, 치과의사, 회계사, 그밖의 전문가와 약속을 정하고 문서를 주고받을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은 효능은 비슷하지만 상표는 다른 약품을 사먹어도 무방하겠느냐는 식으로 의사에게 후속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즉각적인 응답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당신은 자신이 의뢰한 모든 의사와 전자우편을 주고받을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 한 전문가집단이 이 통신수단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채택했고, 이것이 그 집단에 대한 접근을 얼마나 효율화시켰는가에 따라 전문가집단의 우열이 판가름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PC 통신에서 자신이 얼마나 앞서 있는지를 강조하는 기업들의 뜨거운 광고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가 깔리면 사람들은 음성이나 정지화상에 국한되지 않은 다중정보를 접하게 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고화질의 동화상도 실어나르기 때문이다. 화상회의도 성행할 것이다.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이 보는 화면의 물리적 구조는 제각각 다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TV를, 어떤 사람은 PC를, 어떤 사람은 노트북을 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보는 화면의 내용은 동일할 것이다. 화면의 일부는 사람의 얼굴을 보여주고 일부는 관련문서를 보여준다. 만일 누군가가 문서를 수정하면 그 수정된 내용은 즉각 모든 화면에 나타난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이런 생산적인 방식으로 공동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동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실시간공유 방식이다. 다시 말해서 컴퓨터 화면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과 정확히 보조를 맞춘다. 어떤 집단이 컴퓨터 통신을 이용해 공동으로 보도자료를 만든다고 하자. 각 사람은 자신의 탁상용 컴퓨터나 노트북 컴퓨터를 이용해서 문장을 이동시키고 사진이나 동화상을 빼고 덧붙일 수 있다. 나머지 사람들은 자신의 화면을 통해 다른 사람이 그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을 생생히 지켜볼 수도 있다. 우리는 이미 비디오 회의에 익숙해 있다. 저녁 뉴스에서 우리가 보는 원격토론이 바로 화상회의다. 앵커와 토론자들은 서로 다른 대륙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 방에 모여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시청자들은 실제로 그런 착각에 빠진다. 현재 화상회의를 갖기 위해서는 특수한 전화선에 특수한 설비를 갖추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 각지에 깔려 있는 영업소마다 최소한 하나 이상의 화상회의 전용실을 마련해놓고 있다. 우리는 화상회의실을 자주 이용한다. 덕분에 출장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간부회의를 가질 때 세계 각지의 마이크로소프트사 직원들은 제자리에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 고객이나 투자가들은 시애틀 근교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까지 오지 않고도 우리를 방문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아주 일반화될 것이다.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음성만으로 하는 전화회의나 심지어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하는 회의보다 더 생산적인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카메라 앞에 있을 때 긴장을 늦추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은 개선해야 할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사람이 화상회의의 화면에 나타나면 그 사람은 회의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된다. 나는 유럽에 출장가 있던 스티브 볼머를 연결해 시애틀에서 간부들과 함께 화상회의를 하다가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는 스티브 볼머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쇼의 엑스트라 같았다. 스티브가 구두를 벗으면 우리의 눈길은 모두 그리로 쏠렸다. 회의가 끝났을 때 나는 스티브 볼머가 새로 머리를 잘랐다든지 하는 자질구레한 사항까지 기억할 수 있었지만 나와 같은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누구누구였는지는 이름조차 떠올릴 수 없었다. 나는 화상회의가 일반화되면 이런 왜곡현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현재 화상회의 시설을 갖추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최소한 3,000만 원은 들어간다. 그러나 PC에 연결되는 탁상 시스템이 등장하면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사용도 훨씬 간편해질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화상회의 시스템은 초당 384,000비트를 처리하는 ISDN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정도면 그런 대로 깨끗한 음향과 화질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 국내일 경우 요금은 시간당 16,000원에서 28,000원이고 국제통신일 경우는 시간당 20만 원에서 24만 원으로 뛰어오른다. 기술이 발전하고 통신비가 싸지면 화상회의에 드는 비용도 컴퓨터가 주도하는 다른 모든 서비스처럼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다. 개인용 컴퓨터나 TV에 부착된, 카메라가 달린 소형 비디오 장치만으로도 우리는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과거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훨씬 뛰어난 화질로 화상회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PC를 통한 ISDN 접속이 일반화되면 화상회의장치는 복사기처럼 필수적인 사무장치로 자리잡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화상회의가 회의에서 오가는 사람들간의 미묘한 역동성을 제거함으로써 회의 자체를 고위관리의 기자회견장처럼 경직시킨다고 우려한다. 귀엣말을 나누거나 지루한 발언자에게 눈을 흘기거나 메모를 건네는 것이 불가능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실은 화상회의가 비밀스러운 통신을 더 용이하게 만단다. 네트워크를 통한 개인간의 통신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회의에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다. 네트워크가 화상회의를 중계하게 되면서 일부 규칙은 좀더 분명히 규정될 필요성에 직면할 것이다. 자기가 느끼는 지루함을 개인적으로 은밀히 나타낼 것인가, 아니면 공개적으로 나타낼 것인가? 회의 참석자가 자신의 음성이나 모습을 다른 참석자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 것인가? 개인과 개인의 대화가 허용되어야 할 것인가? 화상회의가 앞으로 일반화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회의의 규범이 등장할 것이다.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화상회의는 약간 다를 것이다. 회의 참석자가 두 사람뿐이라면 그것은 비디오 전화와 비슷할 것이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아이들에게 다정한 미소와 함께 말을 건넬 수 있고 수의사에게 자기의 애완용 강아지나 고양이가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집에서 통신할 때에는 카메라를 거의 작동시키지 않을 것이다. 특히 낯선 사람과 통신할 때에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 대신 당신은 프라이버시를 크게 침해받지 않으면서도 당신의 개성을 잘 표현한다고 행각하는 당신이나 당신 가족의 사진, 또는 그밖의 어떤 사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자동응답기에 실을 메시지를 당신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친구와의 대화나 중요한 업무상의 대화에서는 그것을 생생한 비디오 화면으로 즉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논의한 동기적, 비동기적 화상-사진, 비디오, 문서-은 모두 실물에 바탕을 둔것이었다. 더 강력한 컴퓨터가 등장하면 일반 PC를 가지고도 실제와 흡사한 화상을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당신의 전화나 컴퓨터는 당신의 얼굴을 실제와 흡사하게 만들어 귀기울여 듣거나 말하는 모습을 전할 것이다. 말은 실제로 당신이 할 것이다. 당신이 집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전화가 왔다면 당신이 통화를 하는 동안 당신의 전화는 정장차림을 한 당신의 모습을 합성할 것이다. 당신의 얼굴 표정은 당신의 말과 어울릴 것이다 (개인용 컴퓨터의 성능이 엄청나게 향상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라). 마찬가지로 당신의 말을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처럼, 또는 당신의 이상화된 얼굴에서 나오는 것처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이 생면부지의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고 가정하자. 당신이 자신의 사마귀나 주걱턱을 숨기겠다고 마음먹으면, 상대방은 당신이 정말로 캐리 그란트처럼 생겼는지 알랭 들롱처럼 생겼는지, 아니면 컴퓨터의 도움을 얻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을 것이다. 이 모든 통신혁명-전자우편, 화상회의, 비디오 전화-은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다. 이것들이 일반화되는 날에는 일하는 방식이 바뀔 뿐 아니라 지금과 같은 근무지의 개념도 바뀔 것이다. 1994년 현재 미국에는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팩시밀리, 전화, 전자우편으로 작업하는 재택근무자 가 700만 명에 이른다. 작가, 엔지니어, 변호사처럼 비교적 자율적으로 일하는 직종의 사람들은 일정한 시간 동안 집에서 작업한다. 영업사원은 실적으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실적이 뛰어나냐가 중요하지 그 사람이 사무실에서 근무하느냐 밖에서 돌아다니느냐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재택근무를 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유롭고 편하다고 말하지만 반면 하루종일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 답답하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들은 자기절제가 부족하여 효과적으로 일을 하지 못하겠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적어도 근무시간의 일부는 정보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리라는 사실이다. 근무시간의 태반을 전화기와 씨름하는 사람들은 재택근무에 적합하다. 전화는 집에서도 얼마든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화판촉요원, 고객 서비스 요원, 예약담당자, 제품관리요원은 집에서도 사무실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화면을 통해 얼마든지 원하는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구인광고의 상당수가 1주일에 몇 시간을 근무하고 그 근무시간 중 사무실처럼 지정된 곳에서 근무해야 하는 내근 시간은 몇 시간인지를 명기해줄 것이다. 어떤 직종은 집에 PC가 있는 사람으로 지원요건을 제한할 것이다. 그래야 재택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객 서비스 부서에서는 파트타임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직원과 감독자가 거리상으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 관리방식도 그에 맞게 달라져야 하며, 각자는 자기 스스로 좀더 생산적인 근무를 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새로운 피드백 메커니즘이 개발되어 고용자와 피고용자가 작업의 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은 출근시간부터 퇴근시간까지 근무한 것으로 간주되지만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은 실제로 일을 하는 동안만 근무하는 것으로 간주될 것이다.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엄마나 아빠는 비업무 표시를 해놓고 아기를 보살필 것이다. 그 시간은 무급처리된다. 다시 일할 준비가 갖추어지면 재택근무자는 업무 신호를 내보내며, 그러면 네트워크는 그가 처리해야 할 일을 다시 보내기 시작한다. 시간제근무와 근무분담이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될 것이다. 한 회사에 필요한 사무실의 수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근무시간이 서로 엇갈리는 여러 사람이 한 사무실을 같이 쓰게 될 것이다. 이미 굴지의 회계업체인 아더 앤더슨, 어니스트 & 영 같은 회사들은 유지비가 많이 드는 개인사무실을 대폭 줄이고 소수의 통합사무실만을 남겨놓았다. 앞으로 공동사무실의 컴퓨터, 전화기, 디지털 게시판은 그날 근무하는 사람에 맞게 매일매일 구성이 바뀔 것이다. 하루 중에도 오전에는 사무실의 게시판에 오전근무자의 달력, 가족사진, 좋아하는 만화가 나타났다가, 오후가 되면 다른 근무자의 사진이나 메모가 나타날 것이다. 근무자는 어디를 가건 자신에게 낯익은 환경을 디지털 게시판과 정보고속도로의 도음을 얻어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기술은 물리적 근무지나 직원의 감독 차원을 넘어서는 엄청난 변화를 낳을 것이다. 모든 기업조직 그 자체가 본질적으로 재검토될 것이다. 사무실에서 정식으로 근무하는 간부와 외부 컨설턴트, 다른 기업 사이의 역학관계나 균형도 재조정될 것이다. 얼마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기업의 리엔지니어링(구조개편)은 회사를 보다 효율적으로 재조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리엔지니어링은 기업 내부의 정보흐름을 개선하는 데 비중을 두어왔다. 앞으로는 기업과 고객이나 부품공급업체 사이의 경계선을 새롭게 정의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질 것이다. 재검토되어야 할 중요한 물음들은,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고객은 제품에 관해 어떤 식으로 정보를 얻을 것인가? 고객은 어떻게 주문할 것인가? 지리적인 장벽이 점차 허물어질 때 새로운 경쟁자는 어디서 나타날 것인가? 기업은 제품을 구입한 고객의 만족도를 어떻게 최고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기업의 구조도 발전할 것이다. 전자우편은 대기업에 일반화되어 있는 위계질서를 평준화하는 데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통신 시스템이 충분히 발전하면 기업은 관리를 위해 굳이 많은 중간직급을 둘 필요가 없다. 한때 위아래로 전달되는 정보소통의 허리역을 맡았던 중간간부들은 전에 비해 비중이 줄어든다. 정보화시대에 태어난 마이크로소프트는 비교적 수평화된 직급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나와 신입사원 사이에 여섯 단계 이상의 직급은 두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전자우편 덕분에 나와 신입사원 사이에는 아무런 중간직급이 없다고도 말할 수 있다.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기업이 외부에서 전문가를 찾아 협력을 요청하기가 쉬워지면 거대한 컨설턴트 시장에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당신이 광고를 제작하는 데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당신은 정보고속도로에서 운용되는 해당 소프트웨어에 일정한 보수 범위 안에서 일정기간 시간을 낼 수 있는 컨설턴트의 명단을 뽑아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조회를 한 다음 당신이 내세운 자격요건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추려낸 후 후보자들을 제시할 것이다. 당신은 다시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이 후보자들 중에서 과거에 우리와 일한 사람으로서 8점 이상의 평가를 받은 사람이 있습니까? 이 시스템은 사용료가 아주 저렴하여 나중에는 아이 보는 사람에서 잔디 깎는 사람을 구하는 데까지 활용될 것이다. 당신이 취직을 하거나 도급을 맡고 싶다고 하자. 이 시스템은 고용을 원하는 사람과 당신을 연결시켜 당신의 이력서를 자동적으로 그 사람에게 보낼 것이다. 기업은 그런 전문가를 직접 고용하는 것과 그때 그때 자문을 구하는 것의 장단점을 면밀히 따져 법률부서나 자금부서의 규모를 어느 정보까지 유지할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다. 회사업무가 폭주하는 기간 동안에도 별도의 사무실 공간을 마련하거나 새로 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외부의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를 통해서 인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은 경쟁력에서 앞서갈 것이고 그 여파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업의 규모는 대체로 축소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외부 자원의 도움을 얻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사업은 큰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할리우드의 영화사는 상근직원이 놀랄 만큼 적다. 영화별로 서비스 계약-배우와 제작진 등등-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소프트웨어 업체에서도 비슷한 방식을 도입하여 필요할 때마다 프로그래머를 고용하고 있다. 물론 어떤 기업에서건 다양한 업무를 감당할 수 있는 상근직원은 필요하다. 마감시한에 쫓기고 있을 때 외부전문가에게 시간을 내달라고 하소연하는 것처럼 비생산적인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수많은 기능이 구조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분산되리라는 점이다. 지리적으로 분산되는 것은 단순히 기업의 내부구조에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의 굵직굵직한 사회문제들은 주로 인구의 도시집중화에서 비롯되었다. 도시생활의 단점은 명명백백하다. 교통, 생활비, 범죄, 자연으로부터의 단절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도시생활의 장점이라면 출퇴근이 쉽고 각종 편의시설이 발달해 있으며 교육과 문화생활에서 유리하고 사람들와 자주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몇백 년 동안 산업사회의 인간은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장단점을 비교한 끝에 도시생활을 선택했다. 정보고속도로는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어놓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불편을 크게 감소시킬 것이다. 당신이 서비스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거나 컨설턴트라면 거리상의 제약을 받지 않고 업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소비자라고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신은 집을 나오지 않고도 금융, 법률, 심지어는 의료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직업과 가정을 조화시키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커지면 커질수록 이러한 융통성은 엄청난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당신은 친구나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 혹은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외부로 나갈 필요가 없다. 정보고속도로는 문화적 갈증도 풀어줄 것이다. 물론 브로드웨이에서 직접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는 것과 거실에서 화면을 통해 보는 것과는 다를 테지만 말이다. 그러나 화면의 크기와 해상도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 그 격차는 나날이 줄어들 것이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의 내용도 엄청나게 다양해질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도시를 떠나고자 하는 사람에게 해방감을 안겨줄 것이다. 고속도로는 미국인에게 거주선택의 폭을 크게 넓혀주었다. 그것은 새로운 교외생활의 길을 터주었으며 새로운 자동차문화를 열었다. 정보고속도로가 탈도시화를 부추기면 도시정책 입안자, 부동산 개발업자, 교육기관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각도에서 문제에 접근할 것이다.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분산거주하는 경향이 늘어날수록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이들의 도움을 좀더 창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긍정적 피드백을 낳아 전원생활을 부추긴다. 도시인구가 10퍼센트만 줄어도 부동산가격이 떨어지고 교통시설과 그밖의 도시기반시설의 수명이 연장될 것이다. 대도시의 사무직 근로자가 일주일에 평균 하루이틀만 집에서 근무해도 기름소비, 대기오염, 교통정체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물론 탈도시화에 따른 문제점이 없지는 않다. 도시를 벗어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부유한 지식노동자라면 도시에서 걷히는 세금이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도심의 생활여건은 악화되고 이것은 다시 부유한 사람들로 하여금 도시를 등지게 만든다. 반면에 도시기반시설에 실리는 부담은 전보다 줄어들 것이다. 집세가 떨어져 도시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생활수준은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이 모든 중요한 변화가 현실화되는 데에는 몇십 년이 걸릴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에게 익숙한 것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간해서는 자기에게 낯익은 방식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가치관을 몰고 올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정보통신수단을 이용하여 일한다는 관념에 아무런 거부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자랄 것이다. 우리가 전화기나 볼펜을 당연시하듯이 그들은 이 정보통신수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기술은 사람들이 마음의 준비를 끝낼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앞으로 10년 안에 우리의 근무방식, 근무지, 우리가 선택하는 회사, 우리가 선택하는 주거지에 중대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칠 정보기술에 대해서 좀더 많이 알 필요가 있다. 더 많이 알면 알수록 두려움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정보기술의 역할은 더 많은 유연성과 효율성을 제공하는 데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자는 남보다 앞서갈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잡게 될 것이다. 제8장 이상적인 시장 FRICTION-FREE CAPITALISM 애덤 스미스는 1776년 국부론 에서 시장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모든 구매자가 모든 판매가격을 알고 있고 모든 판매자가 모든 구매자가 원하는 가격을 알고 있다면, 시장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은 완전한 정보를 기초로 판단을 내릴 수 있고, 따라서 사회의 자원은 효율적으로 분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직까지 우리는 스미스가 말한 이상적인 시장을 이룩하지 못했다.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서로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얻는 일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자동차 스테레오를 사려는 소비자는 대부분 모든 판매점을 자세히 조사하고 다닐만한 시간이나 인내심이 없기 때문에 불완전하고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움직인다. 어떤 물건은 40만 원 주고 샀는데 한두 주일 뒤에 25만 원이라고 적힌 신문광고를 보면 당신은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치렀다는 사실에 울화통이 치밀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약과다.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 좋은 직장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을 때 당신이 느끼는 실망감은 얼마나 크겠는가. 스미스가 말한 이상적인 시장에 근접한 시장이 전혀 없지는 않다. 외환시장이나 현물시장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전세계적인 공급, 수요, 가격을 거의 완벽하게 즉시즉시 알려주는 효율적인 컴퓨터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거래를 하므로 거의 이상적인 시장에 근접하고 있다. 부르는 가격, 응찰가격, 각종 거래에 대한 모든 소식이 통신망을 통해 전세계의 거래소에 빠르게 전달되므로 모든 사람은 거의 똑같은 양의 정보를 받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장은 비능률적이다. 가령 당신이 의사, 변호사, 회계사 같은 전문가의 도움을 얻으려고 할 경우 당신이 접하는 정보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제대로 비교하기가 어렵다. 정보고속도로는 전자망을 이용한 시장을 확대시켜 이것을 궁극적인 거간꾼, 보편적인 중개인으로 만들 것이다. 물건을 실제로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만이 거래에 관여하고 중간에서 소개료를 받는 사람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당신은 전세계에서 판매하는 모든 물건을 구경하고 비교하고 때로는 당신의 기호에 맞게 주문할 수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사고 싶으면 당신은 컴퓨터에게 믿을만한 곳에서 제공하는 가장 적당한 가격의 물건을 찾으라고 지시할 수 있고, 누구나 여러 판매처의 컴퓨터와 흥정 을 하라고 명령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판매자나 제품, 서비스에 관한 정보를 정보고속도로에 접속된 컴퓨터를 통해 손쉽게 받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전세계에 분포된 서버들은 양측의 가격을 받아서 완전한 거래를 성사시키고 인증과 보안을 책임지며 대금지불을 비롯한 각종 자질구레한 업무를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즉, 우리는 쓸데없는 낭비가 없고 중간마찰단계가 크게 줄어든 새로운 자본주의 시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 시장에서는 정보가 흘러넘치고 거래비용이 대폭 줄어들 것이다. 소비사의 천국이 되는 셈이다. 시골장터에서 정보고속도로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장은 가격경쟁을 유발하여 상품이 커다란 마찰없이 판매자에서 구매자의 손으로 효율적으로 넘어가게 한다. 이것은 구매자와 판매자를 한자리에 모아 시장을 만든 사람들 덕분이다. 정보고속도로가 이 분야 저 분야에서 차츰 그런 사람들의 역할을 맡게 되면 재래의 중개상인들은 그들이 받는 수수료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라도 거래과정에서 진정한 가치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가령 단순히 그 자리에 -특정한 지리적 공간에-있다는 이유만으로 벌이를 해왔던 상점과 서비스업은 그런 혜택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할 것이다. 반면에 가치를 덧붙일 수 있는 사람은 살아남는 것은 물론 한몫 단단히 잡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를 통해서 자신의 서비스를 어떤 소비사에게나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많은 사람을 두렵게 만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화를 적지 않은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상품이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흘러다니게 되면 유통업계에는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수많은 변화와 마찬가지로 일단 우리가 거기에 적응하게 되면 그것 없이는 못 살게 될 것이다. 소비자는 경쟁적인 가격인하의 덕을 톡톡히 보면서도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중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상점의 수는 줄어들겠지만, 사람들이 지금처럼 대형 할인점에서 물건을 사는 습관을 버리지만 않는다면 자신들이 제시하는 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유통점은 여전히 번창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쇼핑을 표준화하고 단순화할 것이므로 시간도 크게 절약될 것이다. 연인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고 하자. 당신은 더 다양한 선택폭을 가질 것이며 그중에는 기발한 물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쇼핑에서 절약한 시간을 물건을 재미나게 포장하거나 특별한 사연이 담긴 카드를 만드는 데 쓸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옷, 보석, 카메라, 가전제품, 또는 집을 살 때 우리는 똑똑한 영업사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절감한다. 그러나 영업사원의 조언은 편향되어 있을 때가 많다. 그는 우리에게 특정한 제품 중에서 선택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정보고속도로에서는 다양한 물품에 대한 정보를 제조업체로부터 직접 받아볼 수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판매자는 우리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매력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할 것이다. 제품의 선전은 오늘날의 TV 광고, 잡지광고, 자세한 상품안내서들을 결합한 형태로 바뀔 것이다. 어떤 광고에 관심이 쏠리면 당신은 그 자리에서 얼마든지 좀더 자세한 정보를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당신은 광고주가 공개하기로 한 모든 정보에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보는 비디오, 오디오, 텍스트가 결합된 일종의 제품설명서 구실을 할 것이다. 판매자는 어떻게 해서든 자기 물건에 대한 정보를 좀더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우리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정보고속도로를 이용해 우리 제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지금 우리는 수백만 장의 제품설명서를 인쇄해서 요청하는 사람에게 보내주고 있다. 그러나 종이에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사실 제한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간단히 내용만 소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제품의 내역을 자세히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그러다보니 신제품이 개발되었을 때에는 엊그제 인쇄한 수십만 장에 이르는 기존제품의 설명서를 폐기처분해야 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우리는 우리가 전달할 필요성이 있는 정보의 대부분을 정보고속도로를 이용해 보낼 생각이다. 우리가 상대하는 고객이 컴퓨터 사용자이므로 더더욱 그런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가장 까다로운 고객인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다 분기별로 CD롬을 보내고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여 수백만 장의 종이를 절약하고 있다. 그러나 당신은 제조업체가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할 필요는 없다. 편견에 치우치지 않은 정보를 입수하고 싶으면 제품에 관한 평가를 조사해볼 수도 있다. 광고, 평가, 멀티미디어 설명서를 꼼꼼히 살핀 다음에도 정부가 제정한 관련 규제자료를 들춰볼 수 있다. 당신은 제조업체가 소비자들의 반응을 면밀히 확인했는지의 여부도 알 수 있다. 그런 다음에는 당신이 관심을 가진 특정한 분야, 가령 내구성에 관한 정보를 더 깊게 파고들 수 있을 것이다. 사람 또는 컴퓨터 영업 컨설턴트의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 영업 컨설턴트는 드릴용 날에서 발레화에 이르는 온갖 종류의 상품에 대한 평가서를 만들어 공개할 것이다. 물론 당신은 그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컴퓨터 통신을 통해 아주 편리하게 말이다. 어떤 기업과 거래를 하고 싶거나 어떤 물건을 사고 싶은 경우 당신은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냉장고를 사고 싶다면 냉장고와 그 제조업체, 그리고 대리점에 대한 공식, 비공식 평가를 전자게시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신은 어떤 중요한 물품을 구입해야겠다고 마음먹기 전에 전자게시판을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을 갖게 될 것이다. 어떤 레코드 가게나 의사, 심지어 컴퓨터 칩에 대한 칭찬이나 비난을 들었을 경우 당신은 네트워크에서 그 제풐이나 업체가 거론되는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거기에 당신의 의견을 덧붙일 수 있다. 궁극적으로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은 평판과 매상이 모두 떨어질 것이다. 반면에 성실한 기업은 이 새로운 형태의 입 을 든든한 후원자로 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저런 지지의 말, 특히 부정의 말은 조심스럽게 받아들여햐 할 것이다. 그것은 적절한 정보를 공유하고 싶다는 순수한 뜻보다는 불순한 동기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회사가 판매하는 에어컨이 고객의 99.9퍼센트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 나머지 0.1퍼센트에 포함된 불 같은 성질의 소비자가 그 에어컨과 에어컨은 만든 회사, 그 회사직원들을 맹렬히 비난하는 메시지를 끈질기게 보낸다고 하자. 그것은 마치 마이크 볼륨을 0에서 1,000까지 조정할 수 있는 회의실에서 모든 사람이 볼륨을 3에다 고정시키고 말은 하는데 느닷없이 몇사람이 볼륨을 1,000으로 올려놓고 고래고래 악을 쓰는 것과도 같다. 내가 에어컨을 사려는 사람이라면 그런 전자게시판에 들어가보아야 시간낭비만 하는 셈이다. 고함소리밖에는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 같은 사람이나 에어컨을 만든 회사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이미 네트워크 에티켓, 이름하여 네티켓 이 발전하고 있다. 정보고속도로가 한 사회의 광장 구실을 하게 되면 그것은 그 사회의 문화에 맞게 운영될 것이다. 전세계에는 다양한 여러 문화가 있고 그것들은 제각각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정보고속도로는 다양한 부분들로 분화되어 일부는 문화권별로 쓰이고 일부는 범지구적인 쓰임새를 갖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는 토론광장이 과도기에 머무르고 있어서 거기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이 반사회적 행동, 심지어는 위법적인 행동까지도 저지르고 있다. 기사, 책,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등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지적 재산물을 불법복제한 물건이 버젓이 유통되는가 하면 일확천금을 노린 사기가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다. 무섭게 범람하는 포르노가 아이들을 위협하고 있다. 제품이나 기업, 혹은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토론에 참여했다가 말 한 마디 잘못하면 소름끼치는 인신공격을 감수해야 한다. 어떤 개인이든지 거대한 전자공동체에 속한 다른 사람들과 아주 손쉽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 그래서 고함만 질러대는 사람이 쓴 증오의 서한이 효율적인 통신망을 통해 수십 개의 전자게시판에 실린다. 그 때문에 전자게시판이 제구실을 못하는 경우를 나는 많이 보아왔다. 토론에 참석한 나머지 다른 사람들은 어쩔 줄을 모른다. 어떤 이들은 맞고함을 지르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이성적으로 발언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는 고함은 대화 분위기를 망쳐놓는다. 원래 학문적인 협력을 위해 출범했던 인터넷에서는 동류집단의 압력이 나름대로 규제의 역할을 해왔다. 가령 누군가가 토론의 주제와 전혀 동떨어진 발언을 한다거나 비영리적인 의도로 운영되는 토론의 광장에서 무언가를 팔려고 할 때, 그 빗나간 발언을 한 사람이나 장사치는 빗발치는 비난에 위축된다. 지금까지는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간주될 수 있는 행동을 한 사람은 자칭 검열관들이 응징해 질서가 유지되었다. 상용 온라인 서비스는 자원봉사자나 전문조정자를 고용하여 전자게시판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를 감시하고 있다. 조정자가 있는 토론광장은 모욕적인 발언이나 저작권을 침해한 정보는 수용을 거부함으로써 반사회적 행동을 솎아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터넷 토론광장에는 조정자가 없다. 무슨 행동이든지 할 수 있고 익명으로 메시지나 정보를 보낼 수도 있으므로 책임을 따지기도 어렵다. 우리는 법무장관 직속의 소비자불만 처리과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도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더욱 정교한 절차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목소리가 큰 사람을 규제하여 정보고속도로가 비방이나 중상을 위한 증폭기, 혹은 짜증의 분출구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많은 인터넷 접속 서비스 업체들은 외설적인 내용이 토론광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시작했다. 저작권을 침해하면서 자료를 불법으로 유통시키는 행위에 철퇴를 가하기도 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남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을 통신망에서 없애도록 교직원과 학생에게 요구하고 있다. 이런 조치를 불만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는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용 서비스도 비슷한 고민에 봉착해 있다. 언론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열한 살짜리 아이가 조정자에게 거부감을 주는 발언을 했다고 해서 가족 전체가 인터넷 접속을 금지당한 사람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앞으로 상용 서비스 기업들은 인터넷에 특수한 공동체를 만들어 그 공동체가 이런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경쟁적으로 부각시킬 것이다. 정치가들은 이미 온라인 서비스를 어느 때는 공공 통신기능으로 봐야 하고 어느 때는 출판행위로 봐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전화회사는 법적으로 공공통신 사업자로 간주된다. 전화회사는 자신이 전달하는 메시지의 내용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음란전화로 당신을 괴롭히는 사람이 있을 때, 전화회사는 경찰과 협조하겠지만 어떤 못난이가 당신에게 전화를 걸어서 음담패설을 늘어 놓은 것이 전화회사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반면에 잡지와 신문의 발행은 출판행위로 분류된다. 그들은 잡지나 신문의 내용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며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할 수도 있다. 그들은 회사의 명성을 지키고 편집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정성을 쏟는다. 책임있는 언론사는 어떤 인물에 대해 이제까지 한번도 공표되지 않은 내용을 기사화할 때는 사전에 대단히 신중한 확인절차를 거친다. 고소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부정확한 보도는 언론사로서의 명성에 흠집을 남기기 때문이다. 온라인 서비스 회사는 공공통신사로서의 기능과 출판사로서의 기능을 동시에 갖는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이 입수하고 다듬고 편집한 내용을 제공하여 출판기능을 수행할 때에는 온라인 서비스사는 고소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정보내용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기는 한다. 그러나 우리는 온라인 서비스사가 전화회사처럼 내용을 검열한다거나 내용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일이 없이 우리의 전자우편을 전달해 주기를 바란다. 마찬가지로 채트 라인, 전자게시판, 토론광장은 사용자들이 편집자에게 간섭받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새로운 통신수단이므로 온라인 서비스에서 출판하는 자료와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최근 뉴욕의 한 판사는 소송에 연루된 온라인 서비스 회사가 정보의 배포자가 아니라 발행자라고 규정하여, 명예훼손소송이 무더기로 터져나올 수 있는 길을 열어버렸다. 판결에는 엄청난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네트워크 제공사들이 모두 발행사 취급을 당한다면 그들은 자신이 전달하는 모든 정보의 내용을 감시하고 선별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검열분위기를 조장하여 정보 네트워크에서 가장 중요한 자발적인 생각의 교환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검토하고 편집한 발행사 가 배후에 버티고 있는지의 여부를 알 수 있도록 네트워크 제공사들이 어떤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문제는 어떤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누가 관리할 것이냐다. 동성애자를 위한 전자게시판에는 동성애에 적대적인 발언이 들어오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어떤 제품을 위한 전자게시판에 경쟁사의 공격문이 실리도록 허용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아이들은 전자게시판에 접근할 수 없게 막아야 한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고역이다. 뿐만 아니라 문제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잡아내기 위해 누군가가 모든 전자게시판을 검열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선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영화에 등급을 매기듯이 일련의 범주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목소리 높은 사람들을 걸러냈는가, 편집자 가 토론집단이 추구하는 방향과 맞지 않다고 여겨지는 내용을 제거했는가 따위를 그런 범주의 일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전자게시판은 자유로운 공개의 장이었지만, 요금을 받고 전문적인 정보와 조언을 제공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이용할 수 있는 정보가 무진장으로 널려 있는데 새삼스럽게 무슨 전문가 타령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가 필요할 것이다. 온갖 종류의 소비자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소비자 보고서 는 다양한 제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 평가는 광범위한 대중을 겨냥한 것이다. 따라서 당신이 알고자 하는 구체적인 세목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필요한 정보를 정보고속도로에서 찾아내지 못했을 때, 당신은 그 방면에 정통한 영업 컨설턴트를 고용해서 화상회의 장치를 통해 5분도 좋고 오후 한나절도 좋고 상담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영업 컨설턴트가 당신에게 적당한 물건을 골라주면 당신의 컴퓨터는 가장 싼 곳에서 그 물건을 구입할 것이다. 나는 도움말과 판매를 결합한 재래의 영업방식이 앞으로는 인기를 얻지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소비자의 눈에는 도움말이 공짜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도움말을 제공하는 상점이나 서비스 업자는 반드시 그 대가를 빼낸다. 이 비용을 상품의 가격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도움말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값을 올려받는 상점을 정보고속도로를 활용하여 영업하는 할인점과 맞서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할인점들 사이에도 약간의 가격차이는 있겠지만, 그것은 반품조건, 상품인도 시기, 애프터 서비스 내용 등의 차이가 반영되기 때문일 것이다. 일부 상점에서는 판매가격에 포함시켜 컨설턴트 를 제공하겠지만, 중요한 물건을 살 때 당신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공정한 안내인의 도움을 바랄 것이다. 컨설턴트에게 들어가는 돈은 컨설턴트가 소개한 상점에서 당신이 조금 싸게 물건을 구입하는 것으로 상쇄될 것이다. 컨설턴트 사이에서도 가격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당신이 정보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고급차를 가장 싼 값에 살 수 있는 정보를 입수하고 실제로 차를 샀다고 가정하자. 그 서비스 요금은 시간당 얼마씩으로 낮게 매겨지거나 아니면 자동차 구입가격의 몇 퍼센트 수준으로 낮게 매겨질 것이다. 요금은 어디까지나 서비스의 참신성에 좌우되지만 뜨거운 경쟁은 가격을 인하시킬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당신은 당신이 요구한 내용을 분석하여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된 소프트웨어로부터 더 많은 조언을 듣게 될 것이다. 대형 은행의 상당수가 이미 전문가 시스템을 개발하여 일반대출과 신용대부 신청내용을 분석하여 커다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소프트웨어 에이전트가 일반화되고 음성을 모방하고 인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발전하면 멀티미디어 문서에 문의를 할 때 당신은 마치 진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듯한 착각에 빠질 것이다. 당신은 컴퓨터의 응답을 중단시키고 더 자세한 응답을 요구하거나 설명을 반복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적절한 물건을 구입하는 데 필요한 정보만 얻을 수 있다면 대화 상대자가 사람이냐 컴퓨터냐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를 통한 효율적인 매매에 한 단계 접근한 것이 현재의 홈쇼핑 텔레비전 네트워크다. 1994년 한 해 동안 홈쇼핑 판매액은 무려 30억 달러에 달했다. 동기적인 방식이어서 물건을 사려는 사람은 적당한 물건이 나타날 때까지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서 기다려야 한다는 단점을 갖고 있는데도 말이다. 정보고속도로가 완성되면 당신은 전세계의 상품과 서비스를 느긋하게 검색할 수 있을 것이다. 스웨터를 사고 싶으면 먼저 기본 스타일을 고른 다음, 주어진 가격 범위 안에서 다양한 변형품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편하고 즐거운 쇼핑이 일반화될 것이다. 오늘날의 영화나 TV 드라마에는 브랜드 제품이 곧잘 등장한다. 옛날 같았으면 그냥 맥주를 시켰을 연기자가 지금은 버드와이저를 주문한다. 1993년에 나온 영화 데멀리션 맨 을 보면 패스트푸드점은 타코벨 하나만 남기고 모두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타코벨의 모기업인 펩시콜라가 영화사측에 응분의 대가를 지불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트루 라이즈 에서 아놀드 슈워즈네거가 컴퓨터에서 아랍어판 윈도를 발견하는 장면을 삽입하는 대가로 광고비를 지불했다. 앞으로 기업들은 영화나 드라마에 자기 제품을 끼워넣는 데 주력하는 차원을 넘어 그것을 보는 사람이 그 자리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다. 당신은 영화에서 본 어떤 장면에 대해서 좀더 자세한 정보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정보고속도로가 조심스럽게 제공하는 또 하나의 혜택일 것이다. 톱 건 을 보고 있다가 톰 크루즈의 비행용 선글라스가 마음에 들었다고 하자. 당신은 영화를 멈추고 그 선글라스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고 심지어는 그 자리에서 살 수도 있다. 영화에 그런 상업정보가 연결되어 있다면 말이다. 혹은 그 장면에 표시를 해두었다가 나중에 그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영화에 나오는 휴양지의 호텔이 마음에 들면 그 호텔의 위치와 숙박비를 알아보고 예약까지 할 수 있다. 영화의 주인공이 멋진 가죽가방이나 핸드백을 들고 있으면 당신은 그 회사에서 만든 모든 가죽제품을 정보고속도로에서 볼 수 있으며 곧바로 우편주문을 하거나 가까운 대리점에 접속하여 주문할 수 있다. 정보고속도로는 화상도 전달한다. 따라서 자신이 주문할 것과 똑같은 물건을 화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예전에 나의 할머니가 했던 실수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여름 캠프에 참가하고 있던 나에게 할머니께서는 레몬 사탕을 보내기로 하셨다. 할머니는 100개를 주문했다. 그것이 사탕 100알이려니 생각하고 말이다. 그러나 내가 받은 것은 사탕 100봉지였다. 나는 사탕을 친구들에게 나누어주었고 덕분에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나는 입이 헐어서 한동안 고생해야 했다. 정보고속도로에서 당신은 예약하려고 하는 호텔의 모습을 비디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에게 보내달라고 전화로 주문한 꽃이 기대했던 것과는 영 딴판일까봐 마음을 졸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꽃꽂이전문가가 부케를 만드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에 마음이 달라졌으면, 장미를 아네모네로 바꿀 수도 있다. 옷을 구입할 때에도 당신의 체형에 맞는 옷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구입했거나 구입하려고 하는 다른 옷가지들과 그 옷을 짝지워 잘 어울리는지 살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원하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면 당신은 자신이 바라는 것과 똑같은 제품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는 대량생산 제품을 특정한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생산해줄 수 있는, 주문생산과 대량생산의 결합형태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주문생산은 제조업체가 상품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구두에서 의자, 신문에서 잡지, 음악 앨범에 이르기까지 점점 많은 제품이 특정한 소비자의 구미에 맞게 즉석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게다가 제품의 가격도 대량생산되는 물건에 비해 크게 비싸지 않을 것이다. 여러 생산분야에서 대량주문생산은 단순 대량생산을 밀어낼 것이다. 마치 몇세대 전에 대량생산이 주문생산을 밀어냈던 것처럼 말이다. 대량생산방식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모든 제품이 일일이 하나씩 만들어졌다. 노동집약적인 그 방식은 생산성이 낮았고, 따라서 사람들의 생활수준도 끌어올리지 못했다. 재봉틀이 등장하기 전에는 셔츠를 바늘과 실을 써서 일일일 수작업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셔츠의 값은 비쌌다. 그래서 일반인을 몇벌 안되는 셔츠로 평생을 버텨야 했다. 1860년대부터 의복을 만드는 데 대량생산방식이 도입되었다. 기계들은 똑같은 셔츠를 무더기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자연히 옷값이 떨어졌고 가난한 노동자도 부담없이 셔츠를 사 입을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는 모든 셔츠를 각각 다르게 만들면서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컴퓨터화된 기계가 등장할 것이다. 당신은 주문을 할 때 몸의 치수뿐 아니라 원하는 옷감, 색상, 그밖의 다양한 변수를 선택하여 지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보는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생산공장으로 전달되고 공장에서는 재빨리 옷을 만들어 신속히 배달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주문된 제품을 배달하는 시장은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이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고 배달되는 양이 많아질수록 배달료는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다. 리바이스사는 이미 여성들은 위해 주문 청바지를 실험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거미줄처럼 깔린 리바이스사의 수많은 매장에서 소비자들은 10달러만 추가로 지불하면 다양한 크기의 히프, 웨스트 등이 조합된 8,448가지의 체형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고를 수 있다. 고객이 지정한 체형은 매장의 PC에서 곧바로 테네시주의 리바이스 공장으로 전달된다. 공장에서는 컴퓨터가 관리하는 기계가 재단을 하고 바코드를 붙이고 세척을 하고 재봉을 한다. 완성된 청바지는 주문이 들어온 매장으로 보내거나 하루 뒤에 고객에게 배달된다. 앞으로 모든 사람의 체형이 정보 네트워크에 기록되게 되면 기성복이 몸에 맞는지 아니면 맞춤복을 입어야 할지를 쉽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나 친지에게 이 정보를 주면 그들은 당신에게 선물할 옷을 고를 때 애를 먹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주문생산은 정보고속도로의 컨설턴트 기능을 자연스럽게 확장한 것이다. 어떤 분야에 대해서 일가견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의견, 권고, 심지어는 세계관을 마치 출판사에서 책을 찍듯이 네트워크 안에서 공표할 수 있을 것이다. 아놀드 파머와 낸시 로페즈는 유익하다고 여겨지는 골프 관련자료를 골프광들에게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권위있는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에서 일하는 편집자는 독립 서비스사를 차려 다양한 정보원에서 얻은 문자 및 화상 자료를 연결시켜 뉴스 요약판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신문 1부를 60센트에 사지만, 이런 식의 서비스를 받는 사람은 그 전문가에게 그날 그날의 뉴스를 모아서 정리해준 대가로 몇 센트, 그리고 그 안에서 다룬 기사를 만든 언론사들에게 약간씩의 요금을 치르게 될 것이다. 구독자는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읽고 싶은 기사의 양에 따라 뉴스의 양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심지어는 소프트웨어 에이전트나 비서의 도움을 얻어 여러 곳에서 받은 그런 서비스를 다시 한번 취사선택, 자기만의 완벽한 주문신문 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구독 서비스들은 자신들의 특정한 철학과 관심영역에 걸맞은 정보를 수집할 것이다. 그들은 실력과 명성을 바탕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다. 바로 요즘의 잡지처럼 말이다. 요즘 잡지는 대단히 세분화되어 있고 전문적인 주제를 다룬다. 진보적 성향이 강한 독자는 내셔널 리뷰 에 실린 논문은 글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셔널 리뷰 는 전세계의 보수논객을 위한 잡지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독자와는 전혀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갖고 있다. 반면에 네이션 같은 잡지는 자기 독자들의 진보적인 세계관을 잘 알고 있으며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논문을 실으려고 노력한다. 영화사가 최신 개봉작을 시사회, 신문광고, 그밖의 다양한 선전수단을 총동원하여 널리 알리려고 애쓰는 것처럼 정보제공사들은 당신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온갖 아이디어를 짜낼 것이다. 상당수의 정보는 인근의 학교, 병원, 상점, 심지어는 피자 전문점처럼 지역적인 내용을 다루게 될 것이다. 어떤 사업을 정보고속도로에 연결하는 데에는 결코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일단 기반시설이 갖추어지고 어느 정도 이상의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하기만 하면 너도나도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정보고속도로로 몰려들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정보고속도로의 효율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보고속도로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여 물건을 사거나 뉴스를 읽으면 어쩌다가 신문에서 아주 재미난 기사를 만난다든지 상점에서 예상치 못했던 좋은 물건을 발견한다든지 하는 뜻밖의 횡재를 영영 맛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한다. 그러나 이런 횡재 는 우연히 이루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신문편집자는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독자들의 관심영역이 잘 반영된 신문을 만든다. 뉴욕타임즈 지는 이따금 일면에다 최근에 수학에서 이루어진 발전에 관한 기사를 대문짝만하게 싣는다. 다소 전문적인 주제긴 하지만 수학에 전혀 관심이 없는 문외한까지도 관심을 갖고 볼 수 있도록 흥미있는 각도에서 접근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구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도 소비자의 관심을 끌만한 참신한 물건이 없는지 늘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다. 상점이 시선을 끌 수 있는 물건을 진열대에 전시하여 소비자를 상점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처럼 말이다. 정보고속도로는 이런 식의 미리 계산된 깜짝 정보들로 넘칠 것이다. 때때로 당신의 소프트웨어 에이전트가 당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설문조사에 응하도록 당신을 유혹할 것이다. 그 설문은 당신으로부터 미묘한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온갖 종류의 이미지를 동원할 것이다. 에이전트는 그 과정에서 당신이 지루함을 안 느끼도록 당신의 반응과 남들의 일반적인 반응을 비교한 정보를 제시할 것이다. 그 정보는 당신의 프로필을 만드는 데 쓰이며, 에이전트는 그것을 토대로 작업한다. 당신이 정보고속도로에서 신문이나 잡지를 읽는 동안 에이전트는 당신의 프로필에 정보를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에이전트는 당신이 관심있다고 밝힌 내용은 물론 당신이 우연히 발견하여 받아들인 내용까지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당신의 관심을 유도하고 지속시킬 수 있는 다양한 깜짝 정보를 제시할 것이다. 당신이 무언가 엉뚱하고 기발한 것을 원한다 해도 에이전트는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물론 당신의 개성에 관한 정보에 과연 누구의 접근을 허용할 것이냐 하는 것은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은 문제이긴 하다. 최소한 당신은 거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굳이 그런 프로필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나 자신을 송두리째 드러내기는 싢은 사람이다. 하지만 새 자동차의 모델에 추가된 안전장치 내용을 에이전트가 알아서 나에게 보여준다면 얼마나 편리하겠는가. 에이전트는 또 필립 로스, 존 어빙, 어니스트 J. 게인스, 도널드 크누드, 데이비드 할버스탬 등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 간행될 때마다 나에게 그 사실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또 내가 관심을 갖는 경제학, 테크놀러지, 학습이론 분야에서 나온 신간을 소개받기를 원한다. 나는 MIT의 교수로 있는 스티븐 핑커가 쓴 언어 본능(Language Instinct)'이란 책을 읽고 많은 자극을 받았다. 그리고 그런 주제에 관한 책이나 기사가 또 없는지 늘 관심을 가지고 있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이 설차한 공간에서도 깜짝 정보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인터넷의 월드 와이드 웨브를 섭렵하면서 기업에 관한 정보가 담긴 홈페이지를 부지런히 검색하고 있다. 개중에는 개인적으로 홈페이지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 개인 홈페이지는 참으로 흥미로운 발상이다. 전세계에 알리고 싶은 나만의 자료나 생각은 과연 무엇일까? 어떤 사람들이 홈페이지에 관심을 가질 것인가? 정보고속도로가 생기면 기업은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모든 기업이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자기 회사에서 만든 제품에 관한 정보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유통망-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는 소프트웨어 판매점-이 잘 갖춰진 기업은 정보고속도로의 이점을 어느 수준까지 받아들일 것인지 신중히 선택해야 할 것이다. 각 지역의 대리점을 포함하여 각종 최신정보를 정보고속도로에 얼마든지 올릴 수 있겠지만 소매상들을 보호하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롤스로이스도 홈페이지를 마련할 것이며 거기서 당신은 최신 모델을 구경하고 그것을 어디서 판매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소매점들은 마이크로소프트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우리는 소비자들이 매장으로 직접 가서 우리의 다양한 제품을 구경하고 영업사원들의 조언을 듣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선 매장을 통해서 물건을 팔 계획이지만 일부는 정보고속도로를 활용하여 판매할 것이다. 아주 유능한 생활설계사를 많이 거느리고 있는 보험회사를 생각해보자. 이 회사가 본사에서 고객을 직접 유치하는 방식으로 영업전략을 바꾼다면? 지역별로 영업구역이 구분되어 있는 기존의 방식을 철회하고 모든 생활설계사가 정보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벌일 수 있게 한다면?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영업전략을 정의내리기란 어렵다. 각 기업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 무엇인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어떤 전략이 우수한가는 경쟁을 통해 판가름 날 것이다. 홈페이지는 일종의 광고행위다. 정보고속도로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기업들이 정보를 제시하는 방식을 자기 뜻대로 결정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의 광고주들은 자신이 원하는 내용은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보지만 보기 싫은 내용은 서슴없이 건너뛰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창조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TV 프로그램이나 잡지기사는 거의 대부분이 광고비에 의존하여 만들어진다. 광고주들은 가장 많은 사람이 보는 프로그램이나 기사에 자신의 메시지를 끼워넣고자 한다. 광고를 하는 기업은 자신의 광고전략이 제대로 먹혀들 수 있게 만들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다. 광고주는 또 자신의 메시지가 겨냥하는 소비자 집단이 그 메시지를 정보고속도로에서 제대로 수용하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할 것이다. 열이면 아홉이 광고를 건너뛴다면 어떻게 광고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정보고속도로는 대안을 마련할 것이다. 대안의 하나는 고객이 광고를 제외한 나머지만을 빠르게 건너뛸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 소프트웨어에서 광고만은 정상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몇가지 광고를 하나로 묶어 이를 선택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광고를 5분 길이로 묶어 방영한 결과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오늘날의 TV 광고는 겨냥하는 집단이 프로그램마다 다르다. 광고주들은 어떤 종류의 시청자들은 뉴스에 관심이 많고 어떤 종류의 시청자들은 레슬링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TV 광고료는 시청자 수와 연령 및 남녀 구성비율을 바탕으로 책정된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광고는 어린이 프로에 들어가고 가정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는 일일연속극에 들어간다. 자동차나 맥주 광고는 스포츠 중계에 따라붙는다. 광고주는 표본추출에 의한 통계로 어떤 프로의 시청자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다. TV 광고는 제품에 관심을 갖지 않는 많은 사람에게도 전달된다. 잡지는 좀더 주제를 정선하여 다룰 수 있고 또 실제 편집도 그런 방식으로 하므로 광고가 공략하려는 대상집단을 좀더 구체적으로 상정할 수 있다. 자동차광, 음악가, 몸매에 관심이 많은 여성, 심지어는 장난감 곰에 빠진 사람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장난감 곰 잡지를 사는 사람들은 장난감 곰과 그것을 위한 장신구에 대하여 정보를 얻기 위해 그 잡지를 구입한다. 실제로 특수한 관심영역을 다루는 잡지를 보면 사람들이 기사 못지않게 광고 때문에 그 잡지를 사는 경우가 많다. 가령 잘 나가는 패션 잡지는 광고가 책 두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여기에 실린 광고는 독자에게 마치 길거리를 걸으면서 쇼핑을 하는 듯한 환상을 심어준다. 광고주는 이 잡지를 읽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면모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전반적인 성향에 대해서는 간파하고 있다. 정보고속도로는 훨씬 세밀하게 소비자를 구분하여 각 분류군에 어울리는 광고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시청자는 자기가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의 광고를 보게 되므로 유익하게 받아들이고 재미있어 할 것이다. 방송사나 온라인 서비스는 동질의 시청자나 독자를 겨냥한 광고를 판매할 수 있어서 좋을 것이고 광고주는 광고비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어서 좋을 것이다. 여기서 수집된 광고호응도에 관한 데이터가 널리 공표되어도 개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광고주에게 가는 자료에는 그 광고를 본 가구들의 명단이 일일이 올라가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식당 체인은 그저 어린아이가 있는 중산층 가정 중에서 몇세대가 자사의 광고를 보았는지를 알 수 있을 뿐이다. 같은 프로그램을 보다가도 중간광고 시간이 되면, 남편이 기업의 중역으로 있는 중년부부는 퇴직자를 위한 전원주택 광고를 보게 되는 반면에 젊은 신혼부부는 가족이 오붓하게 휴가를 보낼 수 있는 휴양지 광고를 보게 될 것이다. 그 프로를 같은 시간에 보고 있건 다른 시간에 보고 있건 관계없이 말이다. 이렇게 대상이 뚜렷한 광고는 광고주에게 더없이 유리하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저녁 내내 광고홍수에 시달리지 않고 자기에게 필요한 광고만 보면서 TV를 시청할 수 있으므로 마음이 홀가분하다. 일부 기업-예를 들면 코카 콜라-은 모든 소비자에게 접근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코카 콜라도 다이어트 콜라 광고는 다이어트에 관심을 갖고 있는 가구에만 집중적으로 선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포드 자동차 회사는 부유층에게 링컨 컨티넨털을, 젊은 세대에게 포드 에스코트를, 시골 사람에게 픽업 트럭을, 그리고 나머지 모든 사람에게는 토러스를 광고하고 싶을 것이다. 또 기업은 같은 제품을 광고하더라고 소비자 집단의 나이, 성별, 인종에 따라 광고에 등장하는 배우를 바꿀 수도 있다. 그들은 특정한 구매자를 겨냥하여 광고문안도 바꾸려고 할 것이다. 광고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한 시청자가 프로그램을 보는 동안 내보낼 광고의 종류와 간격을 결정하는 복잡한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언젠가는 이런 알고리즘이 등장할 것이다. 광고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성공적인 투자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동네 야채가게나 세탁소도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광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상품이나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을 대상으로 네트워크에서 광고를 줄기차게 전달해주므로 아무리 영세한 광고주라도 비디오 광고에 투자한 만큼의 효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소규모 상점의 광고는 아주 좁은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오늘날 좁은 지역의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벼룩시장 같은 생활광고다. 생활광고의 각 항목은 이를테면 양탄자를 팔거나 사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아주 구체적인 관심사를 반영하고 있다. 앞으로는 생활광고가 반드시 종이와 글에만 의존하지 않게 될 것이다. 당신이 중고차를 살 생각을 갖고 있다. 가격 범위와 모델, 당신이 특별히 주안점을 두는 면들을 밝혀 문의를 하면 당신의 기호에 맞는 중고차의 목록이 나타날 것이다. 또는 소프트웨어 에이전트에게 적당한 중고차가 시장에 나오면 바로 알려달라고 당부할 수도 있다. 중고차매매상은 비디오 화면을 통해 실물을 직접 볼 수 있는 접속 수단을 광고에 포함시킬 것이며, 심지어는 그 차량을 유지하는 데 관련된 자료도 공개할 것이다. 따라서 사려고 하는 차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방법으로, 주행거리도 알 수 있을 것이며 엔진을 교환한 적이 있는지 에어백은 달려 있는지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전에 사고가 난 적이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서 기록을 조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이 집을 팔려고 내놓았다고 하자.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모든 방법을 써서 집을 소개할 수 있다. 사진, 비디오, 설계도, 세금영수증, 각종 공과금 납부영수증을 공개하고 거기에 덧붙여서 잔잔한 배경음악까지도 깔 수 있다. 정보고속도로는 원하는 정보를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게 하므로 당신이 낸 광고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당사자들끼리 직접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면 부동산중개업에도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처음에는 온라인 생활광고가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다.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 광고를 했다가 재미를 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면 차츰 온라인 생활광고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긍정적 피드백의 고리가 만들어져서 더 많은 판매자가 더 많은 구매자를 끌어당기고 역으로 더 많은 구매자가 더 많은 판매자를 끌어들일 것이다. 생활광고가 시작된 지 한두 해가 지나면 어느 수준은 넘어서게 될 것이고, 이때부터 정보고속도로의 생활광고는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에서 개인적으로 물건을 팔고 사는 사람이 이용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매체가 될 것이다. 광고우편분야는 더 큰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는 엄청난 양의 우편용지를 감당해내기 위해 아까운 나무를 수없이 베고 있다. 그런데 그런 우편물의 대다수는 개봉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폐기처분 된다. 정보고속도로는 인쇄용지가 아닌 대화형 멀티미디어 문서의 형식으로 소비자의 직접적인 반응을 유발할 것이다. 자연자원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비록 정보고속도고일망정 이런 광고를 하루에도 수천 건이나 받아보아야 한다면 그건 이만저만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당신은 중요하지 않은 정보의 홍수에서 허우적거리게 될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불필요한 광고나 쓸모없는 메시지를 걸러내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소프트웨어의 도움으로 당신은 소중한 시간을 당신에게 중요한 메시지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별히 자기가 관심을 두는 분야가 아닌 경우에는 전자우편광고를 차단할 것이다. 광고주가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당길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좋으니 소비자가 광고를 볼 때마다 일정액의 사례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광고를 보고 있거나 광고와 대화를 주고받는 동안 그 소비자의 예금구좌에는 돈이 들어오고 광고주의 예금구좌에서는 돈이 빠져나간다. 해마다 방송이나 신문, 잡지, 우편 등을 통해 하는 광고의 광고비용 중 일부만 활용해도 자신의 메시지를 보러 직접 찾아오는 소비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종류의 지불광고는 대단히 효과적일 것이다. 광고대상에게 확실하게 광고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광고주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만 있다면 그 정도의 돈은 아까워하지 않을 것이다. 페라리, 포르셰 같은 고급 승용차를 생산하는 회사들은 광고를 보는 대가로 자동차광들에게 1달러씩 지불하는 것도 불사할 것이다. 날렵한 모양과 힘찬 가속력으로 자동차광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자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000명이 광고를 보았고 그중에 한 사람만 자동차를 구입한다 해도 회사로서는 이익일 것이다. 기업들은 소비자의 경제력에 따라 대가를 차등지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광고주가 유력한 고객으로 설정하지 않은 사람도 물론 원하면 광고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자동차에 홀딱 반한 열여섯 살 먹은 소년도 페라리를 구경할 수 있다. 그러나 물론 그 소년에게는 대가가 지불되지 않을 것이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은 불필요한 마찰이 없는 시장 메커니즘의 또 다른 예다. 광고주는 당신이 투자한 시간에 대해 어느 만큼의 돈을 지불할지 판단할 것이고 당신도 그만한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을지 판단할 것이다. 광고 메시지들은 당신에게 들어오는 각종 우편과 함께 다양한 공간에 저장될 것이다. 당신은 컴퓨터에게 그것을 분류하도록 지시할 것이다. 친구나 가족이 보내온 우편은 따로 한 공간에 모일 것이다. 사적인 일이나 기업운영에 관련된 메시지와 문서는 또 다른 공간에 정리될 것이다. 그리고 미지의 사람이 보내온 광고나 메시지는 거기에 어느 만큼의 돈이 결부되어 있는가를 기준으로 분류될 것이다. 1센트짜기 메시지 집단이 있을 것이고 10센트짜리 메시지 집단이 있을 것이다. 돈을 제공하지 않는 메시지는 거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은 또 들어온 메시지 하나하나를 빠르게 훑으면서 관심없는 것은 지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누군가가 당신에게 10달러짜리 메시지를 보낸다면 당신은 돈도 돈이지만 누가 나한테 이런 큰돈을 주면서까지 메시지를 보냈는지가 궁금해져서 그 메시지를 들여다보려 할 것이다. 누군가가 보내는 돈을 반드시 받을 필요는 없다. 메시지를 받은 다음에 당신은 얼마든지 돈을 거절할 수 있다. 따라서 그 돈은 그 사람이 당신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미끼로 제시한 돈인 셈이다. 보내는 사람의 예금잔고는 반드시 사전에 확인될 것이다.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100달러짜리 메시지를 보내로 자기가 오래 전에 헤어진 동생이라고 말한다면, 실제로 그 사람이 동생으로 판명될 경우 당신은 아마 그 돈을 돌려줄 것이다. 반면에 그 사람이 무언가를 팔아먹기 위해 당신의 관심을 끌려고 한 짓이었다면 당신은 모른척하고 그 돈을 가져도 상관없을 것이다. 미국 국민들이 방송과 케이블 TV를 무료로 볼 수 있는 것은 미국의 광고주들이 가구당 20달러씩 돌아가는 광고료를 지불하기 때문이다. 이제 광고는 너무나 일반화되어 있어서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들으면서도 우리는 광고를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 프로그램을 공짜로 볼 수 있는 것은 광고 덕분이라는 것을 물론 우리는 안다. 그러나 소비자는 간접적으로 광고료를 지불하는 셈이다. 콘플레이크, 샴푸, 다이아몬드의 가격에는 이미 광고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책을 사거나 영화표를 구입할 때 내는 돈은 오락과 정보에 대한 직접적인 지불행위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한 가구가 신문이나 잡지 구독, 영화관람, 책, 콤팩트 디스크, 테이프 구입, 비디오 대여, 케이블 TV 시청에 사용하는 돈은 월평균 100달러에 이른다. 당신은 테이프나 디스크를 구입하면서 돈을 지불했지만 당신의 권리는 제한되어 있다. 비틀즈의 애비 로드 라는 앨범을 한 장 샀다고 하자. 당신은 실제로는 물질로서의 테이프나 디스크, 또 그 안에 수록된 음악을 비영리적인 용도로 몇번이고 다시 들을 수 있는 권리를 산 셈이다. 당신이 책 한 권을 샀다고 하자. 당신은 종이와 잉크, 읽을 수 있는 권리, 남에게 빌려줄 수 있는 권리, 다시 말해서 특정한 종이에 특정한 잉크로 인쇄된 단어들을 구입한 것이다. 당신은 단어들을 소유할 수는 없고,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단어들을 다시 인쇄할 수도 없다. TV 프로그램을 볼 때도 당신은 그것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 일반국민이 TV 프로그램을 개인적인 용도로 비디오에 녹화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된 것은 대법원의 판결 덕분이었다. 정보고속도로는 음악이나 소프트웨어 같은 지적 재산의 판매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음반회사는 물론 개인연주자들도 음악을 새로운 방법으로 팔 수 있게 될 것이다. 소비자는 콤팩트 디스크, 자기 테이프 같은 물리적인 수록장치가 필요없어질 것이다. 음악은 정보고속도로의 서버에서 디지털 비트로 저장될 것이다. 노래나 앨범을 구입 하는 것은 실제로는 해당 비트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산다는 의미로 바뀔 것이다. 당신은 거추장스럽게 콤팩트 디스크를 들고 다닐 필요없이 집에서 일터에서 혹은 휴가지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당신이 어디를 가든지 그곳에 정보고속도로에 연결된 오디오 스피커가 있고 당신이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당신은 마음껏 음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공연장을 빌려서 음악을 틀거나, 미리 허락도 받지 않고 그 음악을 광고에 끼워넣을 수는 없다. 그러나 비영리적인 상황이라면 어디를 가든지 당신은 저작권자에게 추가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음악을 틀 수 있다. 정보고속도로는 당신이 특정한 영화나 책을 볼 수 있는 권리를 샀는지의 여부를 그때 그때 확인할 수 있다. 당신에게 그건 권리가 있다면 당신은 언제 어디에서나 원하는 내용을 불러낼 수 있다. 이런 개인적인 평생권리를 사는 것은 물리적인 매개물이 없을 뿐 우리가 지금 콤팩트 디스크나 테이프, 책을 사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친숙한 개념이다. 그러나 음악을 비롯한 여러 가지 오락물은 다른 방식으로도 팔릴 것이다. 가령 노래를 들을 때마다 돈을 치러야 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가령 당신의 구좌에서는 40원씩이 빠질 것이다. 그런 정도의 요금 수준이면 10곡으로 된 앨범 을 전부 듣는 데 400원이 들어갈 것이다. 요즘 시판되는 컴팩트 디스크 한 장의 가격을 10,000원이라고 할 때 당신은 콤팩트 디스크 한 장 가격으로 이 앨범을 25번 들을 수 있다. 그 앨범 중에서 유독 좋아하는 노래 한 곡만 듣고 싶다고 할 때 당신은 그 곡을 250번 들을 수 있다. 디지털 정보는 무척 유연하므로 오디오의 질이 향상되더라도 LP를 CD로 바꾸어야 했을 때처럼 똑같은 음악에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온갖 종류의 가격산정방식이 시도될 것이다. 만기일이 정해져 있거나 일정한 횟수 이상을 들으면 다시 구입해야 하는 디지털 오락물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어떤 음반회사는 10번이나 20번 밖에는 들을 수 없다는 조건 아래 노래 한 곡을 아주 싼 값에 제공할지도 모른다. 또는 10번까지는 무료로 노래를-혹은 중독성이 강한 게임을-들려주지만 그 다음부터는 구입한 사람에게만 노래를 들려주는 방식도 등장할 수 있다. 이러한 일종의 견본 은 오늘날 라디오 방송국이 담당하는 기능의 일부를 맡게 될지도 모른다. 저작자는 친구에게 우편으로 노래를 보낼 수 있도록 당신에게 허락하지만 그것을 친구가 여러 번 들으려면 요금을 내야 할 것이다. 가수는 자신의 앨범을 모두 사려는 사람들에게, 그 앨범을 따로따로 구입할 때보다 파격적으로 낮은 특별가격에 일괄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오락정보의 요금체계가 단순한 것은 아니다. 오락정보가 갖고 있는 시간적 한계 때문에 출판사나 영화사도 그에 발맞춰 영업전략을 세운다. 그래서 출판사는 하드커버(장정판)와 페이퍼백(보급판) 두 종류로 책을 내놓는다.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있는 독자는 책이 나오는 즉시 2-3만 원을 주고 하드커버를 구입한다. 6개월에서 2년을 기다릴 수 있는 독자는 4-8천 원이라는 훨씬 낮은 가격에 페이퍼백을 산다. 흥행성적이 좋은 영화는 개봉관에서 재개봉관으로 갔다가, 다시 호텔 객실, 유료 TV, 여객기에서 방영된다. 그런 다음 비디오 대여점으로 갔다가 다시 HBO 같은 프리미엄 채널을 거쳐 네트워크 TV에 이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역 TV, 소규모 케이블 채널로 들어간다. 영화가 새로운 형태로 방영될 때마다 이전에 놓쳤던 시청자들은 그 영화를 볼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다. 정보고속도로에서는 다양한 판매방식이 시도될 것이다. 대중성이 높은 영화, 멀티미디어 제품, 책이 처음 공개될 때는 일정시간 동안 아주 고가에 판매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개봉관에서 영화 한 편을 보는 데 무려 25,000원을 내야 할는지도 모른다. 일주일이나 한 달, 서너 달이 지나면 가격은 2-3,000원으로 뚝 떨어질 것이다. 판매전략가들은 좀더 과감하게 나올 수도 있다. 가령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처음 한 달 동안은 당신이 정보고속도로 안에 마련된 입찰공간에서 가장 높은 액수를 써낸 1,000명 안에 포함되지 못하면 영화를 못 보게 될는지도 모른다. 반면에, 당신이 보려고 하는 영화의 포스터나 관련상품을 당신이 구입한 적이 있다면 당신은 특정한 영화들을 다음번에는 무료로, 혹은 광고의 간섭을 덜 받으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인어공주 나 알라딘 의 비디오 테이프, 또는 관련상품을 구입한 사람은 디즈니랜드에 무료로 들어가게 될는지도 모른다. 정보의 양도는 가격결정에서 중대한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지적 재산권을 빛의 속도로 이 사람으로부터 저 사람에게 전달할 것이다. 디스크나 책의 형태로 저장된 모든 음악, 글, 그밖의 지적 재산은 대부분의 시간은 쓰이지 않은 채로 있다. 당신이 스릴러 나 허영의 횃불 같은 책을 두고두고 읽지 않아도 사듯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다. 출판사는 그래서 먹고 산다. 책과 음반을 사는 사람이 그것들을 남에게 자주 빌려주면 자연히 매상은 떨어지고 가격은 올라간다. 한 장의 앨범이 가용시간의 0.1퍼센트밖에 사용되지 않는다면, 광속 으로 이것을 빌려줄 경우 매상은 1,000분의 1로 줄어들지 모른다. 따라서 대여는 엄격히 제한될 것이며, 사용자는 자신의 물건을 1년에 많아야 10번 이상은 빌려주지 못하게 될 것이다. 공공도서관은 누구나 들어와 앉아서 첨단기기를 이용하여 정보고속도로의 풍요한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다. 도서관 운영위원회는 지급은 책, 앨범, 영화, 잡지를 구입하는 데 쓰는 예산을 정보이용에 대한 사용료로 지불할 것이다. 저자들은 자신의 저서가 도서관에서 이용될 때 사용료의 일부를 포기할 것인지 전부를 포기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구매자가 내용에 대해서 갖는 권리를 명확히 규정하는 새로운 저작권법이 제정되어야 할 것이다. 시대와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정보고속도로가 등장하면 우리는 사용자가 지적 재산에 대해서 갖는 권리를 좀더 구체적으로 따지고 들어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비디오는 대부분 한 번 보는 것으로 만족하므로 사람들이 여전히 빌려보겠지만 대여점으로부터 빌리지는 않을 것이다. 소비자는 정보고속도로에서 원하는 영화나 프로그램을 찾아서 주문할 것이다. 동네 비디오 대여점이나 레코드점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서점은 여전히 인괘된 책을 장기간 쌓아두겠지만 비소설류나 사전류는 인쇄형태보다는 정보고속도로에서 더 많이 이용될 것이다. 효율적인 전자시장은 단순히 오락물의 구매 및 대여 형태만을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중간상 구실을 하는 모든 개인과 기업은 이 전자시장에서 달아오른 엄청난 경쟁의 열기를 느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화상회의로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면 소도시의 변호사들은 새로운 경쟁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은 자기 지역에서 부동산업무를 겸업으로 처리하는 변호사보다는 다른 주에서 활동하는 실물경제에 밝은 부동산전문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변호사가 밥을 굶는다는 소리는 아니다. 자기의 전문분야만 있으면 어떤 변호사든 정보고속도로 덕분에 폭넓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분야에서도 누가 더 낮은 수임료를 받는가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질 것이다. 당연히 고객에게는 이익일 수밖에 없다. 유언장 작성 같은 통상적인 법률업무의 수임료는 전자시장의 효율화와 전문화가 진행되면서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또한 복잡한 의료, 금융, 기타 화상 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특히 내용이 장황하지 않고 간단하고 짜임새 있을수록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또한 시간낭비를 없애줄 것이다. 약속한 시간에 TV나 컴퓨터를 켜서 15분 동안 회의를 하면 될 것을, 차를 몰고 회의장으로 가서 주차를 하고 대기실에 앉아 있다가 회의에 참석한 후 다시 차를 몰고 집이나 사무실로 돌아와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줄 것이다. 온갖 유형의 화상회의가 등장하면 당신은 직접 회의장으로 갈 필요가 없다. 굳이 가야 한다면 그것은 꼭 만나서 이야기해야만 하는 중요한 일이 있다거나 당신이 거기에 직접 가야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출장은 크게 줄어드는 대신 휴가여행을 늘어날 것이다. 어디를 가든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사무실이나 집과 연락을 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사람들은 부담없이 여행을 떠날 것이다. 관광산업의 규모는 그대로 유지되겠지만 관광업의 성격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여행사는 정보에 대한 특수한 접근을 주된 업무로 하는 모든 전문업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방식으로 가치를 덧붙여야 할 것이다. 지금의 여행사는 소비자가 접근할 수 없는 데이터베이스와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여행에 관한 각종 안내와 대행 업무를 실행하여 이익을 내고 있다. 그러나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여행에 관한 정보를 얼마든지 입수할 수 있게 되면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스스로 여행을 준비하려고 들 것이다. 노련하고 창조적이며 기민한 여행사들은 계속 번창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단순한 예약업무가 아닌 좀더 전문화된 영역을 확보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당신이 아프리카로 떠난다고 가정하자. 당신은 케냐까지 가는 가장 싼 비행기표를 당신 스스로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여행사는 그밖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동아프리카 여행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여행사가 있을 수 있다. 그 여행사는 당신에게 다른 여행자들이 어디어디를 특별히 좋아했다든가, 차보 국립공원은 너무 북적댄다든가, 얼룩말 무리를 보고 싶거든 케냐보다는 탄자니아로 가는 게 좋다는 식의 조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여행사들은 밖으로 나가는 여행자가 아니라 밖에서 들어오는 여행자를 전문적으로 상대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시카고의 여행사는 외국관광을 떠나려는 시카고 시민이 아닌 시카고를 방문하려는 전세계의 관광객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외지인은 시카고를 잘 모르지만 그 여행사는 시카고를 잘 안다. 그 점이 중요한 것이다. 지금과 같은 신문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살아남겠지만 정보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면 신문도 크게 변화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일간지의 주된 수입원은 지역광고다. TV가 아직 널리 보급되지 않았던 1950년만 하더라도 전국 광고가 미국의 일간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5퍼센트였다. 1993년에는 그 비율이 겨우 12퍼센트였다. 그 주된 요인은 TV와의 경쟁 때문이다. 미국의 일간지 종수는 크게 줄어들었고 살아남은 일간지도 지역광고나 생활광고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했다. 생활광고는 라디오나 TV에서 다루기에는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1950년에 일간지에서 생활광고가 차지한 비율은 18퍼센트였던 반면 1993년에는 그것이 35퍼센트로 껑충 뛰어올랐다. 액수로 치면 수십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정보고속도로는 개인 구매자와 개인 판매자가 연결될 수 있는 좀더 효율적인 통로를 제공할 것이다. 시장 소비자의 대다수가 정보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거래하게 되면 생활광고수입이 위협받을 것이다. 일간지의 광고수입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일간지가 하루 아침에 사라진다거나 앞으로는 뉴스와 광고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개상이나 브로커 역할을 하는 다른 모든 기업과 마찬가지로 일간지도 정보화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고유한 특성을 활용하고 변화에 기민하게 적응해야 한다. 금융업도 숙명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산업 가운데 하나다. 현재 미국에는 14,000개의 은행이 일반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 근처나 회사 부근의 은행지점을 이용한다. 이자율이나 서비스 종류에 차이가 있으면 이 은행에서 저 은행으로 거래처를 바꾸기도 하지만 집이나 사무실에서 몇십 킬로미터씩 떨아진 은행으로 바꾸는 법은 거의 없다. 이만저만 시간 낭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고속도로의 등장으로 지리적 거리가 덜 중요해지면 온라인 은행이 등장할 것이다. 온라인 은행은 벽돌로 지은 건물도 없이 저렴한 수수료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이 부담없는 온라인 은행은 높은 경쟁력을 가질 것이며 거래는 컴퓨터를 통해서 이루어질 것이다. 현금의 필요성은 줄어들 것이다. 대부분의 결제는 신용카드, 현금카드, 수표책의 기능을 종합한 스마트카드나 PC 지갑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에 발맞추어 진행하고 있는 미국 금융업의 내부합병은 높은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예금액이 많고 적음에 따른 이자율의 차이는 사라질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를 이용한 통신이 활성화되면 새로운 유형의 중개인이 나타나 소액예금자들을 효율적으로 모아 그들에게 거액예금자에 근접한 이자를 지급할 것이다. 금융기관은 전문화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은행은 자동차 관련 대부만 취급하고 어떤 은행은 보트 관련 대부만 취급하기로 방침을 정할 것이다. 이런 모든 서비스에는 요금이 붙겠지만 요금체계는 광범위하고 효율적인 경쟁에 바탕을 두게 될 것이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수중의 자금을 은행통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굴리려는 소액투자가는 막막하기만 했다. 투자신탁, 저가주, 상업어음, 회사채 같은 난해한 용어들이 범람하는 주식의 세계에는 그 바닥을 잘 아는 증권회사 직원이 아니면 감히 들어설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컴퓨터가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 오늘날 전화번호부 광고란에는 할인 주식중개인의 목록이 올라가 있으며, 많은 투자자들이 은행의 현금지급기나 전화를 이용하여 주식을 구입할 수 있다. 정보고속도로가 효율성을 높이면 투자방식도 한결 다채로워질 것이다. 주식중개인은 단순히 주식구입을 대행하는 역할 이상을 해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폭넓은 지식이다. 금융 서비스 회사는 계속 번창할 것이다. 금융업의 운영방식은 근본적으로 바뀌겠지만 정보고속도로 덕분에 일반고객이 금융시장에 자유롭게 접근하게 되면 총거래량은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소액투자가들도 지금은 기관투자가들에게만 개방된 투자종목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어떤 산업이 앞으로 이렇게 변한다고 내가 말을 하면 사람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그 분야에 진출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는 것 같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장기는 뛰어난 소프트웨어 상품을 만들고 거기에 부수되는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는 금융업이나 유통업에 진출하지 않을 것이다. 한번은 내가 은행의 배후에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공룡 이라고 부르자 한 기자가 내가 은행 그 자체를 공룡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그들과 겨룰 생각을 갖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나는 지금까지 일 년이 넘도록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은행들에게 내 말이 와전되었다는 해명을 해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체 지원에서 컴퓨터 소프트웨어 제작, 인터넷 서버의 그룹웨어 등까지 컴퓨터 산업 안에서도 해야 할 일이 얼마든지 있고 좋은 기회도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 우리가 PC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인텔, 컴팩, 휴렛팩커드, DEC, NEC 같은 굴지의 대기업들과 제휴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다. 때로는 경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심지어는 IBM이나 애플과도 우리는 상호협조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는 제휴사들에게 의존하는 회사를 만들었다. 장담하지만 우리는 컴퓨터 칩이나 하드웨어를 생산한다든지 유통업에 진출한다든지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일은 우리보다 훨씬 잘하는 기업에 맡기면 그만이다. 우리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좁은 영역을 찾아내서 그것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앞으로도 우리는 정보혁명이 가져올 기회를 모든 기업이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오록 돕는데만 전념할 것이다. 산업은 끝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그 변화는 늘 불안정하다. 정보나 상품유통 분야에서 종사하던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에 가치를 덧붙이지 못할 경우 직종을 바꿔야 하겠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 사람들은 치열한 경쟁대열에서 밀려나지 않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 자체가 필요로 할 서비스, 교육, 도시 문제에서 아직도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의 수는 무궁무진하다. 정보고속도로 자체가 요구할 노동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보고속도로는 갖가지 새롭고 흥미로운 직종을 낳을 것이다. 그리고 방대한 정보를 모든 사람의 손 끝에 놓아주는 귀중한 직업훈련장이 될 것이다. 직업을 바꾸고 싶은 사람은 컴퓨터의 자문을 얻어 최고의 교재, 최고의 강의에 접할 수 있고, 교과과정을 이수하는 데 필요한 각종 시험과 요건, 자격증에 관한 정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직업을 바꾸는 사람이 많아지면 다소의 혼란은 있겠지만 이런 변화는 전체적으로 사회에 보탬이 될 것이다. 자본주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다른 체제들에 비해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것은 인간이 만든 경제체제 중에서 가장 장점이 많은 제도였다. 정보고속도로는 그 장점을 더욱 확대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내용을 전보다 효율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소비자들이 그 물건을 전보다 효율적으로 살 수 있게 할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흐뭇해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모든 소비자들이 함께 혜택을 누릴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제9장 미래의 학교 EDUACTION: THE BEST INVESTMENT 예로부터 위대한 교육자들은 배움이란 교실에서만, 교사의 감독 아래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왔다. 지금은 호기심을 만족시키거나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해도 마땅한 정보를 찾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러나 정보고속도로는 언제 어디에서건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거의 무한대에 이르는 정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새로운 기술을 교육개혁에 활용하면 그 혜택은 사회 구석구석에 돌아갈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보기술이 정규교육의 인간적인 면을 말살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컴퓨터 앞에 모여 앉아 공부하거나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이 나라 학생과 저 나라 학생이 토론을 벌이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 기술이 교육환경을 얼마나 인간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가를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은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야만 습득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배움을 실용적이고 흥미로운 과정으로 만들어 학습에 즐거움을 줄 것이다. 정보기술이 제공하는 유연한 가능성을 중심으로 기업이 내부구조를 개혁하고 있듯이 학교도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버드 교육대학원의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는 아이들을 각각 다른 방식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은 세상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량생산식 교육으로는 아이들을 이처럼 세상에 다채롭게 접근시킬 수 없다. 가드너는 배움을 갈구하는 모든 유형의 인간이 배움에서 소외당하는 일이 없도록 학교가 각종 프로그램, 기술력, 제도를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대단히 다채로운 교수법들을 찾아내게 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가 제공하는 수단을 이용해 다양한 교수법을 시도하고 그 효과를 손쉽게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리바이스사가 청바지를 대량생산하면서도 정보기술을 이용하여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주문생산품을 만드는 것처럼 교육분야에도 대량 개성화(mass customize) 가 정착될 것이다. 멀티미디어 문서와 사용이 간편한 저작 도구를 이용해 교사들은 교과과정을 대량 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청바지처럼 배움을 대량 개성화할 수 있는 것은 컴퓨터가 상품-여기서는 교육자료-을 미세하게 조율하여 학생들이 조금씩 다른 경로를 따라 자기 나름의 속도로 공부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단 교실에서만 국한되어 나타날 변화는 아니다. 어떤 학생이든 과거의 대량생산식 교육을 받을 때와 같은 저렴한 비용으로 자신의 개성이 반영된 교과과정을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직업인들은 항상 자기 분야의 최신 기술을 입수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화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오늘날의 그 어떤 사람보다도 더 많은 정보를 쉽게 가질 수 있게 된다. 단순히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호기심과 상상력에 많은 자극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교육의 주제는 대단히 개인화될 것이다. 정보화기술이 교사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노골적인 경계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하건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정보고속도로는 미래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인적 교육자원을 몰아내거나 그 가치를 폄하하는 일이 결코 없을 것이다. 그 인적 교육자원에는 열성적인 교사, 창조적인 교육행정가, 적극적인 부모, 그리고 물론 부지런한 학생이 포함된다. 그러나 미래의 교사 역할에서는 기술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수많은 교사와 작가가 이룩한 최고 수준의 연구결과를 만인이 공유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교사는 이 자료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고 학생은 그 내용을 대화식으로 깊이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이런 교육적, 개인적 기회는 일류학교에 다닐 만큼 부유하지 못하거나 가족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도 골고루 돌아갈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발전의 혜택이 현실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먼저 교실에서 활용되고 있는 컴퓨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정보화된 교육에 대해서 회의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그 내용이 너무 과장되어 있다 보니 당초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학교에는 많은 PC가 보급되어 있지만 성능이 낮아 사용하기가 쉽지 않고 대량의 정보제공을 통해 아이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 네트워크 접속기능이나 용량이 충실하지도 못하다. 아직까지 컴퓨터는 우리의 교육현장을 그리 크게 바꾸지 못하고 있다. 학교가 컴퓨터를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교육제도 곳곳에 자리잡은 보수주의 때문이다. 이것은 다른 직종 종사자들에 비해 평균 연령이 높은 교사와 교육행정가의 불안과 우려를 그대로 반영한다. 물론 공립학교의 예산이 첨단교육시설을 들여놓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리라. 미국의 평균적인 초중등학교는 새로운 정보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평균적인 미국 기업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다. 집에서는 휴대폰, 삐삐, 컴퓨터를 쓰던 아이들이 유치원에서는 기껏해야 칠판과 영사기밖에 볼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 위원장 리드 헌트도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갔다. 이 나라에는 수백만 명이 생활하는 공간이면서도 전화기도 쓸 수 없고 케이블 TV도 볼 수 없으며 또 제대로 된 통신시설 하나 이용할 수 없는 건물이 수만 개나 있다. 바로 학교라는 곳이다.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변화는 일어날 것이다.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교육의 기본적인 과정은 여전히 유지될 것이다. 학생은 여전히 교실에 들어가서 교사의 수업을 듣고 질문을 하고 개인적 혹은 집단적 과제(실험실습을 포함하여)를 처리하고 숙제를 할 것이다. 더 많은 컴퓨터를 학교에 도입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누구나 동의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컴퓨터가 도입되는 속도에는 나라마다 큰 차이가 있다. 컴퓨터를 거의 모든 학교에 보급한 나라는 네덜란드를 비롯하여 몇나라 안된다. 아직 실적은 미미하지만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는 정부가 모든 학교에 컴퓨터를 보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강력히 추진중에 있다. 영국, 일본, 중국에서는 주로 직업훈련에 중점을 두고 정보기술을 교육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나는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도 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학교에서도 가정이나 기업 못지않게 컴퓨터가 활발히 이용될 것이다. 언젠가는-저개발국가에서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전세계의 모든 학교에 컴퓨터가 보급될 날이 올 것이다. 컴퓨터 하드웨어의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 교육용 소프트웨어도 대량으로 구입되면 큰 폭으로 값이 내려갈 것이다. 이미 미국의 많은 케이블 회사와 전화회사는 지역사회의 학교나 도서관에 무료로 또는 저렴한 가격에 네트워크 접속 기회를 주고 있다. 일례로 퍼시픽 벨사는 갤리포니아에 있는 모든 학교에 1년 동안 ISDN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으며 TCI와 바이어콤사도 지역사회 내의 모든 학교에 케이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교실은 여전히 교실로 남아 있겠지만 정보화기술은 교육의 세부적인 내용을 크게 바꿀 것이다. 교실수업은 멀티미디어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고 숙제는 가급적 많은 전자문서를 탐구하도록 유도하는 내용으로 구성될 것이다. 교사는 학생이 자신의 특별한 관심영역에 마음껏 파고들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울 것이며 학생은 쉽게 그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여러 학생이 나름대로 던진 질문에 대해 한꺼번에 답변이 주어질 것이다. 하루 수업의 일정한 부분은 혼자서 또는 여럿이서 개인용 컴퓨터로 정보를 탐색하는 데 할애될 것이다. 학생은 자신이 찾아낸 정보에 관한 자기의 생각이나 추가 질문을 교사에게 내놓을 것이고 교사는 여러 학생이 제기한 문제 중에서 어느 것이 학급 전체가 관심을 가질만한 것인가를 판단할 것이다. 학생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동안 교사는 개인 또는 소집단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일방적인 강의보다 문제해결에 더 초점을 두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직종이 그렇지만 교육자는 더더욱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비슷한 성격을 가진 다른 직종의 종사자들처럼 그들도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된다. 미래가 불투명한 직종에 비하면 전문직업인으로서의 교육자의 미래는 대단히 밝다.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전체 노동력에서 교육에 투입되는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 교실에 활기와 창의를 불어넣는 교육자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아이들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교육자의 미래도 밝을 것이다. 아이들은 자기들을 진정으로 아껴주는 어른으로부터 배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훌륭한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다. 나는 고등학교 때 화학선생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분은 화학을 너무나 재미있게 가르쳤다. 화학에 비하면 생물은 너무나 재미가 없었다. 생물시간에 우리는 개구리를 해부했지만-실은 마구잡이로 토막낸 것에 불과했다- 생물선생님은 그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다. 화학선생님은 수업에서 다루는 주제에 우리가 관심을 쏟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분은 그걸 알아야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스무 살 때 제임스 왓슨의 분자유전학 을 읽고 고등학교에서 생물을 잘못 배웠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명을 이해한다는 것처럼 중요한 주제가 어디 있단 말인가. 생물학적 정보는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정보 중 가장 중요한 정보다. 그 정보는 앞으로 몇십 년 안에 의학에 혁명을 몰고 올 것이다. 사람의 DNA는 일종의 컴퓨터 프로그램이지만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그 어떤 소프트웨어보다도 훨씬, 훨씬 정교한 프로그램이다. 어떤 선생님이 가르치느냐에 따라 신비로 가득찬 생물학이 한없이 지루할 수도 있고, 무미건조해 보이기만 하는 화학이 무한한 매력을 지닌 대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은 가르치는 방법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다. 교사들이 아무리 수업준비에 열과 성을 다해도 1년에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의 수는 고작해야 몇십 명이다.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교사들이 서로의 수업에 영향을 주기란 쉽지 않다. 정보 네트워크는 교사들이 강의와 수업자료를 공유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최고의 강의가 폭넓게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비디오로 강의를 보는 것은 실제로 강의실에서 교사의 육성을 듣는 것보다 흥미가 없다. 그러나 때로는 어떤 한 교사의 강의 자체가 갖는 값어치가 그런 현장성보다 훨씬 중요할 때가 있다. 몇해 전에 나는 친구와 함께 워싱턴 대학의 강의 비디오테이프 목록에서 저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이 한 일련의 강의 발견했다. 우리는 파인먼이 10년 전 코넬 대학에서 한 강의를 휴가지에서 볼 수 있었다. 강의실에 있었거나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면 아마 그 강의에서 더 큰 깨우침을 얻을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파인먼의 명료한 사고는 내가 그전까지 접한 그 어떤 물리학 서적이나 물리학 교수의 가르침보다도 분명하게 물리학의 주요 개념들을 설명해주었다. 그는 물리학에 생명을 부여할 줄 알았다. 나는 물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이런 강의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보고속도로가 깔리면 그런 값진 정보를 많은 교사와 학생이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의 어떤 교사가 광합성을 설명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고 하자. 전세계의 모든 교육자는 그 교사의 강의록과 멀티미디어 보조자료를 입수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교육자들은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들어온 자료를 그대로 이용할 것이고 어떤 교육자들은 간편한 저작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얻어가며 자신이 아는 내용을 덧붙여 내용을 약간 보완할 것이다. 거기에 관심을 가진 교사들이 꾸준히 피드백을 보내면 그 강의는 더욱 알차고 충실해질 것이다. 얼마 안 가서 그 강의 내용은 세계 도처의 교실로 확산될 것이다. 어떤 강의가 어느 만큼의 인기를 얻고 있는지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조회된 횟수를 네트워크에서 확인할 수도 있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통신 여론조사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기업이라면 우수한 강의를 개발한 교사를 표창하고 격려금을 지불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명의 교사가 하루에 6시간씩 1년에 180일을 근무하면서 25명의 학생들을 위해 내실있고 흥미진진한 강의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특히 과도한 TV 시청으로 재미와 호기심에 대한 아이들의 기대수준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앞으로 10년 뒤의 한 중하교 과학교사를 생각해보자. 그는 태양에 관한 수업을 진행하면서 과학적 이론뿐 아니라 그 이론을 가능케 한 역사적 발견에 대해서도 설명할 것이다. 동화상이든 정지화상이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는 태양에 관한 위대한 미술작품이나 뛰어난 천문학자의 사진, 인공위성이 촬영한 비디오 등을 얼마든지 불러낼 수 있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의 방대한 화상자료에 모두 비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정보원으로부터 비디오나 해설이 붙은 애니메이션을 살짝 따올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같으면 만드는 데 꼬박 며칠이 걸릴 비디오 자료를 그때는 불과 몇분 안에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과학교사는 태양에 관해 설명하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그림이나 도표를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학생이 태양은 어디에서 에너지를 얻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경우 교사는 수소원자와 헬륨원자를 생생한 그래픽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고 태양의 거대한 불길이나 흑점, 그밖의 현상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핵융합에 관한 짤막한 비디오를 소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사는 정보고속도로의 각종 서버들에 미리 짜임새 있는 접속을 해놓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도서실이나 집에서 공부할 때 다양하고 유익한 자료를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서버들의 목록도 소개할 것이다. 어떤 고등학교의 미술교사가 대형 모니터에 1880년대에 돛단배와 증기선이 떠 있는 센 강변에서 젊은이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담은 쇠라의 그림 아니에르의 물놀이 를 불러냈다고 하자. 모니터에는 이 그림의 프랑스어 제목은 물론 아니에르시를 중심으로 한 파리 근교의 지도가 나타날 것이다. 교사는 점묘화의 탄생을 예고하는 이 그림을 통해 인상주의 시대가 어떻게 막을 내리게 되었는지를 실감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 그림을 매개로 19세기 말 프랑스 서민의 생활상이라든가 산업혁명, 심지어는 우리 눈이 보색을 지각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좀더 폭넓은 관련 주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교사는 그림의 맨 오른쪽에 서 있는 인물이 쓰고 있는 불그스름한 모자를 가리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모자의 살아 있는 빛깔을 잘 보세요. 쇠라는 눈을 속이고 있습니다. 모자는 빨간색이지만 그는 여기에 주황색과 파란색의 작은 점을 덧붙였어요. 자세히 보지 않으면 파란 점은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요. 교사가 그림을 설명하는 동안 화면에서는 모자가 점점 확대될 것이고 이울러 그림 표면의 구체적인 질감이 드러날 것이다. 어느 정도 이상으로 확대되면 파란 반점이 확연히 눈에 들어오고 교사는 파란색이 주황색의 보색임을 설명할 것이다. 둥근 색상환이 화면에 나타나고 교사나 멀티미디어 문서 자신이 설명을 이어나갈 것이다. 이 색상환의 모든 색은 맞은편 색과 보색 관계에 있습니다. 빨강은 녹색의 보색이고 노랑은 자주의 보색이며 파랑은 주황의 보색입니다. 어떤 색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색의 보색이 잔상으로 남는 것은 우리 눈의 생리적 구조 때문입니다. 쇠라는 이런 원리를 이용하여 모자에 파란 반점을 넣음으로써 빨강과 주황을 한층 선명하게 표현하려고 했지요. 정보고속도로에 연결된 컴퓨터를 이용하여 교사는 학생들의 학업을 감독하고 평가하고 지도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는 여전히 숙제를 내주겠지만 학생은 단지 글로 된 자료만이 아니라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충분히 활용하여 마친 숙제를 학생은 디스켓이나 아니면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교사에게 제출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는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꾸준이 기록하면서 그것을 언제든지 다른 교사들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의 수학능력, 학업진척도, 관심사 등에 관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간추려주는 특수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등장할 것이다. 일단 교사가 어떤 학생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고 행정업무의 부담을 벗을 수 있게 되면, 그는 그 학생에게 필요한 것으로 밝혀진 내용에 대해 좀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부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보는 교재와 숙제를 좀더 다양하게 만드는 데 활용된다. 교사와 학부모는 아이의 발달과정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그리고 화상회의 시설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된 덕분에-학부모와 교사의 유대는 점차로 강화될 것이다. 학부모는 다른 학부모들과 비공식적인 연구모임을 만든다든지 자녀들을 위해 별도의 지원을 한다든지 하여 아이들의 학습을 좀더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부모는 또한 자신이 업무에 쓰는 소프트웨어의 사용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일부 교사들은 이미 일반사무용 소프트웨어를 써서 자신들의 업무를 처리하고 또 학생들에게도 현대의 사무용 도구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생은 이제 타자기나 만년필이 아닌 PC의 워드프로세서로 리포트를 작성한다. 고등학생 중에서도 그런 학생들의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 표계산이나 도표를 작성하는 응용 소프트웨어는 수학이나 경제 이론을 설명하는 데 자주 활용되고 있으며 회계학 강의에도 단골손님처럼 등장한다. 학생과 교사는 또 일반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새롭게 이용하는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 가령 외국어를 공부하는 학생은 다양한 언어를 처리할 수 있는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그런 프로그램에는 다개국어로 된 문서에서 맞춤법을 확인하거나 동의어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보조수단이 포함되어 있다. 아이들이 부모를 컴퓨터의 세계로 이끄는 가정도 있다. 아이와 컴퓨터는 죽이 잘 맞는다. 아이는 새로운 물건에 주눅들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가 호기심에 차서 컴퓨터에 푹 빠져 있는 것을 보고 걱정스러워하는 부모도 있지만, 제꺽제꺽 반응을 보이는 컴퓨터에 아이가 매료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아이들은 원래 함께 하는 놀이를 즐기기 때문이다. 말 못하는 아이도 부모와 하는 까꿍놀이와 리모콘으로 채널 바꾸는 놀이를 좋아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나는 세 살 먹은 조카가 동화를 원작으로 하여 브로더번드사에서 만든 할머니와 나 라는 CD롬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한다. 그 애는 만화에 나오는 대화를 모두 외우고 있어서, 마치 엄마가 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만화 속의 인물들과 대화를 나눈다. 조카가 마우스로 우편함을 열면 우편함이 열리면서 개구리 한 마리가 폴짝 튀어나오기도 하고 어떨 때에는 손 하나가 부쑥 나와 우편함 문을 닫는다. 아이는 어디어디를 누르면 어떤 반응이 나타난다는 것을 차츰 알아차리게 되고 호기심이 늘어난다. 기본적인 줄거리가 있으면서도 그 줄거리 속에 참여할 수 있어서 아이는 거기에 계속 빠져들게 된다. 나는 예전부터 늘 사람들은 호기심과 지적 욕구가 왕성하다고 믿어왔다. 현재의 정보도구는 사람들의 잠재력을 충분히 일깨워주지 못하고 있다. 누구나 한두 번은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마침 그 주제에 관한 훌륭한 자료를 발견하여 기쁘게 그 주제를 자기 것으로 소화한 후 뿌듯한 만족감에 젖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보를 찾으려고 어지간히 애를 썼는데도 별 소득없이 끝났을 때에는 이만저만 실망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은 그 주제를 이해하지 못할 것만 같은 불안감에 젖었을 것이다. 특히 어린시절에 이런 경험이 자꾸만 쌓이면 또다시 무언가를 시도하려는 충동은 자연히 줄어든다. 그 점에서 나는 운이 좋았다. 우리집은 될 수록 아이들에게 질문하기를 권장하는 분위기였다. 폴 앨런이라는 좋은 친구를 만난 것도 나로서는 행운이었다. 폴을 안 지 얼마 안되었을 때 나는 폴에게 가솔린이 어떻게 차를 움직이느냐고 물었다. 그 주제를 다룬 책은 읽어보았지만 머릿속에 명확히 들어오지 않았다. 만물박사인 폴은 다행히 가솔린에 대해서도 두루 꿰뚫고 있었다. 그는 아주 재미나면서도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끔 요령있게 설명을 해주었다. 우리가 우정을 맺게 된 것은 가솔린에 대한 나의 호기심 때문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폴은 내가 궁금해하던 많은 문제를 해결해주었다(과학소설도 무척 많이 갖고 있었다). 나는 폴에 비하면 수학적인 사람이었고, 폴이 아는 그 누구보다도 소프트웨어를 잘 알았다. 우리는 서로의 의문점을 사이좋게 풀어주었다. 우리는 질문을 던지거나 답변을 했고 도표를 그렸으며 관련된 정보에 서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서로에게 도전하고 서로를 시험하는 것이 우리의 즐거움이었다. 사용자들은 정보고속도로에서 아마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삼사 년 뒤에 어떤 소년이 1970년의 나처럼 가솔린에 대해서 궁금해졌다고 하자. 그 소년은 나처럼 폴 앨런을 만나는 행운은 못 누릴 가능성이 높지만, 대신 학교나 도서관의 컴퓨터가 멀티미디어 정보에 접속되어 있으므로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그 주제를 깊이 파고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소년은 원유가 시추되고 수송되고 정제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사진, 비디오,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자동차연료와 비행기연료의 차이도 알게 될 것이고, 마음만 먹으면 자동차의 내연기관과 항공기 터빈 엔진의 차이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소년은 그저 질문만 던지면 된다. 그 소년은 또 수백 개의 탄화수소가 결합된 가솔린의 복잡한 분자구조와 탄화수소 자체에 대해서도 탐구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된 지식을 모두 섭렵하고 싶을 때 그 모험을 끝없이 그를 매혹적인 주제들로 인도할 것이다. 새로운 정보기술은 처음에는 지금의 도구를 약간 개량한 데 지나지 않은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벽걸이 비디오 모니터는 교실에서 칠판을 몰아낼 것이다. 수많은 교육용 그림, 애니메이션, 사진, 비디오가 그 화면에서 다양한 활자체와 화려한 그래픽으로 표현될 것이다. 멀티미디어 문서는 지금의 교과서, 영화, 시험, 그밖의 교육자료가 맡고 있는 역할들을 일부 떠맡을 것이다. 멀티미디어 문서는 정보고속도로의 서버들에 접속되어 있으므로 항상 최신의 내용을 담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가 쓰는 CD롬은 대화식 정보소통을 맛볼 수 있게 해준다. 우리가 지시를 내리면 소프트웨어는 문자, 음향, 화상의 형태로 정보를 제시한다. 이미 CD롬은 학교에서 쓰이고 있으며 아이들도 집에서 숙제를 할 때 이것을 이용한다. 그러나 정보고속도로와는 달리 CD롬에는 한계가 있다. CD롬은 백과사전이 그렇듯이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 약간씩의 정보를 제공하든가 아니면 단일한 주제에 대해 일정 한도 내의 다량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한 번에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총량은 디스크 자체의 용량 때문에 제약을 받는다. 그리고 당신이 갖고 있는 디스크밖에는 이용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D롬은 종이문서에 비하면 크게 발전한 것이다. 멀티미디어 백과사전은 탐구의 도구로 쓰일 뿐 아니라 학생들이 집에서 숙제를 할 때 도움이 되는 다양한 자료를 제공한다. 이런 멀티미디어 백과사전에는 아마 활용지침이 포함될 것이다. 이것은 교사가 학생을 가르칠 때, 또 학생이 스스로 숙제를 할 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교사와 학생으로부터 우리가 만든 멀티미디어 백과사전의 활용사례를 들을 때마다 깜짝 놀라곤 한다. 그중에는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참신한 활용법들이 많기 때문이다. CD롬이 정보고속도로의 한 선구자이듯이 인터넷의 월드 와이드 웨브도 정보고속도로의 또 다른 선구자이다. 아직은 대부분이 평이한 텍스트 중심이지만 월드 와이드 웨브는 흥미진진한교육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크게 열어주었다. 창조적인 교사들은 이미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여 참신한 수업을 개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국민학교 4학년생들은 아시아계 이민이 직면한 어려움에 관한 기사를 읽기 위해 온라인으로 신문을 뒤져본다. 보스턴 대학이 고등학생을 위해 개발한 대화형 소프트웨어는 소금분자가 물에 녹는 것과 같은 화학현상을 시각적으로 정교하게 모사한 시뮬레이션을 보여준다. 뉴저지주 유니온시에 있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중학교는 위기에서 재탄생한 학교였다. 1980년대 후반 이 학교는 학생들의 학업성적이 주 전체에서 제일 밑바닥이었고 자퇴율과 결석률도 무척 높았다. 생각다 못해 주 정부는 이 학교의 폐교를 심각히 고려할 정도였다. 학교당국과 교사, 학부모(90퍼센트 이상이 중남미계로 영어를 제대로 말하는 사람이 드물었다)는 힘을 합쳐 학교를 살리기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그 지역의 전화회사인 벨 어틀랜틱사가 학생들의 집과 교실, 교사, 교육행정관을 연결하는 특수 멀티미디어 PC망을 까는 데 필요한 자금을 제공했다. 벨 어틀린틱은 먼저 140대의 PC를 제공했다. 그 정도면 7학년 학생들 전원과 7학년 담당교사들 전원의 가정에 컴퓨터를 보급하고 교실마다 컴퓨터를 4대씩 제공할 수 있는 양이었다. 이 컴퓨터들은 고속통신선을 통해 인터넷에 연결되었다. 교사들은 PC 사용법을 교육받았다. 교육을 마친 교사들이 이번에는 주말에 학부모들에게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쳤다. 학부모의 절반이 참여했다. 학생들에게는 전자우편과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도록 권장했다. 2년이 지나자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집에서 쓰는 PC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PC를 통해 교사나 교육행정관과 긴밀한 접촉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자퇴율과 결석률은 거의 제로로 떨어졌고 학생들의 학업성적은 뉴저지주의 인근 학교들에 비해 무려 3배나 높아졌다. 이 프로그램의 실시대상은 전교생으로 확대되었다. 벨 어틀랜틱의 대표이사이자 최고경영자인 레이몬드 W. 스미스는 이렇게 말했다. 교육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겠다고 단단히 결심한 학교당국과 그 결심을 지원하고 개혁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학부모단체, 그리고 세심하면서도 과감하게 도입되어 가정과 교실을 통합한 정보화기술, 이 3박자가 맞아떨어져...가정과 학교가 서로를 밀어주고 후원하는 진정한 배움의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었다고 나는 믿는다. 학생들의 인종적 구성이 아주 다양한 캐나다의 레스터 피어슨 고등학교는 하루하루의 모든 교과가 컴퓨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재학생이 1,200명인 이 학교에는 무려 300대의 컴퓨터가 있으며 현재 사용중인 소프트웨어만도 100개가 넘는다. 학교측에 따르면 이 학교의 중도탈락률은 4퍼센트로 캐나나 평균치인 30퍼센트에 비해 엄청나게 낮다. 이 학교에는 매년 정보기술을 학교생활의 구석구석에 통합히킨 모범사례를 견학하기 위한 방문객이 3,500명씩 찾아오고 있다. 정보고속도로가 가동되면 수백만 권의 책을 마음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독자는 질문은 던질 수도, 텍스트를 인쇄할 수도, 화면상에서 읽을 수도 있고 심지어는 자기 마음에 드는 목소리로 낭독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독자의 스승이 될 것이다. 소셜 인터페이스를 가진 컴퓨터는 특정한 사용자에게 그의 필요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요령도 터득할 것이다. 많은 교육용 소프트웨어는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을 것이고 학생과 컴퓨터는 서로를 잘 알 것이다. 어떤 학생이 이렇게 구두로 묻는다고 가정하자. 남북전쟁을 왜 일어났지? 컴퓨터는 세력과 세력의 갈등을 설명하면서 남북전쟁의 일차적 원인은 인권문제 또는 경제적 주도권을 둘러싼 싸움이었다고 응답할 것이다. 응답의 양과 방향은 학생에 따라 다르고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학생은 중간에 언제라도 끼어들어 컴퓨터에게 좀더 자세한 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고 다른 식의 접근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는 그 학생이 읽거나 본 정보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을 것이고 필요한 관련정보에 접근하는 통로도 제공할 것이다. 만일 컴퓨터가 그 학생이 역사소설, 전쟁담, 노래, 운동 따위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면 정보를 좀더 매력있게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오직 관심을 유발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컴퓨터는 훌륭한 교사가 그렇듯이 학생의 편향된 관심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컴퓨터는 학생의 개성을 잘 살리면서 좀더 넓은 지식의 바다로 인도할 것이다. 배우는 속도의 차이도 충분히 고려될 것이다. 컴퓨터는 학습자 개개인에게 충분한 관심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학습능력이 뒤떨어지는 아이들은 큰 도움을 얻을 것이다.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와는 상관없이 모든 학생은 자기에게 알맞는 속도로 배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를 이용한 학습의 또 한 가지 장점은 시험에 대한 학생들의 고정관념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시험은 많은 아이들에게 커다란 부담을 준다. 시험 하면 아이들은 대개 부정적인 말을 연상한다. 시험 잡쳤어. 시간이 모자랐어. 시험공부를 제대로 못했어. 시험에서 별로 재미를 못 본 아이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어차피 좋은 성적을 못 낼 바에야 차라리시험을 무시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다. 시험은 모든 교육에 대해 학생이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한다. 대화형 네트워크는 학생들로 하여금 아무때나 아무런 부담없이 스스로 퀴즈를 즐길 수 있게 할 것이다. 스스로 내는 퀴즈는 일종의 자기탐구라고 할 수 있다. 폴 앨런과 내가 서로에게 시험문제를 냈던 것처럼 말이다. 시험은 배우는 과정의 긍정적인 일부분이 될 것이다. 실수를 저질러도 꾸지람은 없을 것이다. 실수를 저지른 학생에 대해서는 학생 스스로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도움을 줄 것이다. 누군가가 곤경에 빠져 있으면 시스템은 그 상황을 교사에게 알릴 것이다. 공식적인 시험에 대한 두려움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평상시에 스스로 물음을 던지고 답을 얻으면서 학생은 자기가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를 잘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교육용 소프트웨어 및 교과서 개발업체들은 이미 수학, 외국어, 경제학, 생물학 분야에서 이런 방식으로 기본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대화형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가령 캘리포니아의 팰로앨토에 있는 아카데믹 시스템사는 대학생을 위해 수학과 영어의 기본과정을 가르치는 대화형 멀티미디어 강의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중재학습 이라고 부르는 이 교수법은 전통적인 강의와 컴퓨터에 바탕을 둔 학습을 결합하고 있다. 각 학생은 자신이 교과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고 자신에게 필요한 강의가 어떤 것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일단 배치고사를 치르게 된다. 그런 다음 이 시스템은 그 학생에게 맞는 학습계획을 짠다. 주기적으로 시험을 치러 학생의 학업진척도를 확인하고 학생이 개념을 하나둘 숙지해가면 점차 수업계획을 바꾼다. 이 프로그램은 또한 강사에게 문제점을 보고하여 강사가 학생에게 개별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한다. 지급까지의 중간 연구결과를 보면 강사가 있었을 때 학습효과가 가장 좋았다. 이것은 새로운 기술 그 자체만으로는 교육을 발전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일부 학부모들은 컴퓨터의 사용에 반대한다. 아이들이 컴퓨터로 공부를 하게 되면 부모가 제대로 감독할 수 없을 거라는 이유 때문이다. 부모들은 대개 아이들이 두꺼운 책을 앞에 놓고 있어야 안심하지 컴퓨터 앞에 몇 시간씩 앉아 있으면 불안해한다.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허구헌날 비디오 게임만 하면서 허송세월하는 아이도 물론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교육적 효과보다는 오락에 주안점을 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훨씬 더 많은 돈이 투자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아이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시켜 무한한 정보의 세계로 인도하는 소프트웨어보다는 중독성이 강한 오락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예산과 학부모의 관심이 대화형 교재로 점차 옮겨가게 되면 수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교사들과 힘을 합쳐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대화형 학습자료를 만들 것이다. 일례로 라이트스팬 파드너십사는 할리우드의 인적 자원을 동원하여 생동감 넘치는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라이트스팬사는 자신들의 정교한 기술력이 다섯 살에서 열한 살까지의 어린이들을 사로잡아 아이들로 하여금 공부에 좀더 많은 시간을 쏟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한다. 이 프로그램은 만화로 처리된 등장인물들이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개념을 설명하고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그 개념을 실제로 적용해볼 수 있게 되어 있다. 2년 단위로 묶여 시리즈로 구성된 라이트스팬 교재는 수학, 읽기 같은 국민학교 교과과정을 보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프로그램은 교실 뿐 아니라 가정이나 공공독서실의 TV를 통해서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대화형 TV가 일반화되기 전까지는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은 CD롬이나 인터넷으로 제공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정보가 오늘날 많은 공립학교가 직면한 예산축소, 폭력, 마약, 높은 중도탈락률, 유흥업소의 범람, 교육보다는 생존에 더 관심을 쏟는 교사 등의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도 두 팔을 걷어붙여야 할 것이다. 시급히 해결해댜 할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공립학교는 우리의 희망이기도 하다. 시내 공립학교에 다니는 대다수의 아이들이 못 먹고 못 입고 영어를 제대로 모르며 가진 기술도 별로 없어, 한마디로 미래가 암담해진 상황을 상상해보자. 1900년대 초반의 미국이 바로 그랬다. 수천만 명의 이민이 몰려들면서 대도시의 학교와 지역공동체는 바로 그런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그러나 그 세대와 그 다음 세대는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높은 생활수준을 이루어냈다. 미국의 학교가 당면한 문제는 결코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니다. 대단히 복잡한 문제일 따름이다. 지금도 상황이 반드시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파탄 일보 직전에 있는 학교가 하나라면, 아주 잘 운영되고 있는 학교는 아홉이다. 앞서 내가 든 예도 그런 학교들이다. 주제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이 문제를 깊숙이 건드릴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지역사회가 학교와 불량청소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또 실제로 해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인내심을 갖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부모도 자녀들의 학교생활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한다. 학교가 알아서 하겠지 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빗나가기 십상이다. 일단 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긍정적인 분위기만 마련되면 정보고속도로는 자라나는 세대의 교육수준을 예외없이 골고루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새로운 교수법과 좀더 다양한 선택을 제공할 것이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만들어진 수준높은 교과과정이 무료로 제공될 것이다. 개인투자가들은 그 수준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서 경쟁을 벌일 것이다. 새로운 투자가는 어쩌면 전, 현직 공립학교 교사들이 될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직접 사업에 뛰어들어 자신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검증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학교는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새로운 교사의 능력을 알아보고 그가 개발한 교수법의 효용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또한 가정에서도 부담없이 공부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부모는 다양한 학습단계 중에서 적당한 단계를 고를 수 있고 그 내용을 늘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를 이용한 공부는 컴퓨터로 할 수 없는 공부를 위한 도약대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장난감이나 도구를 손으로 직접 만져보아야 한다. 컴퓨터 화면을 통해 보는 화학반응 장면은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실습을 훌륭하게 지원할 수 있지만 실험을 직접 할 때의 그 생생한 느낌을 전해줄 수는 없다. 함께 일하는 법을 터득한다든지 하는 대인관계나 사회의식을 배우기 위해서는 자기들끼리 또는 어른들과 자주 어울릴 필요가 있다. 미래에 훌륭한 교사가 되려면 교사는 아이들에게 정보고속도로에서 정보를 효과적으로 찾는 법 이상의 것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교사는 언제 탐구하고 관찰하고 자극하고 논의할지를 그때 그때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교사는 인쇄된 글이나 말을 통해서도 여전히 아이의 발달을 도와야 할 것이다. 정보기술은 어디까지나 보조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좋은 교사는 학생에게 좋은 코치, 짝, 창조적 조언자, 세상과 이어주는 통신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에 연결된 컴퓨터는 세계를 설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계를 모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컴퓨터 모델을 만들거나 활용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교육적 잠재력을 갖고 있다. 여러 해 전에 애리조나주 투손에 있는 서니사이드 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학생들을 모아 현실 생활의 행동을 컴퓨터로 모의실험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학생들은 폭력조직에 뛰어든 행동의 암울한 결과를 수학적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모임의 활동에 고무받아 수학교과과정은 획기적으로 개편되었다. 학교당국은 교육이란 학생에게 옳은 답을 내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느 것이 옳은 답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과학수업은 특히 이런 컴퓨터 모의실험에 적합하다. 지금 아이들은 실제 산의 높이를 재어가면서 삼각법을 배운다. 추상적인 시험문제에서가 아니라 실제 두 꼭지점을 바탕으로 삼각측량을 하는 것이다. 생물학을 가르치는 컴퓨터 모델도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인기있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인 심라이프 는 진화과정을 모사한다. 아이들은 진화에 관한 사실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진화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반드시 어린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당신은 임의로 나무나 동물의 종류와 수를 결정한 다음 역시 당신 스스로 결정한 생태계 안에서 이것들이 어떻게 상효작용하면서 진화해가는지를 지켜볼 수 있다. 심라이프 를 만든 맥시스 소프트웨어는 심시티 라는 제품도 개발했는데 여기서는 도로, 공공교통수단 같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각종 도시기반시설을 동원하여 하나의 도시를 설계할 수 있다. 각자 가상공동체의 시장이나 도시계획국장이 되어 그 지역사회를 누가 가장 이상적으로 가꾸는가를 겨룰 수도 있다. 당신은 공장, 주택, 학교, 대학, 도서관, 박물관, 동물원, 병원, 교도소, 산책로, 고속도로, 다리, 심지어는 지하철까지 건설해야 한다. 당신은 도시의 팽창이나 화재 같은 재해에도 대처해야 한다. 대규모 토목공사도 벌여야 한다. 당신이 새로 공항을 짓는다거나 세금을 올려 가상의 도시를 변화시키면 그 변화는 가상의 사회에 당신이 예측할 수 있었던, 또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파급효과를 낳는다. 그것은 실제 세계의 구조를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다. 모의실험을 이용하면 이 세상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알아볼 수 있다. 아이들은 모의 우주선을 타고 태양계나 은하계를 여행할 수 있다. 생물학이나 도시설계, 우주탐사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도 컴퓨터 모의실험을 통해그 분야를 직접 탐구해보면 아마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과학을 이런 식으로 좀더 재미있게 가르치면 많은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것이다. 앞으로는 나이나 능력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이 정보를 눈으로 보고 정보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날씨를 공부하는 시간에는 가상적인 기상조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모의 기상위성사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은 바람의 속도가 시속 15마일 빨라지면 다음날 날씨는 어떻게 되는가? 라는 식의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컴퓨터는 예측된 결과를 모델화하여 가상의 날씨를 실감나게 표현할 것이다. 시뮬레이션 게임은 앞으로 엄청나게 발전하겠지만 지금도 뛰어난 시뮬레이션 게임은 가히 환상적이며 교육적 효과도 뛰어나다. 시뮬레이션이 현실을 완벽히 재현할 때 우리는 가상현실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언젠가는 학교마다 가상현실 장치나 공간이 마련될 것이다. 마치 지금 웬만한 학교에는 강당이나 시청각실이 다 마련되어 있듯이 말이다. 그 가상현실 장치를 통해 학생들은 어떤 장소나 대상, 또는 주제를 대화방식으로 탐구하면서 거기에 흠뻑 빠져들 것이다. 그러나 정보기술은 학생들을 소외시키지 않을 것이다. 교육적으로 가장 중요한 체험의 하나로 우리는 협동을 들 수 있다. 앞서가는 교실에서는 이미 컴퓨터와 통신 네트워크가 공동학습을 촉진시킴으로써 학생과 학생의 관계, 학생과 교사의 관계를 바꾸기 시작했다. 뉴욕 할렘의 랠프 번치 학교 교사들은 뉴욕 빈민가의 공립학교 학생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찾을 수 있다는 것과 세계 각지의 사람들과 펜팔을 할 수 있다는 것, 또 인근 칼럼비아 대학의 자원봉사 강사들과 통신을 할 수 있다는 것 등을 보여주기 위해 컴퓨터 지원 학습장치를 고안했다. 랠프 번치 학교는 미국 국민학교 중에서 인터넷의 월드 와이드 웨브에 가장 먼저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학생들이 손수 만든 이 학교의 홈페이지에는 학교신문, 학생들의 특별활동, 기초 스페인어 공부 같은 다양한 주제가 마련되어 있어 관심사에 따라 여러 가지 통로로 접속할 수 있다. 특히 대학에서는 인터넷이 학술연구를 크게 돕고 있다. 멀리 떨어진 연구기관과 개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컴퓨터 혁명은 늘 대학에서 먼저 이루어졌다. 지금도 새로운 컴퓨터 기술로 나아가는 첨단연구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대학들이 여러 곳 있다. 많은 대학이 대규모 컴퓨터 시설을 통해 학생들의 연구와 과제 처리를 돕고 있다. 인터넷의 월드 와이드 웨브에 올라 있는 가장 흥미있는 홈페이지 중에는 세계 각지의 대학들이 개설한 것이 적지 않다. 일부 대학에서는 좀더 한정된 범위에서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다. 워싱턴 대학의 경우 일부 강의의 일정표와 과제물은 월드 와이드 웨브를 통해 공고되고 있다. 강의록도 월드 와이드 웨브에 무료로 공개될 때가 많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과 비교하면 꿈같기만 한 이야기다. 어떤 대학의 경우 영어교수가 학생들에게 모두 전자우편 주소를 가질 것과 수업과는 별도로 토론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강의시간에 보여준 성실성과 리포트 말고도 이런 전자우편 토론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했는지도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전세계의 많은 대학생들이 이미 전자우편의 효용성에 눈뜨고 있다. 공부에 필요해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먼 대학에 다니는 고등학교 동창이나 가족, 친구와 저렴한 비용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일 수도 있다. 대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의 전자우편 이용률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자녀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고학년 학생들에게 인터넷 이용을 허용하는 국민학교도 생겨나고 있다. 내가 다녔던 레이크사이드 국민학교도 현재 인터넷에 접속되어 있다. 아이들은 온라인 정보를 마음껏 섭렵할 수 있고 국내는 물론 국제전자우편도 주고받을 수 있다. 레이크사이드 학교의 재학생 거의 전원이 전자우편을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는 학생 전체가 12주 동안 무려 259,587의 메시지를 받은 적도 있다. 학생 한 명이 1주일에 평균 30개의 메시지를 받았다는 소리다. 그 12주 동안 인터넷에서 온 메시지는 모두 49,000개였고 학생들이 보낸 메시지는 약 7,200개였다. 학교당국은 어떤 학생이 몇 개의 메시지를 받았는지 그 메시지의 내용이 무엇인지 모른다. 학교 공부나 활동에 관계된 전자우편도 있겠지만 인터넷에서 온 내용을 포함하여 상당수의 메시지는 학교생활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학교측에서는 이것을 전자우편 시스템의 악용으로 보지 않고 또 하나의 학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컴퓨터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장거리통신을 이용하여 다른 문화권의 학생들로부터 다른 문화를 배우고 세계 각지의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5대양 6대주에 흩어진 많은 학생들이 배움의 고리 라는 이름으로 이미 연결되고 있다. 배움의 고리는 학생들이 특정한 주제를 멀리 떨어진 다른 학생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게 해준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서독학생들은 이 사건을 놓고 다른 나라 학생들과 토론할 수 있었다. 포경업을 공부하던 한 배움의 고리에는 아직도 고래를 주식으로 삼는 알래스카의 이누이트족 학생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그 일을 계기로 많은 학생들이 이누이트족의 생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중에는 이누이트 족장에게 배움의 고리를 위한 강연을 부탁하기도 했다. 컴퓨터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학생들을 위한 야심찬 계획의 하나가 바로 앨 고어 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글로브(GLOBE) 계획이다. GLOBE는 Global Learning and Observation to Benefit the Environment(환경에 기여하는 범세계적인 학습과 관찰)의 약자다. 이 사업은 각국 정부와 많은 민간인의 지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지의 국민학생들에게 지구에 관한 정보를 모으게 한다는 것이 이 사업의 골자다. 아이들은 기온이나 강우량 같은 통계자료를 정기적으로 수집하여 인터넷이나 인공위성을 통해 메릴랜드에 있는 미국 대양대기국의 중앙 데이터베이스에 보낸다. 대양대기국에서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지구의 합성사진을 만들어낸다. 그 합성사진은 다시 학생, 과학자, 일반인이 받아볼 수 있게 된다. 어린 학생들이 수집한 이런 데이터에 어느 만큼의 과학적 가치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데이터를 수집하고 합성사진을 보는 과정에서 세계 각국의 수많은 아이들이 지구촌 차원의 협동과 통신, 그리고 환경문제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학생이 아닌 전세계의 일반인에게도 교육의 문호를 개방할 것이다. 누구든지 최고의 교수가 가르치는 최고의 강의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직업훈련이나 연수를 비롯한 성인교육을 좀더 쉽게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다. 많은 학부모, 전문인, 지역사회의 지도자나 정치인이 많지 않은 시간이라도 그 교육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그것은 매우 실용적이며 경제적일 것이다. 또한 화상회의 시설을 통해 식견있는 많은 인사들이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토론을 개최할 수 있을 것이고 또 거기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정보에 무제한으로 접근하게 해도 좋을 것인가 하는 것은 학교와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정책적인 문제다. 인터넷의 규제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앞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학생들이 PC 지갑을 들고 수업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해야 할 것인가? 집단토론시간에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자료를 찾아볼 수 있도록 허용해샤 할 것인가? 허용한다면 어느 만큼의 자유를 허용할 것인가? 모르는 단어를 PC 지갑에 서 찾아볼 수 있게 해야 하는가? 부모들이 윤리적, 사회적, 또는 정치적 이유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정보에 학생들의 접근을 허락할 것인가? 수업시간에 서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는가? 모든 학생의 컴퓨터를 임의로 검열할 수 있는 권한을 교사에게 부여해야 하는가? 정보에 무제한으로 접근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확실히 단언할 수 없지만 단점보다는 아마 장점이 많을 것이다. 학교공부를 재미있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도 실은 교실 바깥에서 배우는 내용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었다. 좀더 일찍 내가 그 풍부한 정보에 접할 수 있었더라면 나의 인생은 또 얼마나 달라졌을까? 정보고속도로는 교육의 초점을 제도에서 개인으로 옮겨놓을 것이다. 그리고 교육의 근본적인 목적은 학위를 취득하는 것에서 평생토록 배우는 즐거움으로 바뀔 것이다. 제10장 집은 우주의 중심 PLUGGED IN AT HOME 정보고속도로가 사람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정이 너무 쾌적하고 편하다 보니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설 생각을 안하고 개인의 밀실에만 틀어박히리라는 우려다. 나는 그렇게 되리라고 보지 않는다. 이 장 말미에서 내가 지금 짓고 있는 집을 소개하면 그 이유를 독자들도 납득하게 될 것이다. 지금 짓고 있는 집이 언제 완성될는지 지금으로선 장담할 수 없지만 그 집에 관해서 머릿속으로 구상하는 데에는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안에는 소극장이라든지 주문형 비디오 시스탬 같은 각종 편의시설들이 갖추어질 것이다. 정말로 살기에 편한 집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집에서 은거할 생각은 없다. 나처럼 갖가지 오락설비를 집에 설치란 다른 사람들도 여전히 극장을 가고 공원, 박물관, 상점을 출입할 것이다. 행동주의자들이 말하듯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정보고속도로가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집에서 오락을 즐기고 통신을 하고 업무를 볼 수 있게 해줄 것이므로 집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집 안팎에서 보내는 활동량의 비율은 달라질지 몰라도 사람들은 하루 중의 상당 시간을 집 밖에서 보내기로 마음먹을 것이다. 1장에서 나는 결국은 실현되지 않은 섬뜩한 반문화적 예언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다. 좀더 최근으로 내려와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앞으로는 극장이 사라지고 모든 사람이 집에서 새로운 문명의 이기인 TV만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비디오가 등장하자 다시 극장이 문을 닫을 거라고 섣부른 예상들을 내놓았다.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주차료를 물고 아기를 돈 주고 맡기고 비싼 음료수와 초콜릿을 사들고 낯모르는 사람들 틈에 섞여 어두컴컴한 공간에 앉아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미있는 영화가 개봉되면 극장은 여전히 사람들로 미어터진다. 나도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관에도 자주 가는 편이다. 1주일에 한 번꼴로 간다. 정보고속도로가 생겨도 나의 그런 버릇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통신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멀리 떨어져 사는 친구나 친척과 지금보다 편하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멀리 떨어져 지내는 사람과 우정을 돈독히 유지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일 때가 있다. 나만 하더라도 멀리 떨어진 도시에 사는 여자와 사귄 적이 있었는데, 우리는 전자우편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적이 많았다. 그리고 우리 식으로 함께 영화를 보는 방법도 개발했다. 두 도시에서 같이 상영되고 있는 영화를 일단 찾은 다음 우리는 차를 몰고 각각의 영화관으로 간다. 휴대폰으로 사랑의 밀어를 나누면서, 영화를 본 다음에는 다시 휴대폰을 통해 영화에 대한 감상을 서로 주고받는다. 앞으로는 이런 종류의 가상 데이트 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영화관람이 화상회의장치와 결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브리지 게임(카드놀이의 일종-7장의 카드 맞추기 게임으로 같은 종류의 연속번호나 같은 숫자의 짝을 만들어 점수를 얻는다)을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서 하고 있다. 이 시스템에서 경기자들은 경기자 이외에 어떤 사람들이 게임에 들어오고 싶어하는지도 알 수 있다. 대기실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기자는 자신의 성, 머리모양, 체형 따위를 다른 경기자들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대로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 처음 온라인 브리지 게임에 접속했을 때 나는 게임이 시작되는 시간에 늦어 허둥거려야 했다. 그러다 보니 나의 전자 외모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친구들과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되었을 때 친구들이 일제히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내가 대머리에 벌거벗고 있다는 것이었다(화면에는 상반신만 표현된다). 물론 실제의 내 모습이 친구들의 모니터에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앞으로는 화상 및 음성 정보도 주고받을 수 있겠지만). 그러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나는 마치 친구들과 한 방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정보고속도로는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와 쉽게 연락할 수 있게 해줄뿐 아니라 새로운 동료를 찾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네트워크를 통해서 맺어진 우정은 자연스럽게 직접적인 만남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가 좋아할 수 있는 사람과 만날 수 있는 방식은 지금은 아주 제한되어 있지만 네트워크는 그것도 바꾸어놓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과는 다른방식으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우리 생활에는 생기가 감돌 것이다. 당신이 누군가와 브리지 게임을 하고 싶다고 가정해보자. 정보고속도로는 당신과 실력이 비슷한 사람을 한 동네에서 혹은 다른 도시, 다른 나라에서 찾아줄 것이다.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게임을 한다는 발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체스 경기자들은 오래 전부터 우편을 통해 한 번에 말을 하나씩 움직이는 방법으로 시합을 해왔다. 그러나 차이점은 있다. 정보고속도로는 관심사와 실력이 비슷한 사람을 쉽게 찾아줄 것이다. 또 한가지의 차이는 브리지건 비디오 게임이건 당신이 시합을 하는 동안 다른 경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앞서 논의한 새로운 DSVD는 일반전화선을 이용해 컴퓨터 모니터로 시합을 지켜보면서도 다른 경기자들과 음성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할 것이다. 원탁에 모여앉아 카드놀이를 하듯이 친한 사람들과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게임을 즐기는 것은 승부를 겨룬다는 점에서도 재미있지만 우정을 돈독히 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중간 중간에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게임은 더욱 즐거울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다중사용자 게임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당신은 혼자서 혹은 친구 몇사람과, 심지어는 수천 명과도 게임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허락만 받으면 당신은 함께 게임을 즐기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를 찾아내서 그가 시합하는 모습을 지켜보든가, 그로부터 가르침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은 친구들과 정보고속도로에서 게임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켄징턴 공원 같은 실제 장소나 혹은 어떤 가상 공간에서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은 근사한 곳에서 전통적인 게임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가상의 공간을 탐색하는 것이 게임의 일부로 포함된 그런 새로운 게임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노련한 투자전문가로 잘 알려진 워렌 버핏은 나와 가깝게 지내는 친구다. 여러 해 전부터 나는 어떻게 하면 이 친구를 컴퓨터의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고심해왔다. 그는 도통 컴퓨터에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온라인 서비스망을 통해 거리상 멀리떨어져 있는 친구들과 브리지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부터 컴퓨터에 관심을 보였다. 처음 여섯 달 동안 그는 퇴근하기가 무섭게 집에서 몇시간씩 통신 브리지 게임을 즐겼다. 기계라면 일부러 피해 다니던 워렌이었지만 일단 컴퓨터에 재미를 붙이자 컴퓨터 앞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지금은 워렌이 나보다 온라인 브리지 게임을 더 즐긴다. 현재의 시스템은 참가자의 실제 모습, 나이, 성별, 이름을 꼬치꼬치 묻지 않는다. 워렌과는 달리 대부분의 브리지 게임 참가자는 아이들이나 은퇴한 노인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이 시스템에는 아이가 온라인 서비스를 무한정 받을 수 없도록 제한선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어야 한다. 온라인 컴퓨터 게임 시장은 앞으로 급속히 확대될 것이다. 우리는 카드놀이에서부터 행동이 가미된 모험, 역할 게임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게임 레퍼토리를 접할 수 있을 것이고 그중에서 우리가 원하는 게임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매체를 위해 특별히 고안된 새로운 형태의 게임들이 쏟아질 것이다. 상금을 놓고 겨루는 시합도 있을 것이다. 때로 유명인이나 전문가가 이 시스템에 등장하여 게임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도 있을 것이고 그들과 직접 게임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청자가 피드백을 보낼 수 있게 되면 TV 게임 프로도 새로운 차원으로 전개될 것이다. 시청자들은 표결에 참여하고 그 결과를 바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과거의 생방송 프로에서 자주 쓰이던 박수측정기계처럼 말이다.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순위가 시청자들의 그런 반응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앤서 TV 같은 기업에서는 이미 대화형 TV 게임을 위해 특수하게 만들어진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지만, 아직은 이런 종류의 응용 소프트웨어가 하나뿐이라서 많은 수익을 올리지는 못하고 있다. 당신은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TV 프로와 통신을 하고 싶다고 해서 따로 특수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미래의 퀴즈프로는 시청자들이 집에서 시합에 참여할 수 있도록 편성될 것이고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상금을 우송할 것이다. 방송국측에서는 프로를 자주 보는 시청자들에게 특별한 상을 준다든가 게임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도박도 정보고속도로에서 새로운 형태로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라스베이거스, 리노, 어틀랜틱 시티의 도박산업은 어마어마한 규모다. 도박산업은 모나코라는 조그만 나라를 먹여살린다. 카지노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린다. 도박을 하는 사람들은 통계적으로는 자기들이 불리해도 이기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대학에 다닐 때 나는 포커를 즐겼다. 포커에서는 운보다는 실력이 많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라스베이거스에서 블랙잭을 몇번 해본 적이 있지만 운이 많이 좌우하는 도박에는 사실 관심이 별로 없다. 돈보다는 도박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승자에게 하루에 몇시간씩을 상으로 주는 그런 도박이 있다면 나는 당장 거기에 빠져들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도박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초창기의 전보나 그보다 뒤에 나온 전신수신기는 경마의 결과를 빠르게 알려주는 데 기여했다. 위성 TV 방송은 장외도박을 가능케 했다. 슬롯 머신의 구조는 처음에는 기계식 계산기를 본떴다가 지금은 컴퓨터를 흉내내고 있다. 정보고속도로는 합법적, 비합법적 도박 모두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승률을 서버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며 전자우편을 통해 돈을 걸 수 있을 것이다. 판돈과 딴 돈은 모두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오갈 것이다. 도박은 규제가 심한 산업이어서 앞으로 정보고속도로에서 어떤 종류의 도박이 허용될지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무료한 시간을 때워야 하는 비행기 탑승객끼리 도박을 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도박은 당신이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숨김없이 공개해야 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 덕분에 사람들은 다양한 대상과 도박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법에 저촉되지 않은 경우 정보고속도로에서 도박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당신은 집에서 생생한 화면은 통해 경마, 개경주, 그밖의 흥미진진한 시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장의 뜨거운 열기를 웬만큼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각국 정부에서는 복권판매로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는 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복권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가 깔리면 지금보다 도박을 규제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는 정보고속도로 특유의 장점을 이용하여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집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신은 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하여 동네 스키 클럽에 가입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새로운 스키 장비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스키 전문지를 구독하고 있을 수도 있다. 앞으로 당신은 정보고속도로에서 이런 모임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정보고속도로는 날씨에 관한 정보를 그때 그때 알려줄 뿐 아니라 당신이 스키 애호가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길을 제공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사람들이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더 풍부해진다. 전술한 정보고속도로 스키 모임을 예로 들어보자. 그곳에는 전세계의 스키 애호가들이 적어도 가끔씩은 참여할 것이다. 얼마 안 가서 정보고속도로에는 스키에 관한 세계의 일급 정보가 집결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정보고속도로에서 다양한 코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뮌헨 근교의 일류 스키장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키 관련제품에 대한 최신 뉴스와 광고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스키 대회나 스키장을 비디오에 담아 네트워크에 올리면 많은 사람이 그것을 함께 볼 수 있을 것이다. 스키에 관한 책을 누구나 훑어볼 수 있을 것이다. 스키를 안전하게 타기 위한 요령과 스키장 이용객이 지켜야 할 수칙도 거기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강습 비디오도 즉각 구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멀티미디어 문서들은 유료로 또는 무료로, 개인에게 또는 몇백 명에게 한꺼번에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스키에 관심이 있다면 정보고속도로에 마련된 스키 모임을 반드시 이용하게 될 것이다. 어려운 코스를 타기 전에 좀더 훈련을 쌓고 싶다고 하자. 당신과 키, 체중, 나이가 비슷하고, 연습도 하면서 체중도 빼겠다는 비슷한 목적을 가진 사람을 정보고속도로에서 십여 명 정도 찾아내어 같이 훈련한다면 훈련이 한층 즐거울 것이다. 비슷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서 강습을 받을 테니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래도 불편하다면 당신의 비디오 카메라를 끄면 된다. 이 모임의 구성원들은 함께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함께 훈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스키 모임은 규모도 크고 비교적 정의내리기도 쉽다. 정보고속도로에서는 아무리 자잘한 것일지라도 당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정보와 거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베를린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정보고속도로는 베를린에 관한 풍부한 역사적, 사회적 정보와 구경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나아가 그곳에서 함께 다닐 수 있는 사람을 찾아줄 것이다. 데이터베이스에 자신이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를 적어내라는 요청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면 소프트웨어가 그 정보를 분석할 것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당신이 만나면 즐거워할 사람들까지 소개할 것이다. 당신이 베네치아의 유리 서진들을 수집하고 있다면 당신은 같은 취미를 가진 세계 각지의 사람들과 동호회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동호인 중 베를린에 사는 사람이 당신에게 자신의 소장품을 보여주고 싶어하여 당신이 베를린에 가기로 했다고 가정하자. 당신이 열 살 난 딸을 데리고 그곳에 갈 예정이라면, 당신은 당신과 언어가 통하고 열 살 난 자식이 있으며 당신이 베를린에 있는 동안 함께 다녀줄 의향이 있는 사람이 혹시 베를린에 있는지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을 두세 사람이라도 찾아냈다면 당신은 이미 관심사가 일치하는 소모임-설령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지라도-을 만든 셈이다. 나는 최근 아프리카에 가서 침팬지 사진을 찍은 일이 있다. 정보고속도로가 지금 완성되어 있다면 나는 나와 같은 사파리를 다녀온 사람 중에서 사진을 교환하고 싶은 사람이 없는지 문의할 수 있을 것이다. 교환을 원하는 사람은 내가 침팬지 사진을 공개한 전자게시판에다 자신이 가진 사진을 띄워야 한다. 나는 교환할 사진이 있는 사람만 접근할 수 있도록 전자게시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인터넷에는 수많은 뉴스 집단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온라인 서비스 광장이 개설되어 작은 공동체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인터넷에는 alt.agriculture.fruit, alt.animals.raccoons, alt.asian-movies, alt.coffee, bionet-bioogy.cardiovascular, soc.religion.islam, talk.philosophy.misc와 같은 토론집단이 텍스트에 기반을 두고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제들만 하더라도 포괄적인 편이다. 앞으로는 이것보다 훨씬 세분화된 주제를 논의하는 토론집단이 많이 등장할 것이다. 어떤 모임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어 운영되겠지만 어떤 모임은 전세계인에게 문호를 개방할 것이다. 사람들은 지금의 전화기와 마찬가지로 그런 무수히 많은 토론집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당신은 먼저 일반적인 주제를 논의하는 집단에서 출발하여 점점 세분화된 토론집단으로 좁혀 들어갈 것이다. 가령 각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에 대해서 토의하는 모임이 생겨날 수 있다. 때때로 나는 사무실 근처의 도로에 있는 빨간불이 지나치게 오래 가는 신호등 앞에서 짜증을 느낄 때가 있다. 나는 교통신호 등을 관리하는 담당자에게 신호등 점멸시간이 적절하지 않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낼 수 있겠지만 그 편지 한 통만으로는 담당자는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나와 비슷한 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다면 나는 그들과 함께 시청에 강한 불만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근무지가 비슷한 사람들이나 공공문제를 논의하는 게시판에 교차로 지도를 부기하여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띄울 수 있을 것이다. 오전 러시아워에는 이 네거리에서 좌회전하는 차량이 거의 없습니다. 좌회전 신호가 짧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 안 계십니까? 내 의견에 공감하는 사람은 나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시청을 상대로 좀더 힘있게 싸울 수 있다. 온라인 공동체의 비중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알고 싶은 정보가 있을때마다 먼저 정보고속도로를 찾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인기있는 것을 알고 싶어한다. 친구들이 어떤 영화를 보고 있는지, 남들이 흥미를 느끼는 뉴스는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한다. 오후에 누군가와 약속이 있을 때 나는 그 사람과 화젯거리를 공유하기 위해 미리 신문 머릿기사 를 읽곤 한다. 당신은 정보 네트워크에서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의 네트워크 모임은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새로운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온라인 모임이 활성화되면서 몇몇 기관들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이미 의사와 의학 연구자들은 네트워크에서 자신과 똑같은 중병을 앓고 있는 다른 환자들의 기록을 검토하고 다양한 의학정보를 입수한 환자들과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잘못된 진료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진료에 관한 소문은 이 정보 네트워크에서 빠르게 퍼진다. 약물치료를 받은 어떤 환자들은 같은 약을 복용한 다른 환자들과 연락을 취해 자신들이 복용한 약물이 실제 약물이 아니라는 사실과 자신들이 위약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대상으로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당장 병원측에 항의하여 다른 치료를 받았다. 의학발전에는 걸림돌이 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 목숨을 구하려고 애쓰는 환자들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쏟아지는 정보의 영향을 받을 사람은 의학 연구자들만이 아니다. 집에 있는 정보가전품을 통해 자기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찾아보겠다고 우기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한판 싸움도 예상해볼 수 있다. 이미 아이들이 볼 수 있는 내용을 부모가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등급제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보산업 관계자들이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지 못하면 이것은 중요한 정치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파생되는 문제보다는 이득이 더 많을 것이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우리의 선택폭도 넓어진다. 지금은 자기가 좋아하는 쇼프로의 방송시간에 맞추어 저녁시간을 짜야 하지만, 일단 주문형 비디오 시청이 가능해지면 우리가 보고 싶은 프로를 언제든지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방송사가 정한 시간보다는 가족이나 친구와 오붓하게 만날 수 있는 시간에 더 무게중심을 두게 될 것이다. 전화가 등장하기 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공동체를 자기가 사는 동네로만 알았다. 거의 모든 일을 옆에 붙어 사는 이웃들하고만 처리했다. 전화와 자동차는 우리의 행동반경을 넓혀놓았다. 1세기 전에 비하면 우리가 사람을 직접 만나는 빈도는 확실히 줄어들었다. 편리한 전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고립되어가는 것은 아니다. 전화기는 대화를 통해 사람을 자주 만나게 함으로써 사람들 사이를 더욱 가깝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때로는 귀찮을 정도로 전화가 자주 걸려올 때도 있다. 앞으로 10년만 지나면 당신은 모르는 사람의 전화를 받거나 잘못 걸려온 전화를 받았던 시절이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질 것이다. 휴대폰, 삐삐, 팩시밀리는 이미 비즈니스맨으로 하여금 전에는 판단할 필요가 없었던 일에 대해 명확한 결정을 내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집에서 문서를 전송받거나 길에서 전화를 받을지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없었다. 집이나 차 안으로 들어가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 때문에 당신은 이제 언제 어디서건 연락을 받을 것인지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미래에는 어디에서든 업무를 볼 수 있고 누구하고든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으므로 당신은 누구를, 또 어떤 정보를 당신의 삶에 끼워넣을 것인지 쉽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진입이 허용되는 대상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당신은 가정-또는 당신이 선택한 공간을 당신만의 성역으로 가꿀 수 있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전화, 멀티미디어 문서, 전자우편, 광고, 심지어는 뉴스에 이르기까지 당신에게 들어온 모든 정보를 미리 걸러낼 것이다. 당신이 인정한 사람만이 당신의 전자사서함에 들어오거나 전화를 걸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당신은 어떤 사람에게는 전자우편만을 허용하고 전화를 못 걸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당신이 바쁘지 않은 시간에만 전화 거는 것을 허용하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전화를 걸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매일같이 쏟아져 들어오는 수천 개의 광고는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표가 매진된 공연의 입장권을 구하려고 애쓸 때에는 그 결과를 조속히 알고 싶을 것이다. 유입되는 통신에는 광고, 인사장, 문의, 공고, 업무에 관련된 문서, 청구서 등이 유형별, 발신원별로 꼬리표가 붙을 것이다. 당신은 구체적인 수신원칙을 세울 것이다. 또 식사중에 전화를 걸어도 되는 사람, 운전중에 전화를 걸어도 되는 사람, 휴가지로 전화를 걸어도 되는 사람, 혹은 한밤중에 당신을 깨워도 되는 전화나 메시지의 종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범주를 얼마든지 세분화할 수 있고 또 필요하다면 기준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 전화번호를 공개하면 그것이 돌고 돌아 불필요한 전화가 마구 걸려오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당신이 환영하는 사람의 명단을 만들어둘 것이다. 그 명단은 다시 당신의 호감도에 따라 분류될 것이다. 그 명단에 오르지 않은 사람이 당신에게 전화를 걸려고 할 경우, 그는 명단에 오른 사람 중에서도 어떤 사람은 호감도를 높일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아예 명단에서 뺄 수도 있다. 명단에서 누락된 사람이 당신의 관심을 다시 끌고자 할 경우 그는 8장에서 설명한 바 있는 유료 메시지를 보내야 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건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집은 그 기능과 구조가 달라질 것이다. 컴퓨터가 제어하는 다양한 크기의 시설물이 설계도에 포함될 것이다. 집 안에 요소와 요소를 연결하는 통신선이 깔리고 반사광과 눈부심을 방지하기 위해 창문과의 각도 등을 세심히 신경쓴 스크린이 설치될 것이다. 정보가전품이 정보고속도로와 연결되면 사전, 스테레오, 콤팩트 디스크, 팩시밀리, 파일함, 음반이나 영수증 보관함 같은 덩치 큰 물건들은 보관할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이런 여러 가지 물건들은 언제든지 검색이 가능한 디지털 정보에게 자리를 내줄 것이다. 심지어는 사진도 액자에 담아 보관하지 않고 디지털 방식으로 저장하여 보고 싶을 때에는 화면으로 불러내어 보게 될 것이다. 나는 이 점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현재 내가 들어가 살 집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나는 다가올 미래세계를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려보려고 노력한다. 나는 조금이라도 앞서 갈 수 있는 집을 짓고 싶다. 내가 짓고 있는 집에 대해서 설명을 하면 사람들은 때때로 나에게 묻는다. 정말로 그런 집을 지을 생각입니까? 집을 짓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하는 것처럼 나도 내 집이 주위환경과 그 안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요구와 조화를 이루었으면 좋겠다. 나는 또 건축미도 뛰어난 집을 짓고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편안한 집을 만들고 싶다. 그곳은 나와 가족이 생활할 공간이다. 집은 가까운 친구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나의 집은 목재, 유리, 콘크리트, 돌로 되어 있다. 산허리에 자리잡고 있어 전망이 좋다. 창이란 창은 모두 워싱턴 호수와 그 너머 시애틀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곳에 냈다. 거기서 바라보는 저녁 노을과 올림픽산의 경치는 가히 환상적이다. 나의 집은 또한 실리콘과 소프트웨어로 되어 있다. 실리콘 마이크로포로세서와 메모리 칩, 그리고 그것을 쓸모있게 하는 소프트웨어가 앞으로 몇년 안에 수백만 가구에 연결될 정보고속도로의 특성을 부분적으로 구현하게 될 것이다. 내가 이용하게 될 기술은 아직은 실험단계에 있지만 시간이 좀더 흐르면 그중의 상당부분이 폭넓게 보급되고 가격도 저렴해질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집에서 활용할 기술은 정보고속도로의 응용 소프트웨어들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수많은 사람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나 같은 개인 정보고속도로 소유자는 말하자면 자기 혼자만 전화기를 가진 사람과도 같다. 정말로 흥미로운 정보고속도로는 다양한 정보를 흡수하고 만들어낼 능력이 있는 수천만, 수억의 사람이 참여할 때 탄생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함께 통신을 하면서 공통된 관심분야를 탐구하고 고화질 비디오를 비롯한 다채로운 멀티미디어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정보고속도로는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집에다 설치하고 있는 첨단설비는 오락용 소프트웨어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난방, 조명, 온도, 습도, 보안 등의 실생활을 총체적으로 지원한다. 이 기술은 우리가 지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낡은 형태들을 몰아낼 것이다. 불과 몇세대 전의 사람들만 하더라도 집집마다 전등, 수세식 화장실, 전화기, 에어컨이 놓이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의 목표는 편안하고 즐겁고 쾌적한 분위기로 창조성을 자극하고 오락을 제공하는 집을 짓는 것이다. 이런 나의 욕심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나보다 앞서 나와 비슷한 실험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1925년 언론계의 거두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는 캘리포니아주 샌시미언에 있는 그의 대저택으로 이주한 뒤 거기에 최첨단설비를 갖추기로 마음먹었다. 라디오 수신기로 방송을 정확히 잡기가 아주 까다롭고 시간을 잡아먹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허스트는 샌시미언 저택의 지하실에 여러 대의 라디오를 설치하고 각각 다른 방송국에 미리 맞춰놓았다. 스피커 선은 3층에 있는 허스트의 방으로 연결해 15세기에 만들어진 참나무 장에 있었다. 당시로서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지금은 카 라디오로도 누구나 할 수 있는데 말이다. 미국 서해안의 명물인 허스트의 저택을 나의 집과 비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가 그 집을 예로 든 것은 내가 집을 지으면서 염두에 두는 기술혁신이 허스트가 집을 지으면서 생각한 기술혁신과 그 본질이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간단한 조작으로 뉴스와 오락을 동시에 즐기고 싶어했다. 나 역시 그러고 싶다. 내가 새 집을 짓기로 마음먹은 것은 1980년대 말 무렵이다. 나는 첨단적이면서도 너무 튀지 않는 중후한 집을 짓고 싶었다. 새롭게 변화하는 첨단기술을 수용하면서도 기술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어디까지나 사람을 위해서 봉사하는 그런 티 안 나는 집을 짓고 싶었다. 기술이 사람 위에 군림하는 그런 집은 싫었다. 원래 그 집은 독신자가 살기에 적합한 곳으로 만들 작정이었지만 멜린다와 결혼을 하면서우리는 가족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개념을 바꾸었다. 가령 주방을 한층 실용적으로 꾸민 것이 좋은 예다. 그러나 거기에 설치되는 가전제품은 웬만큼 여유있는 가정의 주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나의 아내는 또 내가 훌륭한 서재를 갖고 있지만 자기가 일할 수 있는 공간은 없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그래서 나는 아내를 위한 작업공간도 추가했다. 내가 워싱턴 호수 기슭에 거처를 마련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 출퇴근하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1990년 내빈용 숙소 공사가 먼저 시작되었다. 1992년에는 본채를 위한 기초공사가 시작되었다. 그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엄청난 양의 콘크리트가 들어갔다. 시애틀은 캘리포니아만큼이나 위험한 지진지대이기 때문이다. 살림공간은 여느 저택에 비해 크게 넓은 편이 아니다. TV를 보고 음악을 듣는 공간은 다소 여유있게 잡았다. 한 백 명은 너끈히 식사할 수 있게 홀도 널찍하게 만들었다. 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신입사원이나 인턴 사원을 위해 자주 단합대회를 여는 편이다. 내가 짓는 집에는 또 소극장과, 풀, 운동실도 마련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수상 스키를 즐길 수 있도록 관련 시설도 마련할 생각이다. 우리 집을 찾아오는 손님은 부드럽게 휘도는 진입로를 따라 서서히 집으로 들어서는 동안 단풍나무와 오리나무, 그리고 군데군데 전나무가 들어선 숲을 통과하게 될 것이다. 여러 해 전에 나는 벌목지대의 바닥에서 썩고 있던 낙엽과 가지를 모아다가 집 주변에다 뿌려두었다. 지금은 온갖 종류의 신기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앞으로 몇십 년 뒤에 숲이 무성해지면 전나무가 이 일대를 뒤덮게 될 것이다. 20세기 초반에 대량으로 벌채되기 전에는 전나무가 이곳의 터주대감이었다. 차를 빙글 돌려 집 어귀에 당도하면 현관문이 보인다. 그러나 집은 일부밖에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그곳이 꼭대기 층이기 때문이다. 집으로 들어가면 먼저 당신에게 전자 핀이 제공된다. 당신은 그 전자 핀을 옷에 꽂는다. 이 핀은 당신을 집 안의 전자 서비스 장치에 연결해준다. 이어서 당신은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하여 전나무 기둥이 받치고 있는 유리 천장을 따라 물가로 곧장 내려간다. 그 집에는 그대로 노출된 수평 들보와 수직 기둥이 많다. 당신은 호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당신이 1층으로 내려가면서 전자 핀이 아니라 호수의 경치와 전나무에 매료되기를 바란다. 목재의 대부분은 80년 전에 컬럼비아 강가에 세워진 한 제재소를 헐어 가져온 것이다. 거의 100년 전에 벌채된 그 나무들은 키가 100미터가 넘고 둘레도 3,4미터나 되었다. 전나무는 세계에서 가장 무겁고 단단한 나무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새로 벌채한 전나무들은 들보로 가공하기 위하여 제재소에서 잘라보면 쩍쩍 갈라져나간다. 기껏해야 수령이 70년밖에 안되며 속이 옹골차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날에 벌채한 500년 수령의 나무들은 목재의 질이 한결 뛰어나다. 수령이 오래된 전나무들은 이제 거의 모두 베어졌고 그나마 남아 있는 것은 보호해야 할 판이다. 다시 쓸 수 있는 고목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는 운이 좋았다. 당신이 내려가면서 지나갈 두 층의 개인생활공간은 전나무 들보가 지탱한다. 프라이버시는 중요하다. 나는 손님들이 자기 집처럼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그런 집을 만들고 싶다. 층계 밑까지 내려오면 오른편에는 극장이 있고 왼편에는 남향으로 홀이 있다. 홀 안으로 걸어들어가면 오른쪽에 유리문들이 나란히 붙어 있다. 이 문을 열면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테라스로 나갈 수 있다. 동쪽 벽에는 40인치 비디오 모니터가 가로 6개 세로 4개 해서 총 스물네 개 배열돼 있다. 이 모니터들은 공연이나 오락, 업무에 활용될 것으로, 공동으로 대형화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 원래 나는 이 모니터들을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나무처럼 보이게 만들 작정이었다. 모니터 하나하나가 주변의 나뭇결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도록 말이다. 불행히도 현재의 기술수준으로는 그런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모니터는 빛을 내뿜는 반면 실제 나무는 빛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나는 모니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나무판 뒤로 사라지게 만드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당신이 꽂고 다닐 전자 핀은 당신이 누구고 어디에 있는지를 집에게 알려줄 것이다. 집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당신의 요구를 들어주고 심지어는 당신의 요구를 미리 앞질러 헤아리기까지 할 것이다. 그것도 티를 내지 않으면서 말이다. 언젠가는 전자 핀이 아니라 시각인식 능력을 사진 카메라 시스템이 그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은 먼 훗날의 이야기다. 밖이 어두워지면 전자 핀은 이동조명장치를 작동시킬 것이다. 사람이 없는 방은 불이 켜지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복도를 걸어가면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몇발자국 앞의 불이 환하게 켜지고 몇발자국 뒤의 불은 꺼질 것이다. 음악도 당신을 따라 움직일 것이다. 마치 온 집 안에 흐르는 음악처럼 들리겠지만 사실 그 집에 있는 나머지 사람들은 다른 음악을 듣고 있거나 아예 음악을 듣고 있지 않을 것이다. 영화나 뉴스도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당신을 따라다닐 수 있다. 당신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당신에게서 가장 가까운 전화기에서만 벨이 울린다. 기술은 당신의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그저 알게 모르게 당신을 옆에서 도와줄 것이다. 리모콘을 들고 다니면 좀더 편리하게 집 안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리모콘은 전자 핀의 능력을 확대시킬 것이다. 리모콘은 집에다 당신의 신원과 위치를 알려줄 뿐 아니라 당신이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할 것이다. 당신은 리모콘을 써서 방 안에 있는 모니터를 작동시켜 필요한 내용을 검색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수많은 그림, 음악, 영화, TV 프로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정보를 고르는 방법도 다양할 것이다. 컴퓨터의 키보드에 해당하는 콘솔이 방마다 설치되어 있어서 당신은 아주 구체적인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콘솔이 사람의 신경을 건드려서는 안될 것이다. 나는 필요한 사람은 쉽게 찾아낼 수 있으면서도 쓸데없이 사람의 관심을 끄는 일은 없는 그런 콘솔을 원한다. 굳이 비유하자면 전화기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콘솔 말이다. 사람들은 탁자 한구석에 놓여 있는 전화기를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으며 필요할 때에만 거기에 관심을 쏟는다. 모든 컴퓨터 시스템은 사람의 신경을 거스르는 일이 없도록 단순하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져야 한다. 단순한 것처럼 만들기 어려운 것도 없다. 그러나 컴퓨터는 해마다 사용이 쉬워지고 있다. 나 같은 사람의 시행착오가 거듭되는 가운데 머지않아 정말로 간편한 시스템이 개발될 것이다. 당신은 정확하지 않은 명령이나 요구도 시스템에 내릴 수 있게 된다. 가령 곡목을 몰라도 노래를 신청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당신은 최근에 유행하는 노래들이나 특정한 가수가 부른 노래들, 또는 우드스톡 공연에서 연주된 노래들, 18세기 빈에서 작곡된 음악 중 제목에 노란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노래들을 들려달라고 집에게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조용한 이나 활기찬 처럼 특정한 형용어의 범주에 들어가는 노래들을 신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색에 잠겨 있을 때에는 배경음악으로 조용한 고전음악을 틀 수도 있을 것이고 열심히 일하고 있을 동안에는 좀더 현대적인 활기찬 음악을 틀 수도 있을 것이다. 1957년도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영화를 보고 싶을 경우 이런 식으로 요청하면 콰이강의 다리 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알렉 기네스나 윌리엄 홀덴이 나오는 영화, 또는 포로수용소 장면이 나오는 영화를 요청해도 같은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조만간 홍콩을 방문할 생각이라면 방 안의 스크린에 요청하여 홍콩 시가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그 화면이 온 집 안에서 상영되고 있는 것 같겠지만, 사실 그 화면은 당신이 방 안으로 들어서면 켜지고 당신이 방문을 나서면 꺼지면서 당신을 따라다니며 상영될 것이다. 당신과 내가 각각 다른 내용을 보고 있다가 우리 둘 중의 한 사람이 상대방의 방으로 들어갔을 경우 집은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반응할 것이다. 방 안에 먼저 들어와 있던 사람이 보거나 듣고 있던 내용을 계속 내보낼 수도 있을 것이고 두 사람이 모두 좋아하는 내용으로 화면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거주자를 쫓아다니면서 그때 그때의 요구를 만족시켜주는 집은 두 가지 기본 원칙을 갖고 있다. 하나는 가급적 티를 내지 않으면서 도움을 준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우리가 휴대한 물건을 통해 우리에게 제공할 서비스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어떤 물건이 당신을 인증한다는 관념에 이미 익숙해 있다. 당신이 지니고 다니는 물건은 당신이 잠긴 문을 열거나 비행기에 오르거나 물건을 구입할 때, 당신에게 이러한 것을 행할 권한이 있음을 알려준다. 열쇠, 전자출입 카드, 운전면허증, 명찰, 신용 카드, 입장권은 모두 인증의 형식이다. 내가 당신에게 나의 자동차 키를 주면 자동차는 당신이 탑승하여 시동을 걸고 운전할 수 있게 허용해준다. 당신이 키를 갖고 있어 자동차가 당신을 믿는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으리라. 주차관리인에게 내가 시동 키만 건네줄 경우 그는 내 차를 몰 수는 있지만 트렁크를 열 수는 없을 것이다. 나의 집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나의 집은 당신이 전자 키를 갖고 있을 경우에 한해서만 다양한 편의를 제공할 것이다. 사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수많은 로봇이 등장하여 가정의 각종 허드렛일을 도맡아 할 것이라고 점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나는 아직 거기까지 내다보고 있지는 않다. 로봇이 실용화되려면 적어도 수십 년은 더 지나야 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조만간 널리 보급되리라고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지능 장난감 정도다. 아이들은 다양한 상황에 반응할 수 있도록 장난감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목소리로 말을 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장난감 로봇은 제한된 범위 안에서 프로그래밍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약간의 시력을 가질 수도 있고 벽까지의 거리를 잴 수도 있으며 시간을 알고 불을 켜야 하는 때를 알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제한된 어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장난감자동차에 말을 걸어 내 명령에 따르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면 얼마나 근사하겠는가. 장난감이 아닌 진짜 로봇이 널리 쓰일 수 있는 분야는 군사부문일 것이다. 지능 로봇이 가까운 장래에 가사 일을 돕기는 어려울 거라고 내다보는 이유는 요리를 하거나 기저귀를 갈려면 엄청난시각적 능력과 손재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영장 청소, 잔지 깎기, 진공청소기 돌리기 같은 비교적 단순한 작업을 맡긴다면 또 모르지만, 단순히 물건을 아동시키는 차원이 아닌 조금이라도 복잡한 일을 맡기려면 기계가 갖가지 우발적인 상황을 인식하고 거기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계를 만들어내기란 이만저만 어렵지 않다. 내가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살기 편한 집을 만들겠다는 생각 때문이지만 실제로 들어가서 살아보기 전까지는 과연 얼마나 살기에 편할 것인지 자신할 수 없다. 나는 늘 실험하고 배우는 자세로 살아간다. 본채에 앞서 지은 내빈숙소에 설계진이 묵으면서 가정용 첨단설비의 효용성을 알아본 적이 있다. 내빈숙소의 소프트웨어는 사람마다 좋아하는 실내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누가 방 안에 있고 하루중 어느 시간인가에 따라 실내온도를 조절했다. 또 새벽공기가 차가울 때에는 손님이 침대 밖으로 나오기 전에 실내공기를 따뜻하게 덥혀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밖이 어둑어둑해지면 불을 켰고 실내에 TV가 켜져 있으면 조명을 약간 낮추었다. 낮시간에 누군가가 실내에 있으면 안과 밖의 밝기가 비슷해지도록 조정했다. 물론 사람은 이렇게 미리 설정된 내용을 그때그때 자기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었다. 이런 종류의 자동화시설은 에너지 절약에도 크게 보탬이 된다. 많은 전기회사에서 집집마다 사용하는 에너지량을 파악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시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매달 검침원이 가구를 일일이 방문하여 전기사용량을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가정 및 전기회사에 설치된 컴퓨터가 다양한 시간대의 전력요구량을 분 단위로 관리할 수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식으로 에너지 요구량을 관리할 수 있으면 최고 전력사용량을 크게 줄여 비용을 절감하고 환경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내빈숙소에서 한 모든 실험이 성공을 거두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필요할 때 천장에서 스르르 내려오는 스피커를 설치할 작정이었다. 스피커는 최적의 음향효과를 낳을 수 있도록 벽에서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어야 했다. 그러나 숙소에서 실제로 그것을 써보니 마치 007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 같았다. 그래서 본채에는 이런 스피커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당신이 원하는 바를 미리 헤아려 시스템을 가동하는 집은 정확한 판단을 내린 뒤에 실행에 옮겨야 한다. 판단이 부정확하면 그만큼 당신이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전에 컴퓨터 관리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집에 초대를 받아 간 적이 있었다. 10시 반 무렵, 파티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갑자기 집 안의 불이 몽땅 나갔다. 10시 반은 집주인이 잠자리에 드는 시각이었다. 시간이 되자 컴퓨터 시스템이 기계적으로 반응했던 것이다. 주인은 진땀을 흘리며 어디론가 급히 나갔지만 불은 한참 만에야 다시 들어왔다. 일부 사무용 건물에서는 동작탐지기로 샐내조명을 관리한다. 이삼 분만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으면 자동적으로 꺼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가만히 앉아서 업무를 보는 사람도 가끔씩 팔을 흔들지 않으면 안된다. 전등을 직접 켜고 끄는 일은 어렵지 않다. 전등 스위치는 사용이 아주 간편하고 정확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전등 스위치를 몽땅 없애고 컴퓨터 관리 시스템에만 의존하려는 사람은 상당한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그 컴퓨터 시스템은 놀랍도록 정교하고 정확하게 작동해야 할 것이다. 조금이라도 부정확하거나 둔감하게 작동하면, 편리하다는 이유로 거기에 돈을 쏟아부은 것이 너무나 억울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실내조명을 알아서 적당한 수준으로 조절해주는 시스템을 갖추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벽의 스위치를 모조리 없애지는 않을 것이다. 컴퓨터의 결정에 만족하지 못하고 조명을 바꾸고 싶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습관적으로 조명을 지나치게 밝게 하거나 지나치게 어둡게 하면 집은 당신이 그런 밝기를 좋아한다고 단정할 것이다. 집은 당신의 기호에 대해서 자신이 알아낸 내용을 빠짐없이 기억할 것이다. 전에 당신이 마티스의 그림이나 내셔널 지오그래픽 에 실린 크리스 존의 사진을 보여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면 당신은 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벽에 설치한 스크린에서 그것을 보게 될지 모른다. 지난번에 왔을 때 모차르트의 호른 협주곡을 들었다면 다음번에도 똑같은 음악을 듣게될는지 모른다. 당신이 식사 도중에는 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이라면 설령 전화가 걸려오더라도 전화기는 울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또한 손님이 좋아하는 것을 집에 알릴 수도 있을 것이다. 폴 앨런은 지미 헨드릭스의 기타 연주를 좋아한다. 그렇다면 앨런은 우리 집에 놀러올 때마다 지미 헨드릭스의 폭발적인 연주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시스템의 작동상황에 대한 통계를 집이 기록하면, 우리는 그 정보를 분석하여 시스템들을 조율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모두 정보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이와 같은 자동기록장치가 온갖 종류의 사항을 추적하여 계량화할 수 있을 것이고, 그 결과는 거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누구에게나 공개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방식의 초기 형태를 갖고 있다. 인터넷은 이미 지역별 교통상황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 정보는 출퇴근 때 막히지 않는 길을 골라 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TV 뉴스에서도 헬리콥터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교통상황을 보여주며 휴가철 고속도로의 주행속도를 알려준다. 사소하지만 흥미진진한 시도가 대학생 프로그래머들에 의해 여러 대학에서 시도되고 있다. 그들은 음료수 자판기의 매진 표시를 컴퓨터에 연결하여 그 정보를 인터넷에 띄웠다. 하찮은 작업이지만 덕분에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는 자판기에 가지 않고도 콜라나 사이다가 남아 있는지를 미리 알 수 있게 되었다. 정보고속도로는 자판기에 관한 정보뿐 아니라 여러 공공장소의 실제 모습, 복권 당첨번호나 스포츠 시합의 승률, 현재의 주택임대료, 특정 상품의 재고량을 그때 그때 보여줄 것이다. 우리는 굳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지 않고도 특정 지역의 주거환경과 곳의 주택임대료를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며 원하는 날짜에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의 목록을 입수할 수 있을 것이다. 범죄실태 보고서, 특정지역의 선거자금 모금액, 그밖의 다양한 공공정보를 마음만 먹으면 거의 다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네트워크의 한 흥미로운 특성을 집에서 활용하는 최초의 사용자가 될 것이다. 그 특성이란 바로 사진이나 복제화를 비롯한 백만 개 이상의 정지화상으로 이루어진 데이터베이스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우리 집에 놀러온 사람은 역대 대통령의 모습, 석양, 비행기, 안데스 산맥의 스키장, 희귀한 프랑스 우표, 1965년의 비틀즈,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 복제화를 집 안 곳곳에 마련해 놓은 스크린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몇해 전 나는 온갖 종류의 화상을 보관하는 방대하고 특색있는 디지털 저장소를 만들기 위해 코비스라는 작은 회사를 차렸다. 코비스는 역사, 과학, 기술에서 자연사, 세계문명, 미술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시각자료를 제공하는 회사다. 코비스는 고화질 스캐너를 써서 이들 시각자료를 디지털 형태로 변환하고 있다. 화상들은 짜임새있는 데이터베이스에 고해상으로 저장되므로 누구든지 원하는 시각자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디지털 화상은 개인뿐 아니라 잡지, 출판사 등이 상업적으로 많이 이용할 것이다. 자료의 주인에게는 꼬박꼬박 사용료가 지급된다. 코비스는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수많은 사진가, 저작권 대행사, 다른 자료회사와 박물관, 도서관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나는 고급 시각자료에 대한 수요가 정보고속도로에서 어마어마하게 많으리라 믿는다. 대중들이 이런 저런 이미지를 섭렵하는 데서 보람을 느끼리라는 나의 예상은 몰론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그러나 적절한 인터페이스만 마련되면 잠재적인 수요는 엄청날 것이다. 딱히 보고 싶은 것이 없을 경우 당신은 눈 가는 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베이스는 당신의 마음에 드는 것이 나타날 때까지 이런 저런 이미지를 보여줄 것이다. 마음에 드는 것이 나타나면 당신은 그것과 관련된 영상들을 좀더 깊게 파고들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가장 먼저 찾아보고 싶은 자료는 범선 화산 유명한 과학자 같은 주제들이다. 시각자료의 상당수는 예술품이 될 것이다. 나는 복제품이 원작 못지 않게 뛰어날 거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그림은 뭐니뭐니해도 직접 가서 보는 게 제일이다. 그러나 부담없이 찾아볼 수 있는 이미지 이터베이스가 구축되면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림이나 사진에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외국출장 길에도 나는 틈나는 대로 박물관에 가서 위대한 예술가들의 원작을 감상한다. 내가 갖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자료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500년대 초엽에 작성한 과학 노트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다빈치를 존경했다. 그는 여러 방면에서 시대를 훨씬 앞질러 산 천재였다. 내가 가진 것은 그림이 아니라 글과 스케치만을 담은 노트이지만, 어떤 복제품도 이 원품이 주는 감동을 나에게 주지는 못할 것이다. 다른 분야도 대개 그렇지만 미술도 조금만 알면 무척 재미있다.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명작들을 구경하면서 돌아 다니는 몇시간을 지루하게 느끼는 사람은 아마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비록 그가 그림에 문외한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러나 옆에서 자세히 설명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림을 한결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멀티미디어 문서는 집에서 또는 박물관에서 그런 안내인 구실을 할 것이다. 당신은 어떤 작품에 대해 그 방면에 정통한 학자가 논평한 내용을 들을 수 있다. 같은 화가가 그린 다른 작품들, 또는 동시대에 그려진 다른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심지어는 확대해서 볼 수도 있다. 멀티미디어 복제화를 통해 그림에 흥미를 갖게 된 사람들은 원작을 직접 보러가기 시작할 것이다. 복제화는 원작에 대한 존경심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릴 것이며 박물관이나 화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수를 늘릴 것이다. 앞으로 10년 뒤면 내가 지금까지 설명한 수백만 개의 시각자료와 각종 오락물을 많은 가정에서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수준은 1996년 말에 완성되는 나의 집에 제공될 서비스 수준을 능가할 것이다. 나는 그런 서비스를 남보다 조금 먼저 받게 될 뿐이다. 제11장 황금을 찾아서 RACE FOR THE GOLD 정보고속도로 사업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고 주장하는 기업과 컨소시엄이 일주일이 멀다 하고 여기저기서 속출하고 있다. 대대적인 기업합병과 과감한 투자로 서부개척시대의 골드러시를 방불케 하는 환호성이 이는 분위기다. 남보다 한 발이라도 앞서 결승선을 통과하면 떼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희망 아래 너도나도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일로 매진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정보고속도로 관련 주식에 매료당해 있는 것 같다. 언론의 뜨거운 취재경쟁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아직까지 정보고속도로에 관련된 기술과 수요가 검증되지 않은 실정임을 감안하면 이런 상황은 더더욱 놀랍다. 초기에 개인용 컴퓨터 산업이 거의 세인의 관심을 끌지 못하던 것과는 거무나도 대조적이다. 지금의 열기는 가히 황홀할 정도다. 특히 이 분야에 뛰어들려고 하는 기업들은 고무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아직까지 출발점에도 제대로 올라가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정보고속도로가 마침내 가동되면 일각에서 예상하는 것과는 달리 의외로 많은 승리자가 생겨날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시는 서부 경제를 빠르게 발젼시켰다. 1848년에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사람은 겨우 400명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했다. 그러나 골드러시는 불과 1년도 못되어 25,000명의 이주민을 끌어들였다. 10년 뒤 캘리포니아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금광업을 훨씬 능가했고 캘리포니아의 1인당 소득은 미국에서 수위로 올라섰다. 올바른 투자전략만 마련되면 사간이 흐르면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것이다. 다양한 업종의 수많은 기업들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언론에서도 그런 각축을 중요하게 보도하고 있다. 이 장에서 나는 지금의 상황을 한번 되짚어보고 싶다. 아직은 아무도 정보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에서 황금을 발견하지 못했다. 황금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투자는 정보고속도로 시장이 크리라는 믿음이 있어야 촉발될 것이다. 그러나 집집마다 기업체마다 광대역 네트워크가 깔리기 전에는 제대로 된 정보고속도로도, 제대로 된 시장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가 운영되려면 그전에 정보고속도로를 구성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응용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서버, 정보가전품이 모두 만들어져 보급돼 있어야만 한다.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가입하기 전까지는 정보고속도로에서 이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창조적인 기술, 대대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열기는 도움이 된다. 투자와 과감한 실험이 촉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이 정보고속도로에서 무엇을 원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대중 스스로도 알지 못한다. 그들도 대화형 네트워크의 진수와 각종 응용 소프트웨어를 아직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 쇼핑, 그밖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일부에서 실험적으로 제공되고는 있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호기심은 오래 가지 못한다. 제한된 대화형 시스템은 제한된 결과밖에 낳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금 절감하고 있다. 수십 종류의 새로운 응용 소프트웨어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전까지는 정보고속도로가 가진 진정한 잠재력을 인식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 대한 확신이 없이 응용 소프트웨어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기는 어렵다. 제대로 된 시도가 최소한 한 번은 이루어지고 거기서 이익을 거두기 전까지는 누구도 함부로 집집마다 정보고속도로를 들여보내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고 목청 높이지 못할 것이다. 내가 보기에 정보고속도로는 하루아침에 갑작스럽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정보고속도로는 인터넷, PC, PC 소프트웨어의 발전과 함께 단계적으로 형성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나 과장된 예상으로 정보고속도로의 열기를 그릇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보고속도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너도나도 과감한 전망을 내놓는다. 대중이 이미 선호하는 방향이라든지 실용성의 문제를 지나치게 간과하고 있고 다양한 관련분야들이 어떻게 통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허황된 예측을 내놓고 있다. 물론 누구나 자기 나름의 이론을 제시할 자유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금세기 이전까지 정보고속도로가 완비되어 소비자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예상은 아무래도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현재 정보고속도로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은 고작해야 추론만을 내릴 뿐이다. 회의론자들은 왜 정보고속도로 시장이 빠른 시간에 대규모로 성장할 수 없는지 그 이유를 얼마든지 들 수 있다. 물론 나는 정보고속도로 시장을 믿는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정보고속도로를 위한 연구개발비로 해마다 1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연구개발비로 투입한 돈을 어느 정도 회수할 수 있겠다는 전망이 설 만큼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나려면 적어도 이런 규모로 앞으로 5년 이상은 더 투자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5억 달러를 그대로 날려버릴지도 모른다. 우리 주주들은 이제까지의 경영성과를 믿고 우리가 과감히 연구개발비를 쏟아부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지만 그런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물론 우리는 우리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경쟁에 뛰어든 다른 기업들처럼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다. 우리는 우리의 소프트웨어 개발력과 PC 발전에 대한 일관된 믿음이 우리에게 투자한 만큼의 수익을 되돌려주리라고 확신한다. 1996년에는 북미, 유럽, 아시아에서 PC와 TV에 접속할 광대역 통신망을 깔려는 시도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위험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기업들이 주로 필요한 자금을 댈 것이다. 그중에는 네트워크 운영사도 광대역 통신망을 까는 등, 그것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덩달아 뛰어드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도의 일차적인 의도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새로운 응용 프로그램의 상품성을 확인해볼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을 만들어주려는 데 있다. 폴 앨런과 내가 최초의 알테어 컴퓨터 사진을 보았을 때 우리는 그것이 촉발할 수 있는 응용 소프트웨어가 무궁무진하게 많으리라는 예상을 했다. 그러나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될 것인가는 잘 몰랐다. PC를 대형 컴퓨터의 터미널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 같은 것은 우리도 예상했지만 비지캘크 스프레드시트 같은 중요한 응용 프로그램이 등장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기업들은 비지캘크 스프레드시트와 같은 기발한 응용 프로그램, 즉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일확천금을 얻으려 들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없다면 막대한 돈을 정보고속도로에 쏟아부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어떤 응용 프로그램이 대중을 끌어당기게 될 것인지 예상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소비자의 요구와 희망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가령 나 같은 사람은 정보고속도로에서 첨단의학정보를 얻고 싶어한다. 나는 내 또래의 연령층이 어떤 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지를 알고 싶고 그것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을 알고 싶다. 의학정보뿐 아니라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다른 분야에서도 끝없이 나의 지적 욕구를 채우고 싶다. 그러나 그것은 오직 나의 관심사일 뿐이다. 다른 이용자들도 의학정보를 원할까? 아니면 새로운 종류의 게임을 원할까? 사람을 만나는 새로운 방법을 원할까? 홈쇼핑을 원할까? 좀더 많은 영화를 보고 싶어할까? 시행착오가 거듭되면서 결국은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응용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의 종류가 판가름날 것이다. 여기에는 주문형 비디오나 개인용 컴퓨터끼리의 고속접속처럼 기존의 통신기능을 단순히 확장한 것도 포함될 것이다. 그렇지만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고 계속된 혁신, 투자, 창업을 유발하는 새롭고 참신한 서비스도 등장할 것이다. 내가 찾아내려는 것은 바로 후자다. 초반의 시도가 소비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면 더 많은 시도가 아루어져야 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정보고속도로의 건설은 조금 더 지연될 것이다. 그러는 동안 인터넷, PC, PC 소프트웨어는 꾸준히 발전을 거듭하여 더 믿음직한 정보 네트워크의 발판을 구축할 것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가격도 계속 떨어질 것이다. 여러 대기업들이 이런 기회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아무도 불확실성에 기대려고는 하지 않는다. 전화회사, 케이블 회사, TV 방송국, 컴퓨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업체, 신문사, 잡지사, 영화사, 심지어는 작가 개개인도 자기 나름의 전략을 세우고 있다. 크게 보면 그들의 전략은 대동소이해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상당한 차이가 난다. 그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옛날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장님들은 각자 코끼리 몸뚱이의 서로 다른 부분을 만져보고서 자기의 보잘것없는 정보를 토대로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다고 성급하고 피상적인 결론을 내린다. 여기서는 단순히 커다란 짐승의 모습을 알아보는 정도가 아니라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시장에 불투명한 예측만 가지고서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야 하므로 한층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경쟁이 뜨거우면 소비자로서는 이익이다. 그러나 투자가로서는 죽을 맛이다. 더구나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상품에 투자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당혹스러우랴. 이것이 우리가 정보고속도로 라고 부르는 사업의 현재 모습이다. 정보고속도로는 아직 단 한푼의 이익도 내지 못했다. 정보고속도로 건설은 배움의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고 그 와중에서 나가떨어지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떼돈을 벌 것 같아 보여도 나중에 가면 과도한 경쟁으로 적자를 면하기에 급급할지 모른다. 더 심한 경우에는 대중의 주목을 전혀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골드러시는 성급한 투자를 유발하기 쉽다. 몇사람은 투자한 돈을 회수하겠지만 일단 열기가 가라앉으면 의외로 많은 기업이 파산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 가서 우리는 이렇게 자문할 것이다. 누가 이들 기업에 돈을 댔는가? 그들은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뛰어들었을까? 귀신에 홀리지 않았을까? 개인용 컴퓨터 산업에서도 그랬듯이 정보고속도로의 발전과정에서도 기업가들이 차지하는 역할은 막중할 것이다. 대형 컴퓨터용 소프트웨어를 만들던 기업 중에서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기업은 몇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미미하다.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적극적으로 뛰어든 신생기업들이 성공을 거두었다. 정보고속도로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대기업 중에서 한 곳이 새로운 응용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로 성공을 거둔다면 같은 기간에 성공을 거두는 신생기업은 열 곳이 될 것이다.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기업도 오십 군데가 넘게 있다. 새로운 시장의 팽창은 늘 그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여러 곳에서 빠른 혁신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다. 혁신의 주체가 대기업이건 소기업이건 그중 대부분은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대기업은 무모한 길을 택할 가능성이 적지만 일단 좌초하면 얄팍한 자존심과 막대한 자산을 어쩌지 못해 계속해서 안되는 일에 매달리다가 결국에는 끝을 보고야 말 것이다. 반면에 소기업은 샐패해도 별다른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다행히 사람들이 성공과 실패 모두로부터 배우려는 마음자세를 갖는다면 전체적으로 발전은 그만큼 빠르게 이루어질 것이다. 어떤 기업과 어떤 방식이 성공하고 실패할지를 시장의 결정에 맡겨두면 다양한 길이 동시에 탐구된다. 아직 확실히 드러나지 않는 시장처럼 시장이 주도하는 결정의 장점이 분명히 드러나는 영역도 없다. 수백개의 기업이 저마다 위험부담을 안고 소비자의 요구를 알아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떄 사회는 중앙계획에 의한 방식보다 훨씬 빨리 올바른 답을 찾아낼 수 있다. 정보고속도로에는 불확실성의 여지가 아주 많지만 시장은 적절한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다. 정부는 강력한 경쟁의 틀을 마련할 수 있으며, 어느 특정한 부문의 시장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에는 너무 과도하지 않은 범위 안에서 시장에 개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민간부문에서의 여러 가지 시도가 웬만큼 결실을 얻은 뒤에는 정부가 기업경쟁의 틀을 설정하는 기본규칙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정보고속도로의 본질을 설계하거나 장악하려고 시도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결코 경쟁이 주도하는 시장보다 뛰어난 판단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선호나 기술발전과 관련된 문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미국 정부는 통신에 관한 각종 법규제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현행 연방법에 따르면 케이블 회사와 전화회사는 일반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정보고속도로를 하루 빨리 건설하려면 각국 정부가 먼저 이런 규제조항을 철폐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제까지 각국 정부는 이런 저런 형태의 장거리통신 분야에서 독점사업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런 정책을 취하게 된 배경에는 독점공급자라는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한 집집마다 전화선을 까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자본을 선뜻 투자하겠다고 나설 기업이 없을 것이라는 논리가 있었다. 정부가 제정한 법규는 독접사업자가 공공의 이익을 저버리지 않는 선에서 제한적이지만 확실한 수익을 거둘 수 있게끔 보장하고 있다. 덕분에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뢰할만한 네트워크가 생기게 되었지만 이런 틀에서는 제한된 혁신밖에 기대할 수 없다. 개정법안에서는 이런 정책을 전화사업뿐 아니라 케이블 사업에까지 확대적용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대신 독점을 인정하고 경쟁을 축소시켰다. 현재의 미국 법률 아래에서는 전화 서비스와 비디오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정보고속도로가 생길 수 없다. 1934년에 도입될 당시에는 훌륭한 생각이었던 제한적인 독점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이 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쪽으로 전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책입안자들은 아직도 정책의 가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수십억 달러가 왔다갔다 하는 판에도 아직까지 경쟁의 틀을 어떻게 짜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이해 당사자들을 대체로 만족시키면서 낡은 시스템에서 새로운 시스템으로 이행하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장거리통신 법안은 이런 딜레마 때문에 몇 년째 어정쩡한 상태에 빠져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1995년 여름 동안 의회가 장거리통신 산업의 규제를 풀어야 하느냐의 여부가 아닌 어떤 방식으로 규제를 풀것인가를 놓고 씨름했다는 사실이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을 무렵이면 미국은 정보고속도로가 합법화되어 있으리라는 것이 나의 희망적인 관측이다. 미국 밖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여러 나라의 독점사업 주체가 정부산하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은 우편, 전신, 전화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들 기관에 정보고속도로를 추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개입하면 사업은 지지부진해진다. 나는 앞으로 10년 동안 전세계에 규제철폐와 대규모 투자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본다. 각국 정치인들이 장기적으로 자기 나라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이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선거에서 후보들은 자기네 나라가 정보고속도로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걸 것이다. 이를 주제로 한 논의가 정치적으로 활성화되면 많은 국제적 장벽을 제거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케이블 TV를 시청하는 가구가 많은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나라는 정보고속도로 건설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전화회사와 케이블 회사의 경쟁이 정보기반에 대한 투자를 촉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가장 앞서가는 나라는 전화와 케이블 서비스를 단일 네트워크로 동시에 제공하고 있는 영국이다. 영국의 케이블 회사들은 1990년부터 전화사업에 진출할 수 있었다. 미국의 전화 및 케이블 회사를 중심으로 많은 외국 기업들이 영국의 광섬유 기반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지금 영국 소비자들은 케이블 TV 회사로부터 전화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치열한 경쟁 때문에 브리티시 텔레콤은 서비스 수준을 개선하고 전화요금을 인하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년을 살펴보면 각 나라의 통신개혁과 정보산업발전 수준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통신기반이 미비한 지역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을 투자가는 거의 없을 것이다. 많은 나라에서 새로운 통신법규를 마련하기 위해 정치인과 로비스트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줄로 안다. 아마 다양한 법규가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정답 은 나라마다 약간씩 다를 것이다. 정부가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될 영역이 있다. 그것은 바로 호환성이다. 일각에서는 원활한 상호통신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네트워크의 표준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994년 미하원 소위원회에 모든 셋톱박스는 호환성을 갖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제출되었다. 법안을 작성한 사람들은 이것이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일단 셋톱박스를 구입한 소비자는 미국 어디를 가든지 그것을 이용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호환성은 중요하다. 호환성이 마련되어 있어야 가전산업과 컴퓨터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PC 산업이 아직 태동기에 있었을 무렵 많은 컴퓨터가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알테어 8800은 애플 I에게 밀려났다. 이어 애플 II가, 최초의 IBM PC가, 애플 매킨토시가, IBM PC가, 386이, 486이, 파워 매킨토시가, 펜티엄 PC가 등장했다. 이들 컴퓨터는 이전의 컴퓨터와 조금씩의 호환성을 갖고 있었다. 가령 이 컴퓨터들은 모두 단순 텍스트 파일을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는 상당한 비호환성도 있었다. 뒤에 나타난 컴퓨터는 이전의 컴퓨터가 지원하지 못한, 근본적으로 혁신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 컴퓨터와의 호환성은 경우에 따라서는 커다란 미덕이 된다. IBM PC 호환기종과 애플 매킨토시는 이전 컴퓨터와의 부분적인 호환성을 제공한다. 그러나 IBM PC와 매킨토시 사이에는 호환성이 없다. IBM PC가 처음 나왔을 때에도 그것은 IBM의 기존 컴퓨터와 호환성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매킨토시도 이전의 애플 컴퓨터들과 호환성이 없었다. 컴퓨터 세계에서는 워낙 기술이 역동적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든지 자신이 개발한 제품을 내놓고 그것의 상품성을 시장이 스스로 판단하게 할 수 있다. 세톱박스도 결국은 컴퓨터이므로 PC 산업이 빠르게 발전해온 과정과 비슷한 성장 패턴을 따르게 될 것이다. 셋톱박스는 오히려 PC보다도 판매동향이 가변적일 수 있으므로 시장 원리에 맡겨둘 필요성이 한층 크다고 볼 수 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물건에 대해서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규제를 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미국 의회는 결국 1994년에 셋톱박스의 호환성을 규정한 법안을 폐기하였지만 1995년에는 다시 관련법안을 제출했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리라고 본다. 합리적인 규제를 가하는 것은 얼핏 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그런 규제가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정보고속도로는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르게 발전할 것이다. 내가 외국출장을 가면 외국 언론사들은 자기네 나라가 미국보다 정보산업에서 몇 년이나 뒤져 있느냐고 묻는다. 그것은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미국이 갖고 있는 장점은 시장의 규모가 크고 컴퓨터 보급률이 높다는 것, 그리고 전화회사와 케이블 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데에는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데, 미국 회사들은 거의 모든 부문에서 앞서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 소프트웨어, 연예오락, 개인용 컴퓨터, 셋톱박스, 네트워크 교환장치 분야에서 미국은 최고 수준에 있다. 유일한 예외는 모니터 분야와 메모리 칩 분야다. 다른 나라들도 그 나름의 장점을 갖고 있다. 싱가포르는 인구밀도나 통신기반시설에 대한 정부의 지대한 관심으로 볼 때 분명히 정보고속도로에서 선두를 달리게 될 것이다. 이 독특한 나라에서 정부가 내리는 결정은 막중한 의미를 갖는다. 싱가포르에서는 정보고속도로 구축을 위한 기반시설이 이미 건설되고 있다. 조만간 모든 부동산 개발업자는 신축되는 모든 주택과 아파트에 상수도, 가스, 전기, 전화망을 부설하듯이 광대역 케이블을 의무적으로 깔아야 할 것이다. 나는 1959년부터 1990년까지 싱가포르를 통치해온 리 콴유 전수상을 만난 적이 있다. 이 72세의 노정치가는 그때 정보고속도로를 시급히 건설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 나를 감동시켰다. 그는 정보고속도로가 갖는 무한한 가능성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리 전수상은 앞으로 싱가포르는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에서 우위를 점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싱가포르 정부는 앞으로도 계속 사회적 불안요소를 억누르고 공동체의 안녕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처럼 정보통제를 강화할 것이냐고 다소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는 싱가포르는 강한 공동체의식을 유지하기 위해 서구적인 의미의 민주주의를 다소 희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앞으로는 지금과 같은 검열이 아닌 다른 방식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여전히 정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생각인 것 같다. 우 지추안 중국 체신부 부장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인터넷과 접속한다고 해서 우리가 정보의 절대적인 자유를 허용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많은 공감대가 마련되어 있으리라고 믿는다. 세관을 통과할 때 우리는 여권을 제시해야 한다. 정보통신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있겠는가. 우 부장은 중국 정부는 중국이 관여하는 모든 장거리통신 서비스에서 정보유입을 통제하는 포괄적인 관리책 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신기반시설의 발전과 국가주권의 행사는 전혀 모순될 게 없다. 국제통신조합도 모든 국가는 자국의 통신에 대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 완전히 접속된 상태에서 검열을 유지하려면 모든 사용자를 일일이 감시해야 할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프랑스에서는 혁신적인 온라인 서비스 미니텔이 정보발행사들을 양산했고 온라인 시스템 일반에 대해 온 국민이 친숙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했다. 터미널의 수와 대역폭은 아직 제한되어 있지만 미니텔의 성공은 새로운 혁신과 교훈을 낳고 있다. 프랑스 텔레콤은 패킷 교환 데이터 네트워크에 투자를 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도이체 텔레콤이 1995년에 ISDN 서비스의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그 결과 개인용 컴퓨터로 ISDN에 접속하는 사용자의 숫자가 크게 늘어났다. ISDN 서비스의 가격인하는 현명한 조치였다. 가격이 인하되면 광대역 시스템의 도래를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되는 각종 응용 소프트웨어가 활발히 개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PC를 이용한 상용 서비스의 수준은 북구가 오히려 미국보다도 높다. 북구 여러 나라는 자국의 고급 인력이 세계와의 고속통신에서 커다란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첨단통신 시스템에 대한 관심은 일본이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듯하다. 그러나 일본에서 정보고속도로의 운명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점치기 어렵다.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기업, 학교, 가정에 보급된 컴퓨터의 숫자나 활용도가 아직은 크게 낮다. 그 주된 이유로는 키보드에 한자를 담기가 어렵다는 점과 일본에는 전문 워드프로세서 기기 시장이 유난히 발달해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미국 다음으로 정보고속도로를 이루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이 많은 나라다. 많은 일본 대기업은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장기적 전망 아래 투자를 한다. 소니는 컬럼비아 레코드와 컬럼비아 영화사까지 소유하고 있다. 도시바는 타임 워너사에 막대한 지분을 갖고 있다. NEC는 1984년에 벌써 컴퓨터와 통신 을 기업목표로 내세웠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먼저 정보고속도로를 내다보았던 것이다. 일본의 케이블 산업은 아주 최근까지도 과도한 규제 아래 놓여 있었으나 지금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일본의 전화회사 NTT는 전세계의 공공기업 중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NTT는 정보 시스템의 모든 측면에서 앞으로 선도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한국은 국민소득에 비하면 PC 판매량이 적은 편이지만 컴퓨터의 25% 이상이 가정용으로 팔리고 있다. 이러한 통계는 자녀교육에 중점을 두는 강한 가족구조를 가진 나라가 교육적 혜택을 제공하는 제품 생산에 풍요한 토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이런 나라의 정부는 학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도록 장려금을 주고 정보고속도로가 농촌 지역이나 저소득 지역에까지 깔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정보고속도로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 이유의 하나는 다른 선진국들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호주의 전화회사들은 현재 민영화되고 있으며 호주 시장은 경쟁사들의 진출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다.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개방된 통신시장을 갖고 있다. 새로 민영화된 뉴질랜드의 전화회사는 효율적인 민영화의 모범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서유럽, 북미, 호주 뉴질랜드, 일본을 포함한 여러 선진국은 심각한 정책적 오류를 범하지 않는 한 한두 해의 격차를 유지하면서 발전해나갈 것이다. 한 나라 안에서도 소득수준에 따라 먼저 서비스를 받는 집단이 있을 것이다. 네트워크는 부유층으로 먼저 파고들 것이다. 그들은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행정당국들은 정보고속도로의 조기개통을 위한 바람직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열띤 경쟁을 벌일 것이다. 경쟁을 장려하는 통신법안을 마련한 선진국에서는 납세자의 돈으로 정보고속도로를 건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가 집집마다 깔리는 속도는 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에 많이 좌우될 것이다. 개발도상국에서도 기업체와 학교에 깔린 정보 네트워크는 사회 각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선진국과의 소득 격차를 줄이는 데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인도의 방갈로르, 중국의 상해, 광저우 같은 지역에도 정보고속도로가 들어와 그곳의 고급 인력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세계시장으로 이어줄 것이다. 현재 많은 나라의 정치지도자들이 정보고속도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계획을 짜고 있다. 정보고속도로의 발전과정에서 선두를 달리거나 또는 낙오하지 않으려는 국가들간의 치열한 경쟁을 대단히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다양한 나라가 다양한 접근법을 시도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어느 방식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판별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정보 네트워크가 시급히 필요한데도 민간업자가 개발에 나서지 않을 경우 정부의 자금으로 정보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한다는 논리가 대두할 수도 있다. 정보고속도로 건설은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민간업자가 주도하는 것보다 확실히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아주 높으므로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다. 정부가 주도하는 나라에서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세계의 판도를 제대로 읽지 못한 엔지니어들에 의해 정보고속도로가 졸속으로 건설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에서 하이비전 고선명 TV를 개발할 때 실제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 일본 통산성과 공영방송인 NHK는 일본 가전품 생산업체들과 함께 새로운 아날로그 HDTV 시스템을 개발했다. NHK는 하루에 몇시가씩 이 새로운 형식으로 방송을 했다. 불행하게도 이 시스템은 미처 보급되기도 전에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디지털 기술이 더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많은 일본 기업들은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였다. 기업들은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투자는 위험부담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에 어떤 형식으로든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일본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날로그 시스템을 계속 밀어붙인다는 것이지만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일본은 하이비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선명 카메라와 모니터 부문에서는 응분의 보상을 얻었다. 정보고속도로는 방방곡곡에 광섬유를 깔라 는 명령 한마디로 간단히 건설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정보고속도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정부와 기업은 새로운 기술개발의 추이를 늘 주시하면서 그때 그때 진로를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유연성을 발휘하는 데는 기업이 정부보다 뛰어나다. 민간부문의 경쟁은 여러 곳에서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케이블 회사, 전화회사, 그밖의 각종 기업들은 광섬유망, 무선통신망, 위성통신망을 경쟁적으로 제공할 것이다. 하드웨어 업체들은 서버, 교환기, 셋톱박스는 네트워크 업체에게, PC, 디지털 TV, 전화기, 기타 정보가전품은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애플, AT&T, 마이크로소프트, IBM, 오러클, 선 마이크로시스템즈 같은 굴지의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네트워크 제공사들에게 각종 소프트웨어를 지원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수백만에 이르는 기업과 개인이 네트워크 곳곳에 각종 응용 소프트웨어와 정보를 팔게 될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집집마다 광대역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기반을 닦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제부터는 미국 시장에서 전화회사와 케이블 회사가 각각 어떤 전략으로 대결을 벌이게 될지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케이블 회사는 전화회사보다 연륜이 짧고 규모도 작지만 적극성에서는 오히려 앞선다. 케이블 TV 네트워크는 가입자들에게 동축 케이블, 때로는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단방향 광대역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케이블 TV의 전세계 보급률은 아직 낮지만(모두 1억 8,900만 가구가 시청하고 있다) 미국 가정의 70%, 그러니까 약 6,300만 가구는 케이블 TV에 가입해 있다. 이미 케이블 시스템은 디지털 신호를 전송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으며 상당수의 케이블 회사들은 PC 사용자들에게 인터넷과 각종 온라인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매초 28,800비트를 전송하는 전화선으로 정보를 받아온 PC 사용자들은 같은 값이면 매초 300만 비트의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케이블망을 선호할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계산이다. 전화회사의 강점은 자금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미국의 전화 시스템은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 광범위한 통신망이 거미줄처럼 구석구석까지 뻗어 있다. 지역 전화교환시장을 포함한 전화산업의 연간 시장규모는 1,000억 달러로 20억 달러에 머물고 있는 미국 케이블 TV 시장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7개의 지역 벨사들은 과거 그들의 모기업이었던 AT&T와 장거리통신, 무선통신을 비롯한 여러 가지 서비스를 놓고 경쟁을 벌일 것이다. 그러나 전세계의 많은 전화회사들과 마찬가지로 각종 규제 아래 보호를 받아왔기 때문에 아직은 경쟁세계에 익숙지 않다. 지역 전화회사들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을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이들은 수세에 몰려 있다. 다른 전화회사나 케이블 회사가 자기네 지역까지 치고 들어와 전화 및 각종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새로 제정될 법안은 이런 경쟁을 조장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내가 앞서 말한 것처럼 장거리통화료는 대폭 인하될 것이다. 그 경우 기존 전화회사들의 수입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지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은 자신들의 네트워크에 첨단 디지털 전송 시스템을 서서히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의식이 표면화될 정도는 아니다. 통신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므로 함부로 뛰어들 수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들은 치열한 경쟁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었다. 전화사업에 새로 진출하는 기업들은 일정한 지역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본장비를 갖추는 데만 약 1억 달러가 투자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통신장비와 광섬유의 가격은 매년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전화회사들은 PC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번번이 직면하곤 하는 어려운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된다. 가격이 내려가고 성능이 향상될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눈 딱 감고 남보다 한발 앞서 발전된 시설을 들여놓을 것인가? 이런 딜레마는 일부 네트워크 회사들이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네트워크 회사는 아주 신속하게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광섬유와 교환기에 대규모 투자를 할 경우, 조금만 기다리면 할인혜택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좀더 과감한 다른 경쟁사들에게 이미 한번 장악당한 시장은 좀처럼 재탈환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전화회사들은 남이 부러워할만한 자금력을 갖고 있지만 값비싼 장비를 들여와 네트워크를 개량하는 데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가는 큰 코 다칠 수도 있다. 함부로 전화요금을 올린다거나 현재의 서비스 이익금으로 이런 종류의 신규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전화회사들로부터 배당금을 톡톡히 받아온 주주들도 이익금을 전용하여 정보고속도로를 건설하자는 회사의 요청을 거부할 것이다. 백년이 넘도록 전화회사들은 준독점 상태에서 꾸준히 흑자를 내왔다. 그러다가 갑자기 경쟁의 마당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것은 마치 트랙터를 스포츠카로 개조하는 것과도 같다. 그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트랙터와 스포츠카를 모두 만드는 람보르기니사에 문의할 수도 있으리라) 아주 어려운 작업이다. PC 사용자들에게 ISDN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가격수준을 끌어내려 시장을 확대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전화회사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나는 PC 케이블 모드보다는 ISDN의 수용이 더 빨리 이루어지리라고 본다. 전화회사들은 현재 수준의 전화선만 가지고도 저렴한 가격에 광대역 데이터 전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수익을 증대시키면서 전화회사와 케이블 회사는 모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케이블 회사와 전화회사의 야심은 단순히 정보전달을 위한 파이프를 제공한다는 차원을 훨씬 넘어선다. 어느 지역에선가 당신이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고 거기에 지역주민의 대다수가 가입해 있다고 가정하자. 당신은 어떻게 돈을 벌겠는가? 소비자들이 더 많은 정보를 쓰게끔 하면 되겠지만 사람들이 TV를 보거나 PC 앞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제한되어 있다. 하루 온종일 붙어 있는다고 해도 24시간이다. 더 많은 정보를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돌파구는 수송되는 정보의 내용에서 돈을 버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정보고속도로를 일종의 경제적 먹이사슬로 본다. 정보의 전달과 보급이 맨 밑에 있고 위로 올라갈수록 다양한 형태의 응용 소프트웨어, 각종 서비스가 나타난다. 정보를 수송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기업들은 먹이사슬에서 조금이라도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유혹을 느끼기 마련이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소유권을 행사하는 데서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발상이다. 케이블 회사, 지역 전화회사, 가전업체가 너도나도 할리우드 영화사, TV 방송국, 그밖에 정보를 제작하는 기업들과 손을 잡으려고 애쓰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개중에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이 두려워 투자하는 회사도 있다. 오래 전부터 정보의 수송은 수지맞는 장사였다. 정부가 독점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점이 사라지고 경쟁이 심해지면 정보의 수송에서 큰돈을 벌기는 어렵게 된다. 응용 소프트웨어나 각종 서비스처럼 정보의 내용을 직접 만드는 분야에 뛰어들려는 기업들은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려 들지 않을 것이다. 그중에는 TV 수상기와 연결되는 셋톱박스를 무료로 주거나 싸게 파는 파격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매달 얼마씩 돈을 내면 정보고속도로와의 접속 권리, 셋톱박스, 일련의 응용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매달 정해진 요금을 내면 셋톱박스까지 제공하는 네트워크 운영사는 수십만 원의 돈을 들여 셋톱박스를 구입하기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을 많이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지금의 셋톱박스는 앞으로 몇 년 안에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굳이 셋톱박스를 돈 주고 구입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셋톱박스까지 제공하면 네트워크 운영사는 금전적 부담이 늘어나겠지만 가입자만 늘어난다면 헛돈을 쓰지는 않는 셈이다. 그러나 정부관계자들은 네트워크 운영사들에게 셋톱박스에 대한 관리권을 부여할 경우 그들이 특권적 위치에 올라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셋톱박스를 보유한 네트워크 운영사는 그 셋톱박스를 가동하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 대해서도 발언권을 행사하려 들 가능성이 높기 떄문이다. 결과적으로 영화를 팔려고 하는 영화사 입장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줄어드는 셈이다. 통신선과 셋톱박스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모든 서비스 제공사들에게 부여할 것인가의 여부는 규제와 관련해 대두될 수 있는 문제 중 가장 까다로운 문제다. 동일한 권리를 부여하게 되면 여러 서비스 제공사들이 같은 통신선을 쓸 수 있게 되어 정부가 그 서비스에 관한 기준을 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매상들은 셋톱박스를 판매하여 한몫 단단히 잡으려고 생각할 것이다. TV와 PC를 판매하여 재미를 보았으니 셋톱박스에 대해서도 많은 기대를 거는 것이 당연하다. 가전업체들은 셋톱박스 판매를 놓고 한판 승부 겨루기를 원한다. 그들은 다양한 모델을 제공하고 싶어한다. 부유층에게는 고급 모델을, 서민충에게는 단순한 모델을 공급하려고 한다. 네트워크 회사가 셋톱박스를 제공할 경우 소매상 몫으로 떨어지는 돈은 없다. 휴대폰 산업은 부분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이런 민감한 문제를 해결했다. 어떤 소매점에서도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지만 당신이 구입한 그 휴대폰은 당신이 서비스를 제공받기로 한 휴대폰 회사에거 구입가격의 일부를 보조한 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는 주로 케이블 회사와 전화회사가 주도적으로 건설하겠지만 그들만의 전유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가령 일본의 철도회사들은 자기들이 철도에 대해 갖고 있는 노하우가 장거리 광섬유망을 운영하는 데에도 이상적인 쓰임새를 가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각국에서 전기, 가스, 물을 공급하는 업체들도 가정과 기업에 거미줄 같은 전달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정보 네트워크와 무관한 입장일 수는 없다. 이를테면 주택난방을 컴퓨터로 관리함으로써 절약되는 에너지 비용이면 광섬유 케이블을 까는 데 드는 비용의 상당액을 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에너지 수요가 낮아지면 엄청난 돈을 들여 새로운 발전소를 짓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케이블 TV의 대부분을 두 개의 대형 상수도회사가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는 물, 전기, 가스 등을 공급하는 공익사업체가 정보고속도로 건설을 강력히 추진한 예가 별로 없다. 내가 위성송수신 시스템을 전화회사와 케이블 회사의 강력한 경쟁자로 소개하지 않은 데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현재의 위성기술은 과도적인 단계에 와 있다. 화상방송신호를 훌륭히 전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TV 수상기와 PC에 각각 내용이 다른 화상정보를 전달하기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중요한 기술적 문제들이 많다. 미국 시장을 예로 들어 전체 모니터 중에서 독특한 화상정보를 동시에 요구하는 비율이 1%도 채 안된다고 가정할 때 현재의 한 위성당 300채널 시스템은 적어도 30만 채널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 위성들은 가정에서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보내는 역방향 채널에 문제가 있어 진정한 대화형 통신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화상회의 시스템 같은 응용형태는 구현할 수 없다. 부분적인 해결책은 전화선을 역방향 채널로 사용하는 것이다. 휴즈 일렉트로닉스 사의 DIRECTV 시스템과 같은 직접방송위성은 가입자의 전화선을 이용하여 가입자의 PPV 프로그램(Pay-Per-View Program; 가입자가 시청한 것에만 요금을 지불하는 프로그램)을 중앙요금정산소로 보내도록 되어 있다. PC에 특수 증설회로를 부착할 경우 직접방송위성은 TV 수상기뿐 아니라 PC에도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 데이터 방송은 일부 응용분야에서 데이터 전달을 위한 값진 수송로 역할을 잠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현재 나는 휴대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텔레데식사의 경영자이자 내 친구인 크레이그 매코와 함께 저궤도위성들을 이용한 위성기술의 한계 극복 문제를 연구중이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사업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대단히 야심찬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우리는 기존의 정지위성보다 지구 상공을 50배 가까이 낮게 나는 저궤도위성을 1,000개 가량 띄울 작정이다. 저궤도를 선회하기 때문에 전력소모도 2,500분의 1밖에 안되고 쌍방향 채널 자원도 풍부해진다. 따라서 역방향 채널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또한 심각한 위성송신 적체현상도 해소할 수 있다. 이 저궤도위성의 전송속도는 광섬유 케이블과 맞먹을 것이다. 아직은 텔레데식사가 확보한 자본과 기술이 충분치 않고 법적 규제도 만만치 않아 미래를 낙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만약 이 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텔레데식 시스템은 정보고속도로를 범지구적 차원으로 부설할 수 있는 가장 최초의 방법이자 가장 저렴한 방법, 아니 유일무이한 방법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은 앞으로 20년 안에는 광섬유망을 통한 충분한 지역 네트워크 서비스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하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은 지상 무선통신이다. 무선 VHF나 UHF를 써서 공중으로 발사돼온 TV 신호는 주로 광섬유로 보내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바뀌는 이유는 모든 사람이 개인적으로 화상정보를 받고 또 피드백을 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음성을 비롯한 데이터량이 낮은 통신은 기동성을 지원하기 위하여 유선 시스템에서 무선 시스템으로 바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수준으로는 그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충족시키기가 어렵다. 무선 시스템은 광섬유 네트워크처럼 개인적 화상을 지원할 수 있는 충분한 대역폭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은 처음부터 최초의 대화형 서비스를 지역사회에 제공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겠지만 일단 한두 회사가 시장의 노른자위를 차지하고 나면 남은 회사들은 이미 다른 회사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또 한 번의 열띤 싸움을 벌일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케이블 TV의 경우 기존 케이블 시스템이 있는 지역에 새로운 업체가 진출하면 후발업체는 번번이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두 개 이상의 범용 통신망을 가정마다 까는 것은 경쟁을 유발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엄청난 자원의 낭비라고 할 수 있다. 정보고속도로의 서버들은 어마어마한 기억용량을 가지고 하루 24시간 일년 365일 가동되는 컴퓨터라야 할 것이다. 서버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할 것이다. 이상적인 서버의 구조에 대해서는 여러 회사들이 각각 다른 견해를 갖고 있으며 그 개발전략도 각기 차이가 있다. 이 분야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취하는 입장은 당연히 자기 전문분야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당신의 연장이 망치라면 새로 나타나는 문제들이 당신 눈에는 오직 망치로 두드려야 할 못으로 보일 것이다. 휴렛 팩커드 같은 미니컴퓨터 제조업체들은 미니컴퓨터들을 묶어 서버로 활용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개인용 컴퓨터를 중점적으로 생산하는 많은 업체들은 저렴한 PC를 대량으로 엮는 것이 가장 값싸고 신뢰할만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IBM 같은 대형 컴퓨터 생산업체는 당연히 대형 컴퓨터가 서버가 되어야 한다고 여긴다. IBM은 정보고속도로를 IBM의 마지막 요새로 만들겠다는 야무진 꿈을 갖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자연히 소프트웨어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소프트웨어는 얼마든지 대량생산할 수 있으므로 고가의 하드웨어를 덜 구입해도 되고 따라서 시스템 비용일 절감된다는 것이다. 이런 서버들을 가동하게 될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두고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 컴퓨터와 미니컴퓨터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이터베이스 관리회사인 오러클사는 오러클 소프트웨어가 작동하는 슈퍼컴퓨터나 미니컴퓨터를 서버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네트워크 사업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AT&T는 아마 시스템 두뇌의 대부분을 네트워크 안의 서버나 교환기에 할당하고 PC나 셋톱박스 같은 정보가전품에는 비교적 작은 처리능력밖에 할당하지 않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망치 는 소프트웨어다. 우리는 정보고속도로의 두뇌가 서버와 정보가전품을 두 곳으로 균일하게 양분되리라고 예상한다. 이러한 구도를 클라이언트/서버 모델이라고도 부르는데, 여기서 정보가전품(클라이언트)과 서버는 공동으로 응용 소프트웨어를 돌리게 된다. 우리는 거대한 슈퍼컴퓨터나 대형 컴퓨터, 또는 미니컴퓨터들의 묶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는 보지 않는다. 많은 PC제조업체들처럼 마이크로소프트도 개인용 컴퓨터 수십 대에서 수백 대가 네트워크를 이루어 서버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개인용 컴퓨터들이 우리에게 낯익은 몸체도 없고 모니터도 없으며 키보드도 없이, 케이블 회사나 전화회사 본사의 커다란 방에 빼곡히 들어차 있을 것이다. 이런 컴퓨터 수천 대의 계산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는 정보고속도로의 조율을 소프트웨어로 처리하고 , 그런 다음 최대 용량의(그리고 값도 가장 싼) 컴퓨터들(바로 PC들)로 하여금 실제 작업을 하도록 만든다는 전략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의 전략은 소프트웨어를 포함하여 PC 산업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발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PC는 정보고속도로에서 이루어지는 가장 널리 쓰이는 장비의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는 셋톱박스가 가급적 PC와 기술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셋톱박스와 PC에서 두루 작동되는 응용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도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정보고속도로를 향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셋톱박스가 앞으로 10년 동안 수없이 쏟아질 PC용 CD롬 제품의 대부분을 작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세계를 너무 PC에 국한시켜 좁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냐고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줄 안다. 그러나 지금 전세계에서 한 해 동안 팔리는 PC는 모두 5,000만 대다. 응용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처럼 광범위한 PC 소유자들을 중심으로 시장을 개척해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설령 100만 대의 셋톱박스가 갑자기 쓰이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PC를 위해 제작된 멀티미디어 제품에게 열려 있는 무한한 시장에 비하면 너무나도 보잘것없는 시장이다. 개발업체는 널리 보급되지 않은 이런 특수한 셋톱박스를 가진 소비자들을 위해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할 수 없을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시장이 창출된다는 보장도 없이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에 많은 연구비를 투입할 수 있는 것은 대기업밖에 없다.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 혁신의 대부분은 기존 시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화형 TV와 정보고속도로로 향하는 지름길은 PC/인터넷 시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다른 컴퓨터 플랫폼들이나 심지어 가정용 게임기도 마찬가지 이유로 정보고속도로의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셋톱박스 소프트웨어를 위한 자기 나름의 전략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애플은 매킨토시 기술을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으며 실리콘 그래픽스는 UNIX 형태인 자신의 워크스테이션 운영체계를 개조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심지어 한 소기업은 현재 상용 트럭의 ABS 전자 브레이크 장치에 쓰이는 운영체계를 셋톱박스에 활용하겠다는 구상까지 하고 있다! 하드웨어 업체들은 셋톱박스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대해 대체로 비슷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반면에 가전업체들은 어떤 종류의 정보가전품-PC 지갑에서 TV까지-을 만들고 어떤 종류의 소프트웨어를 써야 할지 아직도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할 입장에 있다.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둘러싼 싸움은 오래 계속될 것이다. 의외의 복병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컴퓨터 시스템들이 어느 정도의 호환성을 갖고 있듯이 정보고속도로를 구성하는 모든 소프트웨어는 일정한 수준의 호환성은 갖게 될 것이다. 웬만한 컴퓨터만 있으면 당신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정보고속도로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플랫폼들이 어느 정도까지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공유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하나의 공동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두면 편리하겠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그것을 좋아하겠느냐는 것이다.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유치원생, X세대가 모두 같은 취향을 가질 것인가? 가장 유연한 매체라고 할 수 있는 정보고속도로에서 하나의 규격만을 강요할 수 있을 것인가? 온갖 주장이 난무하고 있으며 자세히 뜯어보면 하나같이 그럴듯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인터페이스도 실험과 혁신은 업계가 꾸준히 이어가되 최종결정은 시장의 손에 맡겨야 할 또 하나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의 결정을 기다려야 할 분야는 이것만이 아니다. 가령, 이런 문제가 있다. 정보 및 오락 서비스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을 지금처럼 광고주가 대부분 대주게 될 것인가, 아니면 대부분의 서비스료를 소비자가 스스로 지불하게 될 것인가? 당신은 처음 TV나 그밖의 정보가전품을 켤 때 당신이 볼 내용을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네트워크 제공사가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정보를 당신을 위해 처음 화면의 일부에다 띄울 것인가? 시장은 또한 네트워크 설계의 기술적 측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대화형 네트워크가 비동기전송방식(ATM)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현재의 ATM은 지나치게 값이 비싸다. ATM 장비의 가격이 다른 칩 관련제품과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면 ATM 값은 앞으로 크게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모종의 이유 때문에 가격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아주 조금씩밖에 떨어지지 않는다면, 전송되어온 신호는 일반가정에 들어가기 전에 다른 형태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가 깔리고 그와 동시에 커다란 시장이 생기기 위해서는 다양한 업체가 참여하는 가운데 다양한 기술이 쏟아져야 한다. 한두 가지의 요긴한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기업은 내친 김에 모둔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욕심을 부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본다. 나는 몇가지의 핵심부문에 집중하는 기업이 살아남는다는 믿음을 전부터 가져왔다. 컴퓨터 산업이 주는 교훈의 하나는-인생의 교훈이라고 해도 좋다- 모든 것을 잘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과거 컴퓨터 시장을 주도했던 IBM, DEC 같은 대기업들은 칩, 소프트웨어 시스템, 컨설팅을 비롯하여 모든 부문에 다 손을 뻗었다. 그러나 마이크로프로세서와 PC의 표준화로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게 되자 업종다분화 전략은 된서리를 맞았다. 특수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경쟁사들을 도저히 이겨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발군의 실력으로 칩을 만드는 기업, 발군의 실력으로 PC를 만드는 기업, 발군의 실력으로 정보를 전송하고 통합하는 기업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이들 후발업체는 조그만 틈새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낙관은 금물이다! 정보고속도로의 다양한 전문영역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으려는 기업통폐합은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언론은 정보고속도로를 보도하면서 그런 대규모 기업합병을 선전하기에 바쁘다. 언론사들도 각종 통폐합으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 전화회사는 케이블 회사를 사들이고 있다. 매코 셀룰러 무선통신회사는 유선통신에 기반을 둔 AT&T에 매각되었다. ABC와 타임워너는 터너 브로드캐스팅을 사들이고 싶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런 대대적인 투자가 과연 현명한 결정이었는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옳든 그르든 이런 대규모 거래는 대중을 사로잡는다. 일례로 벨 어틀랜틱과 TCI가 무려 3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합병을 추진하다 무산되자, 언론에서는 이것이 정보고속도로의 퇴보를 낳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앞다투어 표명했다. 그것은 지나친 기우다. 두 회사는 여전히 정보고속도로의 기반시설을 건설하기 위하여 대단히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정보고속도로의 도래 시기는 PC, 인터넷, 새로운 응용 소프트웨어의 발전과 맞물려 있다. 기업합병, 또는 합병의 무산은 정보고속도로의 발전이나 퇴보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런 거래들은 배경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누가 듣건 말건 계속 시끌벅적거릴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영화사, TV 네트워크, 신문사, 잡지사를 포함한 수백 개 기업과 손을 잡으려고 한다. 우리는 그들이 갖고 있는 내용적 자산을 잘 활용하여 CD롬, 인터넷, 정보고속도로를 위한 응용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다. 우리는 제휴관계를 믿으며 또 거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의 핵심적인 임무는 정보고속도로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응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많은 하드웨어 업체에 유용한 소프트웨어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전세계의 많은 언론사와 통신회사가 우리와 손잡고 소비자들이 응용 소프트웨어에 대해서 보이는 반응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소비자의 반응을 듣는다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정보고속도로를 생각하면 우리는 많은 것들이 궁금해진다. 사람들은 새로운 종류의 다중사용자 게임에 끌려들 것인가? 그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사귈 것인가? 네트워크를 통해서 공동작업을 할 것인가? 새로운 시장에서 쇼핑을 할 것인가?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흥미진진한 소프트웨어가 나타날 것인가? 사람들은 이들 새로운 기술에 대해 기꺼이 돈을 지불할 것인가? 정보고속도로가 발전하는 모습을 이해하려면 이런 질문들에 어느 정도 답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기업합병과 그에 뒤따를 열광은 보기에는 근사하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정보고속도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건설될 것인지를 알고 싶다면 인터넷에 연결된 PC, 인터넷에서 폭넓게 쓰이고 있는 소프트웨어에서 눈길을 돌리지 않는 것이 좋다. 적어도 나는 그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제12장 황홀한 여행 CRITICAL ISSUES 정보화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자못 흥미롭다. 우리는 지금 출발선에 서 있다.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하건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건 나는 가는 곳마다 정보화기술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놓을 것인가라는 물음을 받는다. 사람들은 정보화기술이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놓을지를 알고 싶어한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더 낫게 만들것인가, 나쁘게 만들 것인가? 나는 낙관주의자라고 이미 말했다. 나는 새로운 기술이 몰고 올 변화에 대해서도 낙관적이다. 그것은 정보를 폭넓게 확산시킴으로써 우리의 여가시간을 늘리고 문화를 살찌워줄 것이다. 집에서 또는 외곽의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게 함으로써 도시의 인구과밀화 현상을 막아줄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상품이 제조품이 아니라 정보의 형태로 만들어질 것이므로 자연자원의 남용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생활을 우리 스스로 꾸려나갈 수 있는 힘을 키워주고 우리의 개성이 반영된 오락과 제품에 접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정보화사회의 시민들은 생산성, 학습, 오락에서 새로운 기회를 마음껏 향유하게 될 것이다. 과감하게 움직이고 서로의 공생을 추구하는 나라들은 경제적 보상을 얻게 될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출현하고 수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수십 년이라는 장기적 단위로 보면 경제는 늘 격변상태에 있었다. 지난 몇백 년 동안 각 세대는 좀더 효율적인 작업방식을 발견해왔고 그것이 조금씩 누적된 결과는 엄청난 것이었다. 오늘날의 보통 사람은 몇 세기 전의 귀족보다 훨씬 낳은 생활을 누리고 있다. 당시의 왕처럼 넓은 땅을 소유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는 벼룩 때문에 고생하지는 않는다. 의학의 발전은 인간의 수명을 크게 늘렸고 생활수준을 향상시켰다. 20세기 초반, 헨리 포드는 자동차산업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당신이 지금 몰고 다니는 차는 그가 평생 몰고 다녔던 그 어떤 차보다 성능이 우수하다. 더 안전하고 더 믿을만하며 더 튼튼한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발전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생산성의 향상은 사회를 발전시킬 것이다. 머지않아 선진국에 사는 보통 사람이 지금의 그 어떤 사람보다도 잘살게 될 것이다. 내가 낙관주의자라고 해서 앞으로 우리에게 벌어질 일에 대해서 전혀 우려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변화가 모두 그러하듯 정보화사회도 많은 혜택과 아울러 감수해야 할 희생이 따를 것이다. 일부 산업부문에서는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나 직업 재훈련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사실상 헐값에 통신을 하고 계산을 할 수 있게 되면 국가간의 관계나 한 국가 내의 사회경제적 집단들간의 관계가 바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힘과 만능성은 개인 프라이버시, 사업기밀, 국가안보에 관한 새로운 우려를 증대시킬 것이다. 더욱이 평등권의 문제는 해결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정보화사회는 단순히 기술적으로 뒤어나고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계층만이 아니라 모든 시민을 위해 열려 있어야 한다. 요컨대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중요한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라고 반드시 그 해결책을 알고 있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이 책의 머리말에서 밝힌 것처럼 지금이야말로 그런 문제는 폭넓게 논의할 수 있는 호기라고 생각한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사회를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어려운 난국으로 몰고 갈 것이다. 기술의 발전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지 내일의 세상은 어제의 세상과는 전혀 딴판으로 보일 판이다. 하지만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변화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앞으로의 사회는 보편적 수혜, 교육투자, 규제,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공동체의 안녕 사이의 조화 등과 같은 부문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섣불리 행동에 나서려는 충동도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 우리가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아주 일반적인 종류의 물음쁜이다. 따라서 구체적이고 세세한 규제를 논할 시기는 아직 아니다. 혁명은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고 그동안 우리는 변화의 추이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어떻게 행동할지 지혜로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아마 가장 넓게 퍼져 있는 개인적인 불안은 대강 이런 내용의 질문으로 집약될 것이다. 발전된 사회에서 내가 적응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자기의 직업이 무용지물로 변할까봐, 새로운 작업방식에 적응하지 못할까봐, 자기 자녀가 받고 있는 직업교육이 나중에는 쓸모없어질까봐, 경제적인 대변혁이 특히 연로한 노동자의 대량실업사태를 낳을까봐 불안해하고 있다. 이것들은 하나같이 이유있는 불안이다. 사라지는 산업과 일자리는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이삼십 년에 걸쳐 전개될 과정이다. 역사의 눈으로 보자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렇다고 대변혁이라며 호들갑을 떨 만큼 세상에 혼란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 변화의 빠르기는 그저 컴퓨터 혁명이 사무환경을 바꾸어놓은 정도, 지난 십 년 동안 항공, 수송, 금융 분야가 달라진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와 개인용 컴퓨터는 산업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면서 일부 기업과 직종을 부분적으로 없앴지만 이것들이 부정적인 영향만 끼친 경제영역은 그리 많지 않다. 대형 컴퓨터, 중형 컴퓨터, 타자기 업체들은 된서리를 맞았지만 컴퓨터 산업의 규모는 전체적으로 커졌고 고용자 수도 실질적으로 늘어났다. IBM이나 DEC 같은 대기업에서 많은 직원들이 해고당했지만 그중 상당수는 PC 관련업종에서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냈다. 컴퓨터 산업 바깥으로 눈을 돌려도 PC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온전하게 남아 있는 산업부문을 찾기란 쉽지 않다. 식자공이라는 직종은 전자출판 소프트웨어의 거센 물결에 의해 밀려났지만 전자출판이 새롭게 창출한 일자리의 수는 그것이 없앤 일자리 수보다 더 많다. 모든 변화가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개인용 컴퓨터가 일으킨 변화는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훨씬 많다. 개중에는 이 세상세는 한정된 수의 일자리밖에 없으며 일자리 하나가 사라질 때마다 누군가가 오도가도 못할 신세에 빠진다고 불안해하는 사람이 있다. 다행히 경제는 그런 식으로 운용되지 않는다. 경제는 내적으로 얽혀 있는 방대한 시스템이다. 어떤 경제영역에서 빠져나간 자원은 그것이 가장 쓸모있게 활용될 수 있는 다른 경제영역으로 이동하기 마련이다. 일자리 하나가 없어지면 그 일을 하고 있던 사람은 거기서 나와 새로운 일을 하게 된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보면 더 많은 벌이가 생기고 생활수준도 올라간다. 불황으로 경제가 침체되면 주기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지만, 그것은 새로운 기술화를 촉진해 전체적으로 일자리를 더욱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 발전하는 사회에서 직업의 종류는 늘 변한다. 한때 모든 전화를 교환수가 처리했다. 내가 어렸을 때 집에서 장거리전화를 걸 때에는 다이얼 0을 돌린 다음 교환수에게 원하는 번호를 말해야 했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만 하더라도 웬만한 기업에는 교환수가 근무하면서 통화를 연결해주었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통화량이 엄청나게 늘어났음에도 교환수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자동화에 밀려난 것이다. 산업혁명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식량생산은 인류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다. 그 당시에 누군가 앞으로 한두 세기 뒤에는 인구의 극히 일부가 전체가 먹기에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게 될 거라고 예언했다면 아마 대다수의 농부는 앞으로 먹고 살 걱정에 눈앞이 캄캄했을 것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이 1990년에 확인한 501가지의 직업 가운데 상당수는 불과 5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새로운 직종을 우리가 구체적으로 예언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은 교육, 사회봉사, 레저와 관련되어 나타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가 구매자와 판매자를 직접 연결시켜주면 지금의 중간상들은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그것은 월마트, 프라이스 코스트코처럼 효율적인 판매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대형연쇄점이 진출했을 때 기존 상점들이 느꼈던 위기감과 비슷할 것이다. 월마트가 농촌지역에까지 침투하면 그곳 상인들은 다급해질 것이다. 일부는 살아남고 일부는 밀려나겠지만, 전체적으로 그 지역이 받는 경제적 타격은 미미할 것이다. 문화적 다양성이 사라지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창고형 매장이나 패스트푸드 체인점은 계속 번창할 것이다. 생산성을 올린 만큼 가격을 내려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중간상의 수를 줄이는 것도 원가를 내리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그것은 경제적 변화를 낳겠지만 그 변화는 과거 10년 동안 소매업계에서 일어난 변화보다 크지 않을 것이다. 중간상이 하는 역할이 거의 없어질만큼 정보고속도로가 쇼핑 영역에서 폭넓게 쓰이려면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다. 아직 준비할 시간은 충분히 있다. 일자리를 뺴앗긴 중간상들이 새로 뛰어들 업종은 우리가 미처 상상도 못한 새로운 형태일 수 있다. 새로운 경제가 만들어낼 일자리들의 구체적인 면모는 앞으로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가 사람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한, 일자리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생산성 향상이 아무리 많은 사람에게 이익을 가져온다고 해도 자기 일자리가 위태로운 사람에게는 그 말이 위안이 될 수 없다. 더 이상 쓸모없는 직업을 위해 훈련을 받은 사람보고 무작정 나가서 다른 일을 배워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직업 조정은 그리 단순하고 빠르게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긍극적으로는 불가피할 것이다. 다음 세기에 대비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따른 부수적 파급효과조차도 제대로 점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예측마저 할 수 없는 변화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100년 전 사람들은 자동차시대가 도래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자동차가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새로운 직업과 산업을 낳으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마차회사에 근무하는 친구더러 직업을 바꾸어 엔진 공부를 해보라는 조언 정도는 할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자동차의 급속한 보급을 염두에 두고 부동산투자를 할 정도의 상상력이 과연 그들에게 있었을까? 일반적인 문제해결능력을 강조하는 교육이 어느 때보다도 중시될 것이다. 변화하는 사회에서 교육은 적응을 위한 최선의 대비책이다. 경제가 변화하면서, 적절하게 교육받은 개인이나 사회는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숙련된 기술에 대해 사회가 지불하는 보상액은 점점 올라갈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평생동안 지적 관심을 유지하고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할 것이다. 여태까지 편하게 지내왔던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의 특권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알고 있는 지식이 가치를 상실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사람과 기업이 스스로를 혁신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 기업과 정부도 물론 노동자의 교육과 재교육을 도와야겠지만 교육의 가장 큰 책임은 궁극적으로 개인에게 있다. 교육의 첫 단계는 컴퓨터와 친숙해지는 것이다. 컴퓨터를 모르는 사람은 열이면 열 컴퓨터를 두려워한다. 유일한 예외는 아이들이다. 초보자들은 한 번의 실수로 컴퓨터가 망가지거나 그 안에 저장되어 있던 내용이 몽땅 날아가지나 않을까 걱정한다. 물론 사람들은 종종 데이터를 잃는다. 그러나 대부분은 원상복구가 가능하다. 우리는 데이터를 잃기는 어렵고 원상복구는 쉬운 그런 시스템을 만들려고 전부터 노력해왔다. 대개의 프로그램에는 취소 명령이 있어 어떤 것을 시도했다가도 재빨리 철회할 수 있다. 실수를 저질러도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몇번 체험하면 사용자들은 자신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실험을 하기 시작한다. PC는 별의별 실험을 다 할 수 있게 해준다. PC를 오래 써본 사람일수록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남보다 잘 이해한다. 그때부터 PC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유용한 도구가 된다. 트랙터나 재봉틀처럼 어떤 과제를 좀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우리를 돕는 기계가 된다. 사람들이 갖는 또 하나의 두려움은 똑똑한 컴퓨터가 사람의 머리를 능가하여 사람의 머리를 불필요하게 만들 것이라는 점이다. 사람의 머리를 부분적으로 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언젠가는 개발되리라고 나도 생각하지만 적어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그런 물건이 나오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컴퓨터 과학자들은 수십 년 전부터 사람의 이해력과 상식을 가진 컴퓨터를 개발하려고 노력해왔다. 1950년 앨런 튜링은 튜링 테스트라고 불리는 실험을 제안했다. 그 실험의 요지는 이렇다. 당신이 당신의 시야에 드러나지 않는 컴퓨터와 사람과 함께 다같이 대화를 나누게 됐을 때, 그들 중 어느 것이 컴퓨터이고 어느 것이 사람인지 구별할 수 없어야 비로소 우리는 지능을 가진 컴퓨터를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분야가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전부터 말들이 많았지만 하나같이 과장된 내용이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나다는 인공지능 컴퓨터조차도 아주 기초적인 학습과제 하나 제대로 처리 못하는 것이 인공지능 개발의 현주소다. 체스를 두는 컴퓨터가 지능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것이 과제를 곧이곧대로 처리하도록 특수하게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정상급 체스 선수와 경기를 벌이는 컴퓨터는 한 번 말을 이동할 때마다 수십억 번의 가능한 경우를 계산한다. 컴퓨터가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사람이 사용자가 되기 전까지는 정보가전품이 정보를 발행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잘 살건 못 살건, 도시에 살건 시골에 살건, 나이가 많건 적건 모든 사람이 차별없이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우리의 이상이다. 그러나 개인용 컴퓨터는 일반에게 널리 보급되기에는 아직도 비싼 감이 있다. 정보고속도로가 사회의 일부로 완전히 정착하려면 일부 엘리트만이 아니라 일반시민 모두가 실질적으로 정보고속도로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모든 시민이 정보가전품을 집에 갖고 있어야 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웬만한 집에는 정보가전품이 보급되고 정보가전품이 없는 나머지 사람들도 도서관, 학교, 우체국, 그밖의 공공장소 등에서 공동 정보가전품을 이용할 수 있으면 된다. 그러나 만인의 접근이라는 문제는 정보고속도로가 많은 사회비평가들이 기대하는 수준보다 훨씬 큰 성공을 거둔 다음에 비로소 제기될 문제라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정보고속도로는 물론 대중화될 수 있다. 몇몇 대기업과 돈 많은 사람들을 이어주는 값비싼 시스템은 정보고속도로가 아니라 정보개인도로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한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10%만이 이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에는 풍부한 내용이 담길 수 없을 것이다. 서비스 상품을 만드는 데에는 일정한 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그런 서비스가 자꾸 생기려면 많은 사람이 가입해야 한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의 대다수가 정보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는 한 광고비만으로 정보고속도로를 꾸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중들이 공유하지 않은 정보고속도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결국에는 통신비용과 컴퓨터 가격이 떨어지고 보다 폭넓은 경쟁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제공되는 많은 정보와 오락의 가격도 떨어질 것이다. 늘어나는 광고 덕분에 공짜로 공급되는 정보물도 상당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록밴드건 컨설팅 엔지니어건 출판사건 간에 대부분의 서비스 제공사들은 사용자에게 돈을 청구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를 현명하게 운영하여 만인에게 문호를 개방할 순 있겠지만 결코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나중에 정보고속도로에 지출할 돈 중의 상당액은 지금 우리가 형태는 다르지만 내용은 똑같은 서비스에 대해 지불하는 돈이 될 것이다. 우리는 레코드를 구입하다가 콤팩트 디스크로 바꾸었고 극장표를 사다가 비디오를 빌려보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서 우리는 비디오를 빌리는 대신 주문형 비디오를 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인쇄된 정기간행물을 구독하는 비용의 일부를 대화형 정보 서비스를 받는 데 쓰게 될 것이다. 지금 지역전화 서비스, 장거리 서비스, 케이블 TV로 들어가는 돈의 상당액이 정보고속도로에 지불될 것이다. 정부가 갖고 있는 정보, 의료정보, 게시판, 일부 교육자료는 무료로 제공될 것이다. 일단 정보고속도로에 들어서면 사람들은 중요한 온라인 정보원에 균등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20년 안에 상업, 교육, 광대역통신 서비스가 정보고속도로로 통합되면 개인이 사회에서 어느 만큼의 능력을 발휘하느냐는 그가 정보고속도로를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다. 사회는 지리적 거리, 사회경제적 수준과는 상관없이 모든 구성원이 정보고속도로에 접속할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얻을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될 것이다. 정보화시대에 나타날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교육에서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일부는 찾을 수 있다. 지금도 많은 사회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교육에서 찾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 미래학자보다도 뛰어난 예지와 상상력을 갖고 있었던 작가 H. G. 웰스는 1920년에 이미 다음과 같은 통찰력있는 발언을 했다. 인류의 역사는 점점 더 교육과 파국의 대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교육은 사회를 평등하게 만드는 중요한 수단이다. 교육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발전은 비록 그 효과가 즉시 나타나지는 않더라도 결국 기회의 균등한 배분에 이바지한다. 정보고속도로는 추가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교육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개인용 컴퓨터를 통해 당신은 얼마든지 자유롭게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컴퓨터로 게임을 하면서 컴퓨터에 빠져들게 되었다. 나의 아버지도 납세자료를 컴퓨터로 준비하면서 거기에 매료당했다. 무엇 때문에 컴퓨터에게 주눅들어야 한단 말인가? 당신도 똑같은 시도를 해보라. 당신의 삶에서 컴퓨터가 더욱 편하게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줄 수 있는 영역을 찾아내어 그것을 중심으로 컴퓨터와 친숙해지라. 컴퓨터로 각본을 써보아라. 컴퓨터로 집에서 은행과 거래를 해보라. 아이의 숙제를 컴퓨터로 도와주라. 컴퓨터와 친해지려고 애써야 한다. 컴퓨터에게 기회를 주면 아마 컴퓨터가 당신을 실망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컴퓨터가 어렵고 까다롭게 느껴진다고 해서 당신의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당신은 다만 컴퓨터와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부족했을 따름이다. 젊은 사람일수록 컴퓨터는 중요하다. 지금 나이가 오십대 이상인 사람은 아마 누구나 컴퓨터를 다룰 줄 알아야만 하는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자신의 작업장에서 은퇴하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도 컴퓨터를 모르면 놀라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셈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나이가 스물다섯인데도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은 무슨 일을 하든지 애를 먹게 될 것이다. 컴퓨터를 유용하게 쓸 줄 알면 직장을 구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따지고 보면 정보고속도로는 우리 세대나 우리 이전 세대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다. PC와 함께 자라왔고 정보고속도로와 함께 성장할 세대가 그 기술을 끝까지 밀고 나갈 것이다. 우리는 성의 불균형을 시정하는 데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남자아이들만 컴퓨터 앞에 우르르 몰려 앉아 있었다. 요즘 여자아이들은 20년 전에 비해 훨씬 적극적이지만 아직도 과학기술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인력은 크게 모자란다. 어릴 때부터 남자아이 못지않게 컴퓨터를 자주 접하는 여자아이는 나중에 커서도 컴퓨터 실력을 무기로 어엿한 전문직업인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내 어린 시절의 경험이나 주위에서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의 경험으로 미루러보아 아이들은 일단 컴퓨터를 접하게 되면 거기에 흠뻑 빠져드는 것 같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컴퓨터와 친해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정보고속도로에 부담없이 접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교사들도 컴퓨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보고속도로의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현실세계에서 평등을 구현하는 것보다 가상세계에서 평등을 구현하는 것이 훨씬 쉽다는 것이다. 가난한 지역에 있는 모든 국민학교의 도서실 수준을 비벌리힐스에 있는 국민학교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어마어마하게 큰돈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국민학교를 온라인 서비스망으로 연결하면 누구든지 동일한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가상세계에서 우리는 모두 평등하게 태어난 존재며, 이러한 평등권은 현실세계에서 풀지 못한 사회적 문제들을 부분적으로나마 풀어줄 것이다. 정보 네트워크가 편견과 불평등과 같은 현실의 장벽을 일거에 제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 장벽을 허무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이다. 오락물이나 교육자료 같은 지적 재산의 가격을 산정하는 문제도 자못 흥미롭다. 경제학자들은 과거에는 상품의 가격을 어떻게 매겼는지 알고 있다. 그들은 합리적인 가격이 어떻게 직접 원가구조를 반영하는지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수준높은 제조업체들이 여럿 있는 시장에서의 상품가격은 그 상품을 하나 더 생산하는 데 드는 최소한의 추가경비, 이름하여 한계원가 수준으로까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모델을 정보 재산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경제학원론을 보면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나오고 두 곡선이 교차하는 지점이 한 제품의 가장 적절한 가격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그러나 수요공급 경제학은 지적 재산의 영역에서는 들어맞지 않는다. 원가에 관한 통상적인 법칙들이 여기서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의 지적 재산을 개발하는 데에는 막대한 선행투자가 필요하다. 이 비용은 그 지적 재산이 한 개 팔리느냐 수백만 개 팔리느냐와 관계없이 고정된 비용이다. 조지 루카스가 감독하는 다음 스타 워즈 시리즈는 몇명의 관객이 극장에 가느냐에 상관없이 천문학적 제작비가 고정적으로 들어갈 것이다. 지적 재산의 가격산정은 일반상품의 가격산정보다 복잡하다. 대부분의 지적 재산은 그것을 여러 개로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정보고속도로에서는 하나의 지적 재산을 제공-그것이 지금의 제조에 해당할 것이다-하는 데 드는 비용이 보다 떨어질 것이며 무어의 법칙에 따라서 매년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다. 새로 나온 약을 살 때 우리가 지불하는 돈의 대부분은 제약회사의 연구개발비, 실험비로 돌아간다. 한 알의 약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한계 원가가 미미하다 하더라도 제약회사는 약 한 알을 상당히 비싼 값에 판다. 시장이 크지 않을 때에는 더더욱 약값이 올라간다. 일반환자로부터 거둬들인 돈으로 막대한 연구개발비도 뽑아야 하고 신약을 개발하는 데 따르는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도 돈을 투자해준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이익금을 돌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한 나라가 그 약을 요구해오면 제약회사는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다. 제약회사가 특허사용료를 포기하거나 크게 낮추지 않는 한 그 약은 가난한 나라들에게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약회사가 연구개발을 계속하려면 한계가격보다 비싸게 약을 파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가난한 나라들에게는 이것이 불이익으로 작용한다. 잘사는 나라에서도 정부가 의료비를 지원하지 않을 경우 이런 방침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조장한다. 한 가지 해결책이 있다면 그것은 잘사는 사람이 더 비싼 값에 약을 사고 영화를 보고 책을 사는 것이다. 이것은 일견 불공평해 보일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 도입된 조세정책이 바로 이런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수입이 많은 사람은 일반인과 비교할 때 도로, 학교, 군대 그밖의 공공시설 유지비로 더 많은 세금을 낸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나는 이런 공공 서비스를 받기 위해 1억 달러가 넘는 돈을 지불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의 일부를 팔았기 때문에 엄청난 재산세가 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불평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동일한 서비스가 얼마나 다양한 가격에 제공되는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정보고속도로의 사용료는 원가개념이 아니라 정치적 고려에 따라 결정될지도 모른다. 오지 주민들을 네트워크에 접속시키려면 엄청난 돈이 들 것이다. 광케이블을 그만큼 많이 깔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런 지역에 투자하겠다고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주민들이 그 막대한 비용을 댈 처지도 못된다. 정부가 인구가 밀집되어 있지 않은 농촌지역의 케이블망 부설비용을 지원한다든가, 도시사용자가 농촌사용자를 보조하는 규정을 만든다든가 하는 문제를 놓고 앞으로 열띤 토론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는 비슷한 전례가 있다. 바로 보편적 서비스 의 원칙이다. 미국에서는 이 원칙에 따라 농촌지역의 우편, 전화, 전기 서비스에 보조금을 지불하게 되었다. 따라서 모든 미국인은 거주지와는 상관없이 한 통의 편지, 한 통의 전화, 또는 사용한 전기에 똑같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 농촌지역은 인구가 밀집된 도시지역보다 집이나 사업체가 드문드문 떨어져 있어서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더 많은 돈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미국의 경우 신문배달이나 라디오, TV 방송의 수신에서는 그와 비슷한 정책이 없었다. 그런데도 이런 서비스는 누구나 균등하게 받고 있다. 이것은 정부가 균등한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 모든 상황에 반드시 개입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보고속도로에 대한 폭넓은 접근을 보장받기 위해 정부의 개입을 요청할 것인가, 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요청할 것인가를 두고 오랜 시일 열띤 논란이 전개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외곽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자문을 얻고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며 외부 세계에 참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전원생활을 즐기면서도 도시에서 접할 수 있는 정보를 얻기를 원하는 사람이 적지 않으므로 네트워크 회사들은 소득수준이 높은 전원지역에도 광케이블을 적극적으로 깔 것이다. 일부 주나 자치단체, 심지어 민간 부동산개발업자들까지 정보고속도로와의 접속을 자기네 땅의 장점으로 내세우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정보고속도로가 의외로 수월하게 건설될지도 모른다. 쾌적한 생활을 제공하는 전원지역으로 세련된 도시인들이 역류하는 현상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도시지역이 농촌지역보다 먼저 정보고속도로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국경선을 넘어 개발도상국으로 정보와 기회를 확산시킬 것이다. 국제통신요금이 싸지면 어디에 살든지 세계경제의 주된 흐름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중국의 컨설팅 전문가는 런던의 전문가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면서 컨설팅 분야에 대한 자기의 전문지식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선진국의 제조업노동자들이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유입된 노동력 때문에 심한 경쟁에 시달려야 했던 것처럼 선진국의 지식노동자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새로운 경쟁체제에 편입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보고속도로는 지난날 항공 및 해상 수송요금의 대폭인하가 국제물품거래를 활성화시켰듯이 지적 상품과 서비스 부문의 국제무역을 강하게 촉진시킬 것이다. 전체적으로 더 부유하고 안정된 세계가 도래할 것이다. 선진국과 그 나라의 노동자들은 앞으로도 상당한 폭의 경제적인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국과 빈국의 격차는 점차로 줄어들 것이다. 후발국이라는 사실이 때로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늦게 출발한 사람은 앞서 길을 닦은 사람의 실수와 고생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나라들은 아예 산업화 단계를 거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곧바로 정보화시대로 진입할 것이다. 유럽은 미국보다 몇 년 늦게 TV가 도입되었다. 덕분에 유럽인들은 더 나은 화질을 접할 수 있었다. 유럽이 TV 방송의 표준을 정할 무렵 더 나은 기술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통신 시스템은 늦게 출발한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예다. 아프리카, 중국, 그밖의 개발도상국에 사는 많은 시민들이 휴대폰을 갖고 있다. 휴대폰은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그밖의 저개발 지역에서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구태여 동선을 깔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휴대폰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은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이들 지역에는 아예 동선에 바탕을 둔 재래식 통신 시스템이 깔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그렇게 되면 이들 나라는 전신주를 세우기 위해 수백만 그루의 애꿎은 나무를 베거나 비싼 돈을 들여 수십만 마일에 이르는 전화선을 땅 속 깊이 파묻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무선전화 시스템이 그들이 가질 최초의 전화 시스템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광대역 접속이 불가능한 곳을 중심으로 점차 양질의 휴대폰 시스템을 늘려가게 될 것이다. 발달된 통신 시스템이 출현하면 국가들은 더 비슷비슷해질 것이고 국경선의 중요성도 감소할 것이다. 팩시밀리, 휴대형 비디오 카메라, 케이블 뉴스 네트워크는 공산정권을 무너뜨리고 냉전을 종식시킨 중요한 힘이었다. 이들 통신수단을 통해 이른바 철의 장막을 뚫고 뉴스가 자유롭게 전달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국이나 이란 같은 나라의 국민들도 상업방송을 통해 정부의 검열을 거치지 않은 나라 밖 소식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 새로운 통신수단 덕분에 사람들은 다른 문화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혹자는 이것이 사람들의 기대 수준을 폭발적으로 높여 오히려 불평불만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좋지 못한 여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바깥 세계의 수준높은 생활을 알게 되면 비교를 안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 사회 안에서도 사람들이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더 다양한 가능성을 접하게 되므로 전통적인 경험과 현대적인 경험의 균형에 변화가 올 것이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범위가 각 지역에서 전세계로 확대되므로 일부 문화권은 지금보다 더 많은 공격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TV에 의한 동질화가 지역적 다양성을 잠식하는 경향에 대해 우려를 품은 빌 매키번은 다음과 같은 지적을 했다. 똑같은 광고가 뉴욕의 아파트, 아이오와의 농가, 아프리카 오지의 마을에 동시에 전달된다고 해서 이곳들의 생활여건이 비슷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것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몇가지의 공통성밖에는 갖고 있지 않다는 반증에 불과하다. 그 희박하고 있는 듯 없는 듯한 공통성이야말로 지구촌을 이루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광고를 보고 그 광고가 후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하기를 원하는데도 그것을 막아야 할까? 이것은 모든 국가가 개별적으로 해결해야 할 정치적인 문제다. 그러나 정보고속도로를 검열하여 그 안에서 유통되는 내용을 선별적으로 흡수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대중문화는 미국 바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여 일부 국가에서는 여기에 제재를 가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1주일에 방영되는 외국 프로의 방송시간을 제한함으로써 자국 방송제작사의 생존을 보장하려고 한다. 유럽에서는 위성방송과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되는 프로가 늘어나면서 정부의 통제영역이 줄어들고 있다. 정보고속도로는 국경선을 허물고 세계문화를 북돋울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문화적 활동과 가치를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또한 애국지사, 심지어는 국외로 추방된 사람들까지 자기의 민족공동체에 깊숙이 간여하면서 그들이 어디에 있건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연락을 취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이것은 문화적 다양성을 강화하고, 단일문화로 치닫는 세계문화의 조류에 제동을 걸 것이다. 사람들이 자기 세계에만 파묻혀 외부세계와 교류하지 않을 경우-역도선수는 역도선수하고만 이야기하고 라트비아 사람은 오직 라트비아 신문만 읽는 상황-공통된 경험이나 가치가 사라질 위험성이 있다. 그런 외국 혐오증은 사회를 조각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사태가 오리라고 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많은 공동체에 소속되기를 원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계공동체도 그런 공동체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미국인이 공통된 국민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TV를 통해 같은 시간에 같은 사건들, 예를 들면 이륙 후에 공중에서 폭발하는 챌린저호, 슈퍼볼 경기, 대통령 취임연설, 걸프전 보도, O. J. 심슨의 자동차도주 장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그 순간에 하나 가 된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또 한 가지 걱정은 멀티미디어 오락이 너무 쉽고 재미있어서 그 쾌락에 중독되는 사람이 생겨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가상현실 체험이 일반화되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어느날 가상현실 게임이 당신을 가상의 술집으로 데리고 간다고 하자. 거기서 당신은 특별한 사람 과 눈이 마주치게 된다. 그 사람은 당신이 자기한테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당신에게 와서 대화를 나누게 된다. 당신은 이야기를 하면서 매력과 위트로 새 친구를 매료시키게 된다. 어쩌면 두 사람은 너무 죽이 잘 맞아서 함께 파리에 가기로 마음먹을지도 모른다. 휘익 하면 어느새 두 사람은 파리에서 노트르담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보고 있다. 홍콩에서 유람선 타본 적 있어요? 당신이 친구를 은근슬쩍 꼬드긴다. 또다시 휘익! 가상현실을 분명히 그 어떤 비디오 게임보다도 매력적이어서 한번 그 세계를 맛본 사람은 그 중독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매혹적인 세계로 너무 자주 이탈하거나 거기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당신은 자신이 걱정스러워질지 모른다. 그럴 때 당신은 시스템에 이런 식의 명령을 내려 오락에서 단호히 손을 떼려는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어떤 명령을 내리더라도 하루에 30분 이상은 나한테 게임을 제공하지 말 것. 이것 자동차 과속방지턱과 같은 역할을 하여 당신이 매력을 느끼는 대상에 너무 깊이 빠져들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이것은 또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먹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냉장고 문에 붙여놓은 뚱뚱한 사람의 사진과 같은 구실을 할 것이다. 과속방지턱은 사람을 후회로 몰아넣는 행동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어떤 사람이 자기의 남아도는 시간을 가상현실 속에서 노트르담 사원의 스테인드글라스를 감상하는 데 쓴다든지 가상술집에서 합성된 친구와 담소를 나누는 데 쓴다면 그 사람은 자기의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셈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하루에 몇시간씩 TV를 보고 있다. TV 오락물을 수동적 형태에서 대화형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시청자들은 한결 더 흥미진진하게 오락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세상 사람들이 정보고속도로 앞에서 빈둥거릴까봐 걱정하지는 않는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그것은 비디오 게임이나 도박 정도의 폐해를 끼칠 것이다. 자기의 행동을 바꾸고 싶어하는 중독자를 위해 여러 곳에서 지원모임이 등장할 것이다. 개인적인 중독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사회가 정보고속도로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이 네트워크와 거기에 연결된 컴퓨터들은 사회의 새로운 운동장, 새로운 작업장, 새로운 교실이 될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통신형태 대부분을 통합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사진앨범, 일기장이 될 것이다. 이러한 다양성은 네트워크의 강점이지만 이로 인해 우리는 정보고속도로에 너무 의존하게 될 것이다. 의존은 위험할 수 있다. 1965년과 1977년에 뉴욕시에 정전사태가 발생하자 수백만 명이 적어도 몇시간 동안 곤욕을 치렀다. 전기에 과도하게 의존한 결과였다. 조명, 난방, 교통, 보안을 모두 전력에 의존한 결과였다. 전기가 나가자 사람들은 승강기에 갇혔고 교통신호등은 작동을 멈추었으며 전기 펌프는 돌아가지 않게 되었다. 전기가 없어지자 세상은 순식간에 암흑천지로 변했다. 정보고속도로가 와해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미리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시스템이 탈중앙화되어 있으므로 일부분에 고장이 생긴다고 해도 그 파급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서버에 고장이 생기면 그 서버를 새 것으로 바꾸고 거기에 수록되었던 데이터는 다시 복원하면 된다. 그러나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시스템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만큼 우리는 여벌을 만들어두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시스템의 가장 취약한 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저장된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법으로서 암호화-정보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수학적인 자물쇠-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것이다. 다이얼 자물쇠건 강철금고건 지금의 보안 시스템은 그 어느 것도 완벽한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가능한 한 침입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줄로 알고 있지만 컴퓨터 보안은 성능이 대단히 우수하다. 컴퓨터는 정보를 관장하는 사람이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한 아무리 뛰어난 해커라도 쉽게 뚫고 들어올 수 없도록 정보를 철저히 지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컴퓨터 보안이 간혹 깨지는 것은 관리소홀이 주된 원인이다. 정보고속도로에서 실수가 일어날 수 있고 그런 상태에서 수없이 많은 정보가 소통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이 디지털 공연표를 위조할 경우 공연장에서 엄청난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이런 사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시스템 보안이 다각적으로 연구되고 관련 법률도 제정되어야 한다. 개인의 사생활은 물론 금전거래내역을 총괄하는 정보 시스템은 암호화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므로 만일 암호화 시스템을 해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수학이나 컴퓨터 분야에서 나온다면 대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 수학분야에서 그 방법이 개발된다면 그것은 아마 아주 큰 수를 소수분해하는 기술일 것이다. 그 기술을 가진 개인이나 조직은 돈을 위조하거나 개인, 기업, 정부의 파일을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크게는 국가안보까지 위태롭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시스템을 신중하게 설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떤 암호화기술이 노출되었을 경우 그 즉시 새로운 암호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에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완벽한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아직 극복해야 할 장애가 몇가지 남아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비밀로 해두고 싶은 정보를 10년 이상 철통같이 지키는 일은 무척 힘들다. 이미 많은 기업이나 정부기관으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막대한 양의 정보가 유입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정보가 어떻게 쓰이는지, 과연 그것이 정확한 정보인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가 담겨 있다. 당신의 의료정보, 운전기록, 도서관기록, 학교성적, 재판기록, 신용도, 납세기록, 은행잔고, 직장기록, 각종 청구서 등이 어디엔가 저장되어 있다. 당신이 오토바이 대리점에 전화를 자주 건다는 사실은 오토바이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중요한 정보다. 전화회사는 마음만 먹으면 그 상업정보를 팔아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신상에 관한 정보는 우편광고에 더없이 요긴하게 쓰인다. 이것이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이런 종류의 데이터베이스 활용을 규제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이미 마련되어 있다. 미국 국민은 자기 신상에 관한 정보가 어디에 어느 정도 수록되어 있는지를 볼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또 타인이 그 정보를 볼 때에는 그 사실이 당사자에게 통보된다. 지금은 이런 정보들이 분산되어 있어 별 문제가 없지만 이것들이 정보고속도로에 연결되는 날에는 컴퓨터에 의해 줄줄이 엮일 것이다. 신용자료는 취업기록이나 거래기록과 연결되어 당신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섬뜩할 정도로 정확하게 보여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이루어지는 거래가 늘어나고 여기에 담기는 정보가 불어나면 정부는 사생활 보장 및 정보접근에 관한 정책을 깊이있게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그 정책을 바탕으로 운영될 것이다. 가령 의사는 환자의 납세기록을 볼 수 없을 것이고 세무공무원은 납세자의 학교성적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교사는 학생의 의료기록을 함부로 볼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정보 그 자체가 아니라 정보가 남용되는 것이다. 지금 보험회사는 보험가입을 원하는 사람의 의료기록을 조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보험회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사람이 행글라이더, 흡연, 자동차경주처럼 위험한 취미나 생활습관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어할 것이다. 보험가입자가 만에 하나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보험회사의 컴퓨터에 우리의 물품구입내역을 정보고속도로에서 조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야 할 것인가? 피고용자의 인물됨됨이를 파악하기 위해 그의 통신기록이나 여가생활기록을 참고할 수 있는 권리를 고용주의 컴퓨터에 주어야 할 것인가? 연방정부, 주정부, 시청에게는 정보열람권을 어디까지 주어야 할 것인가? 집주인은 세들 사람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아야 할 것인가? 앞으로 배우자가 될 사람에 대해서는 어디까지 알아야 하는가? 우리는 사생활의 법적, 현실적 한계선을 좀더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누군가가 우리에 관한 정보를 끈질기게 추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본인도 자신의 기록이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추적할 수 있게 되므로 정보유출에 마냥 무방비상태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기록된 삶 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PC 지갑은 당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들의 시간, 위치, 음성, 영상을 빈틈없이 저장할 것이다. 그것은 체온, 혈압, 기압, 그밖에 당신과 당신의 주변상황에 관한 각종 데이터는 물론 당신이 하는 모든 말, 당신이 듣는 모든 말을 기록할 것이다. PC 지갑은 당신이 내리는 모든 명령과 보내는 메시지, 당신이 전화를 거는 사람, 당신에게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 등 정보고속도로상의 당신과 관련된 모든 활동내역을 저장할 것이다. 여기서 나오는 기록은 가장 세밀한 일기, 자서전이 되는 셈이다. 당신은 디지털 가족앨범을 정리하면서 어떤 사진을 언제 어디에서 찍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기술은 그리 까다롭지도 않다. 얼마 안 있느면 사람의 목소리를 초당 몇천 비트의 디지털 정보로 압축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한 시간 길이의 대화를 1베가바이트 분량의 디지털 데이터로 바꿀 수 있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백업용으로 쓰이는 작은 테이프가 벌써 10기가바이트 가량의 정보를 저장한다. 이 정도면 1만 시간 길이의 음성정보를 담을 수 있다. 새로 개발될 디지털 TCR 테이프는 100기가바이트 이상의 저장력을 갖게 될 것이다. 몇천 원짜리 테이프 하나면 한 사람이 10년 동안, 만약 그 사람이 과묵한 편이라면 평생동안 한 모든 말을 담을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현재의 기술수준을 바탕으로 산정한 수치다. 정보저장력은 앞으로 더욱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몇 년 안에는 비디오 저장도 가능해질 것이다. 생활이 낱낱이 기록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섬뜩한 일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쌍수를 들고 그것을 환영할 것이다. 삶의 기록이 강력한 방어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PC 지갑을 훌륭한 알리바이 입증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암호화된 디지털 서명은 무고한 기소에 맞설 수 있는 변조 불가능한 알리바이를 제공할 것이다. 누군가 당신을 고발했다고 하자. 그때 당신은 PC 지갑을 들고 이렇게 받아칠 수 있을 것이다. 이보시오, 내 일거수 일투족은 모두 다 여기에 기록되어 있어요. 내가 한 말은 언제라도 되살릴 수 있다구. 그러니 허튼 수작 부리지 말아요. 반면에 당신이 죄를 지었다 해도 당신은 그 기록을 조작할 수 없다. 조작했다는 기록도 남게 될 것이므로. 리처드 닉슨은 정적들을 도청하고 다시 도청 테이프를 변조했다는 혐의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했지만, PC 지갑이 진작에 보급되었더라면 아마 그는 감히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를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고 따라서 무사히 대통령 임기를 마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백인경찰이 흑인을 무차별 구타한 로드니 킹 사건은 비디오 테이프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앞으로 모든 경찰차, 나아가 모든 경찰관들을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를 의무적으로 지참해야 할 것이다. 그 비디오 카메라는 시간과 장소를 변조할 수 없게 만들어질 것이다. 시민들은 경찰 스스로가 자신들의 공무집행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찰도 이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무고한 시민을 폭행했다든가 경찰권을 남용했다든가 하는 비난에 대처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훌륭한 증거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기록은 비단 경찰업무에만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다. 수술과정을 비디오에 담아두는 의사들은 의료사고에 대비한 보험에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가입할 수 있을 것이다. 버스, 트럭, 택시 회사는 운전사들의 안전운전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다. 일부 운송회사는 벌써 주행거리와 평균속도를 기록할 수 있는 장치를 차량에 부착했다. 나는 모든 차량이 이런 기록장치뿐 아니라, 차량의 신원과 위치를 보내는 송신장치-미래의 번호판이라고나 할까-를 달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날 모든 비행기에 블랙박스 가 설치되어 있듯이 말이다. 블랙박스의 가격이 떨어지면 차에도 그것을 달 수 있을 것이다. 차량이 도난당해도 그 차량의 소재를 즉시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뺑소니 차량도 쉽게 잡을 수 있다. 수사관은 30분 전부터 지금까지 다음 두 블록을 운행한 차들의 명단을 뽑아주시오. 라고 조회한 뒤 그 명단에 오른 차들의 블랙박스 기록을 토대로 범인을 족집게처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블랙박스는 속도와 위치를 모두 기록하므로 속도제한규정도 철저하게 지켜지겠지만 나는 이것만큼은 반대한다. 점점 더 세상이 기계화돼가고 있으므로 언젠가는 감시용 비디오 카메라가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을 기록하게 될지도 모른다. 공공장소의 비디오 카메라는 이미 상당히 일반화되어 있다. 비디오 카메라는 지금도 은행, 공항, 현금 자동 지급기, 병원, 고속도로, 상점, 호텔, 건물 로비, 엘리베이터 등지에 은밀하게 부착되어 있다. 50년 전, 조지 오웰이 수많은 카메라가 사람들을 관찰하는 세상이 도래할 거라고 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큰 거부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그런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에는 시민들이 앞장서서 그런 카메라를 거리나 주차장에 설치해달라고 요구하는 지역이 의외로 많다. 모나코에서는 수백 대의 비디오 카메라를 거리 곳곳에 설치한 뒤로 노상범죄가 거의 사라졌다. 물론 모나코는 워낙 작은 나라라서 몇백 대의 카메라만으로도 거리 요소요소를 웬만큼 살필 수 있었다. 많은 학부모들은 청소년 마약거래나 운동장에서도 버젓이 자행되는 치한들의 폭행을 막기 위해 학교 안팎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싶어할 것이다. 도시 곳곳에 서 있는 가로등은 지역공동체가 공공의 안전을 위해 투자하여 설치한 것이다. 여기다 조금만 돈을 더 들이면 카메라를 설치하여 정보고속도로에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컴퓨터가 이 비디오들로부터 기록을 넘겨받아 특정인물이나 특정활동을 아주 저렴한 비용에 살필 수 있을 것이다. 교통신호등이 매달려 있는 기둥마다 카메라 한두 개씩을 설치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 카메라가 보내는 화면들은 범죄가 발생했을 때, 그것도 판사의 허락이 떨어졌을 때에만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모든 카메라가 보내오는 모든 화면을 누구나 언제든지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이것은 사람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런 방식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공공장소에만 설치한 카메라이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의 제약은 감수하겠다는 것이 사람의 자연스로운 본능인 것 같다. 역사적으로 볼 때 현재의 서구 민주주의 사회 사람들은 인류역사상 유례가 없는 높은 수주의 사생활을 보장받으며 개인적 자유를 누리고 있다. 만일 시범적으로 어떤 지역의 요소요소에 카메라를 설치, 그것을 정보고속도로에 연결한 결과 강력범죄가 크게 줄어들었다면 감시가 더 무서운 것인가 범죄가 더 무서운 것인가를 놓고 열띤 논란이 벌어질 것이다. 미국에서는 정부가 주도하여 이런 실험을 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사생활의 침해는 위헌이라며 들고 일어설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론은 변한다. 오클라호마 폭파사건 같은 참사가 미국 국경선 안에서 몇번 더 일어나면 사생활 침해에 강력히 반대하는 여론도 금세 바뀌게 될 것이다.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카메라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테러리스트와 범죄자들의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나는 여기서 특정한 입장을 지지할 생각은 없다. 이것은 한 사회가 중지를 모아 현명하게 결정할 문제다. 기술은 화상기록을 쉽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당신의 개인문서나 메시지를 철저하게 당신만의 것으로 남겨줄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쉽게 암호작성 소프트웨어를 받아볼 수 있게 되면 PC는 사실상 난공불락의 암호작성기가 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가 깔리면 전화, 파일, 데이터베이스 등 온갖 형태의 디지털 정보에는 보안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다. 당신이 암호를 흘리지 않는 한 당신의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는 사상 유례없는 철통 같은 보호를 받게 될 것이다. 여태까지 이렇게 확실한 보안 시스템은 없었다. 많은 정부관계자들은 암호화기술이 확산되는 데 반대할 것이다. 자신들의 정보수집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된 일이지만 이것은 막는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성질이 문제가 아니다. 미국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은 미국의 기밀통신을 보호하고 외국의 통신을 해독하여 정보를 수집하는 첩보기관으로, 고급 암호화기술이 담겨 있는 소프트웨어의 해외유출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소프트웨어는 이미 세계 어디서나 구할 수 있고 어떤 컴퓨터로도 돌릴 수 있다. 과거와 같은 규제는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 고급 암호화기술이 담긴 소프트웨어의 수출을 막는 현재의 미국 법은 미국의 소프트웨어 업체와 하드웨어 업체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그런 식의 제재는 외국 기업만을 유리하게 할 뿐이다. 미국 기업들은 현재의 암호작성용 소프트웨어 수출금지조항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 새로운 매체가 발전할 때마다 정부와 일반시민들이 접촉하는 방식에도 커다란 변화가 왔다. 인쇄술의 발달과 그리고 그후의 대중일간지의 출현으로 정치적 논의의 성격은 변화를 겪게 되었다. 라디오와 TV가 발전하면서 정치지도자들은 유권자들 앞에서 직접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정보고속도로는 정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상 처음으로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생생한 견해를 직접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유권자들은 투표소에 갈 필요없이 집에서 또는 PC 지갑을 써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부정선거의 가능성도 줄어들고 개표도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도 기업 못지않게 정보고속도로와 깊은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어떤 매체를 통해 정책결정이 갑자기 바뀌는 일은 없겠지만 정보고속도로는 어떤 주장이나 후보자를 내세우기 위해 뭉친 시민단체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다. 특수한 이익집단의 수도, 심지어는 정당의 수도 늘어날 것이다. 지금은 정치적인 성격을 띤 운동을 하나 제대로 벌이려면 수없는 조율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디서 당신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찾아낼 것인가? 그들을 어떻게 운동에 끌어들이고 그들과 어떻게 연락할 것인가? 전화와 팩시밀리는 일대일 연락에는 더없이 요긴한 수단이지만 누구한테 연락해야 할지를 모를 때에는 아무 소용도 없다. TV는 수백만 명이 보지만 시청자가 여기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돈만 버리게 된다. 정치단체를 꾸려나가려면 자원봉사에 기꺼이 나서주는 사람이 상당수 있어야 한다. 시민들에게 보낼 우편물도 준비해야 하고 거리에 나가서 시민들과 접촉도 해야 한다. 그러나 환경운동단체 같은 몇몇 집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치단체가 자원봉사자를 모으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보고속도로는 모든 통신을 간편하게 해줄 것이다. 전자게시판이나 온라인 광장을 통해 사람들은 일대일, 일대 다수, 다수 대 다수로 다양하게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온라인으로 만나 경비를 들이지 않고도 조직체를 결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해결하려는 문제가 아무리 사소한 것이더라도 또 거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아무리 각지에 흩어져 있다 하더라도 정치운동은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사상 처음으로 1996년의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는 모든 후보자와 정치단체가 인터넷에 큰 비중을 둘 것으로 보인다. 정보고속도로는 정치적 여론을 실어나르는 일차 수송로가 될 것이다. 미국의 각 주정부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특수한 정책사안의 결정에 대해 국민 개개인의 뜻을 묻는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안이 생길 때마다 많은 돈을 들여 투표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주요선거가 있을 때 함께 의견을 묻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정보고속도로가 생기면 지금보다 훨씬 자주 그런 투표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혹자는 모든 문제를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완전한 직접 민주주의 를 제안하고 나설 것이다. 나는 직접민주주의가 국정을 꾸려나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정치에는 국민의 대표자인 의원이 가치를 덧붙일 수 있는 영역이 충분히 있다. 의원은 많은 시간을 들여 복잡미묘한 정책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주된 업무로 하는 사람이다. 정치에서는 상반된 의견을 조정해야 하는데, 이런 조정작업은 자기를 뽑아준 유권자를 위해 결정을 내리는 소수정예의 의원들에 의해서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사회를 꾸려나가건 기업을 꾸려나가건 중요한 것은 자원을 배분하는 여러 가지 가능성 중에서 지혜로운 판단을 내리는 일이다. 그런 중요한 일은 전문적 식견을 가진 정책입안자들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접민주주의처럼 명쾌한 결론은 내릴 수 없겠지만 그런 방식을 통해 현실성 있는 최선의 길이 부각될 것이다. 유권자들의 결정에만 맡길 경우 정책이 지나치게 근시안적으로 추진될 위험성이 높다. 새로운 정보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모든 중개인처럼 의원들도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그들의 모습과 목소리뿐 아니라 그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정책을 지지했는지에 대해서까지 훨씬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상원의원이 어떤 사안에 대하여 100만여 통의 전자우편을 받게 되고 지역주민을 상대로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여론조사를 한 후 바로 그 결과를 알 수 있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정보고속도로에 대한 나의 열정은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정보기술은 이미 개개인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내가 신문에 쓴 글을 읽고 1995년 6월 한 독자가 보내온 전자우편을 일부 소개하겠다. 게이츠 씨, 저는 실독증에 걸린 시인입니다. 철자를 제대로 읽거나 구성할 수가 없지요. 컴퓨터 철자검색 프로그램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저는 시도 서설도 펴내지 못했을 겁니다. 작가로서 저는 실패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가 작가로서 성공할 것인가의 여부는 저한테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린 것이지, 제가 실독증환자라는 사실과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겁니다. 당신 덕분이지요. 이제 역사적인 일이 일어나려 하고 있다. 그것은 인쇄기의 발명, 산업 혁명이 세상을 뒤흔들었던 것처럼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을 것이다. 서로 인접한 나라의 국민들이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상대국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어 국제적 분쟁이 줄어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정보고속도로는 막대한 돈을 투자할만한 값어치가 있다. 설령 과학자들만이 이용한다 하더라도 이것을 통해 난치병 치료약을 공동연구개발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다. 정보고속도로를 아이들만 사용한다 하더라도 이것을 통해 아이들이 교실 안팎에서 자신의 관심사를 추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 미래는 밝게 열릴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 많은 영역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는 우리 앞에서 미리 정해진 계획에 따라 펼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후퇴도 있을 것이고 예기치 않았던 장애물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후퇴를 손가락질하면서 정보고속도로는 허풍에 지나지 않았다고 떠들어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초창기의 시행착오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보고속도로는 반드시 건설될 것이다. 커다란 변화는 몇세대, 몇세기에 걸쳐 이루어져왔다. 정보고속도로가 하룻밤 사이에 깔리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아주 느리게 건설되지도 않을 것이다. 금세기 말까지는 미국에서 정보고속도로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10년 안에 그것은 엄청난 파급효과를 낳을 것이다. 정보 네트워크 중에서 어떤 부문이 가장 먼저 실용화되고 어떤 부문이 가장 더디게 활용될 것인지는 정확히 예상할 수 없다. 빗나가는 것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이 책에서 말한 내용은 20년 안에 선진국에서 현실화될 것이고 개발도상국에서는 기업체와 학교에서 실현될 것이다. 하드웨어가 일단 깔리면 응용 소프트웨어를 써서 하드웨어를 제대로 활용하는 단계만 남는다. 정보고속도로는 어느덧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아 당신은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얻지 못하면 조금씩 불편해할 것이다. 당신은 자전거 수리 책자를 찾다가 포기하고 이것이 정보고속도로에 저장되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워하게 될 것이다. 전자문서로 꾸미면 거기에 애니메이션, 화상강의를 덧붙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보 네트워크는 우리의 희망에 따라 우리를 한 곳으로 모으기도 하고 뿔뿔이 분산시키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정보고속도로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새로운 방식들로 우리가 오락을 즐기고 정보를 얻고 서로 접촉할 수 있게 해준다. 사람들이 어떻게 철도를 비롯한 문명의 이기들에 친숙해졌는가를 감동적으로 묘사한 프랑스의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살아 있다면 아마 그도 정보고속도로에 찬사를 보내고 여기에 반대하는 근시안적인 사람들을 가엾게 여겼을 것이다. 50년 전에 벌써 이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문서의 전달, 사람 목소리의 전달, 깜빡거리는 영상의 전달은 금세기에 우리가 이룩한 다른 위대한 업적들과 마찬가지로 인류를 더욱 친밀하게 결합시킨다는 유일한 목표를 갖고 있다. 문자, 인쇄술, 범선의 발명이 인간의 정신을 퇴화시켰다고 주장하는 얼빠진 사람도 있을까? 정보고속도로는 수많은 목적지를 향해 뻗어갈 것이다. 나는 그 목적지들 가운데 일부를 내 나름대로 점쳐보았다. 나의 예상 가운데는 물론 빗나간 예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많이 어긋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그 여행에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황홀할 따름이다. 맺음말 정보고속도로는 앞으로 우리 생활의 구석구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9장에서 알아보았듯이, 정규든 비정규든 교육에 활용된 기술의 응용물에서 가장 큰 이익이 나올 것이다. 그 목표를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나는 교실에 컴퓨터를 들여놓고자 하는 선생님들을 지원하는데 이 책의 수익금을 쓸 작정이다. 레이크사이드 학교의 육성회 덕분에 내가 처음으로 컴퓨터를 맛볼 수 있었던 것처럼, 이 기금은 미국의 국립 교육개선재단 같은 세계 전역의 교육지원 유관기구를 통해 학생에게 기회를 주려는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나는 오랫동안 아주 열심히 일했다. 내가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일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에 중독된 것은 아니다. 나는 일 아닌 다른 활동도 많이 한다. 다만, 내가 하는 일이 무척 재미있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나의 관심은 늘 마이크로소프트를 새롭게 하는 데, 언제나 선두를 고수하는 데에 가 있다. 컴퓨터 산업의 발전사를 보면 한 시대의 선두주자가 다음 시대에 와서 밀려나지 않은 예가 없다. 겁나는 이야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PC 시대의 선두주자였다. 그러므로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정보시대의 정보고속도로를 이끌어갈 자격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나는 역사적인 전통에 도전하고 싶다. PC 시대와 정보고속도로를 나누는 문턱이 그 어딘가에 있으리라. 나는 그 문턱을 넘어서는 최초의 사람이 되고 싶다. 성공한 기업이 혁신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그것이 어디까지나 경향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현재 벌이고 있는 사업에 너무 몰입해 있으면 혁신으로 관심을 모으기도 어렵고 변하기도 어렵다.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은 예나 지금이나 똑똑한 사람들을 써서 그들과 같이 일하는 것이다. 그들로부터 배우는 것이 즐겁다. 나는 요즘 젊은이들이 부럽다. 그들은 성능이 우수한 컴퓨터를 쓰면서 자랐다. 그들은 탁월한 재능과 참신한 비전을 갖고 있다. 그런 비전을 잃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말에 늘 귀기울인다면 앞으로도 계속 앞서 나가지 못하란 법은 없다. 우리는 더 나은 소프트웨어를 자꾸 자꾸 만들어 PC를 막강한 도구로 만들 수 있다. 나는 내 직업이 이 세상에서 최고라는 말을 곧잘 한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황홀한가.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을 수많은 일들이 엄청난 가능성으로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다. 새로운 기업을 세우고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의학 같은 과학을 발전시키고 친구나 아는 사람과 늘 연락을 가지는 것이 지금처럼 편리한 시절도 없었다. 소수의 전문기술자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방향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과학기술이 가져올 장점과 단점을 폭넓게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공은 독자의 손으로 넘어갔다. 나는 머리말에서 개인, 기업, 국가가 얻게 될 기회와 직면하게 될 수많은 문제를 언급하고 그에 대한 논의를 끌어내는 데 이 책이 조금이라도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미리 밝혀두었다. 이 책을 읽은 독자가 나의 낙관론을 조금이나마 받아들여 우리가 미래를 어떻게 건설해야 할 것인지를 놓고 함께 고민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용어해설 GLOSSARY 1995년 연방지원 고속도로 건설법 / 1956 The Federal Aid Highway Act 연방 및 주 정부에서 13년에 걸쳐 3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지원하게 될,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도로건설 계획을 인가해준 법안이다. 또 자동차연료와 타이어, 트럭과 버스에 대한 새로운 세금도 규정하였다. 2진법 / Binary 0과 1, 두 숫자의 조합으로 수의 값을 표기하는 체제다. 컴퓨터는 이 두 개의 숫자를 사용해 켜짐과 꺼짐, 혹은 참과 거짓 같은 두 가지 다른 상태를 나타낸다. 전자장치에서 두 가지 다른 전압 수준을 나타내는 데 쉽게 쓰일 수 있어서, 디지털 계산의 핵심이 되고 있다. AT&T 벨 연구소 / AT&T Bell Laboratories 벨 연구소는 현대 기술사회의 뼈대를 이루는 수많은 혁신적 발명품을 탄생시켰다. 트랜지스터, 레이저, 태양전지, 디지털 교환기, 통신위성, 스테레오 녹음 등이 모두 이 연구소에서 개발되었다. 벨 연구소는 1925년 설립된 이래 하루에 하나꼴로 특허를 취득하여 현재 모두 25,000개가 넘는 각종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벨 연구소는 정보화시대를 맞이하여 마이크로 전자공학, 포토닉스(빛에 관한 모든 분야를 연구하는 학문), 소프트웨어의 3대 연구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AT&T사 / American Telephone and Telegraph Company 1885년에 설립되었지만, 그 시원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과 관련이 있어 그가 전화기를 발명한 18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벨 시스템사의 모회사로서, 미국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광범위한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며 아울러 국제 장거리 서비스도 실시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삼는다. AT&T사가 벨 전화사에 대한 권리를 박탈당하면서 벨 시스템사는 1983년 말 해체되었다. 현재는 정부의 조정하에 장거리 서비스 부문만 맡아,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하이테크 시장에서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다. 주식시장에 등록된 주주만도 230만 명에 이른다. DIRECTV사 / DIRECTV.Inc 휴즈 일렉트로닉스사의 계열사로, 디지털화된 오락물과 정보 프로를 150개의 채널에 담아서 저가의 소형 위성 접시 안테나를 단 가정에 전송하고 있다. 영화, 스포츠, 특별 쇼를 비롯한 DIRECTV의 프로그램은 휴즈사의 방송위성에서 직접 18인치 크기의 수신기와 세톱박스로 송신된다. 위성 접시 안테나는 톰슨 전자회사에서 제조되어 RCA 디지털 위성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디지털 수신 해독기와 대화형 원격 제어장치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세트는 시장에 소개된 후 첫 6개월간(1994년 6월 중순부터 12월까지) 소매점에서 거의 60만 대가 판매돼 그 방면에 신기록을 세웠으며, 10개월 만에 1백만 대를 돌파하였다. IBM OS/2 / IBM Operating System/2 IBM OS/2, 곧 IBM 운영체계/2는 개인용 컴퓨터를 위한 멀티태스킹(여러 개의 응용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작동할 수 있다는 뜻) 운영체계다. OS/2는 원래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장착한 IBM의 개인용 컴퓨터용으로 IBM과 마이크로스프트가 공동 개발한 것이다. 현재는 IBM의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IBM 개인용 컴퓨터 / IBM Personal Computer IBM은 1980년 8월 플로리다의 보카레이턴에 있는 작은 건물에서 PC 개발에 착수했다. 처음 구성된 12명의 개발 팀은 필립 돈 에스트리지의 지휘 아래 12개월 안에 프로젝트를 완성시켜야 했다. 개발 팀은 IBM의 전통적인 제품개발방식의 틀을 탈피할 필요가 있었으며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들은 대부분의 부품을 다른 회사들로부터 조달했으며 외부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손잡고 운영체계, 응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등 하나의 독립된 회사처럼 움직였다. 이런 혁신적인 분위기에 힘입어 연구진은 IBM PC를 12달 만에 완성했다고 발표했다. 그때까지 IBM이 만든 하드웨어 가운데 이렇게 빨리 개발된 제품은 없었다. IBM PC는 인텔 8088 마이크로프로세를 사용했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느리지만 8088은 당시로서는 가장 성능이 뛰어난 마이크로프로세서였다. 사용자들은 PC를 집에 있는 TV 수상기에 연결하여 쓸 수 있었으며 흑백 모니터, 컬러 모니터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IBM / Intemational Business Machines Corporation 미국 뉴욕주의 아몽크에 본사를 둔 컴퓨터 제조회사다. 이 회사는 미국내와 전세계에 걸쳐 정보처리 제품과 시스템, 소프트웨어, 통신체계, 워크스테이션 및 관련 제품, 그리고 서비스를 공급하는 일류업체다. 그 제품들은 사무, 행정, 과학, 방위, 교육, 의료, 우주개발 등 매우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되고 있다. IBM사는 1911년에 3개의 소규모 회사들이 합병해 전산-도표작성-기록 회사로 출발했다. 추가 합병이 있은 후, 1924년 IBM사를 흡수하고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토머스 왓슨이 같은 해 이 회사에 영입되어 휘청대던 회사를 산업계의 거인으로 탈바꿈시켰다. IBM사는 곧 미국 최대의 시계제조회사로 발돋움했으며, 처음으로 전자식 타자기를 개발하여 판매하였다. 1951년에는 컴퓨터 업계에 뛰어들었다. 기술개발은 주로 미정부의 원자력위원회와 계약을 체결, 자금을 조달받아 이루어졌다. 정부 납품용 제품들과 IBM사가 대중시장에 소개한 제품들은 유사한 점이 상당히 많았다. 1950년대 후반 IBM사는 두 가지 혁신을 이룩했다. 같은 시리즈의 전 기종에 걸쳐 동일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컴퓨터 패밀리(360패밀리)라는 개념과, 어떠한 고객이든 IBM 컴퓨터를 구현할 수 있다는 공동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정책은 빅 블루(IBM사의 별명)에게 어마어마한 로열티를 안겨주었다. 1980년대에 고성능 전산과 같은 특수 영역에서 다른 컴퓨터 제조회사들에게 시장을 빼앗겼지만,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IBM사는 전 대형 컴퓨터 시장을 지배하였다. 1970년대에 중형 컴퓨터가 소개될 때 IBM사는 이를 대형 컴퓨터 시장에 대한 위협으로 여겼을 뿐, 그 잠재력을 인식하지 못하고 디지털 이퀴프먼트사, 휴렛팩커드사, 데이터 제너럴사 같은 경쟁업체들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1981년 IBM은 성공리에 IBM PC를 선보였다. 이것은 재빨리 소형 컴퓨터의 표준이 되어갔다. 반면에 단가가 낮은 아류 제품을 생산하는 컴퓨터 제조업체들로부터 시장을 완전히 지켜내지는 못했다. 1980년대 후반 IBM은 세계에서 가장 큰 컴퓨터 제조업체가 되었으며, 타자기와 사진복사기를 포함한 사무용품의 주요 제조업체가 되었다. 또한 가장 큰 집적회로 제조회사이기도 하였는데, 모든 생산품을 자신의 제품에 사용하였다. 컴퓨터 본체와 관련 소프트웨어, 주변기기의 판매는 IBM 사업의 거의 절반, 전 수익의 70-80%를 차지하였다. 1990년대 초 미국 경제가 후퇴하는 가운데 IBM사는 시장에 보다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자율업체로 자사를 재조직하였다. 그 결과 1992년 4만 명의 고용인들이 해고되었으며, 그 이상의 감원이 1993년 공표되었다. 1992년의 기록적인 손실과 IBM사 사상 첫 주식배당금의 감축(절반 이상의 감축)으로 1985년 이래 회장을 맡았던 존 에이커스가 1993년 초 사임하고, 거스트너가 1993년 4월 회장에 취임했다. NEC 테크놀러지사 / NEC Technologies, Inc. 매사추세츠주 박스보로에 자리잡고 있으며 북미지역에서 다양한 컴퓨터 제품을 개발, 생산, 판매, 배포하고 있다. 1989년 NEC 홈 일렉트로닉(미국)사와 NEC 인포메이션 시스템사의 합병으로 창설된 이 회사는 탁상용 및 휴대용 컴퓨터, 서버, 프린터, CD-ROM 하드웨어, 그래픽 디스플레이 상품, 플로피 및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를 공급하고 있다. PC 지갑 / Wallet PC 아주 가볍고 손에 쥘 수 있고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는 전산장치를 상상해보자. 모든 사람이 한 개씩 가지고 있고, 어디든지 가지고 갈 수 있으며 지금의 열쇠나 지갑, 크레디트 카드처럼 필수불가결한 물건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과연 이것은 무엇일까? 바로 PC 지갑이다. 이것이 있으면 우리는 전자식으로 문을 열 수 있고, 점심값을 지불할 수 있으며, 메시지를 받을 수 있고, 우리의 신분을 증명할 수도 있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들이나 다른 많은 장치들과 상호작용할 수도 있다. 미래에 우리는 전자화폐(미래의 현금)나 크레디트 카드로 물건을 구입하고 우리의 PC 지갑에서 상점의 금전등록기나 다른 사람의 PC 지갑으로 그 기록을 보낼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거래구좌의 잔액과 크레디트 라인은 즉시 새 정보로 바뀔 것이며, 지출한 금액들이 기록될 것이다. 스포츠, 여행, 혹은 오락 프로그램 티켓을 구입하면, 그 거래 내역이 종이를 사용하지 않고도 기록될 것이다. 공연장에 도착하면 PC 지갑은 우리가 티켓을 구입했다는 것을 증명하여, 티켓 구실을 할 것이다. 게다가 가족사진도 PC 지갑에 보관할 것이다. 심지어 슬라이드 한 편을 모두 저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PC 지갑을 또한 우리의 집과 사무실과 차의 열쇠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PC 지갑에 있는 모든 정보는 보안이 잘 되고 안전해서 허락 없이는 본인 이외의 어느 누구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스케줄을 관리하여 다음에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거기에 가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쉽게 체크할 수 있게도 해준다. 또한 변경된 스케줄을 무선으로 쉽게 입력시킬 수 있다. RSA 공개열쇠 암호체계 / RSA Public Key Cryptosystem 1977년 MIT에서 고안되었다. 이 획기적인 알고리즘의 고안자들은 5년 후인 1982년 RSA 데이터 시큐러티사를 창설하였다. RSA사는 보안기술의 개발 및 보완에 주력해왔으며, 현재 이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다. 1976년 스탠퍼드 대학의 화이트필드 디피 박사와 마틴 헬먼 박사가 제안한 이론이 디피-헬만 열쇠동의기술의 개발을 가져왔고, 1977년에 당시 MIT의 교수였던 로널드 리베스트 박사와 아디 샤미르 박사, 렌 애들먼 박사의 RSA 공개열쇠 암호체계로 그 결실을 맺게 되었다. RSA는 간단하게 말해서 비밀을 직접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인증된 비밀 메시지를 교환하는 방법이다. RSA 시스템은 암호화 및 암호해독에 동일한 열쇠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 쌍의 암호열쇠와 해독열쇠를 사용한다. 각 열쇠는 데이터에 대해 단방향 변환을 수행한다. 즉 한 열쇠가 암호화한 것은 그 나머지 열쇠만 해독할 수 있다. 한 열쇠로부터 다른 열쇠를 추론하는 것이 계산학상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 열쇠는 공개 하고, 다른 열쇠는 비밀 로 남겨두면 된다. 어떤 사람에게 비밀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우리는 수신자의 비밀열쇠만이 그것을 해독할 수 있다고 믿고 수신자의 공개열쇠를 사용하여 메시지를 암호화하면 된다. TRS-80 라디오 섀크사의 이 개인용 컴퓨터는 12인치 모니터와 내장형 키보드, 디스크 드라이브 역할을 하는 카세트리코더로 구성되어 있으며, 1977년 8월 199.95달러에 출시되었다. 이 컴퓨터는 완전조립되고 점검을 해놓아, 곧바로 전원을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판매되었다. 빌 게이츠는 라디오 섀크사에 TRS-80 컴퓨터를 프로그래밍하는 베이식 언어를 판매하였다. VAX 가상(Vitual) 번지(Address)확장 (eXtension)의 준말로, 디지털 이퀴프먼트사가 개발한 구조의 유연성을 갖춘 플랫폼을 말한다. 이 시스템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에 의해 철저하게 설계된 최초의 컴퓨터 중 하나다. VGA 비디오(Video) 그래픽(Graphic) 어레이(Array)의 첫글자를 따서 만든 말로, 1987년 IBM사가 소개한 그래픽의 표준이다. VGA는 컴퓨터 모니터로 하여금 4가지의 해상도 중의 하나를 생성하게 한다. 그중 가장 뛰어난 것은 가로 640열, 세로 480행이며, 262,144가지의 색 중 2가지 혹은 16가지를 동시에 지원한다. VHS 가정용 비디도 시스템(Video Home System)의 준말로 미쓰시타/JVC사에 의해 소개된 1/2인치 테이프를 사용한다. 이것이 현재 비디오 테이프 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형태이며, 3/4인치 크기의 VHS도 있다. VHS 형식이 다른 형식을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녹화시간이 긴 덕분이었다. 가상현실 / 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은 특수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오락용이나 교육용으로 현실을 흉내내는 방법이다. 가상현실을 체험하려면 감각자극을 주는 특수한 장갑과 3차원 안경이 있어야 한다. 장갑과 안경은 모두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다. 사용자는 컴퓨터가 만들어낸 대상을 안경 안의 작은 화면에서 보면서 장갑으로 대상을 조작할 수 있다. 가상현실은 오락은 물론 많은 실전훈련 프로그램에서 폭넓게 쓰이고 있다. 특히 가상현실을 도입한 모의 비행장치에서 조종사들은 실제로는 땅 위에 있으면서도 마치 비행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감정부호 / Emotion 감정(Emotinal) 부호(Icon)의 합성어로 전자우편이나 전자게시판에서 이루어지는 감정표현이다. 옆으로 읽게 되어 있는 감정부호는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의 기분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가령 웃음은 문장 끝의 콜론, 대시, 괄호로 나타내는데 이것은 컴퓨터 화면에 :-)로 표시된다. 옆으로 돌려서 보면 마치 웃는 듯한 모습이다. 개방 소프트웨어 재단 / Open Software Foundation 판매업체로부터 독립된 개방체계라는 해결책에 대한 최종 소비자의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주요 컴퓨터 판매업체들이 1988년 이 재단(OSF)를 설립하였다. OSF는 개방체계가 가능해지도록 핵심 소프트웨어 소스 코드를 연구, 개발, 배포함에 있어 정보기술산업을 원조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OSF는 처음부터 회원제에 의해 유지 관리되는 조직체로서, 정보체계 기술을 제공하거나 사용하는 모든 집단에 개방되어왔다. 오늘날 380개 이상의 기업체와 정부기관, 학술단체 등이 회원으로서 OSF에 자금을 제공하며, OSF의 활동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OSF는 전체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개방체계에 대한 연구와 개발을 관장한다. 최종 소비자,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판매업체들은 OSF와 그 회원들의 후원으로 모든 개방체계 환경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문제들을 협동하여 해결하고 있다. 그 초점은 유연성, 휴대성, 유용성, 시스템-소프트웨어-정보간의 상호교환 가동성과 같은 개방체계의 근본적인 특성들에 맞추어져 있다. 후원단체는 OSF를 통해 공통의 합법적인 기술을 최대한 빠르고 경제적으로 개발하고 시장에 내놓기 위해, 그에 따르는 재원을 공동출자할 수 있다. 전산산업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개방체계기술의 개발과 그 기술의 사용을 촉진시키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회원들의 지원 속에서 현재 OSF는 그것이 가능해지도록 촉매역할을 하고 있다. 개방 플랫폼 / Open Platform 주변 관련업체로 하여금 추가 제품을 개발하도록 유도할 목적으로 그 내역을 공개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애플사가 초기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애플 II의 개방구조 덕이었다. PC는 개방구조로 되어 있다. 개인용 컴퓨터 / Personal Computer(PC) 개인용 컴퓨터는 한 번에 한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컴퓨터다. PC는 다른 컴퓨터의 작업, 디스크, 프린터 자원을 공유할 필요가 없다(물론 원하는 경우 그럴 수도 있다). 대문자로, 즉 Personal Computer로 표기하면 IBM사가 제조한 컴퓨터를 말한다. 개인통신 서비스 / Personal Communication Service 사람들이 어디에 있든 통신할 수 있게 해주는 디지털 무선 통신체계다. 전화기 자체는 지금의 구획무선 전화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유효범위가 훨씬 넓다. 고든 무어 / Gordon E. Moore 인텔사의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이다. 인텔사를 처음 설립한 1968년 7월부터 사장 겸 최고 경영자에 오른 1975년까지 관리 담당부사장직을 맡았다. 1979년 4월 회장 겸 최고 경영자가 되어 1987년 4월까지 재임했다. 1988년 12월 반도체산업협회의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1929년 1월 3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그는 1950년 버클리 대학을 졸업하면서 화학으로 학사학위를 받았다. 1954년 존스 홉킨스 대학 응용물리연구소의 기술팀에서 화학 물리학의 기초연구를 수행하였다. 캘리포니아의 팰로앨토에 쇼클리 반도체연구소가 설립된 후로는 거기에 참여, 트랜지스터의 공동 발명가인 윌리엄 쇼클리와 반도체 생산기술에 관해 연구하였다. 1975년 캘리포니아주의 마운틴 뷰에 페어차일드 반도체회사를 공동 설립, 1959년 연구개발 이사가 될 때까지 공학부의 관리자로 일하였다. 페어차일드사는 이 기간 동안 세계 최초로 상업용 집적회로를 생산하였다. 1968년 7월 무어 박사는 반도체 기억장치를 시작으로 고밀도 집적회로 제품을 개발, 생산하기 위해 인텔사를 공동 설립하였다. 인텔사는 세계최초로 소형 컴퓨터를 만든 것을 비롯하여, 고밀도 집적회로 기술에 기초한 많은 제품을 생산해내고 있다. 그가 받은 상의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국립 공학학회로부터의 창립자 상, 칼텍으로부터의 탁월한 동창회원 상, 전기-전자통신 학회로부터의 맥도웰 상과 프레더릭 필립스 상, 전산학에서의 지도력에 대한 아핍스 해리 구드 상, 전지-전자통신 학회로부터의 컴퓨터 개척자 메달과 미국 금속협회가 연구성과에 대해 수여한 ASM 메달 등이 있다. 그는 전기-전자통신 학회의 회원이며 미국 국립 공학학회의 일원으로 선출되었다. 1990년 기술개발에 대해 대통령이 수여하는 최고의 영예인 국가 기술 메달을 받았다. 무어 박사는 마이크로매스크사, 트랜스아메리카 코퍼레이션 앤드 베리언 연합사의 중역이며, 칼텍의 평의원이다. 고선명 TV / High-Definition Television HDRV, 곧 고선명 TV는 지금 우리가 가정에서 보고 있는 TV보다 훨씬 깨끗하고 선명한 화면을 제공하는 TV 전파를 송신하고 수신하는 시스템이다. HDTV의 화질은 영화의 화질에 육박하지만 아직은 업계의 표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공간탐색 / Spetial Navigation 일부 소프트웨어 상품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는 기술로, 현실세계 또는 가상세계의 시각적 모데로가 대화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다. 가령 내용이 3차원 그림으로 표현된 지도를 생각해보자. 조사 등의 이유로 어떤 장소에 가야 할 때 당신은 간단한 마우스 조작만으로 그 장소에 관한 모든 정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곳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 / Gottfried Wilhelm Leibniz(1646-1716) 독일의 철학자, 수학자이자 정치가로, 17세기 최고 지성인 중의 한 명으로 꼽힌다. 라이프니츠는 라이프치히에서 출생하였으며, 라이프치히, 예나 및 알트도르프 대학에서 교육을 받았다. 법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1966년부터 마인츠의 선거후 밑에서 법 정치 외교 업무를 보았다. 3년간 그곳에 머물렀고, 암스테르담과 런던도 방문하였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수학과 과학, 철학을 공부하며 보냈다. 1676년 하노버 궁전의 사서 겸 자문위원에 임명되었다. 사망할 때까지 40년간 그는 에렌스트 아우구스투스와 나중에 하노버의 선거후가 된 브라운슈바이크 뤼네부르크 공작, 하노버의 선거후였다가 후에 영국의 조지 1세가 된 조지 루이를 모셨다. 라이프니츠는 동시대인들에게는 만능천재로 통했다. 그의 연구는 수학과 철학뿐만이 아니라 신학, 법학, 외교학, 정치학, 역사학, 문헌학 및 물리학까지 망라하였다. 라이프니츠는 1675년 미적분의 기본원리들을 발견함으로써 수학에서 업적을 남겼다. 이 발견은 영국의 과학자 뉴턴이 1666년 미적분체계를 발견한 것과는 독립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라이프니츠의 체계는 1684년에 출판되었고, 뉴턴의 체계는 1687년에 출판되었는데, 라이프니츠가 만든 표시법이 널리 쓰이고 있다. 또한 그는 1672년 곱셈값과 나눗셈값, 제곱근을 구할 수 있는 단계적 계산기를 고안하여 수학논리의 개발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라이프니츠가 기술한 철학에 의하면, 우주는 모나드라는 정신의 힘 혹은 에너지가 모인 무한한 의식의 중추들로 이루어져 있다. 각 모나드는 개개의 소우주를 나타내며, 그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우주를 반영하고 각각 독립적으로 발달한다. 이들 모나드가 구성하고 있는 우주는 신의 계획에 따른 조화의 산물이다. 하지만 인간은 통찰력이 부족하여 악마를 병으로, 죽음을 우주 조화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라이프니츠의 모든 세계 가운데 최선의 세계 라는 우주관은 프랑스의 작가 볼테르의 소설 캉디드(1759) 에서 유토피아로 풍자되었다. 공개열쇠 암호화 / Pubilc-Key Encryption RSA 데이터 시큐러티사가 특허를 따낸 보안체계로 공개열쇠와 비밀열쇠라는 2개의 열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메시지는 만인에게 공개된 열쇠로 보낼 수 있지만 해독은 비밀열쇠로만 할 수 있다. 보내는 사람이 받는 사람의 공개열쇠로 메시지를 암호화하기 전에 미리 자신의 비밀열쇠로 암호화하면 받는 사람은 보내는 사람의 공개열쇠를 이용하여 그 메시지가 올바른 사람에게서 온 것인지의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광섬유 전송 / Fiber Optics 정보를 광섬유를 통해 광선 형태로 전송하는 방식을 말한다. 유리나 다른 투명물질을 가는 가닥으로 만든 광섬유는 단일 케이블에 수십 개, 혹은 수백 개의 가닥들을 한데 엮을 수 있다. 광섬유 채널 하나가 다른 어떤 정보전송 수단보다 훨씨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다른 유형의 케이블과 무선 연결체들과 함께 광섬유 케이블은 정보고속도로의 아스팔트 역할을 하고 있다. 교세라사 / Kyosera Corporation 교세라 그룹은 전세계에 28개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이들은 함께 특수 세라믹의 세계적인 제조회사로 활약하고 있다. 이 놀라운 물질은 오늘날의 전자산업에서 독특한 역할을 하는데, 그 응용분야는 단순 부품에서부터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집적회로를 위한 섬세한 패키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더구나 교세라에서 제조해낸 특수 세라믹은 이제 쇠나 플라스틱으로는 만들 수 없는 구조적, 역학적 기능을 지닌 제품으로 점차 그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이것을 사용한 응용제품으로는 직물, 전선, 화학처리를 요하는 물품과 심지어는 자동차 엔진에 이르기까지, 내열서오가 내구성 및 내부식성이 많이 요구되는 부품이 포함된다. 교세라사는 8명의 직원으로 출발, 36년 만에 29,000명 가량의 직원을 가진 대기업으로 성장하였으며, 그중 15,000명 이상이 일본이 아닌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다. 구텐베르크 성경 / Gutenberg Bible 1450년에서 1456년 사이에 완성된 구텐베르크 성경은 구텐베르크가 동활자를 발명한 이후 처음으로 인쇄된 성경이다. 제지술과 동활자의 결합으로 수많은 성경들을 인쇄할 수 있었지만 지금까지 전해내려오는 원판본은 50가지를 넘지 않는다.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 Graphical User Interface(GUI) 사용자들이 모니터에 제시되어 있는 아이콘(그림기호)이나 메뉴 항목의 목록을 지적하여 명령을 선택하고,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며, 파일의 목록을 보고, 그외의 가능한 작업을 하도록 하는 디스플레이 방식이다. 선택은 키보드나 마우스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애플 매킨토시 컴퓨터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즈 같은 프로그램에서 사용된다. 극초단파 / UHF 무선주파수 영역의 300MHz에서 3GHz에 이르는 부분이다. 근거리통신망 / LAN LAN은 근거리(Local Area) 통신망(Network)의 첫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로서, 비교적 제한된 영역에 걸쳐 분포하고 있는 컴퓨터와 기타 설비의 집합체를 말한다. 컴퓨터들은 통신 링크를 통해 네트워크상의 다른 컴퓨터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글로브 계획 / GLOBE Project 지구 환경의 연구와 이해를 목적으로 학생, 교사 및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범세계적인 네트워크를 말한다. 글로브 계획의 목표는 전세계 사람들에게 환경에 대한 자각을 증진시키고, 지구에 대한 보다 나은 과학적 이해를 도모하며, 모든 학생들이 과학과 수학에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기가바이트 / Giga Byte 이 용어는 종종 문맥에 따라 그 의미가 변한다. 엄격히 말해 1기가바이트는 10억 바이트에 해당한다. 하지만 컴퓨터에 있어 바이트는 2의 지수로 표현되므로 1기가바이트는 1,000메가바이트 혹은 1,024메가바이트가 될 수 있다. 여기에서 1메가바이트는 1,048,576바이트로 간주된다. 기억장치 / Memory 정보나 명령어를 저장하는 컴퓨터의 한 부분을 말한다. 이것은 컴퓨터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 프로그램의 크기와 수를 결정하기 때문에 중요한 자원이다. 네이선 미어볼드 / Nathan Myhrvold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고등기술 담당 중견 부사장이다. 그가 맡은 부서는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상업적인 영향을 줄 신기술을 개발하여, 그것을 회사의 전략과 제품에 반영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PC의 발전에 대한 회사의 비전을 지원할 신기술을 창조해내는 임무를 맡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뿐만 아니라, 멀티미디어나 새로운 형태의 전산 영역에서 고급제품을 개발하는 분과가 그의 부서에 포함되어 있다. 미어볼드는 1993년 7월 부사장에서 수석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1986년 특수 프로젝트의 책입자로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발을 들여놓았다.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들어오기 전에는 버클리 소프트웨어 회사의 다이내믹 시스템 사장 겸 최고 경영책임자였다. 다이내믹 시스템을 창설하기 전,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스티븐 호킹 교수와 함께 우주론과 중력의 양자이론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1993년 5월 미어볼드는 미국 고등과학연구소의 이사로 지명되었다. 1994년 1월 통상부장관 론 브라운은 국가정보기반의 형성을 위해 행정부를 조언할 자문회의 위원에 그를 임명했다. 미 국가정보기반 자문회의는 대통령령에 의해 임기 2년으로, 산업계 및 유관 비정부 단체들을 대표하는 25인으로 구성한다. 여기에서는 국가정보기반 특별 전문위원회(IITF)에게 국가정보기반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문제들을 조언해주고 있다. 미어볼드는 캘리포니아대학에서 학사학위를, 프린스턴 대학에서 이론수리물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니시 가즈히코 / Nishi Kazuhiko 일본 소프트웨어 회사인 아스키사의 사장으로, 1977년 아스키사를 설립했다. 1970년대 후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극동 담당 부사장을 지냈고, 1980년대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신기술 책임자이자 부사장으로 일하였다. 대역폭 / Bandwidth 통신선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을 말한다. 대역폭이 클수록 더 많은 정보를 전송할 수 있으므로, 정보고속도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대역폭 용량 증대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머지않아 음성과 문서, 그림, 영상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자료들을 단일선을 통해 신속하고 쉽게 전송,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대형 컴퓨터 / Mainframe Computer 고난도의 계산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설계된 고급 컴퓨터다. 종종 이 컴퓨터에 연결된 단말기를 통해 여러 명의 사용자가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슈퍼컴퓨터라 불리는 가장 강력한 대형 컴퓨터는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계산을 수행하며, 대규모 사업체와 과학자들 및 군에서 하는 순수 및 응용 연구에 주요하게 사용되고 있다. 대화형 / Interactivity 컴퓨터와 사용자 간의 대화 형태를 의미하는데, 이는 새로운 디지털 시대의 가장 매력적인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 소형 컴퓨터는 기본적으로 대화형 컴퓨터이다. 대화형은 컴퓨터를 접근하기 쉽고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특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고속의 네트워크와 그래픽 덕택에 대화형 자체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 Computer Database 권리를 부여받은 사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된, 컴퓨터 메모리 안에 저장된 조직적으로 짜인 모든 데이터 집단을 일컫는다. 1950년대에 실험적으로 처음 선을 보인 이래 산업사회에서 엄청난 효용성을 발휘하여 지금은 거의 모든 정보 분야에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어 있다. 정부, 군사, 산업 데이터베이스는 소수의 사용자에게만 접근이 허락되며 전문 데이터베이스는 관심 있는 소수의 사용자만이 이용한다. 상용, 공용, 비영리 데이터베이스는 여기에 접근하기 위한 장치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소규모 데이터베이스는 미국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아 특수한 용도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 일부 데이터베이스는 상용화되기도 했으나 정보를 일괄적으로 문의하고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이른바 연구소들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컴퓨터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는 1970년대에 처음 출현한 뒤 급격히 성장했다. 데이터 압축 / Date Compression 좀더 효율적인 전송이나 저장을 위해 정보의 군살을 빼는 다양한 수단을 일컫는 말이다. 가장 널리 쓰이는 키워드 암호화 방법은 가령 'the'나 here'처럼 자주 쓰이는 단어를 2바이트 기호로 바꿈으로써 한 문자 파일에서 그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한두 바이트 이상의 저장공간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돌비 연구소 / Dolby Laboratories, Inc. 미국의 엔지니어 겸 물리학자인 레이 돌비가 1965년에 런던에서 창설했다. 고선명 텔레비전, 종합 정보통신망, 디지털 케이블은 이 연구소에서 개발한 아날로그와 디지털 처리장치가 양질의 음성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송하고 기록하며 재생하는가를 전세계에 보여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30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돌비 연구소는 음질을 개발하고 구현하여왔다. 돌비의 소음감소 시스템은 1960년대 후반 다중 트랙 녹음을 가능하게 하였으며, 1970년대에는 하이파이 오디오 카세트를 탄생시켰다. 돌비 연구소가 개발한 실용적인 다중 채널 음향기술은 1980년대 영화산업에 널리 퍼져, 영화관 음향에 새로운 표준을 형성하였다. 그리고 1990년대부터는 고급 부호화기술을 통해 회의론자들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고음질의 디지털 음향을 이루어내고 있다. 돌비 연구소의 샌프란시스코 본부에서 이루어진 연구의 결과 전세계에서 600여 개의 전매특허 및 그 응용상품들이 개발되었다. 음악 레코딩, 방송, 영화의 음향작업 같은 곳에 응용될 수 있는 기술이 약 80종 가량의 아날로그나 디지털 전문 음향기기 제품에 구현되고 있다. 이 제품들은 샌프란시스코의 바로 남쪽에 자리잡은 브리즈베인의 제조공장과 영국에 있는 유럽 본부에서 만들어져 전세계 50여 개국의 배급사에 의해 판매되고 있다. 가정용 오디오와 비디오에 응용 가능한 기술은, 48개국의 300여 개에 달하는 전자 제조업체들에게 면허를 주어 그들의 제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개인회사로서 약 5,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 돌비 연구소는 도전적이고 첨단적인 공학 환경의 조성을 통해 독자적인 장기 전망을 갖고 기획 및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동기적 통신 / Synchronous Communication 동기적이란 말은 유관한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뜻이다. 비근한 예로 전화통화를 들 수 있다. 전화통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같은 시간에 수화기를 들고 있어야 한다. 동기적 통신은 융통성이 적다. 동축 케이블 / Coaxial Cable VCR과 텔레비전을 연결하는 데 사용되는 케이블로, 이미 많은 가정과 사무실에서 쓰이고 있으며 장차 광역 네트워크에 접근하는 데 사용될 것이다. 케이블 그 자체로도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운반할 수 있는데 여기에 광섬유선과 무선까지 연결해 합쳐놓으면 그야말로 정보고속도로의 아스팔트 역할을 할 것이다. 드라이버 / Driver 다른 장치를 통제하고 조정하는 하드웨어 장치 혹은 프로그램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라인 드라이버는 통신 라인을 통해 전송되는 신호를 증폭시키며, 디바이스 드라이버는 컴퓨터가 프린터나 디스크 드라이브 같은 특정 주변장치를 작동시키도록 하는 특수한 제어 프로그램으로, 주변장치마다 각기 다른 드라이버가 필요하다. 디베이스 / dBase 개인용 컴퓨터를 위한 최초의 관계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이다. 지금의 디베이스는 캘리포니아주 스코츠밸리에자리잡은 소프트웨어 기업, 볼런드 인터내셔널이 만들고 있다. 디지털 / Digital 전산에서 디지털이란 말은 2진법이란 말고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인다. 대부분의 컴퓨터가 2진법 숫자의 조합으로 부호화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호는 각 값을 부호화된 수로 표현하기 때문에 표현 가능한 값들의 개수는 사용된 비트의 수에 제한되긴 하지만, 나타낼 수 있는 값의 범위는 매우 넓다. 디지털 음성과 데이터의 동시전송 방식 / DSVD(Digital Simultaneous Voice and Data) 음성과 데이터를 동시에 전송하고 수신하는 기술로 표준 아날로그 전화선에서 작동한다. 개인용 컴퓨터는 모뎀을 사용하여 서로 연결하고, 음성과 데이터(영상, 비디오)를 동시에 전송할 수 있다. 이 새로운 기술은 사용자들로 하여금 정보고속도로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디지털 이퀴프먼트사 / Digital Equipment Corporation 1957년 켄 올슨에 의해 창설되었으며, 매사추세츠주의 메이나드에 위치하고 있다. 디지털사는 개인용 컴퓨터에서부터 범세계 종합정보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클라이언트/서버 전산문제에 공개 해결책을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사는 낡은 모직공장의 한구석에 약 8,500평방피트의 공간을 빌려 3명의 직원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올슨의 지휘하에 세계적인 네트워크 컴퓨터 시스템, 소프트웨어, 서비스 공급업체로 성장하였다. 1960년에 보스턴의 컴퓨터 학술회의에서 소개된 디지털사의 PDP-1 컴퓨터는 중형 컴퓨터 산업의 시원이 되었다. 오늘날 디지털사는 102,000여 명의 고용인과 100개국에 걸쳐 사업체를 갖고 있으며,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 태평양 연안에서 제품을 개발, 제조하고 있다. 라디오 섀크 / Radio Shack 탠디사의 자회사로 모든 미국인에게 기술에 대한 편견을 없애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자제품 서비스 상점이다. 1921년 보스턴에 근거지를 두고, 아마추어 무선기와 전자 버퍼를 공급하는 우편주문회사로 시작하였다. 1940년 첫 카탈로그를 발간하였고, 1954년 리얼리스틱이라는 상표를 사용하여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1962년 말에는 9개의 상점으로 그 규모가 커졌으나, 부채가 500만 달러를 넘어섰다. 1963년 찰스 탠디는 탠디사가 30만 달러라는 적은 액수로 라디오 섀크를 인수한다는 협정을 성사시켰다. 그는 즉시 자신의 판매수완을 발휘하였다. 그의 관리하에 단 2년 만에 라디오 섀크는 500만 달러의 부채를 자산으로 탈바꿈시켰으며, 2,000만 달러에 이르는 판매실적을 올렸다. 라이트스팬 파트너십사 / Lightspan partnership, Inc. 교육을 위한 대화형 텔레비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목표는 오락 수준의 대화형 교과과정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의 학교와 가정을 연결시키으로써 미국의 교육개혁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와 함께 미국 교육개혁의 주요 목표인 학업의 양과 질의 확대, 학습과정에 가족과 지역사회의 보다 완전한 참여, 양질의 교육자원에 대한 보다 공평한 접근을 이루기 위해 매체, 통신기술과 오락에 관한 미국 최고의 기술력을 활용하려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초등교육, 장편영화와 TV 오락물 및 대화형 소프트웨어 설계 등의 영역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창립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존 커난은 세계에서 가장 큰 교육 소프트웨어 회사인 조스턴스 러닝사의 회장 겸 최고 경영자였다. 캘리포니아주의 칼스배드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제작 스튜디오를, 워싱턴 D.C에 행정사무소가 있다. 랩톱 컴퓨터 / Laptop Computer 랩톱 컴퓨터는 거의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휴대용 컴퓨터다. 오늘날의 랩톱 컴퓨터는 일반적으로 그 무게가 5.5kg 이하이고 교류전기 혹은 건전지를 전원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탁상용 컴퓨터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대부분의 랩톱 컴퓨터에는 특수 슬롯이 내장되어 있어 모뎀이나 네트워크 어댑터, 혹은 추가 메모리를 설치할 수 있다. 레너드 애들먼 / Lenard M. Adelman RSA 연구소의 공로 연구원이다. 버클리 대학에서 1968년에 수학으로 학사학위를, 1976년에 전산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85년 이래 남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전산학과 교수로 있으며, 1980년 이래 종신으로 강의를 하기로 했다. 그의 연구 관심사로는 컴퓨터의 복잡성, 수 이론, 면역체계 및 컴퓨터 바이러스 등을 들 수 있다. 1977년부터 1979년까지 MIT 전산학과의 조교수와 부교수를 역임했으며, 그곳에서 RSA 공개열쇠 암호체계를 고안하는 데 일조하였다. 그는 1991년 남캘리포니아 공과대학으로부터 선임 연구상을 수상하였으며, 자신이 선정한 연구 영역에서 4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미 과학진보협회와 미 임상연구연합의 회원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 Leonardo da Vinci(1452-1519) 르네상스 전성기의 거장의 한 사람으로, 화가, 조각가, 건축가, 공학자, 그리고 과학자로서 명성을 쌓았다. 지식과 탐구에 대한 깊은 열정은 그가 예술과 과학에서 불후의 업적을 남기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미술 영역에서 그가 일으킨 혁신은 그의 사후 100년 이상 동안이나 이탈리아 미술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으며, 과학, 특히 해부학, 광학, 수리학에 대한 연구는 근대 과학의 발달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레이저 프린터 / Laser Printer 사진복사기에서 사용되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전기 사진 프린터다. 해상도가 뛰어나며, 지난 수년간 가격이 내리면서 개인용 컴퓨터에 널리 쓰이고 있다. 레이저 프린터를 사용하게 되면, 초점이 맞추어진 레이저 광선과 회전 거울이 원하는 페이지의 상을 감광성 드럼에 그린다. 이 상은 드럼 위에서 정전하로 변환하여 토너를 끌어당겨 보유하고 있다가, 정전기로 충전된 한 장의 종이가 드럼으로 굴러 들어오면 드럼의 토너를 종이 위로 옮긴다. 그 다음 종이 위의 토너를 녹이기 위해 열이 가해진다. 마지막으로 드럼의 전하가 제거되고, 남은 토너는 수거된다. 마지막 단계를 생략하고 토너 공급과 종이처리 과정을 반복하면 프린터는 여러 장을 인쇄할 수 있다. 레이저 프린터의 유일한 결점은 종래의 도트 매트릭스 프린터보다 종이처리면에서 융통성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러 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진 형태나 폭이 넓은 인쇄에는 도트 매트릭스나 데이지휠 프린터가 우수하다. 레이크사이드 학교 / Lakeside School 워싱턴주 시애틀에 위치하고 있다. 1919년 프랭크 모란이 워싱턴호의 호반에 설립했으며, 개교시 1학년에서 4학년까지 13명의 소년들이 등록하였다. 레이크사이드 학교는 오랜 전통을 가진 두 학교, 즉 성 니콜라스 여학교와 레이크사이드 남학교의 풍부한 전통과 명성을 유산으로 지니고 있다. 성 니콜라스 여학교는 1910년 에바와 패니 부데크에 의해 작은 주간 국민학교로 문을 열었다. 이 두 학교는 1970년 통합하기로 동의하고, 1971년 통합된 학교로서 첫 수업을 시작하였다. 현재는 5학년에서 12학년까지 매년 690명을 교육하고 있다. 로터스 1-2-3 / Lotus 1-2-3 1983년 1월 댄 브리클린과 바브 프랭크스턴이 만들었다. 로터스 1-2-3은 최초의 전자 스프레드시트는 아니었지만 시판되자마자 날개 돋친 듯이 팔려 현재 전세계적으로 2000만 개 이상이 깔려 있다. 1-2-3은 스프레드시트, 데이터베이스, 그래픽을 상징한다. 로터스 1-2-3은 당시 시판되던 다른 스프레드시트에 비해 사용이 훨씬 간편한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었다. 로터스 개발사 / Lotus Develoment Corporation IBM의 자회사인 로터스 개발사는 1982년에 창설되었다. 고급 소프트웨어 제품 및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성공을 위해서는 개인과 사업체가 새로운 방법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그 회사 특유의 접근방식을 반영한 것이다. 로터스사의 혁신적인 접근방식은,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정보에 접근하고 소통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응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명백하게 나타나며, 이는 조직체 내외부 모두에서 그러하다. 현재 전세계 80개국 이상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회사의 상담부서 및 수리 센터인 24시간 지원센터 양쪽에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론 리베스트 / Ron Rivest RSA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다. 1969년 예일 대학에서 수학으로 학사학위를, 1974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전산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MIT의 전산학 교수이자 MIT 전산학연구소의 부소장이며, 이론 전산학회 회장이다. 그는 RSA 공개열쇠 암호체계를 고안했다. 리베스트 박사는 암호 고안과 해독에 관한 숱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이 분야에 대한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ACM과 미국 국립 기술 아카데미의 회원이며, 암호술에 관한 기술회의인 EUROCRYPT CRYPTO 시리즈의 조직체인 암호술 국제협회 이사로 있다. 르 코르뷔지에 / Le Corbusier(1887-1965) 샤를 에두아르 잔느레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스위스계 프랑스 건축가이자 화가이며 작가다. 현대 건축학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1920년 레스프리 누보(새 정신) 라는 평론지를 공동 창간하여, 건축학에 대한 그의 이론들을 뒷받침하는 많은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 이론들은 1920년에서 1925년 사이에 발표되었으며, 이상적인 집을 삶을 위한 기계 로 표현한 개념에서 그 정점을 이룬다. 그의 작품은 현재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건축양식, 즉 미적 감각을 위해 형태를 단순화하고 기능적인 측면을 강조한, 저층의 꾸밈없는 건축양식이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1965년 프랑스에서 사망하였다. 마쓰시타사 / Matsushita Electric Co., Ltd. 1918년 일본의 오사카에서 가정용 전기제품의 소규모 생산업체로 창설되었다. 오늘날에는 세계 최고의 가정용, 산업용, 상업용, 전자제품 제조회사 가운데 하나다. 마쓰시타사의 제품은 내셔널, 파나소닉, 테크닉스, 퀘이사 등의 유명 상표로 160여 개국에서 팔리고 있다. 북미에서 16,000명을 고용하여 판매, 제조, 연구개발 및 서비스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북미 16개 지역에서 내수용 및 수출용품을 생산하고 있다. 전세계에 걸쳐 150,000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다. 세계 정치경제구조의 광범위한 변화에 대응하고 21세기의 도전을 미리 예견하여 마쓰시타사는 부흥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은 마쓰시타사는 산업에 기울이는 관심의 일환으로, 사업활동을 통해 전세계 사회의 진보와 인간복지에 기여할 것을 공약한다 는 회사의 기본철학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부흥계획을 통해 마쓰시타사는 사회에 공헌하고 생명력 있는 강력한 회사로서의 세계적인 명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 / Microsoft Network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오랫동안 PC가 모든 컴퓨터 사용자로 하여금 손쉽고 유용하고 개별적이며 흥미롭게 의사소통을 하고 사고할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도구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왔다. 이러한 비전을 손가락 하나로 모든 정보를 이라고 부르는데, 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 온라인 서비스의 도입으로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이 비전을 구현하기 위한 발걸음을 한 걸음 더 내딛게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는 윈도즈 95의 사용자가 손쉽게 전자정보와 통신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온라인 서비스다. 종래의 시간, 비용, 자원, 지형상의 제약을 초월하는 통신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트 온라인 체계의 기본적인 장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는 근본적으로 국제적인 접속을 완벽하게 지원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세계의 어디에서든지 이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고, 세계의 어느 곳에 있더라도 사용자들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는 점이 이 네트워크 체제를 보다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마이크로소프트-도스 / MS-DOS 마이크로소프트는 디스크 운영체계의 준말로서, 최초의 IBM PC에 PC-DOS라는 이름으로 설치되었고, 나중에는 많은 IBM 호환기종의 운영체계로 자리잡았다. MS-DOS는 다른 운영체계처럼 디스크 입출력, 영상지원, 키보드 제어 및 PC 작동에 관련된 모든 작업을 수행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 / Microsoft Corporation 1975년 빌 게이츠와 폴 앨런에 의해 설립되었다. 미국과 48개의 국외 자회사에 16,3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50개국 이상에서 30개 이상의 언어로 만들어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제품을 만들 때 모든 책상과 모든 가정에 컴퓨터를 보급한다 는 그들의 오랜 비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소프트웨어란 직장과 가정의 모든 이들에게 능력을 부여하는 도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975년 회사가 설립된 이래, 그들의 강령은 개인용 컴퓨터의 위력에 대한 그들의 비전을 확산시키는 것이었다.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로서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욕구에 맞는 혁신적인 제품을 계속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구와 개발에 광범위하게 참여하면서, 또한 소비자들의 반응에도 세심하게 대응한다. 이를 통하여 그들은 현재 소비자들이 최고급의 소프트웨어 제품을 가지리라는 점을 확신하면서, 미래의 기술진보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는 대중들이 컴퓨터의 오늘과 내일의 모습을 형성해간다고 보고 있다. 개인 전산과 디지털 기술혁명의 주도자는 기술을 만들어내는 개발자와 매일같이 이 기술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다. 혁신적 소프트웨어 제품을 생산하면서 소비자의 반응을 정확하게 평가해온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성공 비결이다. 손가락 하나로 모든 정보를 이라는 비전을 품고 그들은 개인전산과 통신기술이 지배하는 다음 시대로 접어드는 이 시점에서도 개발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즈 95 / Microsoft Windows 95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즈 운영체계 중 가장 최근에 나온 것으로 영문판은 1995년 8월에 출시되었다. 발달된 그래픽 사용자 운영체계를 도입한 윈도즈 95는 MS-DOS와 초기 윈도즈 버전들의 뒤를 잇는 운영체계다. 윈도즈 92 운영체계 덕분에 컴퓨터 조작이 한결 빠르고 간편해졌다. 전자우편에서 인터넷 접속에 이르기까지 사용자들의 요구를 윈도즈 95가 해결해주었다. 윈도즈 95는 발간된 멀티미디어, 랩톱 사용자를 위한 좀더 강력한 기능, 완전한 통합 네트워킹, 정보고속도로 여행 같은 기능을 제공한다. 윈도즈 95는 이제까지 PC에서 나타난 가장 획기적인 발전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 칩 / Microprocessor Chip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단일 칩으로 된 중앙처리장치(CPU)다. 현대의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대략 1평방인치 크기의 집적회로 패키지에 1백만 개 이상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되어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모든 PC의 핵심부다. 마틴 헬먼 / Martin Hellman 1966년 뉴욕 대학에서 우등으로 학사학위를, 스탠퍼드 대학에서 1967년 석사, 1969년에는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모두 전기공학이었다. IBM의 토머스 왓슨 연구소에서 일하였으며, 현재 전기공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스탠퍼드 대학으로 돌아오기 전 MIT의 교수진으로 있었다. 60편 이상의 논문 이외에도 공학, 공개열쇠 암호체계 및 기술사회의 구현 등에 대한 연구로 6개의 특허를 받았고, 전기-전자통신 학회의 세기 메달, 도널드 핑크 상을 비롯하여 다수의 상을 수상하였다. 암호술에 대한 기여 로 전기-전자통신 학회의 임원으로 선출되었다. 매킨토시 운영체계 / Macintosh Operating System 매킨토시 운영체계(맥 OS)는 처음으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했다. 현재의 버전은 매킨토시 시스템 7.5다. 1994년 애플사는 사용료를 받고 맥 OS의 장착을 다른 개인용 컴퓨터 생산업체들에게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애플사는 맥 OS의 뒤를 이어 코플랜드라는 암호명이 붙은 차세대 운영체계를 10년째 개발중이다. 맥시스사 / Maxis 1987년 창설되어 시스템 모의실험과 적응 전산 같은 정교한 기술을 오락 및 학습 소프트웨어의 신세대 형태로 개인용 컴퓨터 사용자에게 전수하고 있다. 맥시스사는 시각화와 실험, 창의적인 조작을 통해 학습을 고양시키는, 탁상용 컴퓨터를 위한 실생활 모의실험의 제공에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것은 사람들이 자기가 내린 판단에 대한 결과-실생활에서는 수년이 걸릴 결과-를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게 해주어 학습에 흥미를 갖게 해준다. 메가바이트 / Megabyte 줄여서 MB라고 쓰며, 1메가바이트는 1백만 바이트 혹은 1,048,576바이트에 해당한다. 모뎀 / Modem 변조기(modulator)/복조기(demodulator)의 준말로서, 컴퓨터가 표준 전화선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해준다. 컴퓨터는 디지털이고 전화선은 아날로그이기 때문에 모뎀은 디지털 정보를 아날로그 정보로, 혹은 그 역으로 변환시키는 데 사용된다. 하지만 적절한 통신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모뎀은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 모자이크 / Mosaic 인터넷에 대한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국립 슈퍼컴퓨터 응용 센터에서 사용자로 하여금 인터넷 전반에 걸쳐 문서와 데이터를 발견하고 인출하고 화면에 나타나도록 할 수 있는, 인터넷에 바탕을 둔 광역 하이퍼미디어로 개발했다. 광역 하이퍼미디어는 전세계에 위치한 정보들이, 사용자가 하이퍼링크를 클릭하게 함으로써 그 정보를 따라 여행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모자이크는 하이퍼링크라는 개념에 기초를 두고 있다. 하이퍼링크는 문장이나 단어 아래에 밑줄을 그어 표시한다. 밑줄이 쳐진 문장이나 용어를 클릭하면 관련문서나 세부 설명을 불러올 수 있다. 무어의 법칙 / Moore' Law 인텔사의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가 1964년 처음으로 공식화한 법칙으로, 칩당 트랜지스터의 수가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법칙은 칩 개발의 신속성에 보조를 맞추어, 이제는 1년 내지 18개월에 2배, 그리고 3년마다 4배로 증가한다고 수정되었다. 문자 중심 인터페이스 / Character-Based interface 문자 중심 인터페이스는 윈도즈, 매킨토시 운영체계, IBM의 OS/2같은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널리 보급되면서 이제는 과거의 유물이 되었다. 인터페이스는 컴퓨터와 사용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문자 중심 인터페이스를 사용한 초창기의 운영체계에는 컴퓨터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그림이나 아이콘이 없다는 커다란 결함이 있었다. 컴퓨터를 제대로 쓰려면 암호 같은 명령어를 기억했다가 키보드를 두드리는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응용 소프트웨어는 문자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거의 교체되어 컴퓨터 사용이 한결 간편해졌다. 미스트 / Myst 브로더번드 소프트웨어사에서 개발한 게임 타이틀로, 1994년 발표되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500장의 오리지널 3차원 그래픽, 1시간 이상의 영상과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는 시간제한과 폭력이 없는 어드벤처 게임이다.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것이 이 미스트의 초현실세계에서 성공하는 열쇠다. 14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 바브 노이스 / Bob Noyce 인텔사의 공동창업자 중 한 사람이자 부회장으로, 1968년부터 1975년까지는 인텔사 사장직을, 1975년부터 1979년까지는 회장직을 역임했다. 1988년 7월 그는 반도체 제조에서 미국내 최고를 목표로 하고 있는 세미테크라는 연구협회의 최고 경영자로 임명되어, 제조 및 지원 스태프들을 관리하고 회원사 및 연방정부와의 교섭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자신이 설립을 지원한 반도체산업협회의 초대 회장을 역임했고, 평회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노이스 박사는 아이오와주 벌링턴에서 태어나 1949년 그리넬 대학에서 물리학과 수학 학사학위를 취득하며 졸업했다. 1953년에는 MIT에서 물리전자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56년까지 필코사에서 연구원으로 종사하다가 1956년 캘리포니아의 팰로앨토에 샤클리 반도체연구소가 설립된 이후로는 거기에 참여하였다. 그곳에 있는 동안 트랜지스터의 공동 발명가인 윌리엄 샤클리와 함께 일했다. 1957년 노이스 박사는 캘리포니아주의 마운틴뷰에 페어차일드 반도체회사를 공동 설립했다. 거기서 그는 메사형과 평면형 실리콘 트랜지스터 생산 라인의 기초 개발에 관계하였다. 그 결과 잭 킬비와 함께 집적회로를 고안하였고, 페어차일드사는 처음으로 상업용 집적회로를 생산할 수 있었다. 1968년에는 고든 무어와 함께 인텔사를 설립하였다. 당시 그들의 목표는 고밀도 집적회로(LSI) 기술을 실용화하는 것이었는데, 실리콘 게이트 모스라는 금속산화물 반도체 공정을 개발함으로써 가능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수천 개의 트랜지스터가 하나의 실리콘 칩에 집적될 수 있었으며, 그 산출량도 비교적 높았다. 인텔사는 이 기술을 사용하여 고밀도 집적회로의 대부분을 생산하였다. 노이스 박사는 반도체 설비와 제조방법, 구조에 관해 16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그와 잭 킬비는 컴퓨터 공학에 대한 지도적인 공헌을 인정받아 아핍스(AFIPS) 해리 구드 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그는 1987년에 국가 기술 메달을, 1979년에 국가 과학 메달과 패러데이 메달을, 1978년에는 전기-전자통신 학회 영예 메달을 수상하였다. 1990년 그와 잭 킬비는 국립 기술 아카데미에서 수여하는, 공학 전문직 최고의 영예인 찰스 스타크 드레이퍼 상의 첫 수상자가 되었다. 1990년 6월 3일 사망하였다. 바이러스 / Virus 바이러스는 컴퓨터 파일을 감염 시키는 프로그램들이다. 바이러스는 기존 프로그래에 들어가 있다가 그 프로그램이 작동되면 활동을 개시하여 컴퓨터 시스템을 마비시킨다. 여럿이 함께 쓰는 소프트웨어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깨끗한 프로그램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작동시키기 전에 바이러스 검색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바이어콤사 / Viacom, Inc. 세계에서 가장 큰 오락, 출판회사 중의 하나로, 국제 매체 시장의 거의 전 부문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다. 바이어콤이 경영하는 업체로는 110만 명의 고객을 가지고 있는 케이블 시스템과 라디오, 텔레비전 방송국, 11개국에 널려 있는 영화관뿐만 아니라, 블록버스터 비디오 체인, 블록버스터 음악 체인, MTV 네트워크, 사이먼 앤드 슈스터사, 바이어콤 인터액티브 미디어사가 있다. 바이어콤사는 또한 디스커버리 존과 스펠링 엔터테인먼트 그룹에도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 900개 이상의 영화관을 소유, 운영하고 있는 법인체인 내셔널 어뮤즈먼트사가 바이어콤사의 모회사다. 바이트 / Byte 바이너리 텀(Binary tem)의 약어로 8비트로 구성된 정보의 한 단위다. 컴퓨터의 처리 및 저장에서 1바이트는 철자, 숫자, 혹은 구두점 같은 하나의 기호에 해당한다. 1바이트는 단지 작은 양의 정보만을 나타내므로, 컴퓨터의 기억장치나 저장장치의 용량은 보통 킬로바이트(1,024바이트)나 메가바이트(1,048,576바이트)로 나타낸다. 버그 / Bug 프로그램을 잘못 작동하게 하는 소프트웨어 코딩상의 에러를 말한다. 초기 컴퓨터 시대에 하버드 대학의 컴퓨터 하드웨어에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컴퓨터를 분해해 원인을 조사해본 결과 기계 내부의 계전기 접촉면 사이에 나방이 끼어 있었다. 그 이후로 컴퓨터 에러 용어로 정착되었다. (물론 곤충학자는 즉시 나방이 버그와는 다르다는 걸 지적할 것이다.) 버스 / Bus 컴퓨터 시스템 구성요소들 중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사용되는 하드웨어 배선 집합체를 이르는 말이다. 말하자면 마이크로프로세서나 디스크 드라이브, 제어기, 기억장치, 입출력 포트 등처럼 본체의 서로 다른 부분을 연결해 정보를 전송할 수 있게 하는 공유 고속도로라 할 수 있다. 베이식 / BASIC 초보자를 위한(Beginner's) 범용(All-purpose) 기호(Symblic) 명령(Instruction) 부호(Code)의 첫글자들로, 1960년대 중반 다트머스 대학의 존 케미니와 토머스 쿠르츠에 의해 개발된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다. 타이니 베이식과 미이크로소프트 베이식 덕분에 큰 인기를 얻었으며, 여기에 힘입어 베이식은 소형 컴퓨터의 첫 언어로 자리잡게 되었다. 다른 주요 구현 형태로는 컴파일드 베이식, 애플 II를 위한 인티저 앤드 애플소프트 베이식, IBM PC와 그 아류들을 위한 베이시카와 GW-베이식, 원저자인 케미니와 쿠르츠에 의해 개정된 트루 베이식,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퀵베이식이 있다. 베이식은 수년에 걸쳐 변화해왔다. 초기의 버전들은 구조화가 되어 있지 않고 한줄 한줄 명령을 입력할 때마다 곧바로 기계어로 번역되는 형태로 되어 있으며, 후기의 것들은 구조화가 되어 있고 종류에 따라서는 완성된 프로그램을 기계어로 번역하는 형태로 된 것도 있다. 베이식은 사용하기가 쉽고, 이해하기가 수월하면서도 파스칼이나 C 언어 같은 고급언어와 똑같이 주요 개념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종종 초보 프로그래머들이 배우곤 한다. 베이식에서 파생된 매크로 언어는 응용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베타 / Beta 가정용 VCR의 첫 형태로, 소니사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1/2인치 카세트 데이프를 사용한다. 베타 형식은 아직도 쓰이고 있긴 하지만, 가정용으로는 인기가 없다. 오늘날은 VHS가 1/2인치 VCR의 표준형식이 되었다. 벨 어틀랜틱사 / Bell Atlantic Corporation 필라델피아를 근거지로 미국 중동부지역을 장악해 지역 원거리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미국에서 가장 큰 구획무선 통신회사 중의 하나이며, 전국의 제휴사들에게 영상과 대화형 프로그램, 무선통신을 제공하게 될 파트너이기도 하다. 브로더번드 소프트웨어사 / Broderbund Software, Inc. 가정이나 학교, 소규모의 기업체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가운데 각종 수상작을 주로 공급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다. 가족 성원 모두에게 오래도록 가치 있게 남을 개인용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내는 데 힘쓰고 있다. 개인용 컴퓨터 소프트웨어 산업의 초창기인 1980년에 도그와 게리 칼스톤이 걸립하였다. 캘리포니아주의 노바토에 위치하고 있으며, 직원은 450명이다. 비동기적 통신 / Asynchronous Communication 동기적 통신의 반대어인 비동기적 통신은 사람들에게 정보 이용에 관해 더 많은 융통성과 재량권을 준다. 예를 들어 전화기에 자동응답기가 설치되어 있으면 사람들은 언제라도 편한 시간에 다시 전화를 되걸 수 있다. 정보고속도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처럼 정보 이용에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동기 전속 모드 / Asynchronous Transfer Mode 광대한 양의 음성, 문서, 영상을 교환 모드를 사용하여 전자망을 통해 전송하는 비교적 새로운 기술로, 정보고속도로를 뒷받침할 기술로 급속히 부각하고 있다. 줄여서 ATM이라고도 불린다. 비트 / Bit 바이너리 디지트(Binary Digit)의 약어로서, 2진법 수체계 내에서 1 혹은 0에 해당한다. 컴퓨터에 의해 처리되는 정보의 최소단위로서 단독으로는 거의 의미있는 정보를 전달할 수 없으나, 8개의 집합이 되면 우리에게 친숙한 단위인 바이트가 되어 알파벳 철자와 0에서 9까지의 숫자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빌 게이츠 / Bill Gates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회장이자 최고 경영자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세계적인 개인용 컴퓨터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로, 27개국에 걸쳐 총 16,300명의 인원을 고용하고 있다. 13세 때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개인용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대한 경력을 쌓기 시작하여, 하버드 대학 재학시절이던 1974년 최초의 소형 컴퓨터인 MITS 알테어 를 위한 베이식 언어를 개발하였다. 언젠가는 개인용 컴퓨터가 모든 사무실과 가정에 중요한 도구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폴 앨런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창설, 개인용 컴퓨터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개인용 컴퓨터 사용에 대한 그의 예견과 비전은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소프트웨어 산업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본인이 직접 경영과 전략의 결정에 참여하고 있으며, 기술개발과 회사 운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빌 게이츠의 지휘하에 끊임없이 소프트웨어 기술을 진보시키고 개선해온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앞으로도 계속 사용자들이 보다 쉽고 흥미있게 소프트웨어를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신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이버스페이스 / Cyberspace SF 소설가인 윌리엄 기브슨이 그의 소설 뉴로맨서 에서 처음 쓴 용어다. 이 소설에서 그는 모든 컴퓨터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미래 세계와 그 사회의 정경을 묘사한다. 오늘날의 온라인 서비스나 월드 와이드 웨브, 인터넷 등은 사이버스페이스로 간주되며, 이들 시스템을 끝없이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고 사이버스페이스에서 길을 잃었다고 표현한다. 서버 / Server 지역 네트워크에서 네트워크와 그에 속한 자원(디스크 드라이브나 프린터 따위)의 전부 혹은 일부분에 대한 접근을 제어하는 관리 소프트웨어를 실행시키는 컴퓨터를 말한다. 서버로 가능하는 컴퓨터는 네트워크상의 워크스테이션에 해당하는 컴퓨터들로 하여금 자원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워크스테이션의 컴퓨터들은 종종 클라이언트 라고 불리는데, 그것은 이들이 서버를 정보의 창고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즈사 / Sun Microsystems, Inc. 1982년 설립된 이 회사는 분산처리기술과 관련제품, 서비스를 공급하는 통합 사업체다. 선사의 혁신적인 공개 클라이언트-서버 전산 해결책에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워크스테이션과 서버, 운영체계, 반도체 설계, 그리고 기타 부가적인 기술들이 포함된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 Sergey Eisenstein(1898-1948) 러시아의 연극 연출가이며 영화감독이다. 독창적인 영화편집과 영화이론에 대한 저술, 그리고 상징의 사용, 몽타주의 거장으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누렸다. 1924년 프롤레트쿨리트 모음집과 함께 첫 장편영화 스트라이크 를 제작하였다. 이 영화는 스트라이크를 벌이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가축들이 도살당하는 장면과 노동자들이 정부군에 의해 총격을 당하는 장면을 섞어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1925년에 완성된 다음 작품인 포템킨 은 무성영화의 걸작으로 꼽힌다. 소련 정부의 후원으로 1905년 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이 영화에서 에이젠슈테인은 무성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장면 중의 하나를 연출해냈다. 그는 오데사의 긴 계단을 배경으로 총과 얼굴을 클로즈업하면서 도주하는 시민군과 공격하는 군인들의 장면을 대비시키는 등, 정적인 화면에 액션 장면을 삽입하였다. 대조적인 영상을 효과적으로 처리함으로써 강한 충격을 창출하는 그의 기술은 영화 포템킨 이래 널리 확산되었다. 다른 주목할만한 영화로는 세계를 뒤흔든 10일 이라고도 알려진 10월 (1928, 미완성작인 멕시코 만세 (1931)와 이것을 재편집하여 후에 개봉한 양지에서의 한때 (1939),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1938) 그리고 이반 뇌제 제 1부(1944)와 제 2부(1946년에 완성되어 1958년 국외에서만 상영됨)가 있다. 그는 1949년 영화 이반 의 제 3부의 제작을 시작하려던 참에 모스크바에서 사망하였다. 영화의 잠재력에 대한 정열과 이해로 에이젠슈타인은 영화사상가장 위대한 혁신가 중의 한 사람으로 남아 있다. 저서로는 영화 감각 (1942) 영화 형태 (1949) 영화감독의 노트 (1958) 영화에세이 (1968)가 있다. 셋톱박스 / Set-Top Box 미래의 TV는 개인용 컴퓨터와는 생김새는 다르겠지만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장착하게 될 것이다. TV는 셋톱박스를 통해 정보고속도로와 연결될 것이다. 셋톱박스는 현대 케이블 회사들이 제공하는 변환기와 비슷하지만 훨씬 강력한 범용 컴퓨터를 안에 장착하게 될 것이다. 셋톱박스는 TV의 안쪽, 뒤쪽, 위쪽, 또는 지하실 벽, 심지어는 집 밖에도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셋톱박스는 정보고속도로에서 네트워크의 교환기, 서버와 연결되어 가입자가 원하는 정보를 실어나른다. 소셜 사용자 인터페이스 / Social User Interface 컴퓨터 소프트웨어 설계에 관한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컴퓨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몇가지 중요한 돌파구를 제공한다. 이것은 사용자가 컴퓨터와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도록 해주기 때문에 사용하기가 쉽고 재미있다. 사용자가 추상적이고 기술적인 규약들을 알아야만 다룰 수 있는 종래의 소프트웨어와는 달리, 소셜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일반적인 사회통례에 바탕을 두고 있다. 소셜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인간과 유사한 안내자, 즉 퍼스널 가이드를 통해 구현된다. 퍼스널 가이드의 모습과 작용, 언어는 모두 사용자와 실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비서들 은 사용자가 쉽게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도록 만들어주며,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에 대한 손발의 역할을 함으로써, 별개의 매뉴얼이나 도구막대, 혹은 지침서를 사용할 필요성을 없애버렸다. 퍼스널 가이드는 사용자들을 위해 프로그램의 선택에 우선 순위를 매기는데, 주어진 상황에서 사용자가 가장 필요로 할 것 같은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선별, 사용자로 하여금 선택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작업을 수행할 때, 퍼스널 가이드는 현재 수행중인 작업내용에 맞추어 적절한 프로그램 선택사항들을 제시한다. 더욱이 소셜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사용자의 경험 수준에 맞춰서 제안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프로그램을 매일 사용하여 익숙한 사용자에게는 초보자와 동일한 힌트나 도움말을 주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몇 년간 더 많은 응용 프로그램에 소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쓰이고 또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 소셜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전문가적인 분석력이 향상되고, 사용자의 작업습관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되며, 자율적인 결정을 더 많이 내리고, 프로그램의 모든 측면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아가 소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3차원 애니메이션과 음성인식, 기타 강력한 기술과 결합하면, 그 영향력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더 강해질 것이다. 소프트웨어 / Software 하드웨어(기계)를 작동시키는 컴퓨터 프로그램 및 명령문을 말한다. 전체적인 의미에서 소프트웨어는 두 개의 주요 범주로 대별되는데, 그중 하나는 컴퓨터의 작동을 제어하는 운영체계이며, 다른 하나는 컴퓨터 사용자가 수많은 작업수행을 위해 이용하는 응용 소프트웨어다. 소형 컴퓨터 / Microcomputer 마이크로프로세서라는 하나의 집적회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컴퓨터다. 중형이나 대형 컴퓨터에는 성능이 못 미치지만 그래도 복잡한 과제를 처리할 수 있는 강력한 컴퓨터로 발전했다. 기술의 발전속도가 워낙 빨라 첨단 소형 컴퓨터는 가격은 훨씬 싸면서도 몇 년 전의 대형 컴퓨터만한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 손가락 하나로 모든 정보를 / Information at Your Fingertips 1990년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손가락 하나로 모든 정보를(information at your fingertips)'이라는 개념을 소개하였다. 이는 컴퓨터가 점차로 개인필수품이 되고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을 개선시킬 것이라는 것을 강력하게 시사해준다. 이 개념이 현실화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팩스나 구획무선전화, 특히 PC가 열광적으로 환영을 받았다. 그것들은 우리의 사무실과 가정에 놓이게 되었으며, 우리는 매일 그것들을 사용한다. 필수품이 된 것이다. 점차로 컴퓨터와 컴퓨터에 기초한 새로운 도구, 또는 정보가전품들은 모든 정보로의 접근을 용이하게 해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한 가지 용도로 사용하는 도구들의 기능이 다양해질 것이다. 손목시계가 좋은 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단지 시간만 알려주었지만, 오늘날에는 스케줄을 기록하거나 무선호출 기능을 하는 손목시계가 나왔다. 미래에는 손목시계가 우리의 차와 집, 그외의 장치에 우리의 신분을 확인시켜주는 다목적 장치가 될 것이다. 심지어 그것에다가 아주 중요한 개인정보나 의료정보를 저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진보를 목격하고 있으며, 갈수록 이 진보의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우리와 정보 사이의 관계는 여러 면에서 심층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사설 네트워크들은 사업체들을 잘 지원해왔다. 오늘날 인터넷 같은 공공 네트워크는 모든 사람들을 자료나 다른 사람들에게 연결시켜준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손가락 하나로 모든 정보를 이라는 비전을 품고 우리 사회가 개인 전산과 통신기술이 지배하는 다음 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스마트 카드 / Smart Card 보통의 크레디트 카드처럼 생겼지만, 신분증명이나 금전거래를 위해 마이크로프로세서와 기억장치가 내장되어 있다. 이것을 판독기에 집어넣으면, 판독기가 중앙 컴퓨터로 데이터를 전송하고 데이터를 수신한다. 이는 자기띠를 가진 카드보다 안전하며, 잘못된 패스워드가 정도 이상으로 입력되는 경우 자동으로 파손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스위치 / Swich 온(on)과 오프(off)의 두 가지 상태를 지닌 회로 요소로, 온 상태에서는 전기신호를 흐르게 하며, 오프 상태에서는 신호가 전달되지 않게 한다. 스위치는 가정용 전기 스위치처럼 기계적일 수도 있고, 계전기처럼 전기적일 수도 있다. 스티브 볼머 / Steve Ballmer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영업 및 지원 총괄 부사장으로, 영업, 지원 및 판매 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90년대에 걸맞은 새로운 고객 서비스 모형을 만들었다. 이는 소비자들과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 유지하기 위해서다. 볼머는 1980년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참여한 이후 마케팅 담당 부사장, 관리 담당 부사장을 비롯하여 많은 직책을 맡았다. 최근에 그는 시스템 소프트웨어의 수석 부사장 직책을 맡아서 시스템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영업, 검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볼머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응용 수리경제학으로 학위를 받은 후 프록터 앤드 갬블사에서 생산 부매니저로 일했다. 그리고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계속 수학했다. 볼머는 하버드 대학의 감독위원회와 스탠퍼드 대학의 경영대학 자문 위원회의위원이다. 스티브 자브스 / Steve Jobs(1955-) 미국의 컴퓨터 전문가다. 캘리포니아주의 로스앨토스 소재 고등학교를 다니며 팰로 앨토에 있는 휴렛팩커드사에서 강좌를 수강하였다. 그는 휴렛팩커드사 사장의 주의를 끌어 여름방학 동안 채용되었다. 거기에서 전자제품 발명가인 스티븐 워즈니악과 같이 일을 하였다. 1972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리드 대학에 입학하였으나 한 학기 만에 자퇴하고 1974년 비디오게임의 설계자로 아타리사에 들어갔다. 몇 개월 후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정신계발을 목적으로 인도를 여행하였다. 캘리포니아로 돌아온 그는 워즈니악이 여전히 휴렛패커드사에서 일하면서 젊은 전자공학광들과 함께 컴퓨터 클럽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케팅에 관심이 있던 자브스는 워즈니악에게 자기와 함께 일하자고 설득했다. 그들은 함께 자브스의 부모집 차고에서 애플 I의 원형을 설계, 제작하였다. 지방의 전자설비 소매업체로부터 25대의 주문이 들어왔다. 워즈니악은 직장을 그만두고 이 새로운 사업의 연구개발 담당 부사장으로 취임하였다. 그들은 1976년 4월 1일 애플 컴퓨터사를 설립하였다. 애플 I은 666.66달러의 가격으로 주로 컴퓨터 애호가들과 전자공학광들에게 60대가 판매되었다. 곧 애플 I의 단순성과 소형의 크기를 유지하되 일반 사용자들에게 보다 적합한 애플 II가 잇따라 개발되었다. 애플 컴퓨터사는 1977년 주식회사가 되었으며, 대단한 성공을 거두어 1980년에는 주식을 공모했다. 애플 컴퓨터의 후속 버전들은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1983년 1월 자브스는 애플 컴퓨터의 새로운 상의 모델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리자라는 새로운 개인용 컴퓨터를 소개하였다. 리자 컴퓨터는 주로 사무실용으로 설계되었으며, 명령문을 선택하고 화면의 커서를 제어하기 위해 마우스를 사용하였다. 리자 컴퓨터의 후속타로 일반 사용자들이 정보에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고 처리능력이 뛰너난 매킨토시 컴퓨터가 소개되었다. 1980년대 초반 자브스는 애플사를 이끌고 개인용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및 프린터를 개발, 전세계에 판매해왔다. 1985년 저조한 판매실적과 내부문제로 애플사는 구조를 개편하며 자브스에게 은퇴를 강요하였다. 그는 5명의 애플사 직원들과 함께 새로운 컴퓨터 회사인 넥스트사를 설립하였다. 자브스는 금융가 로스페로, 캐논사, 스탠퍼드 대학 및 카네기 멜론 대학 같은 곳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였다. 그의 새로운 컴퓨터는 혁신적이었으나 가격이 비쌌다. 실시간 / Real Time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전화로 어떤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 그 대화는 실시간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의 경우 실시간 동안 행한 연산은 인간의 시간관념으로 보면 그 기계의 작동시간과 일치한다. 아날로그 / Analog 아날로그란 말은 유사한 이란 뜻의 그리스어 아날로구스(analogous)에서 유래했다. 아날로그 전송은, 그것이 음성이든 영상이나 이미지든 원신호를 진폭으로 변환해 전송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전화기는 우리의 목소리를 전자 진동파로 변형시키는데, 이는 우리의 목소리를 발진기를 통해서 보게 될 때의 모습과 유사하다. 아날로그는 신호를 숫자로 분해하는 디지털과는 대조적으로 연속작용을 한다. 아메리카 온라인사 / America Online, Inc. 1985년에 설립된 아메리카 온라인사는 버지니아주의 비엔나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250만 명 이상의 가입자가 있다. 인터넷 서비스에 접근하기 쉽고 편리하며, 전자우편, 회의, 소프트웨어, 계산지원, 대화형 잡지, 신문, 온라인 수업 등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이콘 / Icon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는 작은 그림으로, 어떤 대상을 상징한다. 사용자는 이것을 조작할 수 있다. 가령 마우스로 선택을 하면 아이콘이 나타나서 사용자가 바꿀 수 있는 여러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다. 아이콘은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아키택처 / Architecture 아키텍처는 한 컴퓨터 시스템이 어떻게 설계되었으며 그 시스템을 이루는 성분들이 어떻게 상호 협조를 하고 있는 가같은 컴퓨터 시스템의 구조를 뭉뚱그려서 일컫는 말이다. 아키텍처에는 문자, 음성, 화상, 음향은 물론 온라인 접속기능까지 포함된다. 알테어 8800 / Altair 8800 1975년 뉴멕시코주의 MITS(Micro Instrumentation Telemetry Systems)사가 소개한 소형 컴퓨터다. 8비트 인텔 8080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256바이트의 임의접근 기억장치를 가지고 있으며, 앞 패널에 있는 스위치 뱅크를 통해 입력을 받아들여 일련의 발광 다이오드(LED)를 통해 출력을 내보낸다. 주로 조립식 세트로 판매되었다. 이것은 비록 단명하였으나 최초의 성공적인 개인용 컴퓨터로 여겨진다. 이 컴퓨터가 인기를 얻게 된 것은 1975년 1월판 포퓰러 일렉트로닉스 지에 특집으로 소개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아무도 그 특집이 가져올 엄청난 반응을 예견하지 못했다. MITS사는 처음에 단지 그 프로젝트의 손익분기점인 200대의 주문만을 기대했다. 그러나 첫해만도 수천 대의 주문이 쇄도해 호황을 누렸다. 가격은 397달러로 싸게 책정되었다. 하지만 그것을 조립해서 작동시키는 데는 상당한 작업이 필요했고, 완벽한 조립 세트로 시장에 내놓긴 했지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했다. 그리고 조립이 끝나도 사용자가 직접 앞면의 번지 스위치들을 사용하여 프로그램을 기계 안에 집어넣어야만 조작판에 불이 들어올 만큼 초보적이었다. 하지만 내부에 슬롯을 가지고 있어, 사용자가 타 회사에서 만든 전자회로 보드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도록 한 혁신적인 특징을 갖고 있었다. 알테어를 위한 새롭고 개선된 회로 보드를 제작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초기 소형 컴퓨터 회사들이 생겨날 수 있었다. 이러한 개방구조는 소형 컴퓨터 발전에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암호화 / Cryptography 열쇠를 갖고 있는 사람만 이해할 수 있도록 언어를 장치하는 과학, 혹은 암호해독법을 통해 외견상 조리에 맞지 않는 문구의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방법을 말한다. 비밀부호는 오랜 기원을 갖고 있다. 고대의 유태 성전작가들은 때때로 맨 마지막 철자를 첫 번째 위치에, 끝에서 두 번째 철자를 두 번째 위치에 두는 등 순서를 뒤바꿔놓음으로써 그 의미를 감추었다. 앳배시라 불리는 이 체계는 성경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즉 예레미아 25장 26절을 보면 Sheshech'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이는 히브리 알파벳의 뒤에서부터 두번째와 열두번째의 철자로 이루어진 암호로 바빌론 을 의미한다. 스파르타의 장관들은 시테일이라 불리는 막대 주위에 나선형으로 감아놓은 양피지 끈의 인접 테두리에 메시지를 기록해 야전사령관들과 소통하였다. 그 띠는 일단 풀어버리면 동일한 막대 위에 다시 감아야만 읽을 수 있었다. 그리스의 작가 폴리비우스는 폴리비우스 사각형이라 불리는 사각형을 고안하였는데, 이는 여러 암호체계에서 사용되었다. 줄리어스 시저는 시저 위치변동이라 불리는 방법을 사용하였는데, 이는 각 철자를 네 칸씩 뒤로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넓은 의미로 암호화에는 숨겨진 메시지, 암호, 부호의 사용까지 포함된다. 그렇지만 메시지를 숨겨놓은 경우, 가령 일반 문구 안에 들어 있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잉크로 쓰여져 있다면 일단 다른 사람에게 의심을 받지 않아야만 성공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해독하는 데 별로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호는 사전에 결정된 단어, 숫자, 혹은 기호로 단어와 문구를 나타내기 때문에 보통 그 부호의 코드북이 없으면 해독이 불가능하다. 암호화라는 용어는 때로는 평이한 문장을 기술하는 문자들의 위치를 바꾼다거나, 메시지의 원철자 대신 다른 철자나 기호를 사용한다거나, 혹은 이런 방법들을 섞어 사용하는 등 미리 결정된 체계에 의한 암호법만을 가리키기도 한다. 다양한 암호들이 고안되었지만, 모두 치환과 대체라는 두 범주 가운데 하나에 속한다. 치환 암호에서 메시지는 보통 단어의 구별없이 직사각형 블록 안에 배열된 몇줄의 문자열로 쓰여진 다음, 미리 결정된 수직란, 대각선, 나선형 혹은 체스에서 기사가 움직이는 것과 같은 복잡한 방식으로 철자들의 위치를 바꾼다. 암호화된 메시지의 철자의 배열은 사용된 블록의 크기나, 철자들을 기입하고 치환할 때 사용한 길에 의존한다. 암호를 보다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 키워드나 숫자를 사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수직란식의 치환에 있어서, 난이 정상적인 1-2-3-4의 순서 대신 1-4-2-3의 순서를 취하도록 하고, 1-4-2-3의 알파벳상의 순서를 가진 키워드 코드를 사용할 수도 있다. 치환식 암호는 사용되고 있는 언어의 정상 철자 빈도수로 해독할 수도 있다. 키워드가 없는 그런 암호는 다양한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철자들을 재배열하면서 동시에 암호법이 발견될 때까지 가능한 단어를 추측하며 풀 수 있다. 단순한 대체식 암호에서는 특정 철자나 기호가 각 철자를 대체한다. 철자들은 순서상의 변화는 없으며, 단어도 정상적으로 구분해서 유지한다. 그런 암호는 대체된 철자들과 결합한 정상 철자의 빈도수나 세트의 출현으로 해독될 수 있다. 이들은 빈도수를 분석한다거나 복수형, 흔히 볼 수 있는 단어의 접두사나 접미사, 흔히 볼 수 있는 단어의 처음 혹은 끝 철자, 그리고 QU, TH, ER, RE 같은 흔한 철자의 결합 등 철자들의 특징을 자세히 살펴보면 해결될 수 있다. 복수 알파벳을 사용하는 다중대체 암호에서는 키워드나 숫자가 사용된다. 메시지의 첫 철자는 거기에 키워드의 첫 철자의 수값을 더해 암호화된다. 메시지의 두 번째 철자는 유사한 방식으로 키워드의 두 번째 철자의 수값을 더하는 등 메시지 전체를 암호화할 때까지 필요한 만큼 키워드를 반복해서 사용한다. 따라서 단어 TODAY를 키워드 DIG를 사용하여 암호화하면, T는 D가 알파벳상 네번째 철자이므로 W로 되고, O는 I가 알파벳상 아홉번째 철자이므로 W로 되고, D는 G가 알파벳상 일곱 번째 철자이므로 J가 된다. 메시지의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도 키워드가 반복되어 TODAY는 결국 WWJDG로 부호화된다. 비주네르 테이블 시스템이 이 원리를 사용하고 있다. 키워드의 철자들이 완전히 뒤섞여 있는 더욱 복잡한 복수 알파벳 체계에서는 먼저 어느 것을 메시지의 각 철자를 암호화하는 데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자동 암호화를 보면, 메시지의 첫 철자에는 단일 열쇠철자가 사용되고, 암호화된 첫 철자는 두 번째 철자를 암호화하는 데 사용되며, 메시지 전체에 걸쳐 이런 과정이 반복된다. 다른 체계에서는 두세 개의 철자들을 집단으로 대체하기 위해 다양한 치환 및 복잡한 일람표를 가진 모스 부호를 사용하기도 한다. 키워드를 사용하는 복수 알파벳 암호는 철자 빈도수에 있어 차이가 없거나 무작위인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암호는 보통 문장에서 반복되는 철자군을 통해 주기라 불리는 키워드의 길이를 결정하고, 이렇게 해서 발견된 각각의 대체 알파벳에 단순 대체법을 적용함으로써 해결된다. 기본 유형들을 결합하여 사용하면 암호는 더욱 더 복잡하고 다양하게 고안될 수 있다. 하지만 열쇠는 기억하고 재생하기 쉬워야 한다. 그것이 없이는 암호문은 수수께끼일 뿐 메시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충분한 시간과 자료가 주어지면 대부분의 암호는 풀 수 있으며 그 열쇠도 발견할 수 있는데, 특수한 경우 보안을 위해 복잡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단지 몇시간만 비밀에 붙이면 되는 군사명령은 장시간 동안 기밀을 유지해야 하는 외교보고서에는 적절하지 않은 암호체계로도 충분히 부호화할 수 있다. 메시지는 또한 자동 암호기로도 전달될 수 있다. 전신타자기는 어떤 적절한 키워드에 맞춰지게 되면 자동으로 메시지를 암호화할 것이다. 그러면 동일한 열쇠를 갖고 있는 수신기가 이를 해독할 것이다. 현재 정부기관과 은행, 많은 기업체에서는 이미 상당한 양의 보안 정보를 컴퓨터에서 컴퓨터로 전달하고 있다. 그런 데이터는 보통 전화선이나 공공 채널을 통해 전송된다. 1970년대 초 LUCIFER라 불리는 치환과 대체 방식을 모두 사용하는 암호체계가 개발되었다. 1976년 미국 국립 표준기술연구소는 DES(데이터 암호화 표준)라는 암호화 기술을 개발하였다. DES는 LUCIFER에 기초를 두고 0과 1로 구성된 컴퓨터 2진법 부호를 사용하고 있다. 각 단위는 비트라 불리는데, DES는 56비트의 열쇠로 6비트의 메시지 조각을 64비트의 암호문 조각으로 변형시킨다. 각 사용자는 무작위로 하나의 열쇠를 선택하고, 보안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인가된 사람들에게만 이것을 공개한다. 실제의 메시지는 발신 및 수신 컴퓨터에 부착되어 있는 전자장치에 의해 자동으로 암호화되고 해독된다. 7경개 이상의 56비트 조합이 가능하므로, 무작위로 선택한 열쇠를 알아낼 확률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ES는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고급 컴퓨터를 위해 개발한 초강력 해독방식치고는 너무 약하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래서 공개 및 비밀 열쇠 모두를 사용하는 공개열쇠 암호체계(PKC) 같은 몇몇 대안들이 제시되었다. 수학적 배낭식 접근에 바탕을 둔 PKC는 열쇠의 분배문제는 해결하지만 계산상으로 볼 때 DES만큼 효율적이지는 않다. 1978년 소위 RSA라고 알고리즘이라 불리는 것이 개발되었다. 이것은 2개의 100자리 소수와 그것을 곱한 형태인 n=pq를 사용하여 소수들을 인수로 분해하는, 원천적으로 난해한 방식을 이용하였다. 그 이래로 이 암호의 변형들이 다양하게 개발되었으나, 여전히 RSA가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한 것으로 보인다. 열쇠에 바탕을 둔 암호는 발신자와 수신자가 동일한 코드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코드보다 사용하기에 편하다. 다른 한편, 구조화가 잘된 코드는 5개의 철자 그룹 같은 상징을 통해 구나 절을 타나낼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보다는 경제적인 이유로 종종 사용된다. 비록 적절히 구조화된 코드가 상당한 정도의 안전성을 제공하지만, 절대 비밀에 붙여 코드북을 인쇄해야 하는 것과 배포할 때의 어려움 때문에 이 방법은 코드북이 효과적으로 감시될 수 있는 장소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암호화 / Encryption 인가를 받지 않은 사람들이 정보를 보거나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보를 해독할 수 없는 용어로 바꾸는 것이다. 암호화는 보통 열쇠를 사용하는데 그것이 없이는 정보해독이 불가능하다. 미국 국립 표준기술연구소는 DES(Data Encryption Standard; 데이터 암호화 표준)라 불리는 극히 복잡한 암호화 표준을 고안하였는데, 이는 문서 보안을 위한 무한한 방법들을 제공하고 있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 Antoine de Saint-Exupery 프랑스의 작가이자 비행사다. 바람과 모래와 별(1939) 와 야간비행(1942) 등 후기 작품을 통해 휴머니즘을 강조하였다. 어린이들을 위한 작품인 어린 왕자(1943) 는 그 우화적인 의미 때문에 성인들도 즐겨 읽는다. 2차대전중 프랑스 공군에 복무하다가 추락 후 미국으로 탈출, 후에 자유 프랑스군에 참여하였다. 남부 프랑스를 정찰하던 중 비행기와 함께 실종된 이후 발견되지 않았다. 사막의 지혜(1948) 라는 제목으로 그의 유작 노트가 출간되었다. 애덤 스미스 / Adam Smith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다. 유명한 저술 국부론 을 통해 자본의 본질과 산업의 역사적 발전, 그리고 유럽 국가들간의 무역에 대한 견해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밝힌 장본인이다. 그는 스코틀랜드의 커콜디에서 태어나 글래스고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1748년부터 1751년까지 에딘버러 대학에서 수사학과 문학을 강의하였다. 이 기간 동안 스코틀랜드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과 친분을 맺었는데, 이 관계는 1776년 흄이 죽을 때까지 계속 유지되었다. 흄은 스미스가 윤리학과 경제이론을 발전시키는 데 영향을 주었다. 1951년에는 글래스고 대학 논리학 교수로, 1952년에는 도덕철학 교수로 임명되었다. 그후 그동안의 강의에서 다룬 윤리학 문제는 체계화하여 첫 주요 저작물인 도덕 정조론 을 출판하였다. 1763년 대학에 사표를 제출하고 제 3대 버클로이치 공작인 헨리 스콧의 개인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18개월간 프랑스와 스위스를 여행하였다. 여행에서 그는 중농주의 학파의 여러 지도급 대륙철학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자연법과 부, 그리고 질서에 그들의 정치경제 정책의 바탕을 두고 있다. 스미스는 그중 프랑스 철학자 프랑수아 케네와 안 로베르자크 튀르고에게 각별한 영향을 받아, 후에 자신의 이론의 기초를 확립하는 데 그들 이론의 일부를 채택하였다. 1766년부터 1776년까지 그는 국부론 을 준비하며 커콜디에 머물렀다. 1778년 이후로는 죽을 때까지 에딘버러에서 세관위원직을 수행했다. 1787년에는 글래스고 대학 명예총장으로 선출되었다. 국부론 은 경제사에 있어서 정치경제학 연구를 정치학이나 윤리학, 법학으로부터 분리시킨 최초의 논고였다. 여기서 그는 경제적인 부가 형성되고 분배되는 과정을 날카롭게 분석했는데, 모든 수입, 즉 부가 분배되는 기본 형태는 임대료와 임금 및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국부론 의 중심 주제는, 자본은 정부의 무간섭, 혹은 방임과 자유무역이 허용될 때 생산과 부의 분배를 위해 가장 잘 사용된다는 것이다. 스미스의 견해에 따르면, 정부가 조정과 통제를 최소한으로 줄일 때 개인사업이나 상업활동에서 효율적인 상품의 생산과 교환이 촉진되며, 그래야만 전반적인 생활수준의 향상이 가능하다. 이런 상업활동에 대한 정부의 방임적인 태도를 설명하기 우해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의 원리를 주창하였다. 이 원리는 자신의 선을 추구하는 모든 개인은 보이지 않는 어떤 손에 의해 모두에게 최선인 것을 성최하도록 유도된다는 것으로, 자유경쟁에서는 정부의 어떠한 간섭도 모두 무익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비록 이 견해가 스미스 시대 이후 역사적인 발전과정에서 경제학자들에 의해 상당히 수정되긴 했지만, 국부론 의 많은 부분, 특히 수입의 원천과 자본의 성질에 관한 부분은 정치경제학 분야에서 이론적인 연구의 기초가 되었다. 또한 정부가 경제정책을 세우는 데 그 분야의 어떤 연구서보다도 좋은 지침서 역할을 했다. 애플 매킨토시 컴퓨터 / Apple Macintosh Computer 애플사의 매킨토시 컴퓨터는 1984년 1월 애플사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아이콘, 윈도, 마우스 표시장치 등을 갖춘 매킨토시는 사용이 간편한 컴퓨터의 새로운 표준을 마련했다. 매킨토시 계열의 컴퓨터는 그동안 꾸준히 불어나 지금은 매킨토시 클래식, 매킨토시 II 쿼드라 시리즈, 교육용 매킨토시 LC, 소비자를 위한 매킨토시 퍼포마 시리즈, 휴대형 파워북 컴퓨터, 파워 매킨토시 시리즈 등을 거느리게 되었다. 현재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매킨토시 컴퓨터는 1,600만 대가 넘는다. 애플 컴퓨터사 / Apple Computer, Inc. 애플 컴퓨터사는 비즈니스, 교육, 과학기술을 위한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 제조, 대여, 판매하는 기업이다. 자타자 공인하는 정보산업의 거두인 애플은 140여 개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1976년 스티브 자브스와 스티븐 워즈니악은 캘리포니아주 큐퍼티노에 있는 자브스의 집 차고에서 애플사를 창업했다. 애플 I 컴퓨터의 회로기관 50개를 만들기 위해, 자브스는 폴크스바겐 자동차를 팔았고 워즈니악은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계산기를 팔았다. 1983년 애플은 포춘 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에 꼽혔다. 현재는 하드웨어 플랫폼, 시스템 소프트웨어, 멀티미디어 제품, 네트워킹 상품 및 통신상품, 주변장치 및 각종 서비스를 꾸준히 개발하면서 소비자의 점증하는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려고 노력하는 다품종 다업종 기업으로 성장했다. 애플 파워 PC 컴퓨터 / Apple Power PC Computer 1994년 3월 애플사는 매킨토시 컴퓨터의 차세대 모델인 최초의 파워 매킨토시를 시판함으로써, RISC 기술을 기초 수준의 휴대형 데스크톱 시스템으로 통합시키는 중대한 변화에 착수했다. 파워 매킨토시는 IBM, 모토롤라와 함께 애플이 공동으로 개발한 파워PC RISC 마이크로프로세서에 토대를 두고 있으며, 전통적인 매킨토시 소프트웨어는 물론 DOS와 윈도즈용 소프트웨어까지 처리한다. 앨 고어 2세 / Al Gore, Jr.(1948-) 미국의 제 45대 부통령이다. 1948년 3월 워싱턴 D.C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앨버트 고어 1세는 오랫동안 민주당 의원을 지내며 테네시주의 상원의원으로 있었다. 앨 고어는 1969년 하버드 대학을 졸업, 행정학 학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비록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을 반대하긴 했지만 군징집을 수락하고 1969년부터 1971년까지 군사 리포터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귀국 후 1976년까지는 내슈빌의 신문 더 테네시언 의 리포터와 편집작가로 활동했다. 이 기간 동안 고어는 자그마한 농장을 운영하면서 주택건설과 토지개발에 힘을 쏟았다. 1976년 밴더빌트 대학에서 법학학위를 취득하였으며, 1971년과 1972년에는 철학을 공부하였다. 1976년 미 하원의원에 선출되었으며, 1978년과 1980년, 1982년에 재선되었다. 1984년에는 미 상원에 진출했다. 의회의원으로 있는 동안 군축 및 환경문제의 권위자로 평판을 얻었다. 그는 위험한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창하였으며, 지구의 오존층 파괴에 대한 정치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988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지명전에 나갔으나 탈락했다. 1992년 빌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후보로부터 러닝 메이트로 지명되었고, 클린턴이 공화당 출신 조지 부시 대통령을 누르고 이김으로써 1993년 부통령이 되었다. 균형잡힌 지구 : 생태학과 인간의 정신(1992) 을 포함한 다수의 책을 저술하였다. 앨런 튜닝 / Alan Tuning 컴퓨터 이론에 선구적인 역할을 한 영국의 수학자다. 1936년 대학원 재학중에 계산가능한 수에 관하여 라는 논문을 제출하였다. 이 논문에서 그는 튜링 머신이라 알려진 전산장치에 대한 이론적인 개념을 소개하였다. 이론적으로는 어떠한 수학적인 계산도 수행할 수 있다는 이 기계의 개념은 디지털 컴퓨터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튜링은 수학에 대한 탐구를 인공지능 및 생물학 분야로 확대해나갔다. 그래서 제안한 것이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튜링 검사였다. 2차대전 동안에는 영국 외무부에서 암호해독자로 일하였다. 어도비 페이지메이커 / Adobe Pagemaker 원래 상호는 앨더스 페이지메이커였으나 1995년 2월 어도비 페이지메이커로 바꾸었다. 다양한 소프트웨어에서 만들어진 문서와 그래픽을 결합하여 전문가 수준의 인쇄출판물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고급 전자출판용 소프트웨어다. 에니악 / ENIAC 전자적(Electronic) 수리(Numerical) 적분계산기(Intergrator And Calculator)의 약어로서, 약 18,000개의 진공관을 가진 170평방미터 크기의 컴퓨터를 말한다. 1946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개발된 이 컴퓨터는 최초의 전자 컴퓨터로 간주되고 있다. 1955년 이래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 영상비 / Aspecto Ratio 컴퓨터 화면이나 컴퓨터 영상의 가로 세로 비율을 말한다. 가령 영상비가 2:1이라면 가로가 세로의 2배란 뜻이다. 영상비는 일반적으로 화면 그 자체가 아니라 화면 영역(화면을 감싸는 틀)을 가리킨다. 영상비는 하나의 그래픽이 인쇄되거나 크기가 조정되거나 다른 문서 안으로 편입될 경우, 정확한 비율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오러클사 / Oracle Corporation 1977년 설립되어 캘리포니아의 레드우드쇼어에 본사를 두고 있는 20억 달러 규모의 회사로서, 정보관리 소프트웨어의 세계적인 공급업체다. 또한 대화형 텔레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그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딘 최초의 소프트웨어 회사 중의 하나이자, 인터넷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우수한 제품을 만든 최초의 주요 소프트웨어 회사다. 오러클 소프트웨어는 개인용 디지털 보조장치, 셋톱 장치, PC 워크스테이션, 중형 컴퓨터, 대형 컴퓨터 및 대량 병렬 컴퓨터 등에서 쓰인다. 이 회사는 90개국 이상에서 상품을 공급하며 자문, 교육, 서비스 지원도 함께 하고 있다. 왕 안 / Wang An 왕 연구소의 설립자로서, 1945년 중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하버드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하였다. 1946년에 석사학위를 받았고 1948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졸업과 동시에 하버드 전산연구소에서 포스트닥터 연구를 수행했다. 왕 박사는 자기 코어 기억장치에 원리를 둔 자기 펄스 제어기를 고안해 과학계에서 인정을 받게 되었다. 20년 이상 동안 이 코어 기억 장치는 현대 컴퓨터의 기본 구성요소로 사용되었다. 왕 연구소는 특수 전자설비와 디지털 설비를 개발하기 위해 창설되었다. 왕 박사는 1990년 3월 사망하였다. 왕 연구소 / Wang Laboratories, Inc. 매사추세츠주 로웰에 본부가 있으며, 컴퓨터와 통신 시스템을 설계-제작-판매하며, 고객들이 그들 조직체의 모든 측면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왕 연구소의 제품은 응집력이 있는 왕 네트워크와 타 네트워크에 통합될 수 있는 단어, 데이터, 음성, 영상 및 통신 해결책의 사용을 쉽게 해준다. 현재 약 30,000명의 직원이 있다.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 Johannes Gutenberg(1400?-1468) 독일의 출판업자로서 동활자 사용의 선구자다. 유럽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금속활자를 사용하여 인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생애와 활동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드물다. 그의 이름은 그가 한 것으로 여겨지는 어떤 인쇄물에도 나타나 있지 않다. 그는 1400년경 혹은 139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마인츠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금세공인으로 훈련을 받았다. 그후 그의 가족은 스트라스부르에 정착하였다. 1438년에 드리첸과 협력하여 인쇄실험을 시작하였다. 1450년경 마인츠로 되돌아와 독일의 상인이자 대금업자인 후스트와 협력하여 인쇄기를 만들었는데, 아마도 이 인쇄기로 그는 몇권의 작은 책들과 낱장 인쇄물뿐만 아니라 그의 이름이 씌어 있는 커다란 라틴어 성경을 인쇄하였던 것 같다. 구텐베르크 성경, 마차린 성경, 혹은 42행 성경 등 여러 이름으로 알려진 이 성경은 1456년 말 이전에 완성된 것이 분명하다. 후스트의 양자이자 구텐베르크의 도제였던 독일 인쇄업자 쇠퍼가 이 성경을 인쇄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후스트가 그 사업에 투자한 돈을 반환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1455년 법정문제로 비화되어, 구텐베르크는 결국 자신의 지분을 포기해야 했다. 후스트와 결별한 이후 구텐베르크는 마인츠나 인접 도시인 엘트빌에서 인쇄업을 계속하였다. 1462년 마인츠가 점령되자 거기에서 추방되었으나 그 이후 되돌아왔다. 1465년 마인츠의 대주교이자 나사우의 선거후였던 독일의 정치가 아돌프 2세가 구텐베르크의 후견인이 되었는데, 이는 아마도 그의 업적을 인정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구텐베르크는 1468년 2월 3일 그의 고향에서 사망하였다. 그곳에 있는 박물관에는 지금도 그의 인쇄기와 작품이 재제작되어 전시되고 있다. 운영체계 / Operating System 디스크 운영체계는 컴퓨터 시스템을 가동하거나 재가동할 때 디스크 장치로부터 적재되는 모든 운영 시스템을 말한다. 컴퓨터는 운영체계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원래는 디스크에 토대를 둔 시스템과, 메모리에 토대를 둔 시스템, 바꿔 말해서 자기 테이프나 종이 테이프만을 지원하는 소형 컴퓨터 운영 시스템을 구별했다. 워드 프로세서 / Word Processor 종이, 펜, 타자기, 지우개, 특히 사전과 어휘집의 전자적인 집합체다. 거의 모든 PC는 워드 프로세싱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문서편집에 관련된 작업들(삭제, 삽입, 바꾸기 등)을 쉽게 해준다. 워렌 버핏 / Warren Buffett 버핏 합자회사가 관리하는 버크셔 하타웨이사의 회장이자 최고 경영자다. 그는 캐피틀 시티/ABC사, 코카콜라사, 질렛사, 샐러먼사와 US 항공 그룹사의 중역이며, 미국 예술과학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네브래스카 대학에서 학사학위를, 칼럼비아 대학에서 경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월드 와이드 웨브 / World Wide Web 1989년 3월 CERN(유럽 입자물리 연구소)의 팀 버너스리에 의해 처음으로 그 개념이 구현되었다. 버너스리는 대규모 문서 영역에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광역 하이퍼미디어 정보검색 시스템을 창안하고자 하였다. 비록 WWW는 본래 문서만 연결하도록 의도한 것이었으나, 최근에는 그림이나 음향 파일, 그리고 심지어는 다양한 포맷으로 저장된 영화까지 전송할 수 있다. 과거 몇 년 사이에 WWW는 두드러진 속도로 성장하였다. 동일한 문서자료를 보고 싶어하는 수천 대의 컴퓨터가 세계 곳곳에 산재해 있다고 상상해보자. 어떤 유형의 통신 시스템이 없다면 이들 문서자료는 각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어야 하며, 그 결과 어마어마한 용량의 디스크와 수쳔만 개의 복사본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이 모든 컴퓨터를 함께 연결하는 공통 연결체(인터넷) 시스템을 상상해보자. 이들 컴퓨터는 이제 서로 대화할 수 있고, 복사본을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하지 않고도 동일한 문서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 웜 / Worm 컴퓨터와 컴퓨터를 넘나들면서 빠르게 증식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주로 컴퓨터의 메모리에 숨어 있다가 무수한 자기복제품을 만들어 컴퓨터를 먹통으로 만든다. 언젠가 인터넷에 침투한 웜 하나가 수천 대의 컴퓨터로 전염되어 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을 와해시킨 적도 있다. 웜은 컴퓨터 파일을 망가뜨리지는 않는다. 단지 과적 현상을 일으켜 시스템을 멎도록 한다. 웨브 브라우징 / Web Browsing 월드 와이드 웨브에 접속한 다음 특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웨브 안에 있는 여러 웨브 사이트, 곧 홈 페이지를 방문하는 것이다. 브라우징은 인터넷에서 하는 파도타기 놀이라고 할 수 있다. 혹은 리모콘을 써서 이 채널에서 저 채널로 옮겨 다니는 것과도 비슷하다.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 / William Randolph Hearst(1863-1951) 미국의 출판업자이자 미국에서 가장 큰 신문 체인을 구축한 인물이다. 그는 1863년 4월 29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의 실업가이자 정치가인 조지 허스트와 자선가 피비 애퍼슨 허스트 사이에서 태어났다. 잠시 하버드 대학에 적을 두었으나 제적당했다. 1887년에는 부친이 경영하던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 신문사를 인수하였다. 신문편집인으로서 그는 후에 선정주의 라 불리게 된 충격적인 편집 방법을 사용하였다. 허스트와 신문은 함께 번창하였다. 그는 또 캘리포니아의 샌시미언에 있는 광활한 소유지에 예술품을 수집해들이고, 동물원, 공항, 개인 영화관, 그리고 프랑스 성을 본뜬 영빈관을 지었다. 그는 폭넓은 출판과 영화사업을 통해 미국 대중의 의견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19세기 말 쿠바에서 스페인이 저지른 잔악행위에 대한 보고가 그가 발행하는 신문들에 실리자, 대중들이 크게 흥분하여 미국은 스페인에 대한 선전포고를 하였다. 허스트의 출판물이 호한 정책들로 말미암아 허스트는 당시 가장 논란의 대상이 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는 인종 차별주의와 극단적인 민족주의로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샀으며, 한편으로는 애국자로 칭송을 받았다. 허스트는 1951년 8월 14일 캘리포니아의 비벌리힐스에서 사망하였다. 유니백 / UNIVAC 에니악(ENIAC)을 고안한 프레스퍼 에커트와 존 모클리에 의해 설계된 최초의 상업용 전자 컴퓨터다. UNIVAC은 숫자와 문서 정보를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최초의 컴퓨터였다. 이 컴퓨터를 제작한 애커트-모클리 컴퓨터사의 지배권은 1951년 레밍턴 랜드에게로 넘어갔다. 랜드는 1951년 3월 최초로 생산된 컴퓨터를 미 통계국에 인도하였다. 유닉스 운영체계 / UNIX Operating System 1969년 AT&T 벨 연구소의 켄 톰슨과 데니스 리치가 원래 중형 컴퓨터용으로 개발한 다중사용자, 다중작업 운영체계다. 버클리 대학에서 개발한 버전과 AT&T사에서 개발한 버전이 있다. 육성 인식 / Speech Recognition 사람이 하는 말을 컴퓨터가 이해하고 그것을 문자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다. 육성 인식은 특정한 사람의 목소리만을 알아듣는 음성 인식과는 구별이 된다. PC, 대화형 TV, 그밖의 가전제품이나 사무용품을 목소리만으로 조작할 수 있다면 훨씬 편리해질 것이다. 이나모리 가즈오 / Inamori Kazuo 1932년 일본의 가고시마에서 출생하였다. 절대 돈의 노예가 도지 않는다 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는 친구에게 1만 달러를 받아 27세에 교세라사를 창설하였다. 10년 후인 1969년에는 첫 해외지사인 교세라 인터내셔널사를 캘리포니아주에 설립하였다. 1984년 일본에 첫 사설 원격통신사인 DDI사를 창설했고, 1992년에 미국 현지공장을 처음 가동시켜 세라믹 자동차 엔진 부품을 대량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니폰 이리듐사를 설립했는데, 이는 지구상의 어떠한 두 지점 사이에서도 무선전화통신을 할 수 있게 하는 거대한 계획의 일부다. 성공한 대가를 사회에 환원하는 방안의 일환으로, 이나모리는 2억 달러를 기증하여 인본주의 단체인 이나모리 재단을 설립하여 과학, 기술 및 인가 연구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공헌한 사람들을 표창하고 있다. 인공지능 / Artificial Intelligence 음성 인식, 연역, 추론, 창조적 반응, 과거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능력, 불완전한 정보를 토대로 합리적 추론을 내릴 수 있는 능력 등 지능의 다양한 측면을 컴퓨터가 흉내낼 수 있게 만드는 것을 연구하는 컴퓨터 과학의 한 분야다. 인증 / Authentication 사용자, 혹은 정보 제공자가 컴퓨터에 자신의 신분을 밝혀 정보사용 승인을 받는 과정이다. 인증은 사용자의 이름과 암호를 인가된 사용자명부와 비교하여 이루어지는데, 운영체계가 일치하는 이름과 암호를 탐지하면 그 사용자는 접근이 허용된다. 인터넷 / Internet 컴퓨터와 컴퓨터가 직접 연결될 수 있게 해주는 네트워크가 상호 연결된 통신망이다. 1995년 초 이미 5만 개의 네트워크와 500만 대의 컴퓨터가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었다. 인터넷은 1969년 미 국방부의 아르파넷(ARPANET) 계획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군사계획 입안가들은 핵공격 등으로 인한 국지적인 파괴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로서의 기능을 계속 수행할 수 있는 컴퓨터 네트워크를 설계하고자 했다. 그들은 한 개 혹은 몇 개의 중심 컴퓨터를 통해 데이터의 흐름을 중앙통제하는 방식은 시스템이 너무 공개되어 있어서 쉽게 공격을 받게 된다고 추론하였다. 네트워크상의 모든 컴퓨터는 네트워크상의 다른 컴퓨터들과 서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경우 네트워크의 일부가 파괴되더라도 손상받지 않은 부분이 자동적으로 다른 통로를 만들 것이다. 정전, 원격통신 라인의 과부하, 설비 고장 등 갖가지 요인들이 네트워크의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아르파넷 건설은 비군사적 네트워크 사용자들로서도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다. 1980년대 지역 네트워크(단일 컴퓨터 네트워크)가 대학에서 널리 사용되었으며, 점차 사업체나 단체로 확산되었다. 이러한 네트워크의 대다수는 아르파넷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통신 프로토콜을 사용하였다. 새로운 네트워크의 관리자들은 인터넷워크(여러 개의 단일 네트워크들을 상호 연결한 것) 통신과 데이터 공유의 유용성이 명백해지자, 상당수가 다른 네트워크와 상호 연결을 꾀하였다. 1980년대 후반, 국립과학재단(NSF)는 5개의 슈퍼컴퓨터 응용 센터를 세워, 이전에는 군계약자들에게만 접근을 허용하뎐 고성능 컴퓨터에 모든 학술연구자들도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 NSF는 인터넷 프로토콜 기술을 이용, 5개의 지역센터를 연결하여 고유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각 대학의 네트워크는 함께 묶여 우편과 같은, 지역 센터와 무관한 목적에도 사용되었다. 전자우편에서 생기는 이득만으로도 1990년대 초 많은 사업체들이 자신들의 설비와 네트워크의 연결을 위해 집중투자하도록 하는 자극제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대형회사의 고용인들은 매월 인터넷을 통해 수십만 통의 편지를 보낼 수도 있으며, 그럼으로써 우편 및 전화 비용이 상당히 절약된다. 인터넷은 또한 사업체들에게는 정보의 보고이기도 하다. 항공술에서 분자생물학에 이르기까지 전문적 관심사를 가진 수천의 토론집단들이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를 공유한다. 미국 정부는 통상부의 데이터나 새로운 특허와 같은 정보를 점점 더 많이 인터넷에 띄운다. 게다가 많은 대학들이 대규모의 도서를 인터넷에 배포하기 위해 전자 형태로 변환시키고 있다. 개개 사용자는 가정용 PC에 부착된 모뎀을 통해서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다. 이들 사용자의 대부분은 보다 광대한 인터넷에 접속시켜주는 것은 물론 그외의 특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네트워크에 가입해 있다. 이들 서비스 업체들은 온라인 백과사전과 잡지 같은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취미, 정치, 매체, 게임 등과 같은 다양한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전자토론집단을 구성해주기도 한다. 개개인은 또한 어느 토론집단에나 참가하여 1대 1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인터넷은 개인 및 단체 지원자들의 모임인 인터넷 소사이어티에 의해 관장되고 있다. 인터넷 소사이어티는 버지니아주의 레스턴에 본부가 있다. 인터페이스 / Interface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사용자와 상호작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일부다. 사용자와 상호작용하기 위해 정보를 그림 형태로 제시하고 포인팅 장치(마우스가 대표적임)를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를 보고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를 가지고 있다고 얘기한다. 인텔 8008 마이크로프로세서 / Intel 8008 Microprocessor 1972년에 소개된 이 칩은 최초의 8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였다. 오늘날의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비교하면 그렇게 강력하지는 않았으나 단일 실리콘 칩에 컴퓨터의 뇌 를 집어넣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텔 80286 마이크로프로세서 / Intel 80286 Microprocessor 286이라고도 불리는 80286은 인텔사가 개발한 16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데이타 버스를 통해 한 번에 16비트의 정보를 전송)다. 1982년에 소개되었으며, 1984년 IBM AT 호환용 컴퓨터에 사용되었다. 인텔 80386 마이크로프로세서 / Intel 80386 Microprocessor 386이라고도 불리는 80386은 인텔사가 개발한 32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데이터 버스를 통해 한 번에 32비트의 정보를 전송할 수 있음)다. 1985년에 소개되었으며, PS/2 80과 같은 IBM 컴퓨터와 호환가능한 컴퓨터에 사용되었다. 인텔 80486 마이크로프로세서 / Intel 80486 Microprocessor 보통 줄여서 인텔 486 칩이라고 부르며 486 으로 총칭되는 일군의 개인용 컴퓨터에 장착되어 있다. 1989년에 출시된 486 프로세서는 386프로세서의 기능을 다각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486 칩에는 일반 가정용부터 업무량이 많은 사무실용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모델이 있으며 가격과 속도도 다양하다. 인텔 8080 마이크로프로세서 / Intel 8080 Microprocessor 1974년 6월에 소개되었으며, 그의 전신인 8008에 비해 10배나 강력했다. 8비트 데이터 버스를 가지고 있는 이 칩은 PC의 기초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최초의 칩 가운데 하나였다. 이것은 또한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IBM 호환 컴퓨터 세계의 지주가 되어 온 80x86계통의 선조이기도 하다. 인텔 8088 마이크로프로세서 / Intel 8088 Microprocessor 1979년 인텔사는 8088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출시했다. 이것이 최초의 IBM PC에 장착되어 개인용 컴퓨터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오늘날의 32비트 아키텍처와는 대조적으로 8088은 16비트 내부 레지스터와 8비트 데이터 버스를 갖고 있다. 8088 다음에 나온 것이 80286이었다. 80286은 데이터 버스를 16비트로 늘렸고 부분적으로 멀티태스킹 소프트웨어 가동을 가능케 하는 메모리 관리영역을 확보하여 여러 개의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돌릴 수 있었다. 8088은 IBM PC/XT 및 이것과 호환성을 갖는 동급 타기종에 장착되었으며 4.77 또는 8메가헤르츠의 처리속도를 갖고 있다. 인텔사 / Intel Corpration 매우 복잡한 실리콘 칩을 설계하고 제조할 목적으로 1968년에 창설되었다. 첫 제품은 반도체 메모리 칩이었다. 1971년에는 이 회사의 장래뿐만 아니라 산업체계를 상당히 변화시키게 될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였다. 이후 인텔사는 점차로 마이크로프로세서 혁명이 가져온 변화의 방향으로 사업방향을 잡아나갔다. 인텔사는 지금도 여전히 소형 컴퓨터의 부품과 모듈 공급업체의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늘날의 탁상용 및 휴대용 컴퓨터 시스템은 가공할만한 전산 수행능력을 보이고 있다. 요즈음은 이러한 강력하면서도 저렴한 컴퓨터가 많은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에 연결되고 있다. 인텔사는 이 새로운 컴퓨터와 통신 산업을 위한 전자식 구축 블록을 제공함으로써, 컴퓨터 업계의 개척자들이 PC의 아키텍처를 포함한 갖가지 중요한 제품을 만들어내게끔 도와주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 있다. 인텔 펜티엄 마이크로프로세서 / Intel Pentium Microprocessor 인텔 펜티엄 마이크로프로세서는 1993년 3월 인텔사가 486 계열 마이크로프로세서의 후속상품으로 내놓았다. 시판되기 전에는 인텔사에 의해 암호명 P5로 ,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586, 또는 80586으로 불렸지만, 인텔은 상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여기에 펜티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펜티엄 계열은 시판되는 모든 PC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와 충분한 호환성을 갖는다. 이것은 전통적인 워크스테이션급의 성능에다가 개인용 컴퓨터의 유연성을 결합한 것이다. 자형 / Font 동일한 문자 형태(명조체 따위)와 동일한 스타일(이탤릭체 따위), 동일한 굵기(볼드체 따위), 동일한 크기의 문자들로 이루어진 집합체를 말한다. 자형은 컴퓨터의 화면 디스플레이를 위해, 혹은 프린터의 인쇄를 위해 사용된다. 정의 패턴(비트맵) 자형과 외곽선 자형 두 가지가 있다. 재택근무 / Telecommuting 모뎀이나 통신 소프트웨어가 부착된 PC를 통해 다른 장소의 주사무소와 통신하면서 가정과 같은 한 장소에서 작업하는 것을 말한다. 저작 도구 / Authoring Tool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들을 말한다. 전자출판 소프트웨어에서부터 영상과 음성 파일을 포착하고 압축하는 도구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이 도구들은 앞으로 더 사용하기 쉬워지고 더 널리 보급되어, 업무용 자료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보다 편리하게 멀티미디어 문서를 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역 네트워크 / Global Network 정보고속도로의 기초로서, 통신설비에 의해 연결된 컴퓨터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하나의 네트워크는 소수의 컴퓨터나 프린터, 기타 장치에만 연결된 소규모일 수도 있고, 또 광대한 범위에 걸쳐 분산되어 있는 많은 소형 및 대형 컴퓨터를 연결한 대규모일 수도 있다. 소규모이든 대규모이든, 컴퓨터 네트워크는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전자식 통화수단과 정보 전송수단을 제공한다. 전역 위치파악 시스템 / Global Positioning System 사람이나 물건이 지구상의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이 시스템은 연속 전위성과, PC 지갑처럼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크기의 수신기를 사용하여 삼각측량 방식으로 대상의 위치를 알아내는데 오차가 몇미터 이내일 만큼 정확하다. 전자게시판 / Electronic Bulletin Board 모뎀과 통신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는 PC를 통해 접근할 수 있다. 일단 전자게시판과 연결이 되면, 시스템이 응답을 하고 다양한 선택 메뉴를 보여준다. 메뉴에는 메시지 전달, 정보 검색, 조사자료 저장 및 파일 전송 등이 포함된다. 전자 문서교환 / Electronic Document Interchange 전자 문서교환(EDI)은 통신망을 통해 한 컴퓨터에서 다른 컴퓨터로 명령이나 송장 같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EDI의 목적은 우편이나 그밖의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때 서류작성에 들어가는 쓸데없는 시간낭비라든가 회신의 지연 같은 문제점을 없애는 것이다. EDI가 효과적으로 운영되려면 사용자들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틀과 방식에 대해서 사전 합의를 해야 한다. 전자 스프레드시트 / Electronic Spreadsheet 예산, 예측 및 기타 재정과 관련된 작업을 처리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응용 프로그램이다. 데이터는 분석이나 계획을 위해 원장 모양의 행렬로 배열된 작은 셀에 입력된다. 각 셀에는 문서 데이터나 숫자 데이터, 혹은 다른 셀의 값을 이용하여 얻고자 하는 결과를 산출하는 데 쓰이는 공식이 입력될 수 있다. 전자우편 / Electronic Mail 사무실 안에서의 우편, 혹은 우체국 업무에서 컴퓨터 대 컴퓨터(혹은 단말기 대 단말기)로 전송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미 많은 사설 및 공공 네트워크에서 필수적인 업무 응용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다. 전자우편의 보편성과 다양성 덕분에 회사 외부에 있는 팀 동료들과의 협력 및 고객들과의 연결이 점점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전자우편은 그래픽과 음성을 포함한 다양한 메시지들을 지역 네트워크와 대규모 통신망을 통해 해당 수신자 수취 형태 또는 방송보도 형태로 전송하고 수신할 수 있다. 배달된 메시지는 네트워크상에서 사용자에게 할당된 전자사서함에 저장되며 수신자는 그것을 보거나 보관하거나 지울 수 있다. 전자우편 프로그램의 성능에 따라 사용자는 복사본을 보관한 채 우편을 발송할 수도, 우편발송 결과의 반송을 요구할 수도 있고 파일을 등록하거나 문서편집기를 사용하여 메시지를 편집할 수도 있다. 사용자가 다른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에도 우편 프로그램이 후면에서 계속 작동하는 시스템에서는 새로운 우편이 도착하는 경우 수신자에게 통보가 된다. 따라서 수신자는 즉시 그 메시지를 보거나 혹은 나중에 보기 위해 보관할 수 있다. 정보가전품 / Information Appliance 어떤 종류의 네트워크를 통해서든 정보를 전송하거나 수신할 수 있게 해주는 미래의 장치다. 이 장치는 오늘날의 컴퓨터나 텔레비전 혹은 PC 지갑과 유사한 모습을 지닐 수도 있다. 장차 정보고속도로의 진입을 위한 가장 강력한 장치가 될 것이다. 정보고속도로 / Information Highway 정보고속도로란 미국과 전세계에 뻗어 있는 디지털 정보망의 집합체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성능과 사용 면에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이들 네트워크는 음성, 영상 및 기타 다른 유형의 데이터를 전송한다. 널리 수용되고 구현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정보고속도로는 우리가 생활하고 일하고 교육받고 사회생활을 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정보이론 / Information Theory 정보의 특징과 전송을 다루는 수학적 원리를 말한다. 정보이론은 데이터의 양, 전송률, 채널의 용량과 전송의 정확성 등 케이블을 통해 정보를 전송하는 것에서부터 사회 내의 정보의 흐름 전반에 이르기까지 통신의 측면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제록스사 / Xerox Corporation 문서처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회사다. 이 회사의 문서처리 사업분야로는 사무업무를 보다 생산적으로 해주는 모든 문서처리 제품과 시스템을 설계, 개발, 제조, 판매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등이 있다. 제록스 복사기, 복제기, 프린터, 네트워크, 다중기능 편집기와 관련 제품들, 소프트웨어 및 지원제품들이 130개국 이상에서 판매되고 있다. 제록스 스타 / Xerox Star 제록스 6085 스타 전문 컴퓨터 시스템은 다중 디스플레이 윈도와 통합형 소프트웨어와 같은 고기능에다가, 대부분의 산업표준 개인용 컴퓨터 프로그램을 실행시킬 수 있는 능력을 결합시킨 최초의 컴퓨터 시스템이다. 제록스 스타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환경에서 운영되며, 독립형의 원격 혹은 네트워크 응용 프로그램에서도 사용된다. 존 폰 노이만 / John von Neumann(1903-1957) 게임 이론이라는 수학의 한 분야를 개발한 미국의 수학자로,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수학자 중의 한 사람이다. 양자역학, 특히 노이만 대수로 알려져 있는 오퍼레이터 링 의 개념과, 통계학과 수리분석 같은 응용수학에서 선구적인 업적을 남겼다. 또한 고속 전자계산기의 설계로 잘 알려져 있으며, 1952년 MANIAC I이라는 내장식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최초의 컴퓨터를 만들었다. 종합 정보통신망 / Intergrated Services Digital Network 기존 전화 서비스에서 발전된 범세계적인 디지털 통신망을 말한다. ISDN의 목표는 음성에서부터 컴퓨터 전송, 음악 및 영상에 이르는 데이터 전달을 위해,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해야 하는 현재의 전화선을 디지털 전환/전송설비로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다. 그것이 완전히 구현되면 ISDN은 사용자에게 보다 신속하고 보다 포괄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문형 비디오 / Video-On-Demand 컴퓨터나 텔레비전에게 무슨 영화를 보고 싶다고 말하기만 하면, 집에 편히 앉아서 저렴한 비용으로 그것을 감상할 수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렇게 되면 우리는 비디오를 빌리러 동네의 비디오 가게에 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정보고속도로망을 통해 주문한 영화가 집으로 전송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주문형 비디오 다. 우리는 언제 뭘 원하든지 즉시 그것에 접근할 수 있다. 주변기기 / Peripheral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에 연결되는 모든 컴퓨터 하드웨어 장치를 일컫는다. 디스크 드라이브, 모뎀, 모니터, 키보드, 프린터, 스태너, 조이스틱과 마우스가 모두 주변기기로 간주된다. 주사 / Scan 상을 주사하면, 그것은 디지털 코드로 변환된다.(이는 팩시밀리에 서류를 집어넣을 때 일어나는 현상과 유사하다.)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컴퓨터 파일은 네트워크를 통새 쉽게 전달될 수 있으며, 고급 전자출판물을 생산하는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에 사용될 수 있다. 중형 컴퓨터 / Minicomputer 사용자들이 단말기를 통해 접속한 입-출력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면서 복잡한 계산을 수행하도록 만든 중급 컴퓨터다. 종종 네트워크상의 다른 중형 컴퓨터들과 연결되어 있어서 그들간에 처리된 결과를 배포하기도 한다. 변동자료처리 응용분야, 대형 컴퓨터 체계와 광역 네트워크 사이의 인터페이스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진공관 / Vacuum Tube 전자의 흐름을 통제하도록 설계한 금속성 전극과 격자모양의 그리드를 가지고 있으며, 모든 기체가 제거되어 진공상태를 유지하는 유리관을 말한다. 1950년대에 반도체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진공관은 전자회로에서 증폭기와 스위치 기능을 수행하였다. 오늘날에도 음극선관과 고출력을 요구하는 장치 같은 일부 응용제품에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질문 / Query 질문을 한다는 말은 단순히 여러 정보원으로부터 원하는 특정 정보를 추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의 강력한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는 사용자가 원하는 특수한 정보를 반복하여 추출해 제공한다. 예를 들어 어떤 한 특정지역의 판매에 관한 도표를 얻기 위해 질문을 하는 경우, 이 질문을 그때 그때 보고를 받기 위해 주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집적회로 / Integrated Circuit 실리콘, 혹은 다른 재료로 만들어진 단일칩에 트랜지스터와 저항기를 채워넣은 것을 말한다. 집적회로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요소의 수에 따라 구분된다. 일정 규격 안에 들어 있는 회로 요소의 수가 많을수록 그 회로 요소의 크기가 작아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가장 고밀도로 집적하게 되면, 회로 요소들은 분자 몇 개의 크기밖에 안 된다. 약어로는 IC이며, 칩으로도 불린다. 찰스 배비지 / Charles Babbage 영국의 수학자로, 최초로 현대의 전자 컴퓨터 원리에 입각한 기계식 계산기를 설계하고 제작한 발명가다. 1792년 데븐셔의 테인마우스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교육을 받았다. 1816년 영국 학술원 회원이 되었으며, 분석학회, 왕립 천문학회, 통계학회를 창설하는 데 참여하였다. 1820년대에 간단한 산술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기계인 차분기관을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곧 그 제작에 착수했으나 자금부족으로 완성하지 못하였다. 그러던 것을 1991년 영국의 과학자들이 그가 남긴 세밀한 그림과 명세서를 따라 재구성하였다. 이 기계는 아무런 결함없이 작동하여 31자리수까지 정확히 계산해냈는데, 이로써 그의 설계가 얼마나 정확했는지가 입증되었다. 1830년대에는 해석기관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이 기계는 보다 복잡한 계산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었다. 저서로 기계와 제조의 경제(1832) 가 있는데, 이것은 오늘날 운용과학으로 알려진 학문분야의 시초가 되었다. 초단파 / VHF 초단파(Very High Frequency)는 30에서 300MHz에 이르는 주파수를 가진 전자기 스펙트럼의 한 부분이다. 촉소 / Tactel 가상현실을 체험할 때 입는 옷에 깨알처럼 배열된 미세한 촉각점이다. 이 촉각점들로 전류가 흐르면 촉각점 하나하나가 피부의 특정한 부위를 자극한다. 이러한 자극이 감각을 만들어내는데, 그 감각이 너무도 생생해서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컨트롤 데이터 시스템즈사 / Control Data Systems, Inc. 미네소타주의 아든힐스에 위치한 이 회사는 각 사업체와 정부기관들이 현 전자시장에 좀더 잘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복합망 조직 및 응용 프로그램의 통합을 도와주고 있다. 전역 시스템 통합자로서 주로 전자 거래의 구조, 구현 및 평생 원조, 그리고 제품 데이터 관리 및 클라이언트-서버의 문제해결 등에 사업의 중심을 두고 있다. 1957년 윌리엄 노리스가 창설했으며, 컴퓨터 업계에서 고성능 과학과 공학 시스템의 최고 공급자로 부상했다. 이 회사 제품들은 창립 이후 25년간 줄곧 가장 빠르고 가장 강력한 시스템으로 자리잡아왔다. 1970년대에는 금융 서비스, 재정 관리, 방송등급 측정을 포함한 다른 사업들로 분야를 넓혀갔다. 1980년대 표준화혁명이 컴퓨터 업계를 휩쓸자, 회사 구조를 개편하고 규모를 축소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비용 대비 효율성을 높이는 새로운 기술 덕분에 전산 수요는 독점적인 메인프레임 방식에서 개방 시스템이라는 해결책으로 옮겨갔다. 1992년 컨트롤 데이터사의 이사회는 회사를 컴퓨터 시스템 통합자인 컨트롤 데이터 시스템사와 정보 서비스 회사인 세리디언사라는 두 개의 독립회사로 분리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분리로 각 회사는 자신의 본령에 충실을 기할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주가 상승과 외부의 순자산 투자 유치, 타사와의 협력관계를 개선할 수 있게 되었다. 컴팩 컴퓨터사 / Compaq Computer Corporation 1982년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사를 떠난 세 명의 엔지니어 로드 캐니언, 짐 해리스, 빌 머토가 각각 1,000달러씩을 투자하여 창설한 회사로, 1980년대 미 컴퓨터 업계에서 가장 확실한 성공을 거두었다. 판매와 재정 면에서 전대미문의 성장속도를 기록하며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후끈 달구어놓았던 이 회사의 첫 제품은 당시 IBM PC용으로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모두 가동시킬 수 있는 휴대용 개인용 컴퓨터였다. 이들은 그 아이디어를 첨단기술 투자지원회사인 세빈로젠 파트너즈사의 벤 로젠 사장에게 제시하였다. 투자지원가들은 이 혁신적인 휴대용 제품 아이디어에 깊은 인상을 받고 투자 제의에 동의했다. 벤 로젠은 지금까지 컴팩사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오늘날 이회사는 1980년대에 취득한 품질인증을 유지하며 새로운 전략을 구현, 컴퓨터 시장의 선두주자로 활약하고 있다. 컴퓨서브사 / CompuServe, Inc. 컴퓨터를 보유한 기업과 개인을 상대로 정보, 소프트웨어,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 업체다. 1969년 컴퓨터 시분할 서비스 제공사로 출범한 컴퓨서브사의 전략은 기업과 개인에게 대형 컴퓨터와 데이터 통신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신뢰할만하고 비용도 저렴한 수단을 제공하는 문제해결 컴퓨터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것이었다. 컴퓨서브사는 1979년 온라인 정보 서비스 분야에 진출했으며 본사는 오하이오주 칼럼버스에 있다. 컴퓨터 / Computer 구조화된 입력을 받아들여 미리 정해놓은 규칙에 따라 처리하고, 그 결과를 출력으로 산출하는 모든 기계를 말한다. 크기와 모양, 능력, 응용분야가 매우 다양하다. 정부기관과 산업현장에서 상용화된 것은 1960년대부터이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오랫동안 유용하게 쓰이지는 못했다. 1980년대에는 소형의 강력하고 저렴한 컴퓨터가 가정에 보급되었다. 컴퓨터 애호가들에게 드리는 공개 서한 / Open Letter to Hobbyists 제 견해로는 현재 애호가들을 위한 시장의 가장 긴급한 문제는 좋은 소프트웨어 코스와 안내서, 소프트웨어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좋은 소프트웨어와 그것을 제작하는 프로그래머가 없다면 애호가들에게 컴퓨터는 무용지물이 될 것입니다. 양질의 소프트웨어가 애호가들을 위한 시장용으로 개발될 수 있을까요? 약 1년 전 폴 앨런과 저는 이러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몬티 데이비도프롤 고용, 알테어 베이식(Altair BASIC)을 개발하였습니다. 비록 초기 작업은 2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으나, 알테어 베이식의 책자를 만들고 개선하고 기능을 덧붙이는 데 우리 세 사람은 거의 지난해 전부를 쏟아부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4K, 8K, EXTENDED, ROM, 디스크 베이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사용한 컴퓨터의 시간비용은 4만 달러를 넘습니다. 베이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하는 수백 명의 사람들로부터 우리가 받은 반응은 모두 긍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두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첫째, 이들 사용자의 대부분은 베이식을 구입한 적이 없다(알테어 베이식 소유자의 10% 미만이 베이식을 구입하였다)는 것, 둘째로 우리가 애호가들에게 판매하여 받은 로열티를 알테어 베이식 개발에 소요된 시간에 맞추어 환산하면 시간당 2달러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었을까요? 이는 애호가의 대부분이 소프트웨어를 훔쳐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들은 이 사실을 자각하여야 합니다. 사람들은 하드웨어는 그 비용을 지불하여야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공짜로 공유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사람들이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받는지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이것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를 훔쳐 사용함으로써 일어나는 한 가지 문제는,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MITS로 찾아올 수 없다는 것뿐입니다. 우리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해도 남는 게 없습니다. 우리에게 지불된 로열티와 지출된 총경비를 따져보면 손해도 이익도 없는 경영이 되고 맙니다. 당신들이 하는 짓은 좋은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방해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느 누가 아무 대가도 없이 전문작업을 하겠습니까? 어떤 애호가가 우리 세 사람으로 하여금 프로그램을 짜고, 모든 문제점을 파악하고, 책자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도록 할 수 있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우리 이외에 애호가들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많은 돈을 투자한 이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6800 베이식을 만들었고, 8080 APL과 6800 APL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스프트웨어를 애호가들게 제공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당신들이 하는 행위는 도둑질이지요. 게다가 갖고 있는 알테어 베이식을 재판매하는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그들은 이를 통해 돈을 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으며, 그들은 결국 손해를 볼 것입니다. 그들은 애호가들을 욕먹이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참여하고 있는 모든 클럽 모임에서 추방되어야 합니다. 저는 저에게 돈을 지불하기를 원하거나, 어떤 제안이나 논평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편지에 감사를 드릴 것입니다. 저에게 편지를 쓰기를 부탁드립니다. 주소는 1180 Alvarade SE, #114, Allbuquerque, New Mexico, 87108입니다. 10명의 프로그래머를 고용하여,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시장에 내놓는 것보다 보람찬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케이블 모뎀 / Cabel Modem 개인용 컴퓨터를 케이블 TV 시스템에 연결하는 특수 모뎀이다. 앞으로 포괄적인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이블 시스템과의 접속은 지금의 케이블 TV 시청처럼 일반화될 것이다. 켄 올슨 / Ken Olsen 1957년 디지털 이퀴프먼트사를 창설하여 1992년 은퇴할 때까지 사장직을 맡았다. 그의 주도하에 디지털사는 낡은 방직공장의 한 모퉁이에 8,500평방피트 크기의 장소를 임대, 세 명의 직원만으로 사업을 시작하여 102,100명의 직원을 둔 대기업으로 성장하였다. 디지털사는 97개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디지털사를 창설하기 이전에는 7년간 MIT의 디지털 컴퓨터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일하였다. 코네티컷주의 스트레트퍼드 출생인 그는 학-석사학위를 MIT에서 전자공학으로 취득하였다. 또한 폴라로이드사와 포드 자동차회사, 매사추세츠의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MIT 법인, 매사추세츠주의 웬험에 위치한 고든 대학 및 매사추세츠주의 보스턴에 위치한 웬트워스 연구소 이사회의 이사다. 그는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국립 과학연구소의 전산학 및 전자공학 위원회와 대통령의 과학고문으로 일하였다. 1990년에는 국가 발명가 영예의 전당에 이름이 올랐으며, 1992년 컴퓨터월드 스미스소니언 어워즈로부터 MCI 통신정보기술 지도자 기술혁신상을 수상하였다. 1993년 컴퓨터 산업에서의 기술 및 경영혁신에 대한 공로로 전기-전자통신 창립자 메달을 받았다. 코덱스 / Codex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기록한 과학 노트로, 르네상스기의 위대한 예술가이자 과학자인 그의 사상이 생생히 잘 기록되어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5세기 전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될 당시의 문서로서, 미국에 소장되어 있는 유일한 레오나르도의 필사본이다. 엉성하게 묶어놓은 종이 위에 그의 생각과 관찰 기록들을 생각날 때마다 적어놓은 이 노트는, 자연의 인과관계를 이해함으로써 세계에 내재된 미를 음미하려 했던 그의 끝없는 호기심과 지적 탐구정신을 잘 보여준다. 천문학, 대기학, 기상학, 지리학, 지질학, 고생물학, 그리고 수리학 등 자연과학에서부터 운하개설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었는데, 그 중심주제는 물이다. 제작 연대는 다른 원고들과의 선후관계로 볼 때 서기 1508년에서 1510년 사이로 추정된다. 구성은 앞뒷면 모두에 내용을 기록하여 18장 36쪽으로 되어 있고, 논의 주제에 따른 삽화도 곁들였다. 코드 / Code 프로그래머가 컴퓨터에 명령할 때 쓰는 언어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우선 프로그래머에 의해 프로그래밍 언어로 쓰여진 명령문으로서 인간이 해독할 수 있는 원시 코드가 있고, 다음으로는 컴퓨터가 명령을 실행할 수 있도록 원시 코드를 변형한 기계 코드가 있다. 코볼 / COBOL 범용(COmmon) 사무(Business) 중심(Oriented) 언어(Language)의 첫글자들을 따서 만든 용어로, 1959년에서 1961년 사이에 개발된 프로그래밍 언어를 일컫는다. 데이터의 구조를 중시하며 문법체계가 영어와 유사하다는 점 때문에 미 국방부는 이를 필수 프로그래밍 언어로 선정했다. 그밖에 다른 업무용 응용 프로그램에서도 폭넓게 사용되었다. 코비스사 / Corbis Corporation 디지털 형태로 영상을 배급하고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세운 회사로, 빌 게이츠가 1989년 워싱턴주의 벨러뷰에 설립한 개인회사다. 코비스사는 시각정보에 대한 범세계적인 자원 노릇을 할, 독특하고 포괄적인 고급 디지털 자료창고를 짓고 있다. 여기에는 세계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영상이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으며, 미술, 문화, 역사, 과학, 자연을 비롯하여 기타 다른 주제를 다룬 분야까지 그 수록 범위가 매우 폭넓다. 수집품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이미 탁월한 사진작가, 문화시설, 개인소장가 및 개인수집가, 박물관 같은 곳으로부터 입수한 디지털 영상물들이 수십만 점에 이른다. 영상은 풍부한 자막과 설명문구, 관련 중심어 등이 부기되어 있으며 쉽게 검색하거나 탐색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정지 영상에 주력하고 있으나, 기술이 진보되면 동화상 비디오, 애니메이션, 그래픽, 문서, 음성 및 영화까지도 자료창고에 넣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미래에는 대화형 텔레비전 같은 디지털 시장에까지 배급할 수 있게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일차적으로 CD-ROM과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배급하고 있다. 코비스사는 1994년 후반에 이 자료창고를 위해 두 개의 사업분과를 조직하였다. 그중 코비스 미디어 분과에서는 창조력 있는 전자 및 인쇄 응용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영상물의 사용허가권을 발급하고 있고, 코비스 출판 분과에서는 소비시장을 위한 혁신적인 CD-ROM과 온라인 제품을 출판, 배급하고 있다. 디지털 자료의 창고를 개척함으로써 코비스사는 상상력이 빚어낸 내용의 활용, 재능의 재생산과 지적 재산권의 보호 차원에서 산업사회의 표준이 되고 있다. 콤팩트 디스크 / Compact Disk 줄여서 CD라고 하며 디지털 정보를 저장하는데 사용된다. 정보는 레이저 같은 고강도 광원과 광학 주사장치에 의해 읽혀진다. 5인치 콤팩트 디스크는 600메가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데, 이는 문서 65만 쪽, 소설 850권, 혹은 플로피 디스크 400장과 맞먹는 저장량이다. 크레이그 맥코 / Craig McCaw 미국내 무선통신 서비스 제공업체의 선두 주자인 맥코 셀룰러사의 회장이자 최고 경영자였으나 1994년에 이 회사가 AT&T에 인수되면서 이글 리버사의 회장 겸 최고 경영자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디지털 개인비서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전대륙에 걸쳐 한 사람 당 한 번호 의 원격통신을 제공할, 이음매 없는 북미 구획통신망을 만들어내기 위해 선구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맥코는 이 이음매 없는 네트워크가 통신기술보다는 개인을 우위에 두고, 작업실이나 가정에서 인간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확신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보다 인간적이고 사용자 중심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1973년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한 그는 워싱턴주 센트럴리아에 있는 소규모 케이블 텔레비전 방송사를 인수하여 세 형제들과 공동 소유주가 되었다. 그후 그 회사는 4,000명 남짓한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던 단일 시스템에서 45만 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내 20번째의 케이블 텔레비전 방송사로 성장하였다. 그리고 1987년 7억 5,500만 달러에 케이블 분과를 매각하였다. 1974년 맥코는 호출 및 재래식 이동전화 사업에 진출함으로써 통신 서비스 부문을 확장하였다. AT&T에 인수될 당시 이 회사는 미국에서 다섯번째로 큰 전화교환업체가 되었다. 1981년에는 무선통신의 무한한 잠재력을 인식하고 광역 무선 서비스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이후 맥코사는 미국 최대의 구획무선 전화교환업체가 되었으며, 1억 이상의 잠재적인 고객이 있는 100여 개의 미국 도시에 구획무선통신 시스템을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앞으로 무선 데이터 전송, 개인통신 서비스, 공대지 전화 시스템과 위성통신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클라이언트/서버 컴퓨팅 / Client/Server Computing 소형의 개인용 컴퓨터(클라이언트)로 하여금 단순히 정보를 받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에서 강력한 컴퓨터(서버)가 처리해야 할 업무를 분담하게 하자는 발상이다. 클라이언트는 일반적으로 그래픽 인터페이스로 응용 소프트웨어를 처리하며, 서버는 다양한 기억용량을 가진 고성능 컴퓨터다. 클로드 섀넌 / Claude Shannon 미국의 응용수학자이자 전기기사로서, 오늘날 정보이론으로 불리는 통신이론을 개발해 유명해졌다. 1948년에 발표한 논문 통신의 수학이론 에서 정보의 전송과 처리의 통합이론에 대한 그의 초기 개념을 제시하였다. 여기에서 정보란 유기체의 신경망을 따라 전달되는 것까지 포함하여 모든 종류의 전송 메시지를 말한다. 정보이론은 현재 많은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킬러 애프 / Killer Application 너무나 유용하여 엄청난 매상을 기록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발명을 일컫는 컴퓨터 업계의 은어다. 킬러 애프가 없는 발명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정보고속도로에서 어떤 킬러애프가 발견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르지만 분명히 그런 것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보고속도로를 멋진 드라이브코스로 꾸며줄 새로운 소프트웨어들이 줄줄이 개발될 것이다 테라바이트 / Terabyte 약어로는 TB이며, 대용량의 데이터 저장에 사용되는 측정단위다. 보통 1조 바이트로 해석되지만, 정확하게는 1,009,511,627,776바이트에 해당한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사 / Texas Instruments, Inc. 디지털 혁명을 가져온 기술적인 토대의 마련과 시스템 공급에 주력하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1954년 실리콘 트랜지스터의 상업화와 1958년 집적회로의 고안으로 시작한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사의 기술은 디지털 혁명의 첨병 역할을 해왔다. TI사는 오늘날 전자설비에 필수적인 반도체제품의 세계 최대 공급사 가운데 하나다. TI사의 방위전자사업 부문은 미 국방부와 미 동맹국들에게 항공전자공학, 적외선 및 무기유도 시스템을 공급하는 주요 업체다. TI사는 또한 고성능 노트북 컴퓨터와 모델에 기초한 소프트웨어 개발도구를 제작하는 기술에서 선두 역할을 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TI 계산기를 사용하는 교사들은 수학과 과학의 교육방식을 바꾸어놓고 있다. TI 감지기는 자동차에서 에어컨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서 압력과 온도를 감시하여 조정한다. 텔레데식사 / Teledesic Corporation 1990년 6월에 설립되었다. 종래의 유선방식을 사용하기에는 비경제적인 시골이나 외딴 지역에서 고급 정보 서비스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폭넓은 협력체계를 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1994년 3월 4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텔레데식은 미연방 통신위원회에 840 저궤도 위성의 제작, 발사, 지구 배치를 관리할 허가권을 신청하였다.. 이는 고급 음성 채널에서 화상회의, 대화형 멀티미디어, 기타 실시간 쌍방향 디지털 데이터 응용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고급 정보 서비스를 배급하기 위한 것이었다. 텔레데식은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의 커클랜드에 본부를 두고 있다. 대주주는 크레이그 맥코와 빌 게이츠다. 이 회사는 그들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전세계적인 서비스 공급업체, 제조회사, 정부 및 기타 단체와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텔레데식사는 제조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인공위성과 기타 설비를 위한 시장을 창출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제휴사들로 하여금 전세계인들이 고급 디지털 광역 통신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도록 그들의 역량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준다. 텔레커뮤니테이션즈사 / Tele-Communiactions, Inc. 케이블 TV와 원격통신을 가정에 보급해주는 대표적인 회사다. 이 회사는 49개 주에 걸쳐 32,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1994년 말 TCI사는 약 26만 마일의 동축 케이블과 1만 마일의 피복섬유를 보유하게 되었다. TCI사는 새로운 멀티미디어 서비스와 범세계적인 원격통신 기술을 주도적으로 폭넓게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의 목표는 수준 높은 영상, 음성, 데이터 및 기타 통신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하여, TCI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텔레타이프 / Teletype 텔레타이프사의 상품명으로 키보드와 프린터로 구성된 저속 통신장치 구실을 하던 전신타자기의 한 유형이다. 오늘날의 컴퓨터는 영상 디스플레이를 단말기로 사용하고 있지만, 초기의 컴퓨터들은 텔레타이프를 사용했다. 텔레타이프는 미국 최초의 통신 단말기기 가운데 하나다. 텔렉스 / Telex 텔렉스 시스템은 범세계적인 메시지 교환 서비스를 맡고 있다. 국외의 사업체와 접촉할 때 텔렉스를 사용하면 전화로 접촉하는 것보다 훨씬 신뢰가 가고 신속한 경우가 가끔 있다. 켜져 있지 않은 텔렉스로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므로, 텔렉스는 시간대가 다른 국외용으로 적합하다. 이것은 또한 인쇄된 기록도 전달할 수 있다. 텔렉스는 사용료가 저렴해서 보통 전화요금보다 적은 비용이 든다. 텔렉스의 단점으로는 속도가 배우 느리며, 데이터 통신상의 에러 검색장치가 없어서 매우 부정확하다는 것이다. 텔렉스는 전자우편과 팩시밀리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토머스 에디슨 / Thomas Edison(1847-1931) 미국의 발명가로, 전구, 발전기, 음향기록장치, 영사기 등을 개발하여 현대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1847년 2월 11일 오하이오주 밀란에서 출생하였다. 그가 평생을 통틀어 학교를 다닌 거라곤 미시간주의 포트휴런에서 3개월간 다닌 것이 전부였다. 12세가 되던 해 그랜드 트렁크 레일웨이에서 신문팔이를 시작하였다. 남은 시간은 주로 인쇄기 및 전기, 기계장치를 실험하며 보냈다. 1862년에는 그의 실험실로 사용하는 화물차에서 그랜드 트렁크 헤럴드 로 알려진 주간지를 인쇄, 출간하였다. 그즈음 역무원의 아이를 구해준 데 대한 보답으로 전신을 배우게 되었다. 전신조작워능로 일하는 동안 그는 조작원이 없는 동안에는 메시지가 두 번째 라인으로 자동적으로 전송되게 하는, 그의 첫 주요 발명품인 전신반복기를 만들었다. 그후 에디슨은 보스턴에서 안정된 직업을 갖게 되어 나머지 시간은 모두 연구에 투자하였다. 그는 투표기록기를 발명하였는데, 그것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었지만 실제로 활용할 만큼 실용적이지는 않았다. 그는 또한 주식시세 프린터를 고안, 부분적으로 완성하였다. 나중에 뉴욕시의 금광주식 전신회사에 근무하면서 그는 그 장치와 서비스를 대폭 개선하였다. 전신 응용상품을 판매하여 4만 달러를 벌었으며, 이 돈으로 1876년 자신의 연구소를 설립하였다. 그후 전송속도와 범위가 개선된 자동 전신 시스템을 고안하였다. 전신 영역에서 에디슨의 가장 뛰어난 업적은, 여러 메시지를 한 라인을 통해 동시에 전송할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함으로써 기존의 전신 라인의 효율을 대폭 증대시켰다는 것이다. 에디슨이 발명한 탄소 전화전송기는 나중에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발명가인 벨이 발명한 전화기의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1877년 에디슨은 소리를 기계적으로 주선판 원통에 기록할 수 있는 축음기를 발명하였다. 2년 후에는 가장 중요한 발명품인 백열전구를 공개하였다. 이 발명품은 매우 세심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서만 완성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이 새로운 빛은 대성공이었으며, 에디슨은 전구와 그에 필요한 전류를 생성하는 발전기를 신속히 개선해나갔다. 그의 후기 작업은 주로 이전의 발명품들을 개선하고 보완하는 것이었다. 에디슨은 도합 1,000개 이상의 발명특허를 냈다. 그는 과학자라기보다는 기술자였으며, 근본적인 과학 지식에는 거의 보탬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1988년 가열된 필라멘트로부터 전자가 흘러나오는 것을 관찰하였는데(이를 가리켜 에디슨 효과라 한다) 이것이 현대 전자공학에서 갖는 의미를 당시에는 수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1978년 에디슨은 프랑스의 레종도뇌르 기사로, 그리고 1889년 레종도뇌르 상급기사로 임명되었다. 1892년 그는 영국 예술회의 앨버트 메달을, 1928년에는 지난 세기 동안 문명을 개혁한 발명품의 개발 및 응용으로 의회 금메달을 수상하였다. 1931년 10월 18일 웨스트오린지에서 사망하였다. 토머스 왓슨 / Thomas J. Watson(1874-1956) 회계 및 전산 설비 개발에 선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IBM의 전임 회장으로서 42년간 IBM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다. 그는 세계 무역을 통한 세계 평화 라는 슬로건을 통해 국제 사회를 지향하는 목표를 세웠다. 토머스 왓슨 2세 / Thomas J. Watson, Jr. 1937년 IBM의 뉴욕 영업소 하급 영업사원으로 IBM사에 입사했다. 5년간의 미공군 복무를 마치고 IBM사로 돌아와 1952년까지 IBM 사장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후에 최고 경영자 겸 회장으로 선출되어 1971년까지 그 직책을 맡았다. 토머스 제퍼슨 / Thomas Jefferson(1743-1826) 미국의 독립운동 지도자이자 정치 철학자다. 미국 독립선언서의 초안자로 잘 알려져 있으며, 제3대 미국 대통령(1801-1809)을 역임했다. 제퍼슨은 인간의 이성을 강조하는 18세기 계몽운동을 확고하게 지지했다. 버지니아의 부호로서 그는 역사와 문학, 법학, 건축학, 과학, 철학을 공부할 충분한 시간과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외교관으로서, 그리고 프랑스와 영국 지성인들의 친구로서 그는 유럽 문화와 사상을 직접 접하였다. 그리고 지방의 농부로서, 독립운동의 새로운 지도자로서 계몽주의 정치철학을 국가건설이라는 과제에 적용할 동기와 기회를 가지고 있었다. 제2차 대륙회의를 위해 1776년 6월말 제퍼슨이 초안을 잡은 독립선언서는 영국 정부의 폭군적인 행위는 식민지인들에게 모국과 자기들을 연결하고 있는 정치적 유대를 끊어버리는 권리를 부여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는 그가 지닌 역사관에서 유추된 결론이다. 대통령으로서의 첫 임기 동안 그는 서부와 미국-프랑스 간의 관계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고,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를 구입했으며, 이 영토의 개척을 위해 윌리엄 클락과 메리웨더 루이스를 위시한 탐험대를 조직하는 등 그의 대통령으로서의 주요업적을 행하였다. 두 번째의 임기 동안 그의 외교정책은 전보다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나폴레옹 전쟁 동안 영국으로 하여금 공해상에서의 미국의 중립성을 인정하도록 하기 위해 그는 1807년 영국과의 교역선을 입향금지하도록 의회를 설득하였으나, 지지를 얻지 못하고 단지 한세대 동안 국가경제를 황폐시켰으며, 외국과의 무역에 의존하는 뉴잉글랜드와 불화를 초래하는 결과만 낳았다. 튜링 머신 / Turing Machine 디지털 컴퓨터의 원형으로 간주할 수 있는 이론상의 모형으로서, 1936년 영국의 수학자 앨런 매티슨 튜링에 의해 고안되었다. 튜링은 이 기계가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계산을 할 수 있다는 걸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트랜지스터 / Transistor 트랜스 리지스터의 준말로, 증폭기, 스위치 및 발전기 기능과 같은 여러 가지 기능을 갖고 있는 고체 상태의 회로부품을 말한다. 1947년 벨사에 의해 고안되었으며, 거의 모든 현대 전자공학의 기본 부품이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자면 초보적이긴 하지만, 최초의 트랜지스터는 전자산업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으며 인간의 생활에 변화를 가져왔다. 팩시밀리기 / Facsimile Machine 일반적으로 팩스라는 약어로 통용되는 이 기계는 문서나 그래픽을 디지털 형태로 전화선을 통해 전달한다. 보통의 팩스기는 원문서를 주사한 다음 문서의 영상을 비트맵 형태로 전송하고, 수신된 영상을 프린터에 재생한다. 팩스의 영상은 팩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소형 컴퓨터를 통해서 전달하거나 받을 수도 있다. 팰로앨토 연구소 / Palo Alto Research Center 제록스 팰로앨토 연구소(PARC)는 전자제품 원료와 전자장치에서부터 컴퓨터에 기초를 둔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작업 실습과 사용중인 기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대상으로 선구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소의 목표는 제록스사가 현재 운영하고 있거나 부각되고 있는 사업에 관련된 기술을 연구하는 것이다. 실리콘 밸리의 심장부인 스탠퍼드 대학의 인더스트리얼 공원에 자리잡고 있는 PARC는 1970년 설립된 이래 정보시대의 건축가 로서의 책임을 떠맡았다. 그 결과 레이저 프린터,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와 이서넷 지역 네트워크 같은 현재의 정보기반의 주요 부분을 개발해냈다. PARC는 새로운 차원의 제록스 복사기, 프린터와 시스템의 복사용 제품에 관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전자부품, 내장 소프트웨어와 아키텍처 개발에 기여했다. 평판 디스플레이 / Flat Panel Display 컴퓨터 모니터를 평판화하는 기술이 꾸준히 발전하면서 평판 디스플레이는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이 대단히 얇은 모니터와 디스플레이는 해상도에서도 손색이 없어, 개인용 컴퓨터와 TV의 해상도를 앞으로도 더욱 향상시킬 것이다. 평판 디스플레이가 일반화되면 컴퓨터 장치를 어느 곳에나 설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미래에는 부엌, 거실, 사무실, 교실, 공공장소에 이런 평판 고해상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간편하고 부담 없이 모든 종류의 파일과 정보를 검색할 수 있을 것이다. 포트란 / FORTRAN 공식(FORmula) 번역(TRANslation)의 앞글자들을 따서 만든 말로서 4년여의 개발과정을 거쳐 1950년대 초에 완성된 최초의 고급 컴퓨터 언어다. 이름 자체가 나타내듯이 포트란은 과학적이고 공학적인 근원을 가지고 있다. 지난 35년간 상당히 확장되고 개선되어 모든 영역에서 유용한 언어가 되었지만, 가장 많이 쓰이는 부분은 여전히 과학과 공학 부문이다. 폴 앨런 / Paul Allen 앨런은 멀티미디어 디지털 통신의 잠재력을 탐구하는 일련의 회사들을 소유, 투자하고 있다. 그의 경영전략에는 상호 이득을 얻기 위해 자기 회사들간에 의사소통과 공동협력을 장려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가 전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회사로는 어시미트릭스사, 스타웨이브사, 불칸 벤처즈사, 워싱턴주의 밸러뷰에 있는 폴 앨런 그룹, 캘리포니아주의 팰로앨토에 있는 인터벌 리서치사, 켈리포니아주의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캘리포니아 티킷매스터사가 있다. 그는 또한 포틀랜드의 트레일 블레이저 농구팀의 구단주이기도 하며, 연예 스튜디오 드림워크스 SKG의 동업자이고, 25개 이상의 기술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앨런은 1975년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으로 설립한 후 소형 컴퓨터 업계에 새로운 발자취를 남겨왔다. 그는 1983년까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수석 연구직인, 신제품 연구개발 총책임 부사장을 맡았다. 현재 그는 대주주로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이사로 있다. 앨런은 또한 드림워크스 SKG, 에그헤드사와 다윈 몰레큘러사의 이사이며, 그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ARI 네트워크 서비스, 카디널 테크놀러지사, C/NET인 컴퓨터 네트워크, 하빙거 EDI, HSC 소프트웨어, 론 울프사, 미디오 멀티미디어사, 메트리콤사, 프리시즌 시스템즈사, 슈어파인드사, 텔레스캔사, 트릴로바이트사와 USSB 허바드사의 이사로 활약하고 있다. 앨런은 4개의 앨런 자선재단을 통해 예술, 의료 및 기타 북서 태평향 지역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함으로써 지역사회에 부를 환원하고 있다. 그는 시애틀의 익스피어리언스 뮤직 프로젝트(지미 헨드릭스 박물관의 새 이름)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프로그래밍 언어 / Programming Language 프로그래밍 언어란 컴퓨터에 의해 처리되고 실행될 일련의 지시문들을 정의하는 데 사용되는 인공 언어를 말한다. 비록 4세대 언어에서 영어의 일부가 사용되긴 하나, 영어와 기타 자연어는 프로그래밍 언어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프로디지 서비스사 / Prodigy Service Company 1990년 9월 전국 영업망을 가동한 이래 200여만 명의 회원을 확보할 만큼 빠르게 성장한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서비스 제공사다. 프로디지는 광범위한 정보, 통신, 교육자료, 오락, 쇼핑, 온라인 거래, 여행예약, 월드 와이드 웨브 접속 등을 제공한다. 본사는 뉴욕주 화이트플레인스에 있다. 프로토콜 / Protocol 컴퓨터끼리 접속하여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해주는 일련의 규칙 또는 규준이다. 프로토콜이 없으면 컴퓨터는 다른 컴퓨터를 이해할 수 없다. 프록터 앤드 갬블사 / Procter & Gamble Company 1837년 설립된 이 회사(P&G)는 오하이오주의 신시내티에 자리잡고 있다. 가족이 운영하는 소규모의 비누, 양초 공장으로 출발했던 P&G사는 현재 140개국 이상에 판매망을 갖고 있고, 56개국에 공장이 있는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하였다. 전세계에 96,50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P&G사는 고급 세탁 및 정화제, 종이, 개인용품, 음식과 음료, 처방 조제약품을 포함한 건강관리 제품, 그리고 기업체와 산업체를 위한 다양한 제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제품을 개발, 제조, 판매하는 데 선두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플러그 호환성 / Plug Compatible 서로 다른 제조회사에서 만든 컴퓨터의 부품들을 완전히 상호교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어떤 기계가 플러그 호환성을 갖는다면, 임의의 한 장치를 타사에서 제조한 제품으로 교체해도 아무 문제 없이 작동될 것이다. 픽셀 / Pixel 화상의 기본 요소(picture element)의 준말로, 컴퓨터에 의해 화면에, 혹은 프린터에 의해 종이 위에 상을 형성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그려지는 수천 개의 격자무늬 점들 가운데 하나를 말한다. 비트가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최소단위인 것처럼, 픽셀은 디스플레이 혹은 프린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문자나 숫자 혹은 그래픽을 만들어낼 때 조작할 수 있는 최소단위다. 필터 / Filter 데이터를 읽고 자신이 찾는 내용을 꺼내는 프로그램이다. 가령 데이터베이스 필터는 미리 마련된 세부 규정에 부합되지 않는 정보를 제거할 수 있다. 정보고속도로에서 필터는 수신되는 정보의 종류와 양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하드 디스크 / Hard Disk 컴퓨터 데이터를 자기적으로 기록하는 데 사용된다.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는 모터 위에 단단한 자기판들이 고정된 형태를 띠고 있다. 자기판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포크처럼 생긴 금속막대의 끝에 있는 읽기 및 쓰기 헤드가 자기판 위의 섹터에 접근하기 위해 안팎으로 움직인다. 하드웨어 / Hardware 프린터, 모뎀과 마우스 등의 주변장치를 포함한 컴퓨터 시스템의 기계적 요소를 말한다. 하버드 대학교 / Havard University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고등교육기관이며, 매사추세츠주의 케임브리지에 위치하고 있다. 1636년 매사추세츠 식민지 의회 부근의 케임브리지에 한 단과대학이 설립되었다. 1638년부터 교육을 실시한 이 학교는 1639년 첫 후원자인 영국의 성직자 존 하버드의 이름을 따서 학교명을 하버드라 명명하였다. 처음엔 기부금이 상당히 부족하여 개인과 주의회로부터의 무상 증여에 의존하였지만 점차로 자치권과 개인 재정지원을 얻게 되었으며 1780년 공인 종합대학교로 바뀌었다. 오늘날 하버드 대학은 세계의 어느 대학보다도 많은 사적 후원을 받고 있다. 1979년 인문과학 학부의 전학장이었던 헨리 로소브스키의 후원으로, 학부의 일반교육 프로그램, 즉 선택과목들은 현대 생활의 발달을 이끌어갈 보다 훌륭한 인재 양성이라는 목적하에 핵심 교육과정으로 재편되었다. 학생들은 각각 1년과정의 문학, 예술, 역사, 사회분석, 도덕추론, 그리고 과학, 외국문학 분야의 과목들을 이수하여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2년여는 전공분야에, 1년여는 선택과목에 몰두해야 한다. 또한 작문과 수학, 외국어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설립 초기부터 하버드 대학은 우수한 학문 연구와 국가를 위한 시민 양성이라는 전통을 세워 유지하여왔다. 동창들 중에는 뛰어난 행적을 보인 사람이 많은데 몇 명만 예를 들자면 종교지도자인 크리스와 카튼 매서,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 저술가인 랠프 에머슨, 헨리 소로, 제임스 로웰, 올리버 휴스 1세, 로버트 프로스트, T. S. 엘리엇 등이 있다. 또 어느 대학보다 많은 대통령들이 이곳에서 수학했다. 존 애덤스, 존 퀴시 애덤스, 시어도어 루스벨트,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존 F 케네디, 러더퍼드 헤이스 등이 바로 하버드 출신 대통령들이다. 법률가로는 올리버 홈스 2세와 펠릭스 프랭크퍼터 등이 있다. 하버드 대학교는 하버드 대학의 총장 및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평의회로 알려진 자치회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자치회는 동창회에서 선출된 30명의 감사위원에게 자문을 받는다. 하버드 대학에서 가장 오래된 하버드 칼리지는 남녀공학으로 학부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에게 문학사 학위를 수여한다. 여자대학인 래드클리프 칼리지의 졸업생들은 1963년 이래 하버드 졸업자와 동등한 자격을 인정받고 있다. 1975년 하버드 대학은 그동안 여학생의 수를 제한해온 제도를 폐지하였다. 하버드와 래드클리프의 공동 입학 사정회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학생들만 선정한다. 미국 내에서 가장 엄격하게 입학허가 심사를 하는 것으로 평이 나 있는 하버드-래드클리프 입학 사정회는 전체 지원자 중 20% 미만에서 입학을 허용하며, 실제 등록자는 이들 중 4분의 3에 지나지 않는다. 1학년 학생들은 하버드 야드 안에서 생활한다. 18세기 초에 세워진 그 건물들은 지금은 기숙사와 식당, 도서관, 강의실로 쓰이고 있으며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다. 2,3,4학년은 하우스로 알려진 12개의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유명한 동창이나 정치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각 기숙사는 대략 350명의 학생들과 개별지도 담당 교직원들을 수용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이들 사이의 지적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었다. 각 기숙사는 또한 도서관과 문화활동시설 및 실내 체육 시설도 갖추고 있다. 보스턴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학부생활에 또 하나의 매력이 되고 있다. 200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대학원 및 교수진 이용시설로는 경영, 의학, 신학, 법학 등 10개 대학원이 있다. 하버드-옌칭 연구소, 존 페어뱅크 극동 아시아 연구센터, 러시아 연구 센터, 중동 연구 센터, 국제문제 연구소, 국제법률 연구소, 에너지 및 국제정책 연구소와 보건정책 관리소에서 특별 연구 프로그램들이 제공되고 있다. 하버드의 도서관 조직은 미국에서 가장 유서깊은 것이다. 중앙도서관인 해리 앨킨스와 와이드너 기념 도서관은 깊이있는 학문연구를 위한 장서를 소장하고 있다. 회귀본과 원고를 소장하고 있는 휴턴 도서관, 학부생들을 위한 라몬트, 카봇과 힐스 도서관, 각 기숙사 및 학과 부설 도서관, 그외에도 대학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도서까지 포함하여, 이 복합체는 세계 최대의 대학도서관 조직을 이루고 있다. 현재 하버드 도서관에는 1,200만 권 이상의 책과 원고 및 마이크로필름이 소장되어 있다. 하버드 크림슨 풋볼 팀의 홈경기와 그외의 체육행사는 3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하버드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예일 대학교는 하버드 대학교의 오랜 스포츠 라이벌이다. 학부 간행물에는 1873년 창간된 일간지 하버드 크림슨 , 문학평론지인 하버드 애드버케이트 , 유머잡지 하버드 램푼 이 있다. 대학원 및 그 제휴단체들이 간행하는 학술지로는 하버드 경영평론지 하버드 교육평론지 하버드 법률펑론지 가 있다. 1913년 설립된 하버드 대학 출판부는 일반인을 위한 서적, 의학과 과학 연구서들을 출판하고 있다. 하워드 가드너 / Howard Gardner 하버드 대학의 교육학 교수이자 심리학 조교수로 보스턴 의대에서도 조교수를 맡고 있다. 하버드 프로젝트 지로의 공동대표다. 맥아더상 협회의 회원을 비롯한 많은 명예직을 보유하고 있으며 14권의 책과 수백 편의 논문을 저술하였다. 1990년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교육학 부문에서 루이스빌 대학의 그라웨메이어 상을 수상하였다. 교육계에서 그는 표준화된 심리측정기에 의한 심리 측정을 연구한 다중지능이론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프로젝트 지로의 동료들과 함께 실행 위주의 평가법, 이해를 위한 교육, 개별 교과과정, 지도와 평가를 달성하기 위한 다중지능이론 등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하이퍼링크 / Hyperlink 하이퍼링크, 또는 하이퍼텍스트는 마우스 조작만으로 관련 정보를 접속해준다. 예를 들면 CD롬에서 밑줄이 그어져 있는 단어를 클릭하면 그 단어에 관한 정보가 나오거나, 또는 관련 정보를 보기 위해 다른 섹션으로 건너뛸 수 있게 된다. 할머니와 나 / Just Grandmother and Me 머서 메이어의 동명 베스트셀러 동화를 바탕으로 만든 대화형 애니메이션 이야기책이다. 각 페이지마다 대화형 애니메이션, 말하는 등장인물들과 특수음향효과, 웅장한 사운드 트랙이 들어 있다. 이야기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단순히 화면의 여러 부위를 마우스로 클릭하면 된다. 할머니와 나 는 아이들이 그림을 보면서 동시에 이야기를 듣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초등 학습에 대한 총체적 접근을 하고 있다. 단지 종이에 쓰여진 단어들만 보는 대신, 시각과 청각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학습경험을 고양시켜준다. 해석기관 / Analytical Engine 1833년 영국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찰스 배비지가 고안한 기계적 계산기다. 현재 일부만 복원되어 남아 있다. 비록 첫 컴퓨터가 만들어지기 오래 전에 착상되었지만 명령어 저장과 수학적 연산의 수행이 가능했고, 영구 기억장치로 천공 카드를 사용했다. 해커 / Hacker 원래 해커는 컴퓨터 기술과 프로그래밍에 빠져 있는 사람을 뜻했다. 그러나 개인용 컴퓨터가 확산되고 네트워크 시대가 열리면서 이 말은 부정적인 뜻을 갖게 되어 지금은 남의 컴퓨터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그 안의 프로그램이나 파일을 엿보거나 거기에 장난질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허니웰사 / Honeywell, Inc. 가옥 및 빌딩, 산업현장, 항공, 우주 등지에서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고 환경을 보호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시스템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적인 안전관리 회사다. 미니애폴리스에 본사가 있으며, 95개국에 51,000명의 직원이 있고, 매년 60억 달러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가정 및 건물 통제 분과, 산업통제 분과, 그리고 우주항공통제 분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 고객 및 제품, 기술 면에서 별개의 시장을 담당하고 있다. 각 분과 모두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허버트 조지 웰스 / Herbert George Wells(1866-1946) 영국의 작가이자 정치철학가로서, 20세기에 일어날 끔찍한 전쟁과 눈부신 기술의 발달을 묘사한 공상과학소설로 유명하다. 켄트주의 브롬리에서 출생하였으며, 런던에 있는 과학 사범학교에서 장학생으로 교육을 받았다. 1895년 전업작가가 될 때까지 포목상의 도제, 부기원, 교사, 그리고 신문잡지기자로 일하였다. 작가로 활동한 50년 동안 80권 이상의 책을 저술하였다. 타임머신(1895) 이란 소설에는 과학과 모험, 작가의 정치에 대한 비판이 한데 섞여 있다. 이러한 장르의 이후 작품으로는 투명인간(1897) 우주전쟁(1898) 닥쳐올 세계(1933) 등이 있으며, 이들 공상소설은 모두 영화로 제작되었다. 웰스는 일생 동안 현대 사회의 운명에 깊은 관심을 갖고 많은 책을 저술하였다. 그는 현대 인류가 가진 가공할 무기들이 인류의 진보와 공동이익을 위해 이성적으로 통제되는 이상향을 꿈꾸었다. 그의 후기 작품은 더욱 비판적이었다. 42년부터 44년까지(1944) 라는 책에서는 당시의 주요 세계 지도자들을 혹평하였으며, 정신의 한계(1945) 에서는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을 가능성에 대해 회의를 나타냈다. 그는 또한 자서전 실험(1934) 을 저술하기도 했다. 1946년 8월 13일 런던에서 사망하였다. 허스트 캐슬 / Hearst Castle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는 캘리포니아주의 샌시미언에 태평양을 조망할 수 있는 대저택을 건축하였다. 24만 에이커의 목장에 세워진 이 대저택에는 공항과 동물원, 그리고 프랑스풍의 영빈관이 있었다. 이 저택은 현재 주립 박물관으로 사용한다. 헨리 포드 / Henny Ford(1863-1947) 자동차산업에서 선구적인 업적을 남긴 미국의 실업가다. 1893년 여가를 이용한 수년간의 실험 끝에 그는 그의 첫 자동차 조립을 완성하고, 1903년 포드 자동차회사를 설립하였다. 1913년 조립식 공정을 도입해 표준화된 자동차 부품을 제조했다. 그 결과 부품을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그가 창안한 방법도 아니고 그가 첫 사용자도 아니었지만, 조립식 방식은 헨리 포드가 채택해 성공을 거둔 이후 미국의 전 산업분야게 널리 퍼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전반적인 미국의 산업수준이 향상됐고 더불어 생활수준도 향상됐다. 1941년 초 포드는 처음에는 폭격기 부품을 제조하고 나중에는 폭격기 전체를 제조하기로 정부와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그는 미시간주의 윌로우런에 대규모 공장을 설립, 1942년부터 생산에 들어갔다. 기술적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이 공장은 8,000대 이상의 비행기를 생산하였다. 포드는 자동차 및 비행기 생산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활약을 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이 진행중이던 1951년 그는 평화선 이라는 배를 전세내어 같은 뜻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유럽에 건너가 교전국들에게 전쟁을 끝낼 것을 설득했으나 실패하였다. 1918년 미시간주에서 미 상원의원직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듬해 주간지인 디어본 인디펜던트 의 발행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반유태적인 글을 발표하였으나 국민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자 출간을 중단하고, 유태인들에게 공개 사과문을 발표했다. 1945년 자신이 창업한 거대기업의 경영 일선에서 은퇴하였고, 1947년 4월 7일 디어본에서 사망하였다. 포드는 5억에서 7억 달러로 추정되는 재산을 남겼으며, 포드 자동차회사 주식 대부분은 비영리재단인 포드재단에 유증하였다. 호환성 / Compatibility 호환성은 어떤 컴퓨터, 부속장치, 데이터 파일, 또는 프로그램이 다른 것과 똑같은 명령, 포맷, 언어를 어느 만큼이나 이해할 수 있는가 하는 정도를 말한다. 컴퓨터 사용자들은 호환성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또 컴퓨터 업계에서도 어떤 제품인가와는 상관 없이 정보를 공동으로 이용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하는 표준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며 이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홀로그래픽 메모리 / Holographic Memory 레이저를 이용하여 데이터를 저장하는 미래의 기술이다.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지만 금세기 말에나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홀로그래픽 메모리는 지금의 기억장치에 비해 경이적인 저장 능력과 속도를 지니게 될 것이다. 홈페이지 / Home Page 월드 와이드 웨브의 한 분야를 구성하는 첫 페이지를 말한다. 홈페이지는 다른 정보나 웨브 사이트와 하이퍼텍스트 방식으로 연결되며, 홈페이지의 소유자가 원하는 멀티미디어적 요소들도 포함될 수 있다. 화이트필드 디피 / Whitefield Diffie 공개열쇠 암호체계 개념에 대한 1075 발견 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이것으로 스위스의 연방기술연구소로부터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현재의 직책을 맡기 전 10여 년간 그는 회사의 안전 시스템 연구 전문기관인 노던 텔레콤(NT)사의 안전 시스템 선임연구원으로 활약하였다. 이 직책을 맡고 있을 때 그가 남긴 업적으로는 NT사가 최근에 X.25 패킷 네트워크용으로 발표한 PDSO 안전 시스템을 위한 열쇠관리구조의 설계가 있다. 디피는 1965년 MIT에서 수학으로 학사학위를 받았다. 암호체계에 관심을 갖기 전, 그는 미터사와 MIT의 인공지능 연구소 공동 후원으로 매스랩 상징 조작 시스템의 개발에, 그리고 그후 스탠퍼드 대학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의 정확성 검증에 참여하였다. 휴렛팩커드사 / Hewlette Packard Company 산업, 경영 및 공학, 과학, 의학 교육 등의 분야에서 사용되는 전자제품과 시스템을 설계하고 생산하며 그에 따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미국내에서 가장 큰 산업체 중 하나이며, 세계 최대의 컴퓨터 회사 중의 하나다. 본사는 캘리포니아의 팰로앨토에 있으며 약 98,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데, 그중 59,000명은 미국내에서 근무하고 있다. 기본 사업목표는 지식의 진보를 촉진하고, 인간과 단체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23,000여 개의 생산품들 중에는 컴퓨터와 단말장치, 전자 측정 기구 및 시스템, 네트워크 제품, 의료 전자장치, 화학분석을 위한 기구 및 시스템, 휴대용 계산기와 전자부품 등이 있다.